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Porter, Four-Footed Robot is coming

어디든 따라오는 ‘슈퍼 짐꾼’, ‘네발 로봇’이 온다

스팟은 마치 강아지처럼 걸어 다니는 ‘네발 로봇(4족 보행 로봇)’이다. 크기도 중형견과 비슷해 ‘로봇 개’라고 불린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나와 인간이 작업하기엔 위험이 따르는 곳이다. 그동안은 안전장비를 갖춘 사람이 맡아왔던 이 작업에 로봇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이 만든 ‘스팟(SPOT)’이 사람 대신 제철소 고로를 점검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팟은 마치 강아지처럼 걸어 다니는 ‘네발 로봇(4족 보행 로봇)’이다. 크기도 중형견과 비슷해 ‘로봇 개’라고 불린다.

스팟이 광양제철소에서 맡은 일은 송풍구의 적열 상태, 가스유출, 냉각수 누수 여부 등을 점검하는 것. 44개 송풍구 점검에 40분이면 충분해 사람 못지않은 작업 속도를 자랑한다. 점검을 마친 스팟은 충전장치 쪽으로 자동으로 걸어간 다음,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동시에 수집한 데이터를 전송한다. 포스코 측은 5월 18일 열린 ‘산업 안전을 위한 디지털 혁신’ -중대재해처벌법, AI로 돌파한다’ 행사에서 스팟의 활용을 안전 관리 사례로 소개하면서 “현재 스폿 활용에 관한 기술검증(PoC)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면서 “효용이 입증되면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상용화 단계, 새롭게 주목받는 네발 로봇

최근 네발 로봇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던 네발 로봇을 산업현장에 도입하려는 기업이 앞다퉈 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서두르는 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모회사인 현대차다. 현대차는 2021년 9월부터 스팟을 기아 오토랜드 광명 공장 산업현장에 투입한 이후 여러 기업 사이에서 ‘네발 로봇 도입’이 줄을 잇고 있다. 기아 광명공장에 스팟을 투입한 것은 2021년 초 현대차 공장에서 협력업체 사고로 직원이 숨진 것이 계기가 됐다. 로봇 산업에 대한 현대차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현대차는 5월 진행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일정 때 그와의 면담 자리에서 로봇기술 관련 산업에 추가로 50억 달러(약 6조3000억 원)를 미국에 투자한다고 밝혀 주목받기도 했다. 전날 자동차 관련 산업에 5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바로 다음 날 연이어 추가 발표를 진행한 것이다.

현대차와 한 식구인 현대건설도 빠르게 스팟을 도입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현장에 스팟을 투입키로 하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공장에 안전관리에 스팟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5월 중순 현재 업계 소식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현대차로부터 스팟을 도입한 후 ‘가온(GAON)’이라는 이름을 따로 붙여 활용할 예정이다. 스팟에 현대 로보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를 얹을 계획이다. 이 밖에도 스팟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희망하는 기업은 적지 않다. GS건설은 스팟을 각종 공사 현장에서 공사 품질을 관리하는 감리 로봇으로 쓰고 있다. 한라그룹, 중흥건설도 스팟을 건설 현장에 안전 요원으로 투입키로 결정했다. 롯데건설은 스팟을 3D 데이터 취득용으로 스팟을 건설 현장에서 쓰고 있다.

네발 로봇이 처음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오래된 일이다. 왜 최근 들어서야 갑자기 이런 붐이 일고 있을까. 이는 과거 실험실 수준에서 연구가 이뤄지던 것을 넘어 이제는 본격적으로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현재 네발 로봇 중 선두에 있는 것은 단연 스팟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연구용 네발 로봇을 꾸준히 개발, 발표하며 장기간 네발 로봇 기술을 가다듬어 왔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최초의 고성능 네발 로봇 ‘빅독’은 미국 해병대 전투연구소(MCW Lab)의 의뢰를 받아 2003년부터 시작했으니 이미 20년 가까이 네발 로봇을 연구해 왔다. 빅독 이후 LS3, 와일드캣 등 여러 종류의 연구용 로봇을 거쳐 최종적으로 상용화 된 모델이 스팟이다.

스팟이 상업용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8월부터. 리스 형태로 고객사에 스팟을 공급하기 시작했는데, 계단을 포함해 대단히 복잡한 험지도 문제없이 돌파할 수 있는 이동 능력, 360도 장애물 회피, 내비게이션, 원격 제어 시스템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 대단히 큰 주목을 받았다. 방수·방진 기능도 갖추고 있고, 영하 20도, 영상 45도까지 견뎌내기 때문에. 즉 계절과 관계없이, 실내, 외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저택이나 공공시설물의 순찰 및 경비 등 다양한 업무에 쓸 수 있다. 필요하다면 여러 종류의 센서를 추가해 가스, 독극물 등의 유출 감지 같은 특수임무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기업이 스팟을 앞다퉈 안전관리 요원으로 채용한 까닭도 이런 장점 때문이다.

