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국민에게 ‘진실’을 전하는 새로운 방법
인터넷에서 우리를 따라다니며 우리에게 인터넷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을 바탕으로 만든 티셔츠부터 마하비스(Mahabis) 슬리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홍보하는 맞춤형 광고부터 팝업 광고까지 러시아 국민에게 우크라이나 사태를 알리기 위해 각종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정보가 제대로 전달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소규모 단체들이 거짓 보도를 하는 러시아 언론을 대신해 러시아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고자 러시아 방화벽을 우회해 이런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진실을 알리려는 활동가들이 러시아의 약국 체인 오제르키(Ozerki)의 앱을 통해 푸시 알림을 보낸 것도 한 가지 사례다. 이들은 2월 28일 밤 “세금으로 러시아 국민을 전쟁으로 내몰면서 러시아 군인들의 삶을 빼앗아 가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시도에서 깨어나라”는 알림을 보냈다.
오제르키는 나중에 자사 앱이 해킹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영 언론사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방어 차원의 대응이라고 시청자들에게 거짓으로 알리고 있다. 또 러시아 정부는 ‘TV 레인’(TV Rain) 같은 독립 러시아 방송국들을 폐쇄했고, BBC와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ice of America) 같은 국제 언론사들의 접속을 차단했다.
영국 외무부의 전직 직원이며 디지털 외교를 전문으로 하는 외교 정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잭 피어슨(Jack Pearson)은 이에 대해 “우리는 시민 사회가 우크라이나의 소식을 전하고, 우크라이나를 위해 활동하고, 국제적인 지원을 결집시키는 것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제 우리는 자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는 것을 막으려는 러시아의 방해를 이겨내고, 전 세계 커뮤니티들이 평범한 러시아 국민에게 ‘진짜 뉴스’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방법을 동원한 진실 전달
디지털 활동가들은 러시아의 구글에 해당하는 얀덱스(Yandex)에서 러시아의 주요 장소 리뷰에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진실을 전하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어떤 학자는 러시아 군인들의 손에 의해 자신의 고향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 러시아인 학자들에게 수천 통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베를린의 웹디자인 에이전시 뉴나우(New Now)는 깃허브(GitHub)에 웹 스크립트를 공유했다. 러시아 IP로 이 스크립트를 추가된 웹사이트에 접근하면, ‘러시아 정부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무고한 사람들과 아이들이 살해되고 있다’고 알리는 팝업창이 뜬다.
해당 스크립트를 작성한 뉴나우의 카이 니콜라이데스(Kai Nicolaides)는 “개발자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매우 간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했던 개인 프로젝트의 웹사이트에 누가 어떻게 들어오는지 알려주는 트래픽 소스(traffic source)를 보고 있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렸면서 “프로젝트 웹사이트는 러시아에서 막혀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사이트에 있는 정보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떠올린 아이디어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황을 알리고, 상황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는“우리는 외신 정보원도 아니고, 그것들은 그냥 재미있는 프로젝트일 뿐”이라며 “우리는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이 무언가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광고도 동원…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러시아 국민에게 진실을 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엇보다 가장 효과가 큰 ‘온라인 광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효과적인 광고를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런던의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교수 롭 블래키(Rob Blackie)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진실을 알리는 러시아어 뉴스 웹사이트로 러시아인들을 이동시키기 위한 맞춤형 광고를 만들고 전송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온라인에서 돈을 모금하고 있다.
