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Russia killed its tech industry

러시아는 어떻게 자국의 테크 산업을 죽였는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던 러시아의 기술 산업이 더욱 쇠퇴하게 되었고, 러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이었던 얀덱스의 상황도 악화시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일주일 후, 블라디미르 벨루긴(Vladimir Belugin)은 자신과 가족의 소지품을 챙기고 모스크바에 있는 아파트 방을 뺐다. 그리고 아이들을 유치원에서 데려와서 러시아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러시아의 구글(Google)로 불리는 러시아 최대 기술 기업 얀덱스(Yandex)의 최고사업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쟁은 그와 얀덱스를 둘러싼 러시아의 모든 것이 변화할 것임을 의미했다. 벨루긴은 키프로스의 새 보금자리에서 “러시아에 규칙이 전혀 없다는 새로운 규칙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떠난 기술업계 인력은 벨루긴뿐만이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몇 달 만에 러시아에서는 기술업계 인력의 대규모 이탈이 일어났다. 러시아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에 러시아를 떠난 IT 전문가는 10만 명에 이르며, 이는 러시아 IT 인력의 무려 10%를 차지하지만, 이 수치마저도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예일대학교 최고경영자리더십연구소(CELI) 조사 결과, 러시아에 부과된 광범위한 제재의 영향으로 1,000곳 이상의 해외 업체들 역시 러시아에서 사업을 축소했다.

러시아의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집계된 민간인 사망자 수는 8,300명을 넘는다(2023년 3월 20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조사 결과). 모든 것을 남겨두고 러시아를 떠난 기술업계 종사자들은 러시아가 전 세계 기술 산업, 연구, 자금 지원, 과학 교류 등 중요한 요소들로부터 단절된 ‘시골 마을’이 되는 길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한편, 러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기술 업체인 얀덱스는 국영 기업이 관리하는 경쟁업체 VK(Vkontakte, 프콘탁테)에 수익성이 높은 사업들을 매각하면서 해체되기 시작했다.

러시아에 가족이 있으며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이름을 바꿔 달라고 요청한 VK의 임원 이고르(Igor)는 “내 나라를 빼앗긴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그는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러시아의 20년 미래를 단번에 빼앗긴 것처럼 느꼈다.

러시아에서 기술 산업은 인맥이 아니라 자기 능력을 바탕으로 성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였다. 기술업계는 또한 ‘개방’ 정신을 유지했다. 러시아 기업가들은 국제적인 자금 지원을 받았고 전 세계와 거래했다. 한동안은 러시아 정부도 국제 기업들이 러시아에 투자하도록 장려하면서 이러한 개방성을 수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러시아 기술 산업의 균열은 전쟁 훨씬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러시아 정부는 10년 넘게 러시아의 인터넷과 가장 강력한 기술 기업들을 엄격하게 통제하려고 시도하면서 한때는 러시아를 미래로 이끌 것이라고 약속했던 기술업계를 위협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 대화를 나눈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 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던 피해가 가속화되었다고 말한다.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최대 기술 회사들은 고립되어 혼란 속으로 밀어 넣어졌으며, 러시아 국민들은 정부에서 발표하는 뉴스만 전달받으며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되는 러시아의 인터넷 세상에 갇혔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 경제대학원(Barcelona School of Economics)의 조교수이자 러시아 신경제학교(New Economic School)의 전임 총장이었던 루벤 예니콜로포프(Ruben Enikolopov)는 “러시아 지도부는 완전히 다른 국가 발전 경로를 선택했다”고 말하며 “고립이 전략적 선택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예니콜로포프는 기술 산업이 러시아의 가장 큰 산업은 아니었지만 경제의 주요 원동력 중 하나였다고 설명한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러시아의 IT 부문은 러시아 GDP 성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으며, 2021년에는 3조 7,000만 루블(약 59조 7,000억 원)에 도달했다. 물론 이 금액은 러시아 전체 GDP의 3.2%에 불과했지만, 예니콜로포프는 기술 산업이 뒤처지면서 러시아 경제가 침체하리라 전망한다. 그는 “이것이 러시아의 미래 경제 성장에 미치는 가장 큰 타격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탈이 시작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022년 2월 24일, 모스크바 남부에 있는 붉은 벽돌과 유리로 된 얀덱스 사무실 건물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얀덱스 사업부의 콘텐츠 마케팅 책임자였던 아나스타샤 디우자르덴(Anastasiia Diuzharden)은 다른 많은 사람과 함께 당시 그곳에 있었지만,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건물의 흡연 구역에는 평소보다 다섯 배는 더 많은 사람이 있었다. 일부 직원들은 그날 러시아를 떠났다.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사무실에 퍼지자 디우자르덴과 동료들은 매주 열리는 회의인 ‘후랄(khural)’에 소집되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곳에서 얀덱스의 전무이자 부대표인 티그란 후다베르댠(Tigran Khudaverdyan)은 회사가 계속해서 운영될 것이라며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Co-founder and former CEO of Yandex Arkady Volozh
얀덱스의 공동 설립자 아르카디 볼로시는 EU의 제재를 받은 후 2022년 6월에 회사를 떠났다.
ALEXANDER MIRIDONOV/KOMMERSANT/SIPA USA VIA AP IMAGES

