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the creator economy?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웹 3.0으로 혁신하다

바야흐로 누구나 창작자가 되고 팬을 모을 수 있는 시대다. 크리에이터 시장이 점점 커지자 새로운 기회와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플랫폼도 같이 늘고 있다. 그 가운데 웹 3.0은 크리에이터 시장의 기술과 문화를 바꾸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요즘 IT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웹 3.0, 즉 ‘탈중앙화’와 ‘개인의 콘텐츠 소유’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 차세대 인터넷이다. 아직 실체가 없는 기술이라고 종종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빅테크 기업과 수많은 벤처캐피탈 업체들은 꾸준히 웹 3.0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웹 3.0을 이야기하면 금융 시장과 크리에이터 시장을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다만 금융 시장이야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를 쓰고 있어 관련성이 높아 보이지만, 크리에이터 산업은 웹 3.0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선뜻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크리에이터 시장은 다른 어느 곳보다 웹 3.0의 철학을 이어받아 독창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크리에이터의 경제적 자유와 창작 환경의 자유다. 그리고 여기엔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다오(DAO) 같은 새로운 기술로 가득하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왜 성장하는가

먼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대한 정의부터 살펴보자.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 즉 창작자 경제란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창작물을 기반으로 수익을 만드는 전체 산업을 지칭한다. 여기서 크리에이터는 유튜버, 인플루언서부터 가수, 작가, 디자이너, 예술가 등 뭔가를 만들고 창작하는 모든 사람을 포함한다. 아무래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성장하는 데는 유튜브의 영향이 컸다. 유튜버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되면서 그 영향력과 수익은 높아졌고, 더 많은 창작자들을 크리에이터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벤처투자사 시그널파이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세계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수는 5,000만 명이다. 공급자가 많아지니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요자도 증가했고 그 덕분에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의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첫 시작에 유튜브가 있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반(反) 유튜브를 표방하는 기업들이 그 시장을 이끌고 있다. 다시 말해 유튜버, 인스타그램, 틱톡으로 상징되는 대형 플랫폼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기술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 중심이 되고 있다.  

미국의 페트리온(Patreon)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대표주자로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용자는 작가, 팟캐스터, 유튜버 등을 페트리온에서 찾을 수 있는 동시에 곧바로 그들에게 후원할 수 있다. 창작자는 페트리온 안에서 직접 후원금을 관리하거나 팬들과 소통한다. 어찌 보면 꽤 단순한 구조를 가진 서비스인데, 페트리온의 월 사용자 수는 300만 명이 넘으며, 지금까지 1억 달러(약 1,230억 원)가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4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이외에도 온리팬즈(OnlyFans), 서브스택(Substack) 같은 기업은 광고에서 벗어나 멤버십이나 후원 형태로 창작자가 수익을 얻게 지원하고 있으며, VSCO나 스프라이스(Splice)같이 영상 및 사진 제작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들도 크게 성장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웹 3.0이 결합된 이후, 탈 대형 플랫폼이라는 트렌드는 더 가속화된 상태다. 웹 3.0은 간단하게 말해 세 번째 웹이라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이용하는 웹은 2.0 버전인데 앞으로 이용할 미래 웹을 표현하기 위해 3.0이라는 버전이 붙여졌다. 웹 3.0은 개인에게 맞춤화된 웹이자 지능화된 웹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 기저에 ‘탈중앙화’라는 가치가 있고 블록체인 기술을 많이 활용한다. 블록체인 자체가 분산 저장 시스템이라 탈중앙화를 가장 잘 구현해 주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측면에선 중앙 집중적이고 일방적인 수익 구조가 아닌 수평적이고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방식을 웹 3.0 서비스에서 선호한다.

