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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 항생제·백신 없이 감염 막는 면역 준비 물질 ‘DDM’ 효과 입증

병원균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감염 전에 우리 몸의 면역을 미리 깨워두는 새로운 감염 예방 전략이 등장했다.

항생제도 백신도 아닌 제3의 방식으로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을 동시에 막는 물질의 효과가 실험적으로 입증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 류충민·서휘원 박사 연구팀은 의약품 보조제로만 알려졌던 물질 DDM(n-도데실-β-D-말토사이드)이 체내 선천면역(외부 병원체 침입 시 즉각 작동하는 1차 방어 체계)을 사전에 활성화해 항생제 내성균과 독감 바이러스 감염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이 실험동물에게 병원균 감염 하루 전 DDM을 단 1회 투여한 결과, 대조군이 모두 사망한 것과 달리 DDM 투여군은 항생제 내성 세균 세 종류와 팬데믹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모델 모두에서 100% 생존했다. 이 연구는 기초의학 분야 권위지 《eBioMedicine》에 1월 29일 게재됐다.

항생제·백신의 한계를 넘어…’감염 전 면역 준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지금까지 감염 대응의 두 축은 항생제와 백신이었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 결정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항생제는 감염이 이미 발생한 뒤에야 쓸 수 있고, 반복 사용으로 항생제 내성균—항생제가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게 된 세균—이 급증하면서 예방적 활용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백신은 특정 병원체에 맞춰 설계되기 때문에 변이가 잦은 바이러스나 아직 등장하지 않은 신종 감염병에는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 특히 면역력이 저하된 중환자나 고령자, 병원 입원 환자처럼 여러 병원균에 동시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어느 세균이, 어느 바이러스가 공격해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특정 병원체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감염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 몸의 면역 체계 자체를 준비 상태로 만드는 전략이다. 이를 ‘숙주 지향적(host-directed) 예방 전략’이라 부른다. 병원균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균을 받아들이는 ‘숙주’, 즉 우리 몸의 방어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런 접근법에서 기존에 주로 쓰이던 물질들은 베타글루칸이나 MPLA처럼 세균이나 곰팡이에서 추출한 성분이었다. 그러나 이 물질들은 면역을 장기간 과도하게 자극해 부작용 위험이 있었고, 임상 적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DDM에 의한 선천면역 활성화와 감염 방어 기전 도식도.

DDM의 두 가지 핵심, 필요할 때만 켜지고 과도한 염증은 일으키지 않는다

DDM은 원래 의약품을 만들 때 단백질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돕는 보조 성분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서 추출한 물질이 아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이 체내에서 호중구(neutrophil)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호중구는 백혈구의 한 종류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가장 먼저 감염 부위로 달려가 병원균을 직접 잡아먹거나 살균하는 ‘초동 대응 부대’다. DDM은 Gi 단백질 연관 GPCR 신호전달 경로—세포 표면의 수용체가 신호를 받아 세포 내부 반응을 조절하는 통로—를 통해 이 호중구를 신속히 동원하고, 세균을 잡아먹는 식세포 작용과 활성산소 생성, 그물 구조를 형성해 병원균을 포획하는 기능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린다.

이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 DDM의 면역 활성화는 감염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만 선택적으로 나타났다. 감염이 없는 상태에서는 호중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거나 불필요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바이러스 감염 시에도 인터페론 자극 유전자(ISG), 즉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가 주변 세포에 경보를 보내고 항바이러스 방어를 강화하도록 돕는 유전자가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사이토카인 폭풍(면역 반응이 과잉 활성화돼 오히려 정상 조직을 공격하는 위험한 상태)은 억제됐다.
둘째, DDM은 감염 전에 투여했을 때만 효과를 보였고, 감염 후 투여에서는 생존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DDM이 치료제가 아니라 ‘예방적 면역 준비’ 물질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서휘원 박사는 “항생제 내성균이나 신종 바이러스처럼 예측이 어려운 위협에 대비할 수 있는 범용적인 감염 예방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