얀덱스는 러시아의 자부심을 고취시킨 회사였다. 지주회사를 네덜란드에 설립하며 얀덱스는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었다. 이곳의 엔지니어들은 미국 기업들과 성공적으로 경쟁했다. 얀덱스는 러시아 검색 시장에서 구글보다 더 큰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90개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러시아의 디지털 세계 대부분을 장악했다. 그중에는 수익성이 좋은 콘텐츠 플랫폼 젠(Zen)과 뉴스 플랫폼 얀덱스 뉴스(Yandex News)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많은 러시아 사람들은 온라인상의 하루를 이들 플랫폼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의 흐름이 문제의 원인이기도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몇 주 만에 얀덱스 뉴스의 일일 이용자 수는 무려 1,400만 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민간인의 죽음과 파괴에 대한 뉴스 대신 러시아 해방자들이 우크라이나를 ‘비(非)나치화’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얀덱스 뉴스에 올라오는 정보의 약 70%는 국영 언론이 선전용으로 내보낸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등장한, 허용 가능한 미디어 출처에 대한 새로운 법을 포함해서 러시아가 10년 동안 독립 미디어를 국가적으로 탄압한 결과였다.

디우자르덴은 얀덱스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얀덱스가 전쟁에 반대하는 발언이라도 했다면 회사의 종말할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의 뜻대로 움직인 얀덱스의 결정에는 대가가 따랐다. 우크라이나 침공 3주 후, 후다베르댠은 대중에게 전쟁에 대한 정보를 숨겼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고 부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나흘 후 나스닥에서 얀덱스 주식의 거래가 중단됐다.

6월에 이스라엘에 머물던 얀덱스의 CEO 아르카디 볼로시(Arkady Volozh)도 제재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사퇴 전에 그는 얀덱스가 직원들을 위한 긴급 자금을 준비했다며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디우자르덴은 그가 “우리는 항상 우리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전직 얀덱스 직원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첫 두 달 동안 전체 직원의 무려 3분의 1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추정한다(많은 직원은 계속해서 원격으로 얀덱스에서 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가족이 있는 디우자르덴은 6월에 러시아를 떠났다.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근무하는 날 디우자르덴이 봤을 때, 모스크바강이 내려다보이는 사무실에 남은 직원은 평소의 약 10%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러한 변화를 계기로 얀덱스는 뉴스 및 콘텐츠 플랫폼을 VK에 판매하여 뉴스 플랫폼과 거리를 두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대가로 얀덱스는 VK의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인수했다. 

침공이 시작된 지 9개월 후, 얀덱스는 회사의 형태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여름까지 얀덱스는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는 이전의 모회사가 소유한 부분과 러시아 지사로 분할될 것이다. 얀덱스의 핵심 사업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 지사는 얀덱스 경영진 세 명과 푸틴의 측근인 경제학자 알렉세이 쿠드린(Alexei Kudrin)으로 구성된 특별 경영 파트너십이 인수할 예정이다.

얀덱스의 전직 직원들은 현재 회사의 장기적인 전망은 암울하다고 말한다. 러시아 내에서 한때는 진보적인 기업이었던 얀덱스는 이제 계속해서 정부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 밖에서는 사업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벨루긴은 “회사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얀덱스는 이러한 회사의 전망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다. 얀덱스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지난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원을 늘렸고 2022년 매출 목표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얀덱스는 또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정부의 통제 확대

얀덱스에 벌어진 일은 러시아 정부가 자국민이 온라인에서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하게 되면 초래될 결과를 두려워하며 러시아 기술 회사들을 통제하려고 노력해 온 긴 역사 속에 기인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1990년대 이후 러시아에서 가장 큰 반정부 시위를 촉발하는 데 기여했던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술업계의 일부 사람들은 러시아를 조금 더 자유롭고 민주적인 길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시위에 동참했다. 이고르는 자신도 그중 한 명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몇 년 후 시위를 포기했다. 그는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 후 몇 년 동안 러시아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이용자들을 체포하고, 이용자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요구하고, 콘텐츠 필터를 도입하는 등 점점 더 제한적인 법을 시행했다. 이러한 행보는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트인(2016년 이후 러시아에서 차단됨) 같은 서구의 소셜 플랫폼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자국 플랫폼 모두에 압력을 가했다.

