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천년 동안은 소행성 충돌에서 안전하다. 그 이유는?
앞으로 천 년 동안은 한시름 놓아도 될 것 같다. 이는 향후 천 년 동안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대규모 소행성의 개수를 추적한 새로운 연구에서 발표한 결과다. 정확한 수치는 얼마인가? 아마도 하나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볼더에 위치한 콜로라도 대학교의 오스카 푸엔테스-무뇨스(Oscar Fuentes-Muñoz)는 이번 연구의 책임자로서 “기쁜 소식”이라고 평가하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천 년 동안 어떤 소행성도 지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녀의 연구 결과는 <천문학 저널(The Astronomical Journal)>에 게재 승인을 받은 상태다.
우리는 약 6,600만 년 전 지구에서 공룡이 멸종하게 된 이유가 지름 약 10km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 사건과 일부 관련이 있다고 추정한다. 이 충돌 이후 하늘에서 소행성의 용융 잔해가 쏟아져 내리면서 몇 시간 만에 대부분의 육상 생명체가 목숨을 잃었다. 또한 충돌의 여파로 지구는 먼지와 그을음으로 뒤덮여 태양 빛이 지표면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그 후 수십 년 동안 긴 겨울이 이어졌다.
다행히도 우리는 이러한 피해가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NASA는 지름이 1km보다 큰 소행성과의 충돌로 인해 공룡 멸종처럼 문명의 종말을 불러오는 사건이 지구에서 발생하는 빈도는 수백만 년에 한 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추정했다. 유일한 문제는 한동안 그러한 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푸엔테스-무뇨스와 동료들은 스스로 그러한 우려를 종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믿고 있다. NASA에서 작성 중인 크기가 1km가 넘는 지구 인근의 소행성 목록은 현재 95% 정도 완성된 것으로 평가되며 그 안에 포함된 소행성의 개수는 약 1,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행성들의 궤도를 추적할 경우 천문학자들은 목성의 중력과 같은 요인들을 고려하여 지금부터 약 100년 후까지 해당 소행성들의 이동 경로를 예측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 연구진은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여 소행성들이 궤도를 따라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구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를 모델링하고 예측 기간을 향후 최대 1,000년까지로 확대했다.
이번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로서 캘리포니아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에 위치한 NASA의 지구근접천체연구센터(Center for Near Earth Objects Studies)에서 일하고 있는 다비데 파르노키아(Davide Farnocchia)는 “우리는 계산 작업량을 줄이면서 더욱 긴 기간을 예측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천체의 지구 접근을 유도할 수 있는 궤도의 일부’를 식별하여 다른 방법에 비해 훨씬 더 긴 기간에 대해 충돌 위험을 모델링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모델링한 소행성 중 충돌 위험이 가장 높은 소행성은 1994 PC1이라는 천체였다. 폭이 약 1km인 이 소행성은 앞으로 천 년 안에 달 궤도를 통과할 확률이 0.00151%인 것으로 밝혀졌다. 매우 희박한 확률이지만, 이는 다른 소행성들에 비해 충돌 가능성이 10배 더 높다.
푸엔테스-무뇨스는 “1994 PC1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그러나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와 매우 가까워지는 상황은 과학계에 매우 유익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연구는 1998년 NASA에 크기가 1km보다 큰 지구 인근의 소행성 중 90%에 대해 목록을 작성하도록 요구한 미국 의회의 요청에 일부 영향을 받았다. 파르노키아는 “일반적으로 지구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소행성 충돌 발생률은 극히 낮다. 우리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지구에 접근하는 유성들을 추적하는 행성학자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의 아이네 오브라이언(Áine O’Brien)은 100년 이상의 기간으로 거대 소행성의 충돌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보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그녀는 “더욱 긴 기간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개수가 훨씬 더 많은 소규모 소행성은 여전히 지구에 위협적인 존재이다. 예를 들어 2013년에는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지름 20m의 유성이 폭발했을 때는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1,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고 유리창이 산산이 조각났다. 오브라이언은 “소규모 천체라도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소규모 소행성을 추적하는 작업 역시 진행 중이다. 푸엔테스-무뇨스는 지름이 140m가 넘고 도시 하나를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지닌 소행성들을 조사한 NASA의 목록이 현재 40% 정도 완성되었지만 “이 비율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의 전체 개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우주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통해 완성도를 훨씬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칠레에 위치한 미국의 베라 루빈 천문대(Vera Rubin Observatory)에서는 내년부터 태양계에 대한 폭넓은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전 지구가 마음을 놓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오브라이언은 “언젠가는 무언가가 지구를 향해 다가올 것”이라고 말하지만ㅡ 그 시점이 서기 3000년 전에 도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