웹 3.0 기술은 주류 플랫폼의 문제점을 ‘탈 중앙화’란 방식을 도입해 해결하려 한다./ Pikisuperstar, Freepik

탈 플랫폼을 원하는 창작자, 그 안의 자유와 무질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 웹 3.0의 가치를 추구한 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먼저 미러(Mirror)라는 블로그 플랫폼이 있다. 미디엄,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와 유사해 보이지만 미러의 기술 뒷단에는 이더리움이 있다. 따라서 블로그 글이 작성될 때 데이터는 특정 기업의 서버가 아니라 블록체인 위에서 저장되고 관리된다. 미러가 굳이 이더리움으로 블로그 플랫폼을 만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용자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블로그 플랫폼에선 글을 쓰려면 회원 가입이라는 절차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이메일 정보부터 많게는 생년월일, 실명, 연락처 등 다양한 정보가 블로그 운영 기업에게 전달된다. 반면 미러에서 글을 쓰려면 이더리움을 보관하는 지갑 주소만 있으면 되니 개인 정보가 특정 기업에 넘어가지 않는다. 가입 정보뿐만 아니라 작가가 올린 수많은 글도 조작되거나 삭제되지 않고 영원히 분산 서버에 저장된다. 이 말은 어떤 글이 올라와도 미러가 함부로 없애는 게 불가능하며 오직 글쓴이만이 글의 게시 및 삭제 여부를 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글쓴이는 글을 수정하거나 비공개 처리는 할 수 있으나 실제 한번 배포된 데이터 자체는 블록체인 상에 영원히 남는다.

두 번째, 작가에게 새로운 수익을 주기 위해서다. 미러에 올린 글은 곧바로 NFT 형태로 공개할 수 있다. NFT는 디지털 콘텐츠의 원본을 인증할 때 활용된다. 따라서 NFT로 만들어진 블로그 글은 이후 하나의 디지털 작품으로 인정되고, 외부에 판매하거나 경매에 부칠 수 있다. 블로그의 전통적인 수익 창구였던 유료 콘텐츠 배포나 광고 배너 게시를 넘어 새롭게 수익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또 블로그 글을 쓰기 전이나 작성 완료 후에 독자에게 후원을 간편하게 요청할 수 있고, 후원금은 암호화폐로 받을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과 유사하지만 중개자를 없애 중간 수수료를 최소화하고, 후원금을 모으고 지급하는 과정을 자동화한 게 특징이다. 후원에 대한 대가로 창작자는 다시 독자에게 암호화폐나 NFT를 지급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와 글쓴이 모두 미러 안에선 수익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

미러 서비스 예시. 출처: https://mirror.xyz/

미러는 설립 초기 좋은 작가를 영입하고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방편으로 매주 10명의 작가에게만 글쓰기 권한을 주는 실험을 해 화제를 모았다. 이때 작가 선정은 미러 관계자가 아닌 독자에게 직접 투표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투표는 미러가 자체 발행한 코인을 구매하거나 소지한 사람만 참여할 수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게 정책이 바뀌었으나, 당시 소설가, 프리랜서 기자 등이 미러에 유입됐으며 해당 작가들이 모은 후원금은 최소 9만 달러다.

미러는 스스로 웹 3.0 시대를 대표하는 혁신적인 블로그 기술이라고 표현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암호화폐나 NFT에 관심이 없는 창작자에겐 미러는 그리 대단한 서비스가 아닐 수 있다. 모든 콘텐츠를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구조도 누군가에겐 필요 없는 기능일 수 있다. 오히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글이 돌아다닌다면 플랫폼 기업이 책임지고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만약 블로그 글이 인권탄압의 현장이나 혹은 정부 비판 내용을 포함한다면 어떨까? 미러의 경쟁 기술, 라이크코인(LikeCoin)은 그런 고민 속에 등장했다.

라이크코인은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을 목격한 어느 게임 개발자에 의해 만들어졌다. 라이크코인의 구조는 미러와 유사하나 콘텐츠 저장보단 원본 추적 및 영구 보존 기능에 더 집중한 서비스다. 라이크코인에서 콘텐츠를 발행하면 해당 글의 날짜, 지역, 버전, 작성자 정보 등을 담은 메타데이터를 만들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콘텐츠의 수정 여부를 추적할 수 있다. 라이크코인 개발자는 용량이 큰 콘텐츠 전부를 이더리움에 올릴 경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파악해 글의 원본 인증 정보만 따로 추출하고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라이크코인의 주요 이용자는 정부 검열을 피하려 하는 언론사다. 홍콩의 수십 개 독립 언론사들이 사진과 기사 내용을 요약해 라이크코인 위에 올려두면서 데이터를 보존하고 있다.

라이크코인 외에도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쓰다 2021년 폐간된 홍콩 언론사 빈과일보는 4,000여 개의 기사를 블록체인 기반 분산형 저장 공간인 ‘알위브(ARWeave)’에 보관해두었다. 알위브 기술은 미러가 데이터를 저장할 때 활용한 기술이기도 하다.