러시아의 페이스북으로 자주 묘사되는 VK는 설립자인 파벨 두로프(Pavel Durov)가 2014년 회사에서 쫓겨나고 친정부 성향의 올리가르히(oligarch,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및 과거 동구권 지역의 경제를 장악한 특권계층)들이 지배권을 장악한 후 “사실상 국유화”되었다고 예니콜로포프는 말한다. 러시아에서 탈출한 후 나중에 메시징 앱 텔레그램(Telegram)을 만든 두로프는 러시아를 “인터넷 사업과 양립할 수 없는” 곳으로 묘사했다. 러시아 국립 고등경제대학(National Research University Higher School of Economics)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유니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국가를 떠나는 비율은 러시아가 다른 나라보다 더 높다고 한다.

예니콜로포프는 “러시아 정부는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기술 기업들을 내버려 두지 못했다”고 말한다.

루넷의 탄생

2014년 크림반도 합병으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가 부과된 이후, 러시아 정부는 자체적인 독립 인터넷인 루넷(RuNet)이라는 개념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과 그에 따른 제재는 이 개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2022년 3월 러시아 정부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외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접속을 차단했고, 이러한 조치는 자국민들을 정보가 통제되는 공간 안에 가두는 데 도움이 되었다.

러시아는 인기 있는 국제 사이트들을 러시아 국내 버전으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구글 플레이(Google Play)와 애플 앱스토어(App Store)를 대체하기 위해 VK는 디지털개발부와 함께 루스토어(RuStore)라는 이름의 자체적인 앱스토어를 출시했으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YouTube)도 야피(Yappy), 로스그램(Rossgram), 루튜브(RuTube) 같은 유사한 러시아 플랫폼들이 대체했다.

The two logos of Yandex can been seen framing the reception desk of the headquarters in Moscow
얀덱스 모스크바 본사의 안내데스크
REUTERS/EVGENIA NOVOZHENINA VIA ALAMY

이고르에 따르면, 얀덱스 뉴스는 결국 VK의 다른 뉴스 서비스들과 통합되면서 러시아 이용자들이 접할 수 있는 뉴스 콘텐츠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고르는 “VK의 주요 관심사는 선전을 퍼뜨리는 것”이라면서 이들이 러시아 이용자들의 주의를 러시아 서비스에 집중시킴으로써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VK는 이에 대한 의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온라인 콘텐츠를 통제하는 것 외에도 러시아는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주권(digital sovereignty)을 행사하고자 한다. 지난해 제재가 부과된 이후로 러시아는 서비스와 금융에서부터 하드웨어와 공급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괄하는 완전한 자급자족 기술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빠르게 진척시키기 시작했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의 IT 산업에 2030년까지 잠재적으로 3조 1,900억 루블 이상의 ‘전례 없는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IT 산업 구축은 힘든 작업이 될 것이다. 심지어 러시아 정부의 자체 추정치에서조차도 러시아의 반도체 칩 산업이 다른 국가보다 10~15년 정도 뒤처져 있음을 인정한다. 브뤼셀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에 따르면, 제재 이전 러시아는 연간 190억 달러 상당의 첨단 제품을 수입했으며 EU와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가장 컸다(66%). 핀란드 은행 수석 경제학자 헬리 시몰라(Heli Simola) 같은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러시아의 기술 제품 수입이 30%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

브뤼겔의 연구원 니클라스 푸아티에(Niclas Poitiers)는 “러시아 경제는 여러 면에서 매우 정교하다고 할 수 없는데, 이는 첨단 기술 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많은 부문에서 산업 생산이 급감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는 또한 무역 제한으로 인해 시스코(Cisco), SAP, 오라클(Oracle), IBM, TSMC, 노키아(Nokia), 에릭슨(Ericsson), 삼성 등 여러 선두 기업의 제품에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

푸아티에는 기존의 국제적인 교류 없이 단독으로 기술 사업을 재건하려는 러시아의 움직임이 소련 시대로 후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 러시아는 진정으로 홀로서기를 하기보다는 칩 밀수업자와 중국 같은 협력국에 의존할 가능성이 더 크다. 푸아티에는 “러시아에는 더 이상 지식이 없다. 그곳에는 인적 자본이 없다”고 지적한다.