물론 네발 로봇이 스팟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주위에서 이런 실용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5월 17일 중국 언론 ‘중국로봇망’에 따르면 최근 중국 국무원 지진구호 본부 사무실, 응급관리부, 간쑤성 정부는 간쑤(甘肃)성 장예시 등 고원 및 고산 지역에서 ‘응급 사명 2022’ 지진 및 재난 구호 훈련을 공동으로 개최했는데, 이 훈련에 중국 딥로보틱스가 개발한 네발 로봇 ‘줴잉(绝影) X20’ 훈련에 투입됐다. 줴잉 X20은 현장의 온도, 복사열 강도 등을 측정하고 장애물을 탐지하며 구조대와 협력해 매몰된 인원을 수색할 수 있다. 또 가스 센서를 장착해 현장의 유독 가스를 감지하고 후방 시스템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작업 역시 수행이 가능하다. 네발 로봇이 지진 재해 구호 훈련에 참가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재난 현장은 유독가스, 산소 결핍, 짙은 연기 등 위험이 산재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문제를 로봇으로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중국 ‘푸두 로보틱스’는 5월 배달용 네발 로봇 ‘D1’을 출시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네발 로봇 개발 경쟁 역시 거세다. 이탈리아기술연구소(IIT)는 2020년 3t짜리 비행기를 끌고 갈 수 있는 네발 로봇 ‘하이큐리얼(HyQReal)’을 개발해 선보였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urich)은 ‘애니멀(AnyMal)’이라는 이름의 네발 로봇을 개발 중이다. 올해 초에는 이 로봇을 이용해 해발 1098m의 에첼산을 31분간 하이킹하면서 수직 거리 120m 정도를 오르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는 김상배 MIT 교수(네이버랩스 고문)팀이 개발한 ‘치타’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소형이지만 공중으로 뛰어올라 공중제비를 돌 수 있을 정도로 운동능력이 뛰어나다. 국내에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진풍’이 유명하다. 스키장의 최상급자 코스에 해당하는 35도 경사길을 걸어서 올라갈 수 있으며, 걷고 있는 도중 옆에서 사람이 걷어차도 중심을 회복할 수 있다. 국민대 조백규 교수팀도 소형 네발 로봇 ‘퐁봇’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 한국형 인간형 로봇 ‘휴보’ 개발자인 KAIST 오준호 석좌교수도 최근 유압식 4족보행 로봇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걷는다는 장점, 네발 로봇은 그 정점

로봇이 땅 위를 이동하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바퀴나 궤도를 이용해 굴러가거나, 발을 이용해 걸어가는 것이다. 굴러다니는 로봇은 안정적이고, 보행 로봇에 비해 빠르게 개발할 수 있고, 나름대로 응용성이 뛰어나다. 특별한 설계를 덧붙인다면 어느 정도의 험지 역시 이동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보행 로봇은 만들기가 까다롭다. 사람을 비롯해 모든 동물은 주변 상황을 계속해서 파악하고 여기에 대응한다. 단순히 걸어가기만 하는 간단한 일을 할 때도 신경계가 끊임없이 일한다. 얼핏 보기에 평평한 도로 같아도 미세한 경사가 있고, 작은 도로의 틈새,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돌조각 등 수없이 많은 변수가 계속해서 튀어나온다. 즉 로봇의 완전한 보행능력이란 고도의 판단 능력 위에 성립한다. 중심을 잡기 쉬운 ‘바퀴형 로봇’이 보행 로봇보다 먼저 실용화될 수 있었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걷는다’는 장점은 특별한 것이다. 바닥에 짐이 널려 있는 산업현장, 복잡한 지형을 극복하고 이동하려면 걷는 것 이외의 방법을 생각하기 어렵다. 이런 난제를 극복하고 최근에는 보행 로봇이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군사, 산업현장 등 다양한 분야에 점점 더 많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걷는 로봇이라고 하면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 즉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꼽을 수 있지만, 이는 구조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이동수단이다. 그러니 로봇공학자들은 네발 로봇에 눈을 돌렸다.

그런데, 왜 하필 네발 로봇이 주목을 받을까. 두 발보다 네 발이 유리하다면, 발이 여섯 개, 여덟 개라면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단순히 ‘안정성’만 생각한다면 다리 숫자가 많을수록 유리한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다리 숫자가 많아질수록 로봇은 더 크고, 무거워진다. 다리가 여섯 개가 넘어갈 때부터 안정성이 더 높아지는 대신 행동이 굼떠지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사람이나 원숭이 등 영장류 동물이 두 발로 걷는 이유는 두 손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그 이외에 거의 모든 육상동물은 네 개의 발을 갖고 있다. 네 발이 달린 동물이 가장 보행능력이 좋으므로 자연스럽게 그런 형태로 진화해 온 것이다.

