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udi Arabia plans to spend $1 billion a year discovering treatments to slow aging

인구 고령화를 막아라…사우디의 특별한 투자 계획

인구고령화가 가속화될 것이 염려된 사우디아라비아가 노화 속도를 늦추는 약물에 투자해서 인구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첫 번째 투자 대상은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이 될 것이다.

가진 돈이 너무 많아서 그 돈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지경에 이른 사람이라면 누구든 결국에는 노화를 치료하려고 시도한다. 구글의 설립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도 그랬고,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도 그랬다. 그리고 기술 억만장자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과 피터 틸(Peter Thiel)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이들의 재산을 모두 합친 것만큼 엄청난 재산을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이 이들과 같은 일을 시도하려고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는 헤볼루션재단(Hevolution Foundation, 이하 ‘헤볼루션’)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했으며, 이 단체를 통해 노화의 생물학에 관한 기초 연구를 지원하고 사람들이 건강한 상태로 더 오랫동안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1년에 최대 10억 달러를 사용할 계획이다.

이 계획을 실행한다면 사우디 왕가는 노화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약물로 노화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의 가장 큰 단일 후원자가 될 것이다.

헤볼루션은 아직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단의 활동 범위는 이미 과학 회의에서 윤곽이 드러났으며 노화 방지 약물에 관한 대규모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노화 연구자들 사이에서 재단 관련 이야기는 이미 관심 있는 대화 주제가 되었다.

이번 연구 기금은 전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내분비학자이자 펩시코(PepsiCo)의 최고 과학자였던 메흐무드 칸(Mehmood Khan)이 관리한다. 칸은 인터뷰에서 “우리의 주요 목표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며, “지구상에 이보다 더 큰 의학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MS TECH / GETTY

노화를 연구하는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생각은 우리가 신체의 노화 과정을 늦출 수 있으면 다양한 질병의 발병도 늦출 수 있고 나이를 먹으면서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기간도 늘릴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칸은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기금이 노화의 원인에 관한 기초 과학 연구를 위한 연구비로 지원될 것이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가서 “특허가 만료됐거나 상용화된 적 없는 치료법”의 임상 연구를 비롯한 약물 연구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칸은 이 기금으로 연간 최대 10억 달러까지 무기한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금융 지분을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에서 노화 생물학에 관한 기초 연구를 지원하는 부서는 1년에 약 3억 2,500만 달러를 사용한다.

헤볼루션은 어떤 프로젝트를 지원할지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헤볼루션에 정통한 사람들은 재단이 노화 역전(age reversal) 기술을 위해 1억 달러의 엑스프라이즈(X Prize) 기금 마련을 검토했으며 수천 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metformin)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데 연구비를 지원하기 위한 예비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TAME(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 메트포르민 노화 표적화)’이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이 임상 연구는 인간의 노화를 지연시키는 최초의 주요 약물 테스트로 홍보됐지만, 아무도 연구비를 기꺼이 지원하려고 하지 않아서 수년 동안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뉴욕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Albert Einstein School of Medicine)의 연구원으로서 TAME 임상 연구를 구상했던 니르 바르질라이(Nir Barzilai)는 이번 4월 런던에서 청중에게 헤볼루션이 연구비의 1/3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협의가 이루어진다면 이 연구비 지원은 ‘제로사이언스(geroscience) 가설’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가 될 것이다. 제로사이언스 가설이란 일부 약물이 세포 내부의 기본적인 노화 과정을 변화시켜서 암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수많은 질병의 발병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아직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다.

‘노화과학’이라고도 불리는 ‘제로사이언스’라는 용어는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의 노화 생물학 부서의 이전 부서장이었고 최근에는 헤볼루션의 최고과학책임자(CSO)로 고용된 펠리페 시에라(Felipe Sierra) 덕분에 대중화되었다. 시에라는 이메일을 통한 코멘트 요청을 거절했지만, 그는 이전에 제로사이언스를 설명하며 “노화란 단연코 모든 만성 질환의 주요 위험 요소”라는 주장을 언급한 바 있다.