스콜코보의 쇠퇴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어지기 훨씬 이전에 러시아 정부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통해 자국의 기술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러시아 정부가 현재 해산을 고려하고 있는 국영 나노테크 기업 로스나노(Rosnano)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는 러시아에 실리콘밸리를 구축하려는 시도였던 첨단 기술의 중심지 스콜코보(Skolkovo) 조성이었다.

벤처캐피털 투자자이자 기술 산업 웹사이트 이스트웨스트 디지털뉴스(East-West Digital News)의 공동 창업자 아드리엔 헨니(Adrien Henni)는 전쟁 이전에도 러시아에서는 기술 관련 벤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한다. 헨니는 “몇 가지 칭찬할 만한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부패와 비효율이 그러한 노력의 걸림돌이 되었다,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부패와 비효율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정권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View of a facade of the Skolkovo Technopark and Skolkovo innovation center in Moscow city, Russia
ALAMY

2010년에 시작된 스콜코보는 당시 러시아의 대통령으로 젊고, 디지털에 정통하며, 서구 지향적인 기술 관료의 이미지를 투영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가 개시한 현대화 프로그램의 하나였다. 크렘린궁에서 차로 30분도 걸리지 않는 모스크바 남서쪽에 위치한 스콜코보는 세계 어느 곳에나 있는 세련된 기술 단지처럼 보인다. 스콜코보의 목표는 보조금과 교육,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여 이곳을 러시아 기술 기업가들을 위한 출발점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빠르게 습득해야 했다. 스콜텍(Skoltech)이라고 알려진 스콜코보 과학기술연구소(Skolkovo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의 커뮤니케이션 및 커뮤니티 개발 부학장 알렉세이 시트니코프(Alexey Sitnikov)는 “러시아 말에는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도 서구의 기술 임원들과 벤처 투자가들은 러시아의 요청에 응했다. 구글, 인텔(Intel), 노키아, 지멘스(Siemens)의 수장들이 스콜코보의 자문회와 이사회에 동참했다. MIT는 스콜텍 설립을 돕기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하여 논란을 일으키며 FBI의 관심을 끌었다. (MIT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022년 2월에 스콜텍과의 관계를 종료했다.)

메드베데프의 곁에는 러시아의 하원인 국가두마(State Duma)의 야당 의원이자 스콜코보 재단(Skolkovo Foundation)의 빅토르 벡셀베르크(Viktor Vekselberg) 회장의 고문인 일리야 포노마레프(Ilya Ponomarev)가 있었다. 그는 전국에 기술 단지 설립을 주도하는 임무를 맡았다.

포노마레프는 “스콜코보는 기술 단지를 설립하려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했고, 그 네트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포노마레프는 스콜코보에서 오래 머물지 못했다. 스콜코보 출범 다음 해인 2011년, 그는 러시아 반정부 시위 지도자 중 한 명이 되었고, 곧 스콜코보의 자금을 유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4년 후, 그가 크림반도 합병에 반대한 유일한 하원 의원이 되자 러시아 정부는 그를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포노마레프는 은행 계좌 접근이 막힌 채로 미국에 발이 묶였고 러시아로의 재입국도 금지됐다. 그는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가 정치적이라고 주장한다. 2019년 그는 우크라이나 시민이 되었고, 이제는 필요하다면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푸틴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러시아인들을 결집하고 있다. 포노마레프는 그와 동료들이 스콜코보와 더 넓은 기업가 생태계 구축을 위해 했던 일은 모두 ‘헛된 일’이 되었다고 말한다.

Ilya Ponomarev surrounded by the media
전임 러시아 하원 의원이었던 일리야 포노마레프는 2019년 우크라이나 시민이 되었고, 이제는 필요하다면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푸틴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러시아인들을 결집하고 있다.
OLEKSII CHUMACHENKO / SOPA IMAGES/SIPA USA VIA AP IMAGES

포노마레프는 “기업 운영이나 벤처캐피털과 연결된 모든 것에는 수많은 국제적인 활동과 참여가 필요하며, 이는 한 국가로 제한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러시아에서 일어난 일이다”라고 말한다.

