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 coli biocomputer solves a maze by sharing the work

대장균이 가진 또 다른 놀라운 능력…협력해 미로 찾기

대장균을 이용해서 제작한 바이오컴퓨터가 미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번 바이오컴퓨터에는 다양한 유형의 세균이 서로 협력하며 계산을 수행하는 분산 컴퓨팅 방식이 사용됐다. 이렇게 분산 컴퓨팅을 활용한 방식이 합성생물학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우리 장 내부에 살다가 가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세균인 ‘대장균’은 DNA, 바이오연료,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면서 과학 발전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대장균이 이번에 또 하나의 새로운 능력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분산 컴퓨팅 방식으로 전통적인 ‘미로 찾기’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여기서 사용된 ‘분산 컴퓨팅’이란 유전자 조작된 다양한 유형의 박테리아들이 필요한 계산을 나눠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세포의 유전자 회로를 전자 회로처럼 만들어서 세포를 컴퓨터처럼 쉽게 프로그래밍하고자 하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미로 실험이 합성생물학에서 추구해야 하는 방향과 잘 맞는 연구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합성생물학의 방향은 한 가지 유형의 세포만 조작해서 작업을 처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다양한 유형의 세포가 함께 협력해서 작업을 처리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전자 변형된 세포들이 자연에 존재하는 다세포들의 네트워크처럼 서로 협동해서 계산을 수행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합성생물학자들은 생물의 설계 능력을 완전히 활용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좌절감을 느껴왔다. 하버드 대학교 합성생물학자 파멜라 실버(Pamela Silver)는 “’자연’은 그런 설계를 해낼 수 있지만(뇌를 떠올려 보라), ‘우리’는 생물학을 이용해서 압도당할 정도로 복잡한 설계를 해내는 법을 아직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콜카타에 있는 사하 핵물리학 연구소(Saha Institute of Nuclear Physics)의 생물물리학자 상그람 바그(Sangram Bagh)가 진행한 이번 연구는 대장균을 사용해서 진행한 간단하고 재미있는 미로 실험이다. 그러나 간단한 미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이 연구는 세포를 활용한 분산 컴퓨팅의 원리를 검증하면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더 복잡하고 실용적인 계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에서 사용한 방식을 더 큰 규모로도 활용할 수 있다면, 제약에서 농업과 우주여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이런 방식을 적용하는 방법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토론토대학교의 생명공학자 데이비드 맥밀런(David McMillen)은 “우리가 유전자 조작을 거친 생물 시스템으로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므로, 이번 실험과 같이 작업을 분산시키는 방식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장균을 위한 미로 만드는 법

대장균이 미로 찾기 문제를 해결하게 하기 위해서 약간의 독창성이 필요했다. 대장균은 잘 다듬어진 산울타리로 만든 궁전의 미로를 따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미로의 다양한 배치를 분석했다. 실험을 위해 시험관마다 미로를 하나씩 투입했고, 각각의 미로는 서로 다른 화학 혼합물로 생성했다.

실험에 사용된 미로는 2×2의 네 칸으로 이루어진 표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표의 왼쪽 위 칸이 미로의 시작 지점이며 오른쪽 아래 칸이 목적지이다. 각각의 네모 칸은 지나갈 수 있는 길이거나 막힌 길이다. 이 방법으로 미로 16개를 만들 수 있다.

바그와 그의 동료들은 이 미로 문제를 1과 0으로 구성된 진리표(truth table)로 변환해서, 가능한 모든 미로 배치를 나타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모든 미로 배치를 네 개의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16개의 혼합물을 이용해 지도로 만들었다. 지나갈 수 있는 칸에는 화학물질을 배치하고, 지나갈 수 없는 막힌 칸에는 화학물질을 배치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그런 화학물질을 감지하고 분석하는 다양한 유전자 회로를 가진 대장균 세트를 여러 개 만들었다. 그렇게 다양한 종류가 섞인 대장균들은 분산 컴퓨터처럼 기능한다. 다양한 대장균 세트 각각이 계산의 일부를 수행하며 화학물질 정보를 처리하고 미로를 푸는 것이다.

