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클릭 순위를 장악한 스팸 콘텐츠
올해 2분기에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게시물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성적인 대답이 난무한 미국의 퀴즈쇼 <패밀리퓨드(Family Feud)> 2018년 방송분에 나왔던 ’69 농담(69 Joke)’, 즉 성적 농담이 담긴 영상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조회된 페이스북 콘텐츠를 분석한 메타(Meta)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원래 인스타그램의 하위 서비스인 인스타그램 릴스(Instagram Reels)에 올라온 이 게시물은 페이스북에서 5,2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메타가 발표한 페이스북 콘텐츠 조회수 상위 목록에는 이 영상 외에도 다른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후 페이스북에 올라온 스팸성 ‘인터넷 밈(meme)’ 게시물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인터넷 밈이란 인터넷에서 시작된 유행으로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퍼져나간 창작물이나 패러디물을 말한다.
메타는 1년 전부터 콘텐츠 조회수를 집계해 분기별로 발표해왔다. 여기에는 페이스북과 관련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일부 작용했다. 즉, 자사의 데이터 분석 도구인 ‘크라우드탱글(CrowdTangle)’을 사용하는 연구원과 언론인들이 파악한 것과 달리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끊임없이 극단적인 정치 콘텐츠의 폭격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담겨있었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 메타는 다른 중요한 사실, 다시 말해 페이스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가 대부분 다른 콘텐츠에서 가져와서 재활용한 인터넷 밈이라는 사실도 입증해줬다.
이미 인기 있는 인터넷 밈을 페이스북에 다시 게시해서 조회수를 올리는 방식은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무결성 협회(Integrity Institute)의 연구원이자 편집장 카란 랄라(Karan Lala)는 “이러한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사기, 극단주의, 허위 정보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이용해 끌어모은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감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무결성 협회는 페이스북의 무결성팀(integrity team) 소속이었던 직원들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내부 작동 원리에 관해 연구하고 대중에게 조언하기 위해 결성한 비영리단체다. 랄라는 최근 페이스북의 스팸 경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메타의 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북 조회수 상위 20위 안에 포함된 인기 게시물들은 대부분 원래 다른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인터넷 밈을 페이스북에 다시 게시한 것들이었다. 그런 게시물을 올리는 다수의 페이스북 페이지들은 ‘Ideas365’나 ‘Factsdailyy’ 같은 이름으로 만들어진 인스타그램 바이럴 콘텐츠 계정이다. 조회수 상위 20위 게시물 목록에는 조니 뎁(Johnny Depp)을 옹호하는 인터넷 밈 두 건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두 영상의 조회수를 합하면 거의 1억 회에 달한다. 순위에 포함된 게시물 중 두 개는 메타의 지식재산권 정책을 침해했거나 허위행동(inauthentic behavior)*을 벌인 것으로 판단되어 메타가 삭제한 게시물이다. 허위행동이란 ‘가짜 계정을 사용하거나 콘텐츠의 인기도를 인위적으로 높이거나 그 외 메타의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페이스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메타가 환심을 사려고 하는 젊은 이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러한 계정들이 안전한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랄라가 지적했듯이 비교적 무해한 인터넷 밈 계정과 인터넷 밈을 이용해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려는 해로운 계정은 표면적으로 구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터넷 밈이 올라오는 Ideas365와 Factsdailyy은 언뜻 보기에는 비슷해 보인다. 둘 다 인스타그램 밈 계정이며 페이스북에서도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각각 하루에 짧은 동영상을 6개 정도 업로드 되며 콘텐츠의 주제들은 다양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몇 가지 핵심적 차이점이 있다는 점에 랄라는 주목했다. 우선 Factsdailyy의 프로필에는 연락처 정보가 포함되어 있고 각 게시물에는 밈의 출처가 적혀 있다. 대충 봤을 때 이 계정은 그저 오래되고 평범한 인터넷 밈 계정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패밀리퓨드> 동영상을 게시하여 이번 분기에 페이스북 게시물 조회수 순위 1위를 차지한 Ideas365는 영상을 본 사람들을 아마존에서 물건을 판매하여 돈 버는 법에 관한 강의를 판매하는 사이트로 유도한다. 이 계정도 일부 밈의 출처를 표시하기는 하지만, 이곳은 인터넷 밈으로 끌어모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해 미심쩍은 서비스를 광고하고 있다. 이 계정의 스토리는 학생들에게 영리 목적의 자동화된 인스타그램 계정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하는 ‘멘토십(mentorship)’ 프로그램을 광고한다. 랄라는 “계정 뒤에 있는 이용자는 인스타그램에 250개가 넘는 페이지를 소유하고 휴대폰으로 ‘한 달에 수만 달러’를 벌 수 있다고 말한다”며 “그러면서 자신이 가진 여러 대의 고급 자동차를 과시적으로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물론 스팸성 인터넷 밈을 공유하는 페이지에 본질적으로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랄라는 이 계정이 메타에서 짧은 동영상을 이용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아서 비싼 강의에 등록하도록 유인한 것은 여기서 해가 되는 부분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선거철이 가까워질수록 인터넷 밈을 이용해 끌어모은 이러한 관심이 쉽게 가짜 정보나 비슷한 전략을 사용하는 해악으로 향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전 세계 콘텐츠 팜들(content farms)이 메타의 자체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이용해서 유명인의 결별에 관한 밈이나 분열된 문제와 관련한 가짜 정보에 관한 밈 등 다양한 인기 콘텐츠를 통해 직접 이익을 얻는 데 얼마나 능숙해졌는지 폭로한 바 있다.
메타는 조회수 상위 외부 링크와 도메인에 관한 자료도 제공한다. 이번 보고서에서 조회수 상위 20개 링크 중 5개가 허위행동을 이유로 삭제됐다(링크 1위는 물론 틱톡(TikTok)이었다). 아마도 이번 보고서에서 크라우드탱글의 데이터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박하기 위한 부분으로 보이는 조회수 상위 도메인 목록에는 유튜브와 틱톡 같은 경쟁업체와 주류 뉴스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 등 다양한 사이트가 포함됐다.
메타는 보고서와 함께 게시한 블로그 글에서 “우리는 낚시성 광고, 조회수 낚시, 스팸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방법들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테스트에 진전이 있기는 하지만 스팸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이 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탐지 방법을 피하기 위해 전략을 조정할 것을 고려하면 우리도 계속해서 방법을 평가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랄라는 “플랫폼들이 무언가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스팸을 완전히 근절할 필요는 없다”면서 “메타가 페이스북을 스팸 없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는 기대는 스팸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이 얻는 수익을 생각할 때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스팸 콘텐츠가 페이스북에 존재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스팸 콘텐츠가 페이스북에서 계속해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가 된다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목록에 스팸성 게시물이 가득한 것은 이번 보고서에서만 드러난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보고서는 페이스북에서 극단주의, 가짜 정보, 양극화의 영향을 추적하기 위해 크라우드탱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크라우드탱글이 없는 세상에서 그런 내용을 연구할 방법을 파악하고 있는 시점에 발표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는 크라우드탱글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지만, 2022년 미국 중간선거까지는 서비스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