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삼성전자, 반도체 폐기물을 갤럭시 소재로…‘버리는 공정’ 줄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가전 생산 과정의 폐기물을 다시 제품 원료로 돌리는 자원순환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를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부터 불량 웨이퍼와 폐유리까지, 제조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을 다시 산업 원료와 제품 소재로 돌려보내는 자원순환 체계가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4일 ‘자원순환의 날’을 앞두고 2026년 8월 기준 누적 38건의 순환자원 인정을 취득했으며, 2025년 한 해 6,859톤의 폐기물을 감축했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웨이퍼 트레이를 재활용한 플라스틱은 갤럭시 S25 시리즈의 사이드키와 볼륨키에 적용됐다. 핵심은 폐기물을 단순히 처리하거나 재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품질을 확보한 소재로 다시 제조 공급망에 투입하는 데 있다. 원료 채굴과 생산, 폐기로 이어지던 일방향 제조 방식을 자원이 반복해서 순환하는 구조로 바꾸려는 시도다.

반도체 폐기물이 스마트폰과 항공 소재로

삼성전자가 확대하고 있는 ‘순환자원 인정제도’는 단순한 폐기물 재활용과는 차이가 있다. 사람의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지 않고 경제성이 있는 등 법적 기준을 충족한 폐기물을 다시 ‘자원’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면 폐기물에 적용되던 보관·운반 등의 규제를 받지 않고 산업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버려지는 물질을 제조 공급망 안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2019년부터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자원화를 확대해 2026년 8월 기준 전 사업장에서 누적 30건의 순환자원 인정을 취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웨이퍼 트레이’다. 웨이퍼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얇은 원판이며, 웨이퍼 트레이는 이를 제조 공정에서 운반하고 보관하는 플라스틱 용기다.

삼성전자는 사용이 끝난 웨이퍼 트레이를 회수해 DX부문 순환경제연구소와 함께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가공했다. 이렇게 만든 소재는 갤럭시 S25 시리즈의 사이드키와 볼륨키에 적용됐다. 반도체 사업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다른 사업부의 완제품 원료로 다시 투입된 것이다.

불량 웨이퍼도 다른 산업의 원료가 된다. 사용할 수 없는 웨이퍼를 잘게 부순 뒤 전문 소재업체에서 실리콘을 추출해 알루미늄 합금의 원료로 전환하고, 이를 항공·건설 산업 등에 활용한다. 웨이퍼 연마 공정에서 사용하는 ‘다이아몬드 디스크’에서는 팔라듐(Pd)을 회수한다. 팔라듐은 전자부품 등에 쓰이는 희소 금속으로, 회수된 물질은 화합물 원료로 가공돼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에 다시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재활용률’ 자체보다 회수한 물질을 어느 수준의 원료로 되돌릴 수 있느냐다. 폐기물을 단순한 저부가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부품이나 산업 소재로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면 새 원료 투입량을 줄이는 순환경제의 효과가 커질 수 있다.

폐기물을 ‘처리 대상’이 아닌 공급망으로

자원순환의 범위는 반도체에서 가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 DX부문은 2024년 한국환경공단과 수원·구미·광주 등 주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검토해 폐지와 철판, 세탁기 드럼, 트레이 등 순환자원 인정 추진 대상 20개 품목을 발굴했다. 이 가운데 12개 품목에 대해 2026년 8월 기준 총 8건의 순환자원 인정을 취득했으며, 나머지 8개 품목도 2027년 6월까지 인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광주사업장의 냉장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잔재물이 대표적이다. 냉장고 내부 공간을 성형하는 과정에서 남은 플라스틱은 기존에도 분쇄해 작은 조각인 ‘플레이크’ 형태로 만든 뒤 제품 원료로 재사용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폐기물이어서 보관과 운반 과정에서 별도의 관리 기준을 지키고 인계서를 제출해야 했다. 2025년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면서 이러한 관리 절차를 줄이고 원료로 다시 활용하기 쉬워졌다.

공장 밖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도 제품 소재로 돌아오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를 설치한 뒤 남는 포장용 스티로폼을 수거해 선별·가공한 플라스틱 혼합 소재는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갤러리’ 에어컨과 ‘인피니트 AI 공기청정기’ 내장재에 적용됐다. 제조 과정의 폐유리는 복합 섬유 소재로 만들어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의 외부 세탁조에 사용하고, 폐식용유에서 얻은 재활용 소재도 냉장고 수납장에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흔히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라고 부르는 제조 방식과 맞닿아 있다. 제품을 만들고 사용한 뒤 버리는 ‘생산-소비-폐기’의 직선형 구조에서 벗어나, 사용이 끝난 물질을 회수해 다시 원료와 제품으로 투입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의 사례에서 주목할 지점도 폐기물을 얼마나 많이 처리했느냐보다 반도체와 가전 등 서로 다른 제조 공정을 연결해 폐기물을 다시 공급망의 원료로 전환하고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