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인터넷에 관해 아주 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 모두는 인터넷이 망가졌다는 것을 안다. 이는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터넷에 요즘 무언가 바뀔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새로운 변화가 생길 기미가 보인다. 특히 지난 10년 간 우리를 완전히 지배하던 대형 소셜 플랫폼의 영향력이 약화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인터넷이 되어주기를 원하는가?
인터넷은 손쓸 도리가 없을 정도로 해롭고 독성이 강하며, 발을 들여서는 안 될 ‘지옥 같은 사이트(hellsites)’로 무성하다는 게 통념이다. 사용자 데이터를 수익화하는 데 집착하는 소셜 플랫폼들이 한번 열면 주워 담을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매우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괴롭힘이나 온라인 학대의 주된 표적이 되는 집단은 인터넷을 악용하고 있다. 플랫폼이 이윤 추구를 이유로 온라인 학대 행위를 너무 자주 외면하면서,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보의 확산, 지역 언론의 쇠퇴, 극단적 진영논리의 부상,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괴롭힘과 악행이 뒤따랐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