미러와 라이크코인이 글과 관련된 기술이었다면 오디시(Odysee,구글이 2015년 인수한 오디시와 전혀 관련 없는 기업으로 우연히 같은 이름을 쓰고 있다)는 영상을 올리고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일명 웹 3.0계의 유튜브, 분산 버전의 유튜브라 불리는 이 서비스는 LBRY라는 블록체인 위에서 영상 데이터가 저장된다. 오디시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조회수에 따라 수익을 지급받거나 시청자의 후원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 사용되는 통화는 LBRY가 발행하는 코인이나 일반 달러다. 영상 소유자는 직접 영상을 삭제할 수 있으나 실제론 오디시에서만 사라지는 것이지 LBRY에선 삭제되진 않는다.

다른 웹 3.0 서비스처럼 오디시는 콘텐츠 삭제나 수정에 대해서 최대한 간섭하지 않고 사용자가 알아서 하도록 자율권을 주고 있다. 규정을 위반한 영상이나 계정은 임의로 삭제하고 수익 창출을 못하도록 막는 유튜브 방식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원칙 때문인지 오디시에는 요리, 운동과 관련된 일상적인 콘텐츠도 존재하지만 폭력적이거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영상도 함께 올라오고 있다. 오디시의 인기는 나름 높아져 2020년 출시된 이후 월 활성 사용자가 870만 명까지 올라섰다. 지금까지 1,000만 개가 넘는 비디오가 오디시에 업로드됐다고 한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퇴출된 영상들이 오디시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아서 유독 가짜 뉴스나 백신 반대 운동, 히틀러나 나치를 미화하는 영상을 오디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래서 오디시를 극우주의자들의 유튜브라고 부르기도 한다.

트위터 혹은 페이스북의 대안 기술로 알려진 (Gab) 은 탈중앙화 소셜 서비스다. 갭은 오디시와 비슷하게 극단적 보수 지지자들이 이용해 유명해졌으며, 실제로 인종차별이나 반유대주의, 극우 성향의 글을 갭 안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미 피츠버그에서 일어난 총기사건의 용의자가 갭에서 활동했던 게 알려지면서 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 높아지기도 했다. 분산 구조를 채택하게 된 이유도 이와 관련 있다. 클라우드 기업, 결제 기업, 구글 플레이, 애플 스토어 등이 갭 안의 혐오성 콘텐츠를 지적한 후 갭을 차단하거나 고객으로 받지 않겠다고 발표해 어쩔 수 없이 다른 기술을 모색해야 했던 것이다.

갭은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분산 형태의 인프라를 선택했다. 이때 분산형 소셜 기술 ‘마스토돈’을 복사해 서비스를 개발했는데, 마스토돈 개발팀마저 갭이 극단주의와 인종 차별을 부추기는 공간이라는 점을 들어 자신들의 기술을 쓰는 것이 불편하다고 밝혔다. 다만 마스토돈 자체는 오픈소스 기술이기에 외부에서 가져다 쓰는 것을 막을 수 없어서 갭은 지금까지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갭 역시 별도의 콘텐츠 관리 정책이 없으며 온라인 공간의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일념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다른 기업처럼 토큰을 활용하진 않으나 카드사가 갭을 보이콧하면서 갭은 어쩔 수 없이 비트코인이나 계좌 이체 방식으로만 유료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받고 있다.

창작자에게 더 많은 권리와 데이터를 주다

웹 3.0은 탈중앙화 기술을 구현하면서 특정 기업이 데이터를 소유하고 활용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를 위해 대부분 블록체인을 채택하긴 하지만 꼭 블록체인이 아니더라도 데이터나 권리, 수익을 창작자에게 더 돌려주려는 정책이 존재한다면 이 역시 웹 3.0 성격의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 IT 기업들이 데이터를 수집해 부가적 수익을 얻거나 기술 개선에 활용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선택이다.

