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형 플랫폼 규제와 긱 이코노미의 미래

코로나 19 팬데믹을 맞아 음식 배달 등 주문형 플랫폼은 성장했지만 긱 워커들은 더 나은 노동조건과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스페인과 중국 정부는 주문형 플랫폼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조직화된 긱 워커들, 플랫폼 노동에 대한 규제, 알고리즘 공개 의무는 긱 이코노미의 여건을 변화시킬 것이다.

코로나로 커진 주문형 배달 시장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장기화되자 전 세계 도시들에서 배달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플랫폼 기반의 언택트(비대면)  주문형 배달 시장이 커지자 셧다운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음식 배달에 뛰어 들었다.주문형 배달을 한다면 스스로 유연하게 시간을 선택할 수 있고 프리랜서처럼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의 패턴을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은 적고 알고리즘이 요청하는 콜을  제 때 받아야만 평점이 깍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1천만명의 고객들을 가진 스페인의 음식 배달 스타트업 글로보(Glovo)는 새로운 라이더가 일을 시작하면 90점을 부여하는데  그 점수로는 2시간만 일할 수 있다. 신참 라이더가 평점을 높여서 배달 콜을 더 많이 받으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 95점을 보유하면 하루  4~8시간 동안 일할 수 있다. 라이더에게 부여되는 평가 점수는 글로보(Glovo)의 알고리즘이 결정하지만 그 구체적인 산정방식은 베일에 가리워져 있다.

알고리즘 평점 시스템

주문형 경제, 모바일 앱, 알고리즘의 세계는 부지런히 벌떼처럼 움직이는 라이더들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주문형 플랫폼에 연결된  라이더들이 느끼는 불만의 이유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비슷하다.  그 불만의 대상은 불투명한 알고리즘과 노동조건이다.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대표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라이더들의 노동을 통제한다”고 말한다. 알고리즘이 보낸 배달 콜을 거부하면 경고 메세지를 받거나 계정이 정지되거나  배달료 차감 등의 불이익이 돌아온다. 배달 음식을  빨리 달라고 재촉하는 라이더와 음식점 간에 감정적 충돌도 일어나고 있다. 만일 조리시간이 지연되어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도착예상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배달 평점을 낮게 받기 때문이다. 블랙 컨슈머들의 악성 리뷰도 음식점주와 라이더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반대로 라이더가 고객을 평가하지는 못한다.

라이더들은 언제나 알고리즘을 의식하면서 일한다. 만일  배차 콜을 자주 거부하거나 나쁜 평점을 받으면  배달 주문을 받을 기회가 줄어드는 등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평점을 쌓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평점을 유지하려면 알고리즘의 콜에  따라야 한다. 라이더들은 가까운 거리의 배달 콜을 선호하고 장거리 배달이나 배달료가 적은 콜은 기피한다.  그러자 주문형  플랫폼은 배달 거절과 취소가 많은 라이더들에게  패널티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워커는 자영업자일까?

긱 이코노미의 이면에서는 노동법을 둘러싼 치열한 전투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주문형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소비자, 긱 워커, 고용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많은 배달 라이더들은 자신들이 자영업자라기 보다는 주문형 플랫폼에 예속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긱 이코노미의 핵심은 알고리즘이 담당하지만, 알고리즘의 판단기준과 파라미터는 필요에 따라서 언제든지 재조정될 수 있다. 배달 피크 시간대에 오히려 라이더들의 배달료 단가를 낮추는 보상체계도 실제로 운용되고 있다.

옥스포드 법대의 노동법 학자 제레미아 프라슬(Jeremias Prassl)은  주문형 배달 플랫폼과 긱 워커의 경기장은 전혀 평평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긱 워커는 ‘독립 계약자’일 뿐이라는 논리는 플랫폼이 고용주의  법적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렇지만 프라슬은  긱 워커들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고 주문형 플랫폼은 고용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평평한 경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반대 편에는 불필요한 규제를 통해 혁신을 가로 막지 말라는 관점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에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플랫폼은 긱 워커의 노동조건은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레미아 프라슬은 저서 ‘서비스로서의 인간(Humans as a service)’에서  주문형 플랫폼 회사들은 긱 노동자의 명칭을 ‘파트너’ 등으로 바꾸어 부르는 방식으로 노동법 규제와 의무를 회피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런던에서 일하는 우버 운전자들은런던 고용심판소에 ‘노동자’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버는 운전자들은 ‘독립된 계약자’일뿐이라고 맞섰다. 우버 앱의 약관에는 “우버는 운전자와 승객에게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승객과 우버 운전자만이 계약의 당사자라는 문구를 넣어 동의를 요구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 어리둥절하게 느껴지는 이 문구는 우버가 고용주로서 져야하는 책임을 빠져나가기 위한 것이다. 우버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긱 이코노미 플랫폼들은 자신들이 긱 워커들를 채용하지는 않았고 독립적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고용주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지난 2월 영국 대법원은 “우버가 요금의 책정, 차량의 배정뿐만 아니라 운영 경로까지 지정해주므로 고용주와 마찬가지”라고 판결했다. 작년 9월 스페인 대법원도  글로보 주문형 플랫폼에서 음식을 배달하던 라이더들을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글로보가 식당과 배달 라이더 간의 거래를 단순하게  중개하는 자가 아니고 배달 서비스의  제공 조건을 결정하기 때문이었다. 민사 사건을 전담하는 프랑스 최고법원(Court of Cassation)도 배달 플랫폼 테이크잇이지(Take Eat Easy) 와 연결된 배달 라이더들이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조직화되는 워쿼들

