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개’도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개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둘은 구석기 시절부터 수만 년에 걸친 우정을 쌓아온 관계다. 사냥의 파트너로, 가축을 지키고 몰고, 외적의 침입을 알려주고 지켜줄 뿐 아니라, 뛰어난 후각으로 마약이나 폭발물을 찾고, 재난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며, 심지어 장애인의 눈과 귀를 대신해 주고 있다. 이런 개의 역할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을까?

개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둘은 구석기 시절부터 수만 년에 걸친 우정을 쌓아온 관계다. 사냥의 파트너로, 가축을 지키고 몰고, 외적의 침입을 알려주고 지켜줄 뿐 아니라, 뛰어난 후각으로 마약이나 폭발물을 찾고, 재난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며, 심지어 장애인의 눈과 귀를 대신해 주고 있다. 이런 개의 역할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을까?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시각장애인들이 혼자서는 원하는 목적지, 혹은 혼잡한 시내나 대중교통의 이용 등을 가능하도록 돕는 존재로, 많은 시간 훈련과 선발 과정을 거쳐 약 10마리의 후보 중 3마리 정도만이 선발돼,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활동한다. 또한 이들은 일반적으로 5~7년 정도 봉사하고 은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요에 비해 제한적으로만 서비스가 제공된다.

만약 이런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지 살펴보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면 개털 알레르가 있는 시각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고, 수년간의 대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쉽게 안내견을 분양받을 수 있으며, 불편한 눈으로 섬세한 안내견이라는 존재를 보살피는 일의 두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또한 안내견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이 많이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주변의 시선이나 차별, 출입제한 등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각장애인 1만 5,000명당 한 명만이 안내견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로봇이 안내견을 대체할 경우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로봇 안내견의 등장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안내견 훈련에 소요되는 2년여의 기간과 1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훈련 비용을 감안했을 때,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2,000달러(약 270만 원) 이하의 제조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로봇 안내견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대신하는 로봇 안내견

이런 상황에서 글래스고 대학(Glasgow University)의 연구진이 발표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공지능 기반 로봇 안내견인 로보가이드(RoboGuide)는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전에도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대체하는 로봇 안내견을 만들려는 시도는 여럿 있어왔다. 특히 지난 2021년 UC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종유 리(Zhongyu Li) 연구원이 4족 보행 로봇으로 장애물을 피해 안내하는 기술을 발표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글래스고 대학 연구진의 로보가이드는 장애물을 회피해 경로를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욱 다양한 센서와 음성 명령과 대화 옵션까지 추가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단순히 가능성, 그리고 일부 기능의 구현에 초점을 맞춰 왔다면, 이제는 사용자 측면에서 사용성을 확인하는 단계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우선 로보가이드는 상용으로 판매되고 있는 유니트리(Unitree)의 1,600달러짜리 Go2 4족 보행 로봇에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대화 옵션과 센서 등 몇 가지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만들어졌다. 특히 GPS를 활용할 수 없는 실내 환경을 맵핑하고 안내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됐으며, 음성을 통해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글래스고 대학교 제임스 와트 공과대학(James Watt School of Engineering)의 올라루와 포풀라(Olaoluwa Popoola) 박사는 “로보가이드와 같은 기술은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좀 더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로봇 안내견을 이용해 주변 환경을 지속적으로 녹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시각장애인에 대한 범죄 발생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로보가이드는 상용 4족 보행 로봇에 각종 센서와 LLM을 적용해 음성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출처: FVSC 트러스트)

장애인 지원 로봇에서 컴패니언 로봇으로 발전

물론 로봇 안내견은 기존의 안내견과 달리 정서적인 교감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지만 일본 등에서 진행된 연구를 살펴보면, 노령 인구를 위한 심리치료, 정서 안정을 위한 반려 로봇이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더구나 5~7년 주기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야 하는 안내견과 달리, 로봇 안내견은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고, 지속적으로 기능과 폼팩터를 업그레이드해 가면서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정서적인 측면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

심지어 4족 보행에서 2족 보행으로 폼팩터를 교체하더라도 기존의 학습 데이터와 성격 등을 그대로 옮겨올 수 있어, 추가적인 학습이나 개인화 과정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앨 수 있다. 외형은 바뀌더라도 내용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글래스고 대학의 연구진은 로봇 안내견을 시각장애인 안내견 외에도 박물관이나 쇼핑몰에서 범용 안내 로봇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FVSC(The Forth Valley Sensory Centre) 트러스트와 RNIB(Royal National Institute of Blind People) 스코틀랜드의 지원을 통해 진행된 로보가이드 프로젝트는 2023년 12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인 헌터리안(Hunterian)에서 실제 시각장애인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전시실을 안내하면서 사용자들과 언어로 소통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올라루와 포풀라 박사는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다양한 실내 상황에서 시각장애인을 돕는 것이 목표”라며 “유니트리 G01이나 G02 외에도 다양한 로봇, 심지어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족 보행 로봇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4족 보행 로봇은 우리 주변의 4족 보행 동물, 즉 개나 소, 말 등의 동물을 대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거운 짐을 옮기고, 장애인을 돕고, 집을 지키고, 심지어 정서적 충만감을 제공하면서 이런 일을 각각 개별적으로 시도하겠지만,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여러 기능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사용자의 짐을 대신 들어주고, 말동무를 해 주며, 길을 안내하고, 주변 상황을 전달하고, 심지어 사용자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까지 모두 하나의 로봇이 맡아서 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로봇 안내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더욱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로봇 개도 실제 개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