빠른 노화

사우디 정부가 노화 연구에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노화로 인한 질병들이 국가의 미래에 위협이 된다는 믿음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헤볼루션이 준비하고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검토한 자료에 따르면 걸프 국가들에 사는 사람들이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으로 더 빠르게 노화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풍부한 식단과 지나치게 적은 운동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풍요의 질병들’로 고통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구는 중위 연령이 약 31세일 정도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지만 비만과 당뇨병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9년 사우디 의학 저널(Saudi Medical Journal)에 발표된 연구에서 사우디 공중보건 관계자들은 국가의 번영이 “예방과 통제 프로그램을 수립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헤볼루션은 2018년 12월 국왕의 명령에 따라 허가를 받았으며 재단의 회장은 사우디 왕세자이자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검토한 헤볼루션의 홍보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계 영국인 사업가 예브게니 레베데프(Evgeny Lebedev), 미국의 억만장자 론 버클(Ron Burkle), 다우케미칼(Dow Chemical)의 전 CEO 앤드루 리버리스(Andrew Liveris)도 이사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왕이 명령을 내린 시기를 보면 재단의 설립 배경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빈 살만의 평판을 회복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빈 살만의 평판은 2018년 10월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 기자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가 암살단에 의해 살해된 사건으로 크게 손상됐다. 미국은 이 사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자를 지목했다.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조 바이든(Joe Biden)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며 그들을 버림받은 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우디 왕가의 행보를 보면 미국 연구기관들은 칸의 팀이 설립 중인 미국의 비영리법인을 통해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헤볼루션의 연구 지원금을 받아야 할지 고심해야 할 것이다.

유명한 기술 대회를 주관하는 엑스프라이즈재단(X Prize Foundation)의 회장 피터 디아만디스(Peter Diamandis)는 여러 연구팀이 동물의 노화를 되돌리기 위해 경쟁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1억 달러 규모의 노화 역전 상금을 헤볼루션이 후원할 수 있는지 알아본 것이 사실이라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논의는 더 진전되지 않았다. 엑스프라이즈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엑스프라이즈가 다른 자금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연구비를 지원받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곳은 바르질라이를 포함한 제로사이언스 연구자들을 대표하는 비영리단체 미국 노화연구연맹(American Federation for Aging Research)으로, 이곳은 수년 동안 TAME 임상 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5,500만 달러를 모금하려고 노력해왔다.

연맹의 전무 스테파니 레더만(Stephanie Lederman)은 “이사회는 미국 전역에 사우디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많은 기관들이 있음을 발견했고 우리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는 처음에는 과학자들, 나중에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까지 수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기회이고, 연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뇨병 약

8년 전 바르질라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ood & Drug Administration)을 설득하여 최초의 연구를 허가받는 데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노화 자체는 쉽게 측정될 수 없고 규제당국은 노화를 질병으로 인식하지도 않기 때문에 TAME 임상 시험의 목표는 노화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메트포르민 복용이 노화 관련 질병 발병을 늦출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미국 내 16개 센터에 65세를 넘긴 노인 3,500명을 등록시키고 5~6년 후에 그들이 메트포르민을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장병, 치매, 암 발병률이 더 낮은지 알아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메트포르민은 오래된 약이지만 영국의 의료 기록에 대한 대규모 연구에서 이 약을 복용한 당뇨병 환자들이 예상보다 오래 살 뿐만 아니라 심지어 건강한 사람들보다도 더 오래 산다는 것이 밝혀지며 관심을 끌었다.

범용 노화 방지 약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거론되는 다른 약으로는 실험실 쥐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애완견을 대상으로도 테스트된 적 있는 면역 억제제 라파마이신(rapamycin) 등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간의 노화를 지연시키는 것으로 증명된 약은 없으며 일부 초기 실험들은 제대로 진행되지도 못했다. 2019년 사람을 대상으로 한 라파마이신 테스트는 약이 호흡기 감염에 대한 노인들의 저항력을 향상시키지 못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메트포르민이 효과가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올해 발표된 당뇨병 환자에 대한 어떤 장기 연구는 메트포르민이 심장 질환에 대한 보호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메트포르민이 노화를 늦추지는 못하더라도 임상 시험은 다른 제로사이언스 약물들도 인간 임상 시험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길을 개척할 수 있다. 레더만은 사우디의 연구비가 들어오면 임상 시험이 마침내 진행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연구비 지원을 받기가 이렇게 어려웠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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