긱 워커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들이 유럽의 최고 법원들에서 연이어 내려졌고긱 워커들은 점차 조직화되고 있다. 스페인의 딜리버리루(Deliveroo), 저스트 잇(Just Eat), 글로보(Glovo)와 연결된 음식 배달 라이더들은 ‘라이더들의 권리’ (Riders X Derechos)라는 단체를 결정하고 바르셀로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은 주문형 플랫폼 회사들이 긱 워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알고리즘의 착취와 부당한 처벌 시스템에 의존하여 수익을 올린다고 주장했다. 음식 배달 라이더들의 불만이 공론화되자 스페인 정부는알고리즘을 규제하고 플랫폼 기업과 라이더들 간의 관계를 재검토하기로 노조와 약속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지난 5월에 제정된 스페인 라이더 법’(Ley de Riders)이다. 지난 해 나온 스페인 대법원의 기념비적 판결이 라이더 법의 확고한 근거를 제공했다. 이 법률은  음식 배달 라이더의 법적 지위를  자영업자가 아닌  임금 노동자로 규정한다.그 정식명칭은 ‘디지털 플랫폼 유통에 종사하는 개인의 고용상태에 관한 법률’로서 주문형 플랫폼은 8월 12부터 음식 배달 라이더들을 직원으로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우버 등 차량 호출 운전자는 적용이 제외된다. 스페인 음식 배달 플랫폼 협회 (APS)는 “국가의 발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조치”라고 평가하고 “여유 시간을 활용해서 유연한 소득을 올리려는 라이더들은 직원으로 분류되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며 반대했다. 스페인 경제인연합(CEOE)은 캘리포니아주의 규제 모델을 따르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버잇츠(Uber Eats)는 라이더 법이 스페인의 긱 이코노미를 끝장낼 것이라고 탄식했다. 음식 배달 라이더들 일부는 마드리드 거리에서 라이더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지만 일부는 새로운 법률을 환영하는 박수를 보냈다.

국내에서도 노동권을 보장을 요구하는 배달 라이더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은 법적 보호의 회색지대에 있다고 노동법 학자 윤애림은 지적한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생계형 라이더들이  건당 받는 배달료는 불안정적이며, 최저임금, 보험, 병가, 유급 휴가는 생각할 수도 없기에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배달 피크 타임이 되거나  플랫폼 간의 배달 경쟁이 치열해지면  배달 라이더들은  프로모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국내 음식 배달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 한건 배달 서비스 경쟁에 직면한 국내 주문형 플랫폼들은 라이더들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배달료에 추가로 웃돈을 주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라이더들의 배달료 수입은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지만 폭염이나 악천후 속에서도 무리하게 일해야 하므로 건강 위험과 과로를 감수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음식 배달 수요는 언제든지 다시 줄어들수 있다.

알고리즘를 향한 불만

제레미아 프라슬은 주문형 플랫폼이 등급 평가나 알고리즘으로 긱 워커들을 간접적으로 통제하고 배달료까지 결정한다는 점을 주목한다. 국내 라이더 유니온도 알고리즘이 배달 콜을 배정하는 방식을 알려면 플랫폼 데이터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달 라이더들은 알고리즘이 어떻게 배달 콜을 배정하고,라이더를 평가하는가를 알아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플랫폼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알고리즘을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스페인  ‘라이더 법’(Ley de Riders)은 디지털 플랫폼에게 노동조건, 고용 유지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 또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파라미터, 규칙 등을 라이더들에게 알리도록 의무화 했다. 알고리즘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조직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플랫폼 운영자를 겨냥한 것이다. 이 법률은플랫폼의 알고리즘 투명성을 보장하는 세계 최초의 입법으로 평가된다. 스페인 노동자 위원회(Comisiones Obrera)는 “개방적 알고리즘이 민주주의와 노동권을 보장하는 요소”라면서 라이더법을 환영했다. 디지털 플랫폼의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책무성은 국제노동기구(ILO)가 펴낸  ‘2021세계 고용 및 사회 전망 보고서’에 담겨 있는 권고의 일부였다. 다만,  노동 조건과 고용 유지 등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공개하라는 조항은 지적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어서 스페인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독립 계약자로 여겨지던 직군의 노동자들에게도 최저 임금 등을 보장하도록 한 주법률( AB5)를 제정했다. 그러나 이 법률의 적용범위를 축소하자는 주민발의 22(Proposition 22)가 통과되었다. 경직된 노동 규제를 긱 워커들에 적용하지는 말자는 여론이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벨리에서 우세하게 나타났다. 도어대시(DoorDash) , 리프트(Lift), 우버(Uber), 인트라카트( Instacart)는  발의안22를 작성했을뿐만 아니라  TV, 라디오, 인터넷 광고에 2억 달러나 지출하며  홍보전을 펼쳤다. 주민발의22가 통과된 직후 주문형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는 12% 가량 올랐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  배달 라이더들과 우버운전자들은  독립 계약자(contractor)이므로 최저 임금, 실업 수당, 건강 보험 및 단체 교섭권을 요구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는 캘리포니아주와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중국의 주문형 플랫폼 규제

