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미생물 식품 ‘산업화 전략’ 제시…승부처는 기술 아닌 ‘제조 준비성’
미생물로 단백질과 식품 원료를 만드는 ‘미생물 식품’이 실험실 기술을 넘어 실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성공 조건을, 제조·시장·규제라는 세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한 전략이 제시됐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과 교원창업기업 ㈜실리코바이오 공동 연구진이 미생물 식품 산업화의 핵심 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성장 전략과 로드맵을 제안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미생물이나 생산 기술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연구실의 원천기술을 실제 산업으로 연결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구조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분석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미생물 식품 분야의 무게중심 이동이 있다. 전 세계 단백질 수요가 빠르게 늘지만 공급은 여전히 동물성 생산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이는 토지·물·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부담이 커 기후위기 속에서 새로운 생산 방식이 요구돼 왔다.
미생물 식품은 그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며 일부는 이미 상업화 단계에 들어섰다. 연구진은 이제 ‘미생물 식품을 만들 수 있느냐’의 시대는 끝났고, ‘누가 먼저 산업으로 만들 수 있느냐’의 시대가 열렸다고 진단했다. 즉 경쟁의 축이 연구실 수준의 생산성 경쟁에서, 산업 규모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조 준비성’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원 어스(One Earth)》에 지난 7월 게재됐다.

‘만들 수 있느냐’에서 ‘산업으로 만드느냐’로
미생물 식품은 미생물을 이용해 만드는 식품과 식품 원료를 통칭한다. 발효식품처럼 미생물이 맛과 품질을 바꾸는 경우뿐 아니라, 미생물 덩어리(바이오매스) 자체를 식품으로 쓰거나 발효를 통해 단백질·기능성 성분·풍미 성분을 생산하는 경우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그중 미생물을 세포공장처럼 활용해 특정 단백질이나 기능성 성분을 선택적으로 만드는 ‘정밀발효’ 기술이 핵심으로 꼽힌다.
연구진이 던진 핵심 메시지는 이 분야의 경쟁 조건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미생물로 그 성분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기술 가능성이 관건이었지만, 이제 그 단계는 상당 부분 입증됐다. 관건은 이를 실험실 플라스크가 아니라 거대한 발효 탱크에서 안정적으로, 그것도 경제성 있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느냐로 옮겨갔다. 연구진은 이를 ‘제조 준비성(Manufacturing Readiness)’이라 부른다.
연구진은 이 산업화를 좌우하는 핵심 축을 네 가지로 구조화했다. 원료 활용, 균주(미생물 종자) 개발, 공정 설계와 스케일업(실험실 규모를 산업 규모로 키우는 과정), 그리고 부산물 업사이클링이다. 예를 들어 같은 미생물 식품이라도 어떤 원료를 쓰느냐에 따라 전처리 비용과 품질 변동성이 달라지고, 어떤 균주와 발효 공정을 택하느냐에 따라 생산 원가와 에너지 사용량, 제품 품질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어려운 과제로 지목된 것이 ‘비모델 미생물’의 관리다. 산업적 활용 가능성은 높지만 연구 기반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미생물을 안정적으로 제어하고 식품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여기에 발효 후 원하는 성분을 분리·정제·농축·건조하는 ‘후공정’의 비용 절감까지 더해진다. 연구진은 앞으로의 경쟁력이 단일 기술의 우수성보다, 균주 개발부터 대량 발효, 정제, 품질관리, 제품화까지 하나의 체계로 운영하는 ‘통합 제조 플랫폼’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대체육 넘어 순환형 바이오제조로
제조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시장과 규제라는 두 관문이다. 연구진은 소비자 조사와 산업 사례를 종합한 결과, 미생물 식품의 확산이 ‘친환경적’이라는 명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는 맛과 식감, 친숙함, 안전성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식품 제조기업은 실제 제품에 적용 가능한 기능성을, 기업과 투자자는 허가 절차의 예측 가능성과 시장 진입 속도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규제 장벽도 실질적인 변수다. 연구진은 유럽연합의 ‘노벨푸드’와 미국의 ‘GRAS’ 심사 절차를 비교 분석했는데, 국가마다 심사 체계와 허가 일정이 다르고 그 불확실성이 시장 진입 속도를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어느 나라에서 언제 허가받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우면 기업과 투자자가 뛰어들기 어렵다는 의미다. 시장 진입의 관건이 기술만이 아니라 규제의 예측 가능성이라는 점을 짚은 것이다.
인프라 격차도 지적됐다. 연구진은 미생물 식품 기업과 생산시설, 위탁개발생산(CDMO) 현황을 지역별로 비교해, 기술 성장 속도에 비해 식품용 제조 인프라가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는 ‘생산능력 격차(capacity gap)’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만들 기술은 있어도 이를 대량 생산할 공장과 설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미생물 식품이 곧바로 범용 단백질 대체재로 확산되기보다, 기능성 원료나 고부가가치 식품 성분처럼 적은 양으로도 가치가 큰 분야에서 먼저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미생물 식품을 단순한 ‘대체 단백질’로 좁게 보지 않았다. 정밀발효 기반의 기능성 식품 원료와 고부가가치 바이오소재, 나아가 부산물과 재생 자원을 활용해 새 제품을 만드는 ‘순환형 바이오제조’의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봤다. 미생물 식품이 미래 먹거리를 넘어 식품·소재·바이오 제조 산업을 잇는 생산 체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략은 공동 연구에 참여한 실리코바이오의 사업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실리코바이오는 이상엽 교수가 지난해 설립한 창업기업으로, 식품용 아미노산 생산에 쓰이는 안전성이 입증된 산업용 균주를 활용해 차세대 단백질과 기능성 원료의 산업 규모 생산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이상엽 특훈교수는 “앞으로는 원천기술보다 이를 실제 생산과 시장으로 연결하는 산업화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