
딥러닝 통해 ‘빙정’ 생성 과정 모델링 최초 성공…기상 예측 정확도 개선 기대
최근 딥러닝(deep learning)을 이용해 대기 중의 얼음 결정인 ‘빙정(氷晶)’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하게 모델링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국제학술지 <PNAS>에 실린 이번 연구 결과 덕에 향후 기상·기후 예보의 정확도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질 전망이다.
연구진은 여러 원자 및 분자들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 딥러닝을 이용했다. 그들은 먼저 원자 내 전자들의 상호작용을 예측하기 위해, 64개의 물 분자로 이루어진 소규모 시뮬레이션을 딥러닝 모델에 학습시킨 뒤 모델이 입자가 더 많은 큰 규모의 시뮬레이션에 기존에 학습한 상호작용을 되풀이하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어 전자의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하여 결과적으로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더욱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이 연구 논문의 주저자인 파블로 피아지(Pablo Piaggi)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원은 “전자의 움직임에 따라 물질의 특성이 결정된다”면서 “그 수준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하면 물리적 현상에 대한 정보를 훨씬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빙정이 생성되는 복잡한 과정을 모델링하는 데 딥러닝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빙정 생성은 구름이 형성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단계이며, 일단 구름이 만들어져야 비나 눈이 내리게 된다.
샤오홍 리우(Xiaohong Liu) 텍사스A&M 대학의대기과학과 교수는 비와 눈을 포함한 모든 강수의 절반이 빙정 형태로 시작되며 이것이 점차 더 큰 덩어리를 형성하면서 지표면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만일 얼음 결정핵 생성을 더 정확하게 모델링할 수 있다면 이는 기상 예측 전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얼음 결정핵 생성은 실험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여러 실험 조건 아래에서 얼음 형성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실험 조건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될 때 해당 데이터를 기상 예측 모델에 입력한다. 이 방식은 효과적일 때도 있지만, 실제 기상 환경에 관여하는 수많은 변수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흔해 부정확할 때가 많다. 실험실과 실제 날씨 사이에 몇몇 요인만 달라도 그 결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리우는 “실험 데이터는 특정 지역이나 기온, 혹은 다른 조건들이 맞아떨어질 때만 정확도가 높다”고 말했다.
전자들의 상호작용을 파악해 얼음 결정핵 생성을 예측하는 방식은 훨씬 더 정확하지만 연산 과정에서 큰 비용이 소모된다. 최소한 4,000개에서 10만 개의 물 분자를 가지고 모델링을 해야 하고, 슈퍼컴퓨터를 쓰더라도 이를 시뮬레이션하는 데에는 수년이 걸린다. 심지어 그렇게 한다고 해도 얼음 결정핵 생성을 관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100피코초(100억분의 1초) 동안의 상호작용만을 모델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딥러닝을 사용한 연구진은 열흘 이내에 이 계산을 끝낼 수 있었다. 지속 시간도 1,000배 이상 늘어났다. 여전히 1초 이내이지만 얼음 결정핵 생성을 관찰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물론 얼음 결정핵 생성을 더 정확하게 모델링하는 것만으로 예보가 완벽해질 수는 없다. 기상 모델링에는 여러 요인이 관여하고, 얼음 결정핵 생성은 중요한 과정이긴 하지만 전체 기후 예측의 극히 일부이기 때문이다. 물방울과 빙정이 성장하는 과정과 같은 다른 요소 역시 중요하다. 이를테면 서로 다른 조건에서 물방울과 빙정이 어떻게 움직이며 상호작용하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대기에서 얼음결정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더 정확하게 모델링할 수 있다면 기상 예측의 정확도가 한층 개선될 것이다. 특히 비나 눈이 올지, 얼마나 내릴지 예측할 때 주효할 것이다. 또한 구름 모델링 정확도가 개선되어 기후 예측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구름은 여러모로 기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피아지는 향후 대기에 먼지 같은 물질이 있는 조건에서 얼음 결정핵 생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연구가 진행된다면, 기후 예측의 정확도를 더욱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딥러닝 기술 덕분에 이제 더 긴 지속시간 동안 더 큰 규모로 모델링하는 데 전자의 상호작용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피아지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가 열렸다”며 “이미 이 방법은 화학 연구나 물질 이해를 위한 시뮬레이션을 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by Tammy X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