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UNIST, 식물 광합성 모사한 염료감응 인공광합성 전극 개발

식물 광합성에서 전하가 단계적으로 이동하는 구조를 모사한 염료감응 인공광합성 전극이 개발됐다. 외부 전압 없이 태양광만으로 4.15%의 태양광-연료 변환 효율로 과산화수소를 합성해 동일 시스템 중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150시간 연속 작동에서도 성능 저하가 없었다.

식물이 광합성에서 전하를 거의 잃지 않고 전달하는 비결이 인공광합성 전극에 옮겨졌다. UNIST는 화학과 권태혁 교수와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지욱 교수팀이 식물 엽록소가 만든 전하가 여러 단백질을 거쳐 단계적으로 이동하는 메커니즘을 모방해, 전하 전달 손실을 줄이고 내구성을 높인 염료감응 인공광합성 전극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개발된 전극은 외부 전압 없이 태양광만으로 과산화수소를 합성하는 반응에서 4.15%의 태양광-연료 변환 효율(STF)을 기록했다. 이는 동일 시스템 중 세계 최고 수준이며, 150시간 연속 작동에서도 성능 저하가 없었다.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4월 13일자에 게재됐다.

전하가 한 칸씩 내려가는 구조…식물 잎의 전자전달 단계 모사

식물 잎의 광합성에서는 엽록소가 태양빛을 받아 만든 전하가 내부의 ‘전하전달계’를 타고 유실 없이 포도당과 같은 연료 합성 지점까지 도달한다. 엽록소에서 생긴 전하가 여러 전자전달 단백질을 거쳐 낮은 에너지 단계로 한 칸씩 내려가듯 순차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인공광합성 전극은 햇빛을 받아 물에서 수소나 과산화수소를 만들어내는 인공광합성의 핵심 부품이다. 그중 염료감응 인공광합성 전극은 유기 염료가 식물 엽록소 역할을 하며, 다른 일부 인공광합성 전극과 달리 납 같은 유해 물질을 쓰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기존 구조에서는 염료가 수계 전해질과 직접 맞닿아 전하가 이동 과정에서 쉽게 사라지고 염료 자체도 떨어져 나가기 쉬웠다.

이번에 개발된 전극은 유기 염료층과 레독스 매개체라는 물질을 니켈 포일로 감싸 매립한 구조다. 빛을 받은 염료에서 생성된 전하가 한 번에 이동하지 않고 ‘염료 → 레독스 매개체 → 니켈 포일 → 촉매’ 순서로 단계적으로 전달된다. 서로 다른 물질을 거치며 에너지 차이에 따라 한 칸씩 내려가듯 이동하면서, 전하가 되돌아가거나 중간에 사라지는 손실을 줄였다.

염료감응 광전기화학 전극(DSPEC)의 작동 원리

납 없는 유기 염료로 물 분해 패러데이 효율 98%·과산화수소 STF 4.15% 기록

이 구조의 핵심에는 니켈 포일이 있다. 단계적 전하 전달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유기 염료가 액체 수계 전해질과 직접 닿는 것을 막아 염료의 분해와 탈착을 억제한다. 식물 잎의 단계적 전하 전달 기능과 염료 보호막 기능이 하나의 부품에 묶였다.

물을 분해하는 반응에서 새 전극은 98%의 패러데이 효율을 기록했다. 이는 염료가 만든 100개의 전하 중 약 98개가 실제 화학 반응에 그대로 도달했다는 의미다.

과산화수소를 만드는 인공광합성 시스템에 적용했을 때는 외부에서 전압을 걸어 주지 않고도 태양광만으로 4.15%의 태양광-연료 변환 효율(STF, Solar-to-Fuel Efficiency, 입력된 태양광 에너지 대비 생산된 화학 연료에 저장된 에너지의 비율)을 달성했다. 동일 시스템 중 세계 최고 수준이며, 150시간 동안 연속 작동에도 성능 저하가 관찰되지 않았다.

외부 전압 없이 태양광만으로 화학연료…친환경 인공광합성의 새 설계 전략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단일 효율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염료감응형 인공광합성이 풀지 못했던 효율과 수명 문제를 전극 계면 설계 한 번에 동시에 보완했고, 납과 같은 유해 중금속을 쓰지 않는 친환경 시스템으로 고부가가치 화학 원료까지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제1저자인 박준혁 박사는 “식물이 전하를 거의 잃지 않고 전달하는 방식을 인공 소자 설계에 이식한 기술”이라고 밝혔다. 권태혁 교수는 “전극의 계면 설계를 통해 염료감응형 시스템의 효율과 수명 문제를 동시에 보완한 사례”라며 “유해 물질 없는 친환경 시스템으로 고부가가치 화학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