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 비행사가 내쉬는 숨, 미래 우주 식품의 원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우주에서는 비행사의 날숨으로 만든 단백질 셰이크나 균류로 만든 햄버거처럼 간단하지만 꽤 낯선 음식들을 끼니로 섭취하게 될지 모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 공간을 탐험하는 동안 대부분 미리 포장된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탐사 동안에는 우주에서 직접 재배한 상추도 맛보기 힘든 별식이었다. 지구 궤도 바깥의 우주 탐사 계획이 점점 더 구체화되는 상황에서 NASA는 기존의 우주 식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우주 식량의 시대를 열기 위해 특별한 대회를 진행 중이다.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NASA 케네디 우주센터(Kennedy Space Center)에서 우주 작물 생산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선임 관리자 랄프 프릿치(Ralph Fritsche)는 “현재 우리가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이용하는 포장 식품의 유통 기한은 1년 반이다. 현재는 화성 탐사 임무를 지원할 수 있는 식품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화성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되는 달 탐사 임무 역시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인류의 화성 탐사를 실행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달 탐사는 더욱 시급한 문제다. NASA는 내년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의 하나로 1972년 아폴로 17호의 달 착륙 이후 최초로 우주비행사 4명이 탑승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해 달 주변을 탐사할 예정이다. 탐사 목표는 2020년대 후반에 인간이 다시 한번 달 표면에 발을 내딛도록 하는 것이며 달에서의 체류 기간은 며칠 정도로 시작하여 몇 주, 몇 달, 그 이상으로 점차 늘려 나갈 예정이다.
2021년 1월 NASA는 장기간 우주를 탐사하는 비행사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 식량 경진대회인 딥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Deep Space Food Challenge)를 개최했다. 참가기업에는 미래의 우주 탐사 임무를 위해 지속 가능한 식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제안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 대회에는 약 200개의 기업이 참가했으며 2023년 1월, 대회 2단계 진출권을 획득한 11개 팀이 추려졌다. 이 중 미국 팀 8개가 각각 20,000달러(한화 약 2,624만 원)를 지원받았고 지원금 수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미국 국적이 아닌 국제팀 3곳도 수상을 통해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이어서 NASA는 지난 5월 19일 대회의 최종 단계에 진출할 결선팀 명단을 발표했으며, 이들의 제안 식품에 대한 보다 꼼꼼한 테스트를 거쳐 2024년 4월 소수의 우승자가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이 경진대회의 프로젝트 관리자로서 앨라배마에 있는 NASA의 마셜 우주 비행 센터(Marshall Space Flight Center)에서 일하고 있는 앤절라 허블렛(Angela Herblet)은 “2단계에서는 일종의 주방 요리 수준의 시연이 이뤄졌다. 3단계 진출팀들의 과제는 제안 기술을 확대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참가업체들은 3년 동안 운영 가능하며 미래 우주 탐사 임무에 참여하는 비행사 4명에게 식량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시해야 했다. 제안에 비행사들을 위한 식단 전체를 포함할 필요는 없었지만 다양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개발해야 했다. 허블렛은 올해 초 심사위원들이 각 기업을 방문하여 “음식을 눈으로 확인하고 실제로 분석”했다고 이야기한다.
한 회사는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경진대회 과제에 접근했다. 최종 결선에 진출한 미국팀 5개 중 하나로 뉴욕에 있는 에어 컴퍼니(Air Company)는 우주비행사가 우주에서 내쉰 이산화탄소를 사용하여 알코올을 생산한 다음, 이를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재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 회사는 이미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비행기 연료 및 향수에 사용되는 알코올을 만들어내고 있다.
에어 컴퍼니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 기술 책임자인 스태퍼드 시핸(Stafford Sheehan)은 “우리는 공기로 음식을 만든다. 마법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작업을 보면 꽤 간단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물과 전기와 결합하여 단백질을 만들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에어 컴퍼니
시핸은 이 과정에서 얻은 알코올을 효모에 주입해 ‘섭취 가능한 식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에어 컴퍼니가 대회에서 선보인 메뉴는 단백질 셰이크인데, 이는 식물성 육류 대용 식품인 세이탄(seitan)으로 만든 셰이크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핸은 “이 셰이크는 실제로 맛이 꽤 좋다. 우리 시스템은 지속적인 발효를 통해 우주비행사들에게 식량을 공급한다. 우주에서 단백질 셰이크가 먹고 싶을 때마다 배양된 효모로 셰이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종 결선에 진출한 또 다른 미국팀인 플로리다의 인터스텔라 랩(Interstellar Lab)은 참신한 접근 방식을 취했다. 이들이 개발한 누클레우스(NUCLEUS)라는 시스템은 작은 토스터 크기의 캡슐들로 구성된 모듈형 세트로, 각 세트에는 습도, 온도 및 급수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갖춰져 있다. 따라서 우주비행사는 이 시스템으로 우주에서 직접 다양한 채소나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으로 평가받는 동애등에(black soldier fly)와 같은 곤충 등과 같은 식량을 쉽게 재배할 수 있다.
인터스텔라 랩의 설립자 겸 CEO인 바버라 벨비시(Barbara Belvisi)는 “우리는 지구 생태계의 일부를 우주로 옮기고 있다. 버섯, 곤충, 새싹 채소(microgreen)를 동시에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인터스텔라 랩이 개발한 적재형 누클레우스 캡슐은 우주비행사가 관리하고 소프트웨어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인터스텔라 랩
우주비행사는 씨를 뿌리고 가지를 치며 작물을 재배하는 데 일주일에 3~4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하지만 작업 대부분은 인공지능(AI)을 통해 관리된다. 벨비시는 “NASA에서는 인간이 전혀 개입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을 원하지 않았다. 우주비행사에게도 여전히 소일거리가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인터스텔라 랩은 향후 달이나 화성에서 사용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바이오팟이라는 보다 큰 규모의 팽창형 독립 환경도 설계했다.
스웨덴 기업 마이코레나(Mycorena)는 결선에 오른 국제팀 3개 중 하나다. 마이코레나가 개발한 시스템인 AFCiS는 동물성 또는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을 대체하기 위해 균류 발효를 통해 마이코프로테인(mycoprotein)이라는 단백질의 일종을 만들어 낸다. 마이코레나의 R&D 책임자인 크리스티나 칼손(Kristina Karlsson)은 “마이코레나는 단백질 함량이 최대 60%나 될 정도로 매우 높다. 또한 섬유질, 비타민 및 영양소가 풍부하지만. 지방과 당분은 적다”고 말한다.
마이코레나의 AFCiS 시스템(왼쪽)은 영양이 풍부하고 3D 프린팅으로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 마이코프로테인을 생산한다.
칼손은 마이코프로테인 자체의 맛이 강하지 않아 “감칠맛이나 효모가 들어간 빵처럼 맛을 느끼기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향료나 향신료를 넣는 추가 가공을 통해 버거나 너깃과 같은 다양한 식품을 생산할 수 있다. 시스템에 부착된 모듈은 균류를 원하는 음식 스타일로 3D 프린팅한다. 칼손은 “화면에서 치킨 필레를 선택하면 치킨 필레 모양의 마이크로프로테인을 먹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딥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에서 우승한 아이디어가 향후 예정된 달 표면 착륙 프로젝트에 바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향후 우주 탐사에 활용 가능한 대안들을 확인할 수 있다. 프릿치는 “어떤 기능을 필요한 시점에 바로 이용할 수 있으려면 몇 년 전부터 미리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 제안된 시스템들은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D 프린팅으로 만든 우주 균류와 동애등에(식용 및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곤충) 식품을 잊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