곤충 종류를 제외한다면, 다리가 네 개 이상 달린 동물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이런 형태는 물속에서 걸어 다니는 동물, 이른바 게나 가제 등의 ‘갑각류’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대부분 다리가 6~8개 정도이다. 바닷속에서 해류와 모래, 뻘을 딛고도 안정적으로 걷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대신 아무래도 육지의 동물에 비해 보행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세상엔 다리가 여섯 개 달린 로봇도 존재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개발한 수중로봇 ‘크랩스터’다. 이 역시 깊은 물 속에서 거센 보니 재빠른 운동능력을 포기하고, 안정성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특수한 경우를 빼면 다리가 여섯 개 이상인 경우는 육상동물 중에서도, 또 로봇 중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크랩스터의 보행 이동속도는 초속 0.25m. 시간당 900m정도로 볼 수 있다. 스팟의 이동속도는 시간당 4.8㎞ 정도이니,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네발 로봇 개발이 어려웠던 이유

네발 로봇은 언제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걸까. 최초의 네발 로봇이 개발된 건 1965년이다. 미국 제네럴일레트로닉스(GE)사가 미군의 주문을 받아 개발한 ‘워킹트럭’이 시초이다. 당시 기술로 개발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사람이 안에 들어가 조종하는 방식인데, 조종하는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 제법 험한 길도 돌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대형인 데다 사람이 직접 조종해야만 한다는 점, 발을 하나하나 조종하는 식이다 보니 대단히 동작이 굼뜨다는 점, 유압식 구동장치로 높은 힘을 내기 위해 막대한 연료를 소모하는 점 등이 문제가 돼 양산에 이르지는 못했다.

자율적으로 걸어 다니는 네발 로봇은 그 후 약 40여 년이 흘러 다시금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타고 하나하나 조종하는 게 아니라, 로봇이 발걸음을 자동으로 옮기도록 하고 사람은 ‘이쪽으로 움직여라’는 정도의 간단한 명령만 하는 식이다.

네발 로봇은 개발 초창기에 “휴머노이드 로봇보다 도리어 개발하기에 훨씬 더 까다롭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까닭은 보행 패턴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네발 동물이 사람이나 영장류보다 이동속도가 빠르고 더 안정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그만큼 보행 패턴이 다양해 복잡하게 변화하는 주위 환경에 즉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행 패턴이 다양하다는 이야기는, 그 패턴이 바뀔 때마다 기계적으로 균형을 잡는 방법도 달라진다는 뜻. 즉 개발자 관점에선 두발 로봇보다 훨씬 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뜻도 된다.

두발 로봇은 보통 ‘한 발 안정화’라는 기술로 균형을 잡는다. 한 발을 들어 올리면 땅을 딛고 있는 서 있는 발은 하나뿐이다. 이 발로 오뚝이처럼 중심을 잡고 서 있는 사이에, 반대쪽 발을 앞으로 옮기는 식이다. 이 경우 보행 패턴은 걷거나, 혹은 뛰거나, 둘 중 하나다.

네발 로봇은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할 수 없다. 대신 보행 패턴에 따라 다양한 중심 잡는 방법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 우선 승마에서 흔히 말하는 ‘평보’ 방식이 기본이다. 세 다리를 땅에 붙이고, 한 발씩 차례로 움직여 천천히 걷는 방법이다. 4개의 다리 중 하나를 들면, 땅을 지지하고 있는 다리는 3개인데, 이 3개가 땅을 짚고 있는 위치를 머릿속에서 선으로 연결해 보자. 중심을 잡기 쉬운 형태가 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한 발을 들고 있을 때, 다른 3개의 다리가 서로 협력(?)해 계속 중심을 잡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계에게 이런 일을 시키면서 계속 중심까지 잡도록 만드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뒷다리와 앞다리를 엇갈려 내밀면서 빠르게 걷는 ‘속보’부터는 균형과 힘의 분산이 더욱더 쉽지 않다. 몸통 아래로 땅을 딛고 있는 두 다리로만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고난도의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더구나 뒷다리로 땅을 차면서 계속해서 공중에 떠 있는 달리기 상태인 ‘구보’나 ‘습보’는 가장 구현하기 힘든 기술로 꼽힌다.

그러나 지금은 발전된 기계기술 덕분이 이런 운동패턴을 대부분 분석해 내기 이르렀고, 다행히 인간형 로봇보다도 훨씬 빠르게 보행능력이 높아지고 있다. 무선조종으로 ‘어디까지 이동하라’고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주변 지형에 맞춰 자동으로 보행 패턴을 선택하고 걸어간다. 구보나 속보, 습보 등 다양한 보행패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로봇도 나와 있다.