그는 2014년에 처음으로 이 방법을 시험했다. 당시 러시아는 지금과는 또 다른 거짓 구실을 내세워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그는 지역 타기팅을 이용해서 크림반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세바스토폴에 사는 주민들에게 광고를 전송했고, 러시아의 침략에 관한 뉴스를 보여줬다. 그 광고들은 결과적으로 거의 1,000명에게 전달되었다. 이는 매우 작은 규모의 실험이었지만, 이 광고들을 통해 그가 가짜 뉴스로 가득한 러시아의 방화벽을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현재 그는 영국에서 약 스무 명의 광고 전문가들과 함께 2월 27일에 개시된 대규모 광고 캠페인을 작업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기본적인 목표는 시스템의 허점을 찾아내서 러시아로 광고를 전달하고, 광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려줄 수 있는 독립 뉴스 웹사이트로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온라인 광고를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러시아의 디지털 검열뿐만 아니라 광고를 심어 놓을 플랫폼의 검열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플랫폼은 모두 자신들이 제한하고자 하는 정보에 상당히 민감해서 틈을 찾기가 어렵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감추고 싶어 하고, 플랫폼은 러시아를 옹호하는 부정확한 정보를 제한하고자 한다.
블래키는 어느 곳에 어떤 식으로 팀이 광고를 심고 있는지 정확한 설명을 거부했지만, 광고들이 3월 3일 밤에 갑자기 막혔다며 “플랫폼들에 관한 정보는 말할 수 없지만, 우리는 우리가 생각한 모든 방법을 다 시도했다. 생명공학 회사들을 위해 마케팅 일을 하는 본업과 광고가 막힌 이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가 마케팅을 도왔던 한 회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옹호하는 긍정적인 광고를 만들었으나 해당 광고가 백신 반대 광고를 막으려고 지나치게 강화해놓은 검열 시스템으로 인해 금지당한 적이 있었다. 그는 “우리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은 러시아 법을 위반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면 그런 검열 규칙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진행하고 있는 광고 캠페인은 러시아 수신자들에게 러시아어로 우크라이나 소식을 전하는 웹사이트 ‘4~5곳’의 URL을 전달하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러시아 사람들이 주소를 공유받은 웹사이트에 매일 접속해서 러시아의 거짓말이 약화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웹사이트들을 선정한다. 그들이 공유하는 웹사이트는 소셜미디어 외에도 다양하다.
그는 자신이 만약 모스크바 지하철의 디지털 광고판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면 그곳에 정보를 심겠다고 주장하면서, “현대 세상에는 광고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많고, 우리는 그런 다양한 장소에 광고를 시도하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광고를 검열하는 규칙을 피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모금한 금액은 3월 11일 기준으로 3만 4,000파운드(약 5,500만 원)였지만, 이들이 전송한 광고를 접한 사람은 3월 4일까지 200만 명에 달했으며, 그중에 4만 2,000명이 광고를 클릭하여 진실을 전하는 웹사이트로 이동했다. 광고에 사용된 일부 핵심 용어가 검열에 걸리면서 광고 전송이 조금 지체되기는 했지만, 3월 4일이 시작되고 첫 아홉 시간 동안만 해도 10만 개가 넘는 광고가 전송되었다.
블래키 외에도 많은 이들이 러시아의 잔혹한 공격에 대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온라인 맞춤 광고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언급하는 1,300개 이상의 광고들이 러시아에 있는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그 외에 ‘우크라이나’를 키릴문자로 적은 ‘Украин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광고도 1,100건이 있지만, 여기에는 고양이 사진 같은 무해한 광고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페이스북이 러시아에서 러시아 버전 소셜미디어 ‘VK’만큼 영향력이 있지는 않지만, 러시아인 10명 중 4명은 페이스북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고, 10명 중 6명은 인스타그램을 사용한다.
광고의 상당수는 ‘뉴스 및 미디어 웹사이트’로 분류되는 우크라이나 전쟁(Ukraine War)이 운영하고 있으며, 다른 것들은 ‘소셜미디어 대행사’ 세이프 우크라이나(Safe Ukraine)가 운영한다. 이러한 광고에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라고 강하게 권고하는 텍스트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붙잡힌 러시아 병사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향에 있는 부모를 부르면서 전쟁의 참상을 드러내는, 감정을 자극하는 영상들이 포함된다.
