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se weird virtual creatures evolve their bodies to solve problems

문제 해결을 위해 ‘몸’이 진화하는 인공지능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팀이 몸의 형태와 지능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가상 공간에서 학습하며 몸이 진화하는 인공지능 봇을 만들었다. 주어진 환경과 과제에 맞춰 진화하는 이 ‘가상 생물’들은 지능과 몸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AGRIM GUPTA, SILVIO SAVARESE, SURYA GANGULI & LI FEI-FEI

기사 중간에 삽입한 영상을 보면, 머리 하나와 여러 개의 수족을 가진 다양한 형태의 ‘가상 생물’들이 장애물을 넘어가려고 애쓰거나 목표 지점을 향해 공을 끌면서 날쌔게 움직이기도 하고 종종걸음으로 허둥지둥 움직이기도 한다. 이들의 생김새는 마치 소시지를 이용해 반쯤 만들다 그만둔 듯한 ‘게’ 같기도 하고, ‘아담스 패밀리’에 나오는 ‘잘린 손’(씽 집사)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유니멀(unimal: ‘universal animal(보편적 동물)’의 줄임말)’들은 사실 연구자들이 기계의 ‘일반 지능(general intelligence)’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아그림 굽타(Agrim Gupta) 교수와 스탠퍼드 인공지능 연구소(Stanford Artificial Intelligence Lab) 공동 소장이자 이미지넷(ImageNet) 프로젝트를 주도하기도 했던 페이페이 리(Fei-Fei Li)를 포함한 동료 과학자들은 인공지능(AI) 연구에서 자주 간과되는 두 가지 질문을 탐구하기 위해 이 ‘유니멀’들을 활용했다. 그 질문이란, ‘지능과 몸의 형태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그리고 ‘학습과 진화를 통해 능력이 어떻게 발달될 수 있는가?’였다.

이번 연구 참여자는 아니지만, 버몬트 대학교의 진화로봇공학 교수 조시 봉가드(Josh Bongard)는 이번 연구에 대해 “로봇에서 몸체와 두뇌의 관계를 더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지난 수십 년 간의 시도에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굽타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기계에서 지능을 다시 만들어내려고 할 때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물학에서는 지능을 정신과 육체가 함께 작용하면서 생겨나는 것으로 본다. 실제로, 팔다리의 개수나 형태 같은 동물의 ‘체제(body plan)’는 동물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학습할 수 있는지 결정한다.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여우원숭이 ‘아이아이’를 생각해보라. 아이아이는 깊은 구멍 속에 들어 있는 유충을 끄집어내기 위해 중지가 가늘고 긴 형태로 진화했다.

한편, AI에 관해서는 일반적으로 ‘육체’보다는 ‘정신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AI를 이용해 언어 사용, 사진 인식, 비디오 게임 플레이 등 몸체 없이도 숙련 가능한 과제를 수행하는 기계를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적인 레퍼토리는 곧 과거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 특정 과제에 맞춰진 몸체를 AI에 부여하면 매우 다양한 새 기술을 더 쉽게 학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봉가드는 “지능이 있는 지구상 모든 동물의 공통점은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몸을 가진 AI 구현은 똑똑하고 안전한 기계를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유니멀은 머리 하나와 여러 개의 팔다리를 가지고 있다. 유니멀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지켜보기 위해서 연구팀은 ‘심층진화강화학습(Deep Evolutionary Reinforcement Learning)’이라는 기법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에서 유니멀은 처음에 가상 환경에서 다양한 유형의 지형 위를 걷거나 물체를 움직이는 등의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강화학습을 이용해 학습했다.

그러고 나서 연구팀은 가장 우수한 과제 수행 능력을 보인 유니멀들을 선정했다. 선정된 유니멀들은 몸체가 변이하며 진화했고, 진화 결과 탄생한 자손들도 진화 전과 똑같은 가상 환경에서 똑같은 과제를 처음부터 학습했다. 이렇게 진화하고 다시 같은 과제를 새로 학습하고, 또 진화하고 다시 새로 학습하는 과정이 수백 번 반복됐다.

유니멀들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이에는 팔다리 수를 더하거나 줄이는 것, 또는 팔다리의 길이나 유연성을 조정하는 것 등이 있었다. 머리와 팔다리가 배치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상당히 많아서, 10개 이하의 팔다리를 이용해 총 1018가지 변형이 가능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니멀들의 몸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다양한 과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어떤 유니멀들은 앞으로 넘어지는 방식으로 평평한 지형을 가로질러 움직일 수 있게 진화했고, 도마뱀처럼 뒤뚱뒤뚱 걷는 방식으로 진화하거나, 상자를 잡기 위해 집게 모양으로 진화한 유니멀들도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식으로 진화한 유니멀들이 처음 맞닥뜨리는 과제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도 테스트했다. 처음 보는 과제에 잘 대처하는 것이 ‘일반 지능’의 기본적인 특징이기 때문이다. 장애물이 있거나 울퉁불퉁한 지형 등 조금 더 복잡한 환경에서 진화한 유니멀들은 상자를 미는 대신 공을 굴리는 등 새로운 기술을 더 빠르게 습득했다. 연구자들은 또한 그렇게 하라는 선택압력이 없었는데도 ‘심층진화강화학습’이 더 빠르게 학습하기에 적합한 몸의 형태를 선택했음을 발견했다. 굽타는 이에 관해 “몸의 형태와 지능이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므로 매우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봉가드는 “특정한 몸체가 학습 속도를 높인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으며, “이번 연구는 AI가 스스로 그런 몸체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봉가드의 연구실은 마모를 줄이기 위해 발에 굳은살 같은 코팅을 입히는 것처럼 특정 과제에 맞춰진 로봇의 몸체를 개발해왔다. 봉가드는 굽타의 연구팀이 이러한 아이디어를 확장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들은 적합한 몸체를 가지면 로봇의 두뇌가 변화하는 속도까지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굽타에 따르면, 이러한 기술은 궁극적으로 물리적인 로봇 제작에 관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반대로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먼저 로봇 몸체의 형태를 고정한 후에 로봇이 특정 과제를 수행하도록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심층진화강화학습’을 이용해서 우선 몸의 형태가 특정 과제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진화하게 만든 후에 몸체를 제작하는 식으로 순서를 바꾸는 것이다.

‘유니멀’은 과학자들이 AI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기도 하다. 이전처럼 AI가 바둑이나 의료 검사 결과 분석 같은 특정 과제만 수행하도록 학습시키는 대신에, 이제 과학자들은 AI 봇을 포엣(POET)이나 오픈AI(OpenAI)의 가상 숨바꼭질 놀이터, 딥마인드(DeepMind)의 가상 놀이공간 엑스랜드(XLand) 같은 가상 공간에 집어넣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개방형 훈련 도장에서 AI 봇이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한 가지 과제에 숙달하는 대신에 이러한 방식으로 훈련한 AI들은 범용 기술을 학습할 수 있다.

굽타는 이렇게 자유로운 형식으로 탐험하듯이 이루어지는 학습이 차세대 AI로 나아갈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적인 에이전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개방된 자유로운 환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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