스콜코보는 성공적인 러시아 스타트업을 점점 더 많이 유치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해외의 많은 협력자들이 스콜코보를 포기했다. 더 중요한 것은 외국 벤처 자본이 접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에 러시아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는 57% 감소하여 11억 달러까지 줄어들었다.

12월에 메드베데프는 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고려하여 “스콜코보의 활동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콜코보는 이제 러시아 기술 산업을 자급자족하게 하기 위해 정부 기금의 일부를 나누고 있다. 2023년 2월에 스콜코보는 미국의 제재를 받았다. 시트니코프를 비롯하여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 IT 협회 시브아카뎀소프트(SibAcademSoft)의 이사회 회장 이리나 트라비나(Irina Travina) 같은 러시아 기술업계의 다른 리더들은 러시아 기업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중동 등 나토(NATO) 외부에 있는 다른 시장과의 협력을 통해 러시아에서 계속해서 번창하리라고 믿고 있다.

불확실한 귀환

그러나 러시아 기술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전쟁의 시작부터 러시아는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 경쟁업체에 자산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기까지 하면서 시장에서 서둘러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인수합병이 일어나는 모습을 목격해 왔다. 그렇게 매각된 자산 중 하나는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세계에서 가장 큰 안내 광고 사이트 아비토(Avito)였다. 2022년 10월, 아비토를 보유하고 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다국적 기업 내스퍼스(Naspers)의 자회사는 러시아에서 떠나기 위해 아비토를 추정 가치 60억 달러보다 훨씬 낮은 24억 6,000만 달러에 매각했다. 이 자회사는 VK의 지분도 매각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염가 판매로 기술 산업에 대한 더 큰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22년 러시아 경제는 얀덱스를 포함한 일부 기술 기업들이 경쟁업체의 이탈로 이익을 얻으면서 예상보다 상황이 더 좋았다. 그러나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 이야기를 나눈 경제학자, 기술 기업가, IT 종사자들 대부분은 이러한 이익이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끝이 보이지 않으며, 러시아인의 4분의 3은 여전히 전쟁을 지지한다고 말한다.

한 가지 우려는 러시아의 현재 디지털 산업을 유지할 정도로 러시아의 이용자 수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우려는 많은 기술업계 종사자들이 카자흐스탄, 조지아, 아르메니아, 튀르키예 등 다른 국가로 떠났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들이 러시아로 돌아오도록 설득하려고 한다. 11월에 뉴욕의 타임스스퀘어(Times Square)의 광고판에는 밝고 푸른 하늘을 나는 비행기 모습과 함께 러시아어로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다!”라는 메시지가 광고됐다.

이 광고는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에 있는 알라부가(Alabuga) 경제특구에 기술 인력을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IT 종사자들이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이미 전쟁 이전에도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전쟁 이전인 2021년 말 가트너(Gartner)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2025년까지 러시아에서 숙련된 디지털 인력 부족이 50% 증가하여 최대 1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aerial view of Alabuga special economic zone in 2017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알라부가 경제특구는 기업과 개발자들을 위한 인프라와 세금 혜택을 제공해왔다.
ALABUGA.RU

인력을 유지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부는 9월에 기술 산업을 지원하고 러시아에 IT 전문 인력을 머물게 하기 위해 고안된 215억 루블 상당의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삭감했다고 발표했다.

억만장자 기술업계 투자자 유리 밀너(Yuri Milner)와 온라인 은행 틴코프(Tinkoff)의 설립자 올레그 틴코프(Oleg Tinkov) 등 몇몇 유명 인사들은 전쟁 이후 러시아 시민권을 포기했다. 다른 많은 사람은 목소리를 높였을 때 초래될 수 있는 잠재적인 결과가 두려워서 침묵을 지켰다.

디우자르덴은 현재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살고 있다. 세르비아는 우호적인 비자 조건 덕분에 많은 러시아 IT 종사자들이 이주한 곳이다. 그녀는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로 8시간 거리에 있는 러시아 북동부의 자신의 고향 마가단에 언제 다시 방문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를 떠난 그녀의 친구들 대부분은 러시아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그녀는 말한다.

디우자르덴은 “나는 러시아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러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나는 푸틴이 대통령인 나라에 살고 싶지 않다. 그리고 전쟁을 시작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도 않다”고 강조한다.

이 글을 쓴 마샤 보라크(Masha Borak)는 기술과 정치, 산업, 사회의 교차점을 취재하는 프리랜서 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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