실험을 진행하면서 연구팀은 처음에 대장균을 시험관 16개에 집어넣고, 각각의 시험관에 각기 다른 종류의 화학물질 미로 혼합물을 주입한 뒤 대장균을 배양했다. 48시간 후에 대장균이 미로를 해결할 확실한 경로를 감지하지 못하면(즉, 필요한 화학물질이 존재하지 않으면), 시스템은 검은색으로 표시됐고, 올바른 화학 혼합물이 존재하면 그에 대응하는 회로에 ‘신호’가 들어오면서 대장균들이 노랑, 빨강, 파랑, 분홍 등 형광 단백질을 발현하며 미로 해결법을 보여줬다. 바그는 이에 대해 “미로를 해결할 경로가 존재하면 대장균이 빛을 낸다”고 설명했다.

bacteria mazes research image
16개의 미로에서 가져온 네 가지 예시. 왼쪽 미로 두 개는 빗금으로 처리된 사각형이 경로를 가로막고 있어서 출발지점(S)에서 도착지점(D)까지 도달할 수 없다. 따라서 미로를 해결할 방법이 없으므로 검은색으로 표시된다. 오른쪽 두 개의 미로는 하얀색 사각형을 따라 출발지점에서 도착지점까지 도달하는 경로가 확실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미로를 해결하는 대장균이 형광 단백질을 발현하며 빛을 내면서 해결법을 보여준다. KATHAKALI SARKAR AND SANGRAM BAGH

바그는 대장균이 16개의 미로 중에 3개만이 해결 가능하다는 사실에 대해 물리적인 증거를 제공한 부분을 특히 흥미롭게 생각했다. 그는 “이런 미로에서 가능한 해결법을 수학 방정식으로 계산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는 그 답을 매우 간단하게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높은 목표

바그는 이러한 바이오컴퓨터가 미로를 사용해서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숨기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암호화 기법(cryptography)이나 기밀 정보를 파일이나 이미지 등에 숨기는 심층암호 기술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에는 합성생물학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야심도 포함되어 있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라는 개념은 1960년대에 처음 등장했지만, 이 분야가 구체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에 이르러 합성생물학 회로(특히 ‘토글스위치(toggle switch)’와 ‘오실레이터(oscillator)’)가 개발되면서 세포를 프로그램하여 원하는 화합물을 만들거나 주어진 환경 안에서 지능적으로 반응하도록 할 수 있게 됐을 때부터였다.