제스트월드(Zestworld)는 웹툰 업계에 웹 3.0 문화를 이식하려는 기업 중 하나다. 이들이 만들려는 서비스는 작가 중심적인 웹툰 플랫폼이다. 마블이나 DC코믹스 같은 대형 만화 기업이 만들어 놓은 비정상적인 권리 구조를 타파해 보겠다는 목표를 추구한다. 제스트월드에 소속된 작가는 뉴스레터로 만화를 공개할 수 있는데, 이때 웹툰 공개 주기, 홍보 방식, 수익 구조 등은 작가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IP에 대한 모든 권한과 2차 저작물과 관련된 제작 지분을 작가에게 처음부터 제공한다. 이런 정책과 기술로 제스트월드는 웹툰 계약 및 유통 과정이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해질 거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NFT를 발행하거나 메타버스 행사를 쉽게 열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해 작가들이 추가 수익을 만들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제스트월드 설립자 중엔 레딧의 창업자 알렉시스 오헤니언와 트위치 설립자 케빈 린이 포함돼있다. 그 덕 때문인지 제스트월드는 2021년 공식 출시되고 아직 베타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93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대형 작가들을 영입에 성공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비마이프렌즈는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각종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보통 크리에이터는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플랫폼을 여러 개 이용한다. 일상은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굿즈는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영상은 유튜브에 올리는 식이다. 비마이프렌즈의 솔루션 ‘비스테이지’를 이용하면 해당 활동을 모두 하나의 공간에 모을 수 있다. 즉 팬들은 다른 웹사이트로 이탈하지 않고 하나의 공간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댓글을 달고, 굿즈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대형 엔터테인먼트는 대규모 기술 인력을 뽑아 비슷한 서비스를 하나씩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비스테이지에선 기술 전문가가 없는 상태에서도 통합된 플랫폼부터 나만의 유튜브, 나만의 네이버 카페를 쉽게 구축할 수 있다. 거기다 모든 활동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진행되니 팬들의 반응이나 창작물에 대한 성과도 통합해서 분석하는 게 가능해진다. 인프라라는 도구로 데이터 소유권을 크리에이터에게 모두 넘긴 사례라 볼 수 있다.

비마이프렌즈의 기술 ‘비스테이지’에서 지원하는 기능들. 출처: https://www.bstage.in/

NFT는 창작자에게 더 많은 데이터와 권리를 주기 위한 방법으로 근래 자주 도입되고 있다. 대체불가토큰을 뜻하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인 NFT는 블록체인 기술의 하나로 원본을 증명하거나 디지털 자산을 인증하는 토큰으로 이용된다. 원래는 증명이나 인증, 계약 기술이 필요한 모든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나 몇 년간 미술 작품 시장에서 유독 많이 관심을 받고 있다. 마치 좋아하는 미술 작품을 구매하고 인증서를 받는 것처럼 이제 NFT로 JPG 파일이나 영상 등 디지털 형태로 나온 작품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엔 음악 분야에서 NFT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음악 NFT는 일반적인 음원 파일과 유사하나 원본을 검증하기 위한 메타 데이터가 추가된 파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음원과 연계된 포토카드, 사진, 가사 등 모든 것을 NFT로 변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 K팝 산업을 이끄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이미 NFT 사업을 준비하는데 한창이다. 해외의 많은 인기 가수들도 자신의 앨범이나 영상을 NFT로 공개하거나 직접 NFT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한 해외 언론사는 2022년을 ‘음악 NFT 기술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해’라고 표현했다. 왜 음악 산업에서 유독 NFT에 관심을 보일까? 이는 음악 산업의 독특한 구조에 기인한다. 음악 산업은 전통적으로 특정 제작사나 유통사가 산업을 독과점하는 구조를 가진 걸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가령 스포티파이에선 한번 곡이 재생될 때마다 창작자에게 지불되는 돈은 0.0033달러(약 4원)이며, 스트리밍 시장에서 곡이 재생되는 가수는 전체 가수 중 1%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국내 사정도 비슷하다. 국내 음원에서 수익이 생기면 소속사 같은 음반 제작자가 절반가량을, 멜론 같은 서비스 사업자가 35%를, 작곡가, 작사가 같은 저작권자는 10%를, 가수나 연주자 같은 실연자는 6%를 가져간다고 알려져 있다.

음악 NFT 기업들은 결국 음악 유통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깨고 수익 구조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음악 업계에선 음원 발매와 별도로 콘서트 티켓, 한정판 음반, 특별 포스터, 굿즈 등 다양한 부가 상품을 함께 판매하곤 하는데, 해당 상품을 모두 NFT 형태로 연계하기 좋다는 특징을 가진다.

