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슬에이아이 안재만 대표, “특화된 AI 모델들의 유기적 결합이 AGI의 초석 될 것”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일반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AGI)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스며들듯 다가올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AI)이 점점 인간의 지능을 닮아 가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유명 AI 학자들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 업계의 주요 인사들까지도 AGI가 조만간, 혹은 향후 10년 내에 도래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도 AGI 시대를 담대하게 준비하며, AI 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인 ‘베슬에이아이(VESSL AI)’를 MIT 테크놀로지 리뷰 한국판의 ‘한국의 AI 스타트업 시리즈’를 통해 소개한다. 국내에서도 무수히 많은 AI 스타트업이 새롭게 등장하며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주목할 만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베슬에이아이의 기술, 전략, 비전을 통해 국내 AI 스타트업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MIT 테크놀로지 리뷰 한국팀은 베슬에이아이의 안재만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MLOps(머신러닝+운영) 플랫폼을 만들어 AI 솔루션 시장에 뛰어든 안 대표는 AGI가 미래를 바꿀 중요한 기술이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운 미래에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전에 의료 AI 스타트업에서 근무 당시, AI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AI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줄 것임을 체감했다. 특히 AI가 의료 분야뿐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엄청난 규모의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러한 확신을 바탕으로 그는 2020년 베슬에이아이를 설립해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MLOps 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안 대표가 현재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분야는 컴파운드 AI 시스템(Compound AI System)이다. 컴파운드 AI 시스템은 여러 AI 모델이나 시스템을 결합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AI 시스템을 말한다. 예를 들면, 자연어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NLP) 모델이 문장을 분석하고, 컴퓨터 비전 모델이 이미지를 분석해 통합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바로 컴파운드 AI 시스템이다.
부연하자면 지금까지 주목받아 온 AGI 관련 기술은 오픈AI나 앤트로픽, 구글 등 테크기업들의 초거대 AI 모델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이와 달리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의 크고 작은 모델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것이 컴파운드 AI 시스템이다.
베슬에이아이가 관심을 갖고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 또한 바로 이 부분이다. 안 대표는 “컴파운드 AI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하나는 MLOps처럼 수많은 모델을 자동으로 학습하고 운영하기 위한 인프라이고, 다른 하나는 이 모델들을 서로 연결해 워크플로를 만드는 에이전트(Agent)다”라고 말했다. 그는 “베슬에이아이는 이 두 가지 요소로 컴파운드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 컴파운드 AI 시스템으로 기업의 운영이나 의사결정이 AI로 자동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AGI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며들듯 우리 곁에 다가오는 AGI
AGI는 아직 정확한 정의가 없는 모호한 개념이며, 기술적인 용어라기보다는 마케팅 용어로 더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다음과 같이 정의를 내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AGI를 두 가지 방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나는 코딩 등 작업에서 일반인 수준을 넘어서는 AI로, 한정된 영역 내에서 이미 사람 수준의 지능을 갖췄다고 본다. 또 다른 정의는 AI가 스스로의 지능을 발전시키는 특이점에 도달해 지식이 AI에 의해 폭발적으로 확장되는 지점을 AGI의 시작으로 정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첫 번째 의미의 AGI는 우리 곁에 다가와 있으며 지식 폭발을 동반하는 AGI는 분명히 올 것이라고 믿지만 그 시점에 대해서는 예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AGI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지능이란 무엇인가’라고 하는 부분에서부터 확실한 정의가 내려져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AI가 AGI에 도달했는지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안 대표는 “사실 AGI에 대한 정의 자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 AGI에 도달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며 “개인적으로는 이미 특정 분야에서 사람에 버금가거나 사람보다 우월한 에이전트가 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사람보다 데이터를 더 잘 분석하고, 이미지의 특이 사항을 빠르게 파악하며, 코딩을 더 잘하는 AI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AI는 아직도 작업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사람의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
안 대표는 사람의 개입 없이 사람보다 우수한 수준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에이전트가 등장하고, 이런 에이전트들이 모여 유기적으로 결합된다면 AGI라 부를 수 있는 AI가 완성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시 말해 특정 영역에 사람 이상의 능력을 가진 에이전트들을 모아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AI, 즉 AGI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안 대표는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AGI를 어떤 특정 시점에 도달했다고 말하기 힘들고, AGI는 우리 삶 속으로 점진적으로 통합될 것이다. 그리고 베슬에이아이 또한 여러 모델, 혹은 여러 에이전트가 서로 유기적으로 자동 학습하고 운영할 수 있는 컴파운드 AI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비즈니스 문제 푸는 열쇠 AI
최근 기업들이 AI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보다 AI로 인해 지금까지 풀리지 않던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의료 분야에서 환자들의 상태를 분석해 위험 요소를 파악하는 것은 과거에도 통계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능했지만, AI는 더 빠르고 정확한 예측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러나 기업들이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이 파일럿 프로젝트로 소규모 AI를 도입해 운영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이를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 확장하는 단계에서는 많은 장애물에 직면하게 된다. 안 대표는 “AI 모델을 가져와 단순히 적용한다고 AI 도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작업에 맞춰 적합한 모델을 선정하고 기업 환경에 맞춰 파인튜닝을 하는 등 유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일 모델을 도입해 운영하는 경우에는 MLOps가 크게 필요하지 않지만 기업에서는 모든 업무를 단일 AI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여러 AI 모델을 결합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이런 여러 모델을 학습시키고 운영하는 데 소요되는 노력과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MLOps나 LLMOps가 필요하다. 베슬에이아이는 기업들의 이런 고민을 풀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AI 모델을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은 컴파운드 AI 시스템 구현의 핵심이다. 이는 기업들이 AI 운영과 확장 문제를 극복하도록 돕고, AGI로 나아가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재만 대표는 KAIST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데브시스터즈(쿠키런)와 의료 AI 스타트업 AITRIX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20년 베슬에이아이(VESSL AI)를 설립했다. 베슬에이아이의 AI 모델 개발과 배포를 지원하는 MLOps 플랫폼은 현재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과 연구소에서 활용 중이다. 최근 1,200만 달러 투자 유치로 거대언어모델(LLM) 시대를 넘어 AGI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컴파운드 AI 시스템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