중국 정부는 빅 테크 기업들에 대한 통제를 크게 강화하면서 그 동안 외면해 왔던 배달 라이더들의 노동권을 개선하기로 했다. 중국 내에서 메이투안(美团)과 어러머(饿了么)와 연결되어 일하는 배달 라이더들은 1300만명에 이른다.어러머는 ‘지금 배고프니’라는 뜻이고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한다. 중국의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젊은 라이더들이 배달을 하다가 과로, 가혹한 규율, 배달이 늦을 때 내야만 하는 과징금 때문에 사망했지만 플랫폼이 산재 처리를 거부하는 사건이 빈발했다. 정부의 보호조치가 미흡하다는 불만이 커지자 동부 연안의 대도시들에서 라이더들은 집단적 파업을 벌였다.

그러자 중국 규제기관은 메이투안의 시장독점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뒤이어 ‘음식배달 플랫폼의 책임강화 및 배달원 권익보호 의견’ 과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 권익보장 의견’을 발표했다. 이 조치에 따르면 플랫폼은 직원들에게 건강 및 실업  보험을 가입시키고, 최저 임금 기준보다 높도록 소득을 조정하고  알고리즘이 결정하는 배달 완료 시한도 적절히 완화해야 한다. 또한 플랫폼은 음식 배달 직원의 불만을 처리하는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는 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하였고  홍콩 증시에서 메이퇀톈핑(美团点评)과 어러머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긱 워커들을 독립 계약자로 분류했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자 그 입장은 바뀌었다. 노동부 장관 마틴 월시는 “우버와 리프트에서 일하는 긱 워커들을 직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흐름은 유럽 국가들에서 뚜렷하지만 이와 비슷한 미국 연방법률은 아직 없다.

뉴욕시, 뉴저지의 저지시티, 샌프란시스코시는 코로나의 확산으로 매장을 폐쇄했던 음식점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차원에서  주문형 플랫폼들이 음식점주에게 부과하는 배달료에 상한선을 도입했다. 그러자  주문형 플랫폼들은 그  손실 부분을 음식 배달 소비자들에게 전가하여 메꾸었다. 그 결과 음식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플랫폼 간에 한건 배달 서비스 경쟁이 격화되면서 음식점주가 플랫폼에게 내야하는 배달료 부담은 크게 증가했다. 많은 음식점들은 한 건 배달 때문에 늘어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음식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우버와 리프트의 이용료는 더 비싸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대유행의 여파가  물러가고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재개하면서 차량 호출 앱을 이용하자 가격은 오르고  대기시간은 더 길어졌다. 우버는 늘어난 고객들의 호출 수요를 충족시킬만큼 운전자들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추가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운전자들이 낯선 사람과 함께 차 안에 머무는 동안 코로나에 걸릴 수 있는 위험을 걱정하여 복귀를 꺼리자 우버는 운전자를 위한 인센티브에 2억 5,00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지급한 코로나 지원금은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만 하는 재정적 압박을 완화시켰다.  리프트와 우버 운전자들은 독립 계약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실업 급여를 받지 못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지원, 구호 및 경제안정법(CARES Act)에 따라서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유연한 노동 계약과 낮은 진입 장벽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긱 이코노미가  규제로 인하여 노동 유연성의 장점을 누리지 못한다면 종래의 모델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직화되는 긱 워커들, 주문형 플랫폼 규제는 긱 이코노미의 여건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디지털 노동의 조건과 긱 이코노미 모델을 재평가하려는 세계적 흐름은 국내의 배달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MIT테크놀로지리뷰 코리아 편집위원이다. 옥스포드 법대 사회적 법학 연구센터(Socio-Legal Studies) 방문학자, 예일대 로스쿨 정보사회 프로젝트(Information Society Project) 펠로우, 과학기술 정책연구원(STEPI) 펠로우로서 연구했다. 저서로는 『레이어 모델』 , 『가짜뉴스의 고고학』 공저로 『인공지능 권력변환과 세계정치』 ,『인공지능 윤리와 거버넌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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