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 교통 문제 해결하려면? 공해(公海)에 주목하라
스페이스X(SpaceX)의 스타링크(Starlink)나 원웹(OneWeb)처럼 인공위성을 대량으로 쏘아 올리는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천문학회(American Astronomical Society)는 2030년까지 지구를 공전하는 인공위성 수가 10만 개 이상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한다. 10만 개라는 숫자는 우리가 추적할 수 있는 수준을 압도하는 엄청난 규모다. 전문가들은 우주 교통을 관리하고 인공위성이 충돌하여 재앙이 닥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금보다 나은 체계가 필요하다고 계속해서 촉구해왔으나, 세계 최대 우주 강국들은 여전히 늑장을 부리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 위험할 정도로 서로 가까이 접근하는 인공위성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항공우주 정책 솔루션(Aerospace Policy Solutions)’의 이사이자 미 버몬트주 노스필드의 노리치대학교(Norwich University) 겸임교수인 루스 스틸웰(Ruth Stilwell)은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들의 움직임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한 가지 제안한다. 그것은 바로, 바다를 항해하는 수많은 선박을 위한 행동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수백 년 동안 다듬고 발전시킨 해상법과 해상 정책을 참조하는 것이다.
Q) 일단 시작에 앞서 우주 교통관제 및 우주 상황 인식과 관련하여 현재 전반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줄 수 있는가? 현재 전 세계가 그런 것들을 얼마나 잘 해내고 있다고 평가하는가?
A) ‘우주 교통관제(Space traffic management)’는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분야이다. 우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므로, 이 단계에서 국제사회가 논의하는 부분은 행동 규범과 기준을 마련하고 정비하는 것이다.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의 움직임을 관리하는 우주 교통관제의 근본적인 목적은 우주에서의 충돌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다. 충돌 사고가 일어나면 필연적으로 파편이나 잔해가 생성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것들은 우주공간을 오염시키고, 미래에 발사될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에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따라서 충돌 사고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충돌 사고는 인공위성에도 피해를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주 환경에도 피해를 준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2009년에 있었던 미국 인공위성 이리듐(Iridium)과 러시아 인공위성 코스모스(Cosmos)의 충돌 사고를 평가하면서 매우 분명하게 확인한 바 있다.
‘우주 상황 인식(Space situational awareness)’은 이와는 다른 영역이다. 이 분야는 데이터 제공과 관계가 있다. 전 세계의 국가와 기업들은 그러한 파편이나 잔해 같은 우주쓰레기와 인공위성이 어느 궤도에 있는지 파악하여 정보를 공유한다. 지난 50년 동안 우주쓰레기를 피할 수 있도록 우주쓰레기의 위치 정보를 공유하는 것 외에는 대단히 많은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지구 궤도 영역이 우주쓰레기로 인해 점점 더 혼잡해지면서, 이제는 단순히 ‘우주쓰레기를 어떻게 피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뛰어넘어 ‘궤도에 있는 다른 인공위성 관리자와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중요해졌다. 궤도 조정이 가능한 두 개의 인공위성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로 이동하려고 할 때, 우주 상황 인식보다는 우주 교통관제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Q) 그런 상황에서 두 물체 사이에 충돌 가능성이 있을 때,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어떤 절차가 준비되어 있는가? 가능하다면 간단한 설명을 부탁한다.
A) 나는 모든 단계를 포괄하는 절차를 보여주는 권위 있는 참고자료를 찾으려고 탐색해왔다. 내가 “이 자료를 참고하면 물체 간의 근접 접근을 감지한 순간부터 인공위성의 궤도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알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일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인공위성을 운용하는 주체마다 가지고 있는 내부 절차가 다르며, 그런 절차를 다른 곳과 공유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미국 우주군(US Space Force)의 제18 우주통제비행대(18th Space Control Command Squadron)는 지속적으로 하늘을 관찰하며 8시간마다 상황을 재평가하고 있다. 그들은 근접 접근 가능성을 감지하면, 해당 인공위성을 소유한 관리자에게 접근 경보를 발령한다. 그러면 상황에 대한 결정권은 관리자 손에 넘어가고, 제18 비행대는 계속 상황을 추적한다. 우주공간에서 물체의 위치를 추정하는 것은 그 물체의 종류와 모양, 그리고 그 물체가 주변을 둘러싼 대기권에 반응을 보이는 방식 등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만약 관리자가 고의로 물체를 움직이려고 한다면, 그것 역시 관측 결과를 달라지게 할 것이다.
Q) 당신은 항공 교통관제도 특히 충돌 사고 방지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우주 교통관제와 유사하게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참고하기에 부적절한 모델이며, 해상법이 더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고 주장해왔다.