인터넷 광고 협회(Internet Advertising Bureau, IAB)의 우크라이나 지사가 조직한 광고 캠페인도 있다. IAB 우크라이나의 최고경영자 아나스타샤 바이다첸코(Anastasiya Baydachenko)는 “러시아에서는 정보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으며, 그곳에는 독립 언론사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실제 상황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 첫 주에 우크라이나의 광고 캠페인은 주로 구글 광고 네트워크를 이용했지만, 러시아의 통신·미디어 감독기관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dzor)가 러시아의 활동과 관련하여 러시아가 ‘거짓 정보’로 여기는 내용을 확산시키는 것을 중단하라고 구글 광고 네트워크에 요청하면서 우크라이나는 그곳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3월 4일, 구글이 러시아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러시아에서 광고 서비스를 중단했다. 구글은 이에 대해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구글의 이러한 조치로 인해 IAB가 지원하는 단체의 계획이 일부 좌절됐다. 그러나 바이다첸코는 로스콤나드조르가 광고를 단속한다는 것 자체가 온라인 광고를 이용한 IAB의 캠페인이 성공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온라인 광고를 이용한 캠페인은 지금까지 러시아 군인들의 어머니들이 포함되어 있을 법한 인구집단을 타깃으로 수많은 계정을 이용해 구글 온라인 광고를 띄우는 전략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얀덱스로 목표를 바꿀 예정이다. 바이다첸코는 “검열로 인해 얀덱스를 이용하는 것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다첸코는 전쟁 초기에 설립된 네다섯 개 정도의 단체들이 각자 나름대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우리는 서로 다른 메시지로 러시아 사람들에게 닿기 위해 각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IAB의 활동은 민간기업들뿐만 아니라 후원자들로부터도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러한 후원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군대로 인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의 참상을 전달하기 위해 많은 돈을 기꺼이 투자하고 있다. 바이다첸코는 “우크라이나의 사업주들은 우리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하며, “그들은 러시아에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1만 달러, 2만 달러, 3만 달러, 또는 5만 달러를 기꺼이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다첸코는 3월 첫째 주에 러시아로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기반의 광고 캠페인에 사용된 금액이 총 1,000만 흐리우냐(hryvnia, 약 4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몰타대학교의 국가 안보 및 정보 교수 아그네스 베네마(Agnes Venema)는 이러한 광고 캠페인을 “2022년 버전의 지하신문”이라고 묘사했다. 그녀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러시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여 러시아의 거짓 정보에 맞서는 방식으로 푸틴을 패배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효과
엄청난 돈과 광고가 사용되고 있다고 해도, 그런 광고 캠페인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웨스트오브잉글랜드대학교에서 소셜미디어 및 정치학을 연구하는 스티븐 버클리(Steven Buckley)는 “광고는 낭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광고를 차단하는 앱을 사용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런 광고를 클릭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버클리는 팝업창을 띄우는 니콜라이데스의 스크립트가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이지만, 그것 역시 러시아 정부가 나서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에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 BBC 같은 뉴스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링크를 포함한 이메일을 러시아 주소로 보내는 방법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BBC는 2019년 이후로 접속이 가능했던 다크웹 미러사이트를 직접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이메일도 스팸 필터에 걸러질 수 있다. 베네마는 어떤 디지털 캠페인이든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베네마는 “러시아의 가짜 정보는 사람을 세뇌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광고 몇 개가 어떤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러시아 사람들은 음모론 속에서 살고 있고, 거기서 빠져나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활동이라고 해도 상황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는 사람들도 있다. 피어슨은 “이러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같은 것이 유지되고 규모가 커질 수 있으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그러나 평범한 러시아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작은 문제일 뿐이다. 러시아에서 반대의견을 보이는 것의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상황을 바꾸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대안은 선택지에 포함되지 않는다. 니콜라이데스는 “나는 디지털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수단은 무엇일까? 과연 어디서 내가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것이 거대한 물통에 담긴 물 한 방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모든 물방울이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By Chris Stokel-Wal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