그러나 이러한 진전이 있었는데도 생물학은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다. 한 가지 제한 요인은 ‘세포의 생존 가능성을 파괴하지 않고 세포를 얼마나 많이 변형시킬 수 있는가’이다. 혈액 샘플에서 말라리아 항체를 감지하는 효모 기반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코로나19에 관해서도 비슷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맥밀런은 인간이 설계한 요소를 생물 시스템에 주입하는 행위가 “자연선택과 엔트로피에 맞서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이 두 가지가 자연의 힘을 가장 크게 보여주는 요소들”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세포가 너무 많은 무언가를 잔뜩 달고 있으면 개입과 혼선이 일어날 위험성이 있다. 즉, 수행에 장애가 발생하고 시스템 역량에 제한에 생기는 것이다. 바그는 미로 풀기 실험에 관해 언급하면서 알고리즘을 한 가지 유형의 대장균에만 프로그램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스템은 필요한 회로 기능이 여섯 가지 종류의 대장균에 분산됐을 때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화학공학자로, 치료를 위한 단백질과 백신 제조를 모니터하는 세포 기반의 바이오센서를 개발하고 있는 캐런 폴리치(Karen Polizzi)는 “단일 세포에서 사용될 수 있는 유전자 부품의 개수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하며, “따라서 단일 세포만 사용할 경우 개발할 수 있는 컴퓨팅 개념에 제한이 생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녀는 “분산 컴퓨팅은 합성생물학이 꿈꾸는 진정한 목표를 달성할 한 가지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세포 하나가 복잡한 과제를 완전하게 수행하게 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세포 우월성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합성생물학자이며 바그의 연구 결과를 게재한 합성생물학 저널 ACS 합성생물학(ACS Synthetic Biology)의 편집장이기도 한 크리스 보잇(Chris Voigt)은 분산 컴퓨팅이야말로 합성생물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보잇은 미생물 균체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계산을 하고 있다. 그는 “티스푼 하나만큼의 박테리아가 인텔 제온(Xeon) 프로세서 20억 개보다 더 많은 논리회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DNA에는 전체 인터넷보다 더 많은 메모리가 있다. 생물학은 엄청난 컴퓨팅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엄청난 수의 세포들에 컴퓨팅 능력을 분산하여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의할 점이 있다. 그는 “회로 하나당 처리에 20분씩은 소요된다. 따라서 처리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보잇과 동료 과학자들은 DNA를 계산기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해서 형광으로 빛나는 대장균을 이용해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보잇의 실험실에서 만든 ‘첼로(Cello)’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첼로는 베릴로그(Verilog: 회로를 설명하고 모델링하는 데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파일을 가져와서 DNA로 전환한다. 그러면 세포에 일종의 ‘환경 설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장균 계산기의 모든 회로망은 한 가지 유형의 박테리아로 이루어진 단일 콜로니(single colony)에 들어가 있었다. 그는 “우리는 거기서 일종의 한계에 부닥쳤다”고 인정하며, “그것보다 더 큰 설계를 가능하게 할 방법을 알아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보잇은 연구자들이 아폴로 11호를 제어한 가이던스(guidance) 시스템처럼 오늘날 기준으로는 성능이 낮은 무언가를 세균에서 구동하고 싶어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단일 세균 하나에서 실현될 수는 없었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력은 충분하다. 우리는 그저 세포들이 효율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함께 계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연결할 방법을 찾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잇은 기존의 전자 컴퓨팅 방식을 직접적으로 모방하는 것이 바이오컴퓨터의 능력을 활용하고 복잡한 바이오 기반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이 맞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 보잇은 최근에 ‘박테리아 하드웨어’를 위한 일종의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을 고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0과 1로 이루어진 이진법을 넘어서서 살아있는 생물 시스템의 불분명하고 모호한 상태를 표현하는 ‘퍼지 논리(fuzzy logic)’을 이용한 방법을 탐색하는 데에도 흥미가 있다.

마드리드 종합기술대학교(Technical University of Madrid)의 합성생물학자 앙헬 고니 모레노(Ángel Goñi-Moreno)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생물 관련 기술을 다루려면, 생물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모레노는 진화론의 핵심인 ‘자연선택’ 자체를 컴퓨터 설계를 진행할 도구로 사용하면서 세포가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환경에 반응하고 적응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전자 회로를 모방하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는 진화야말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세포 체계를 최적화하면서 정보를 계산하는 생물학적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모레노는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면 궁극적으로 그가 ‘세포 우월성(cellular supremacy)’이라고 지칭하는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표현은 양자컴퓨터가 특정 영역에서 기존의 컴퓨팅 능력을 뛰어넘는 지점을 의미하는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이라는 말과 의도적으로 유사하게 만든 것이다. 모레노는 그 정도까지 진화한 바이오컴퓨터가 농업 생산 증대(상황 변화에 따라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을 조정할 수 있는 토양 박테리아를 상상해 보라)와 표적 질병 치료 같은 영역에서 훨씬 우수한 문제해결 능력을 제공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대장균이 인터넷 서핑이나 ‘P-NP 문제’ 해결을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마라. 이런 문제 해결에는 기존 방식의 성능 좋은 컴퓨터가 계속 사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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