음악 관련 NFT 서비스 기업들. 출처 : https://twitter.com/Cooopahtroopa/status/1484273269729423360

인비지블 굿즈는 NFT 음악을 누구나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 ‘민트송스’를 운영하고 있다. 민트송스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5%다. 수익의 95%는 창작자가 가져간다. 기존 스트리밍 시장과 비교하면 훨씬 좋은 비율이다. 만약에 판매된 NFT가 다른 곳에서 재판매된다면, 창작자는 거래액의 10%를 추가로 얻는다. 인비지블 굿즈는 1천 명 이상의 팬을 보유한 창작자는 NFT로 충분한 수익을 벌며 지속 가능한 창작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설명한다. 더 이상 음원 순위나 스트리밍 횟수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민트송스와 비슷한 NFT 거래소는 많은데 아직 대부분 베타 수준의 초기 단계다. 대부분 특정 장르 가수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면서 경쟁력을 만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댄스 음악은 그루브타임비트파운더리는 알고리즘이 만든 음악 NFT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글래스는 뮤직비디오 전문 NFT 거래소로 성장하고 있다.

수익적인 목적 외에 기술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NFT를 선택한 곳도 있다. 음악 스트리밍과 NFT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키는 블록체인의 분산 및 자동화된 기술을 활용해 음원 수익 정산을 더 빠르고 투명하게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디퀀시도 블록체인을 이용해 영화나 광고, 게임 업계에서 쓰이는 음악을 추적하고 저작권자와 수요자가 쉽고 빠르게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돕고 있다.

물론 이렇게 음악을 판매하는 방식이 과연 음악을 소비하는 주류 방식이 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NFT 시장에선 항상 표절 문제가 뒤따라온다. NFT의 대표 거래소 오픈씨에선 무료로 등록된 NFT 작품 중 80%가 표절 작품이거나 스팸 성격의 작품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음악 NFT 시장이 성숙되기 위해선 표절을 방지할 만한 기술적, 법적 정책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한다. 소비자들이 NFT를 별로 반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로 유명한 하이브는 NFT와 IP를 결합하겠다는 내용의 전략 계획을 발표했는데 팬들은 이에 대해 아티스트를 지나치게 상업화해서 활용하고 있다고 소속사를 비판한 바 있다. 또한 NFT 업계가 소규모 독립 아티스트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아직까지 NFT로 주목받는 가수들은 스눕독, 3LAU, 숀맨더스, 존 레전드 같이 전통 산업에서도 성공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여러가지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NFT가 음악업계가 매출 규모를 높여줄 가능성은 매우 높다. 특히 코로나로 오프라인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NFT는 가수들의 주요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암호 화폐 분야 투자자이자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쿠퍼 털리(Cooper Turley)는 동일한 가수가 음악 NFT 거래소 카탈로그에서 버는 수익이 스포티파이에서 버는 수익보다 평균 7.5배 높다고 추정했다.

음악 NFT 거래소 ‘카탈로그’와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 등록된 가수 5명의 연수익 추정치. 출처: https://twitter.com/Cooopahtroopa/status/1489327698430234625

함께 하면 보상받는다, 소셜토큰과 DAO

위에서 언급됐던 사례들은 창작자 당사자를 위한 기술이 대부분이었다. 웹 3.0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창작자와 소비자를 보다 밀접하게 연결해 준다. 생각해 보면 크리에이터 시장은 그 어떤 산업보다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유대관계가 강한 산업이다. 팬, 회원, 구독자로 칭해지는 수요자들이 크리에이터라는 공급자를 지지해 줘야 계속 그 생태계가 커질 수 있다.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소셜 토큰이라는 기술로 소비자와 공생하며 커뮤니티를 키우곤 한다.

소셜 토큰(Social Token) 혹은 커뮤니티 토큰(Community Token)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기본적으로 암호화폐다. 일종의 원하는 이름을 붙인 나만의 작은 화폐다. 블록체인 위에서 운영되고, 나중에 타 암호화폐나 달러 등으로 바꿀 수 있다. 창작자가 소셜 토큰을 발행하면 소비자는 토큰을 구매하고 특별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용한다. 유료 콘텐츠, 콘서트 티켓, 팬 싸인회, 굿즈 등을 소셜 토큰으로 구매하는 구조다. 과거에 해당 상품들은 원화나 달러로 구매하고 티켓이나 교환권을 수령했다면 이제 그 모든 구매 과정을 소셜 토큰으로 대체하는 식이다. 왜 일반 화폐가 아닌 굳이 소셜 토큰을 사용하는 것일까?