네발 로봇, 얼마나 쓸모 있을까

네발 로봇의 첫 번째 가치는 ‘짐꾼’이다. 당나귀나 노새처럼 사람이 짐을 싣고 어디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퀴가 없으니 사람이 걸어서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자동차 등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극한의 성능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히말라야 등반에 짐을 지고 따라올 수 있는 로봇은 네발 로봇 이외의 대안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일상에서도 의미가 크다. 소형 네발 로봇은 도심용으로도 사용하기 쉽다. 공항, 쇼핑센터, 캠핑장, 골프장 등 일상생활 공간에서 쉽고 안전하게 물건을 이송하는 운송용 로봇으로 가치가 작지 않다. 사람을 자동으로 따라오는 오토팔로잉(Auto Following) 기술을 이용한다면 애완동물처럼 항상 일상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네발 로봇 스팟의 가격은 1억 원 상당. 상당한 고가이지만 향후 대량생산이 이어지면 가격은 한층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사례에서 보듯 산업 및 군사용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물류센터나 산업현장, 군사용 운송 로봇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스팟은 건설 현장을 모니터링하거나, 가스나 석유 및 전력 설비와 공공 안전시설에서 원격 검사를 하는 데 투입할 목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군사용으로는 군용 자재 운송 등에서 큰 의미가 있다. 네발 로봇은 직접 무거운 포탄 등을 싣고 사람의 접근하기 힘든 지역까지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로봇이 될 전망이다.

다음으로 ‘의료용 도우미 로봇’으로도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스팟을 개발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0년 4월 당시 미국 보스턴의 ‘브링엄 앤 우먼스’ 병원 의료진이 이 로봇을 환자 검사과정에 시험적으로 투입하기도 했다. 로봇의 머리 부분에 ‘태블릿 PC’를 붙여 환자와 의사가 원격으로 대화를 하도록 돕는 일을 한 것이다. 의사가 직접 환자를 만나지 않아도 되니 의료진의 코로나19 감염위험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다른 로봇을 모두 놔두고 스팟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계단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고, 복잡한 실험장비나 검사도구가 바닥에 널려 있어도 안정적으로 피해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다이내미스 측은 앞으로 스팟에 환자의 체온, 호흡, 맥박수 등을 원격으로 측정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 등의 장비를 장착해 의료현장 투입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자외선 장치를 등에 장착하면 지하철역이나 임시 진료소 등, 전염병 환자가 다녀간 장소를 안전하게 소독하는 임무 역시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퀴가 달린 로봇, 혹은 프로펠러를 달고 하늘과 땅 위를 돌아다닐 수 있는 드론 등과 같은 ‘자율 이동형 로봇’이 우리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로봇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 뒤를 이어 ‘생물형 로봇’도 일상에 도입되기 시작할 것이다.

생물형 로봇은 동물의 움직임을 흉내 내 만든 로봇으로 동물이 가진 특별한 운동능력을 흉내 낼 수 있어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네발 로봇뿐 아니라 곤충, 물고기 등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를 모습과 기능을 흉내 내 만든다. 일례로 5월 25일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연구진은 벼룩보다 작은 크기의 초소형 원격 제어 보행 로봇을 개발했는데, 너비가 1㎜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몸을 구부리고, 비틀고, 기어 다니고, 점프할 수도 있다. 아직 연구 단계의 로봇이지만 매우 좁은 공간에서 실용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초소형 로봇으로 실용화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런 다양한 형태의 생물형 로봇 중 가장 먼저 우리 곁으로 다가올 로봇은 네발 로봇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실용화는 시작됐지만, 누구나 승용차처럼 네발 로봇을 구매해 사회 곳곳에서 사용할 정도로 실용화되려면, 10여 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다양한 도구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얻고, 대신 네발 동물이 가진 탁월한 달리기 실력은 포기해야 했다. 그 대신 인간이 말이나 당나귀, 등의 동물을 길들여 도움받으며 오랜 기간을 살아왔다. 현대에 들어 도심 환경에 적합지 않아 동물의 도움을 받는 일은 줄어들고 있지만, 그 효용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네발 로봇은 인간과 로봇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을 열어줄 첫 번째 로봇이 되지 않을까.

* 이 글의 필자 전승민 과학기술전문저술가는 동아일보 과학팀장, 동아사이언스 편집장 및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저널리즘(공학석사)을 전공했다. 저서로는 『휴보이즘』,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의 미래』, 『미래로봇』, 『나는 AI와 일한다』, 『소설로 알아보는 바이오사이언스』, 『알기 쉬운 백신 이야기』 등이 있다. 공저로 『미래가 온다? 우리가 간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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