A) 전 세계의 모든 국제 공역은 항공 교통관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국가 간 경계선과 상관없이 각국이 관제하는 영역이 따로 지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805만㎢에 달하는 영공을 관제하지만, 국제 공역에서는 약 3,862만㎢를 관제한다. 미국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에 의해 해당 영공에서 항공 교통관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적인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우주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고, 공해(公海)도 마찬가지다. 공해에 존재하는 것은 상호 동의를 기반으로 한 행동 규칙과 각 선박에 대한 권한뿐이다. 따라서 선박에는 선박이 속한 국가의 깃발이 달려있다. 공해에는 작업을 해도 되는지 허가하는 기관이나 기구가 없다. 모든 사람은 공유된 자원인 공해에 접근할 수 있으며, 공해 자유의 원칙에는 항해의 자유, 공해 상공 비행의 자유, 해저 케이블 부설의 자유, 어업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해상법에 따라 합의한 범위 내에서 공해에서 상업 활동을 수행할 자유도 있다. 이런 면에서 공해는 역사적으로 수송만을 위해 사용된 공역과는 다르다.
공해처럼 지구 궤도 영역도 전적으로 수송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지구 궤도 영역에서도 통신이나 원격 탐사와 같은 상업 활동이 일어난다.
물론 해상법은 공해에서의 충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S: International Regulations for Preventing Collisions at Sea)은 두 선박이 정면충돌할 상황에 처한 경우에 해야 할 일을 명시한다. 어느 쪽이 경로 조정에 우선권이 있는지, 좁은 수로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다. 해상법에는 이런 종류의 원칙들이 매우 분명하게 정해져 있고, 이러한 원칙은 우리가 우주공간에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 공해에서의 상황과 우주에서의 상황에는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공법을 우주에 적용한다면, 둥근 구멍에 네모난 못을 억지로 끼워 넣는 것처럼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많을 것이다.
Q) 우주법을 제정할 때 해상법을 참조하자는 생각에 반발이나 반대하는 의견은 없는가? 이러한 생각에 관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는가?
A) 내가 느끼기에는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다양한 논의는 존재한다. 우리의 행동 권한을 어떤 사람이나 어떤 하나의 단체가 결정하게 하는 것은 우주공간의 본질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항공 교통처럼 우주 교통관제 시스템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우주 교통은 단순한 안전 문제가 아니라 외교 문제이며 경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주 교통관제 권한을 하나의 규제 기관에 주는 것은 이러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제18 우주통제비행대의 사례처럼 쉬운 해결법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견에 의구심을 가진 국가들도 있다. 또한 기밀 데이터 문제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신뢰와 관련한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신뢰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있다면 그곳에 권한을 맡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신뢰받는 국제기구는 존재하지 않으며, 신뢰라는 것은 시간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보를 공유하고 신뢰할 방법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는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신뢰할 수 있는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할 방식으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상 정보 입력자가 누구인지, 그 사람이 합법적인 참여자인지, 그리고 해당 정보가 제삼자에 의해 수정되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우주는 종종 미 서부개척시대의 서부지역과 비슷한 곳으로 묘사된다. 법도 규정도 없으며,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공간으로. 애초에 규칙을 설정하기 위한 어떤 방법도 정해져 있지 않은 우주에서 우주 교통관제 같은 시스템을 어떻게 수립할 수 있을까?
A) 일단 우주는 그런 서부지역과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1967년에 만들어진 ‘우주 조약(Outer Space Treaty)’에 따라 각국에는 자신들이 발사를 허가한 물체를 감독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우주를 규제가 아예 없는 무법 지대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계속 감독한다는 것이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에 관해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이리듐과 코스모스의 충돌 사고는 경종을 울렸다. 사고 이후에 우주에 남아있는 거대한 물체를 처리하기 위한 ‘궤도상 서비스 기술(On-orbit servicing technology)’ 개발과 더 나은 우주 상황 인식 정보를 확보할 목적으로 우주쓰레기를 감지하는 상업적 센서 네트워크 개발 등 다양한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활동에서 다음 기폭제가 될 것은 인공위성 대량 발사로 만들어지는 ‘초대형 인공 별자리(megaconstellation)’라고 생각한다. 인공위성이 늘어나면서 현재 궤도 조정이 가능한 두 인공위성 사이에서 충돌 경보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는 규칙을 설정하고 나면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충돌 경보가 증가하면서 우주 교통관제 시스템에 관한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자본주의도 우주법 제정에 관한 동기를 효과적으로 부여할 것이다. 어떤 인기 있는 궤도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 그러한 궤도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