소셜 토큰은 보통 커뮤니티 구성원 간의 유대관계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준다고 소개된다. 소비자가 직접 토큰을 구매해 원하는 상품을 사기도 하지만, 반대로 창작자가 팬들에게 보너스 형태의 토큰을 줄 수도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토큰을 구매하거나 보유한 사람에게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한을 주기도 한다. 또한 토큰은 일반 화폐와 달리 계속 시세가 변하니 투자 도구로서의 가치가 생긴다. 창작자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토큰의 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으니 창작자는 더 열심히 활동하고 팬들도 열심히 홍보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참여자들의 활동이 저조하면 토큰의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소셜 토큰을 단순히 화폐나 교환권의 용도를 넘어 마케팅 및 홍보 도구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음악인이 소셜 토큰 형태로 발행한 ‘뮤직’이라는 코인. 코인 정보, 가격, 후원자, 거래 내역 등이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출처 https://rally.io/creator/MUSIC/

소셜 토큰을 만들고 배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소셜 토큰 발행을 돕고 수수료를 받는 인프라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다. 일례로 롤이라는 기업은 1,27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랠리는 투자금 5,700만 달러를 모았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아무에게나 바로 소셜 토큰을 발행해 주기보단 자체적인 선별 절차를 거쳐 어느 정도 믿을 만한 크리에이터에게만 소셜 토큰을 발행해 준다. 랠리에는 2021년 기준 100여 명의 크리에이터에게 소셜 토큰을 발행해 주었으며 그중 상위 5명의 토큰이 매주 거래되는 양은 10만 달러 규모였다.

소셜 토큰은 다오라는 개념과 많이 논의되곤 한다. 다오는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즉 ‘분산형 자율 조직’의 약자로 특정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내 참여자 모두가 익명성을 유지한 채 자율적인 제안과 투표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슈퍼레어(SuperRare)는 미술 작품 NFT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일부 작가의 작품을 홍보하고 소개하는 특별 페이지를 따로 제공하고 있다. 이미 수백 개가 넘는 작품이 슈퍼레어에 올라온 상황에서 이런 특별 페이지 이용 여부는 NFT 작품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슈퍼레어는 어떤 작품을 특별 페이지에서 소개할지 결정할 때 커뮤니티에게 묻고 투표로 결정하는 구조를 가진다. 투표를 포함한 특별페이지의 관리나 운영은 전적으로 슈퍼레어의 소셜 토큰인 레어를 소지한 사람만 참여할 수 있다. 대신 해당 NFT가 판매됐을 경우, 투표나 운영에 참여했던 모든 토큰 소지자는 수수료를 토큰으로 지급받는다.

그 외에 다오 프로젝트는 주로 공동의 자산을 어딘가에 투자하거나 구매할 때 많이 도입되는 상황이다. 깃트코인(GitCoin) 은 오픈소스 기술을 만드는 개발팀에 토큰을 제공해 후원하는 프로젝트다. 주로 공공성이 높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발굴하고 지원하고 있으나 최종적으로 어떤 기술에 투자할지는 깃트코인 토큰을 소유한 사람끼리 투표해서 정하고 있다. 플리저DAO(PleasrDAO)는 VC 투자자부터, 예술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모여 자금을 공동으로 출자해 관리하면서 NFT 작품을 함께 수집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적인 가치를 가진 NFT 작품을 구매해왔다. 대표적으로 미 NSA의 감청 체계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나 인터넷 프라이버시 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비영리단체 토어 프로젝트가 만든 NFT 작품을 플리저DAO에서 구매했다.

현재 블록체인과 관련된 많은 기업들이 다오 모델에 관심이 있지만 사실 다오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몇 개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다오의 한계에는 투표 참여율이 생각보다 낮고,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또 규모가 큰 조직의 경우 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효율적이지 않다는 문제점이 나왔다. 이 때문에 다오 문화를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해 주는 투표 관리 기술이나 재정 감시 도구 등 관련 보조 기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웹 3.0 기술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았다. 위에서 언급된 기술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매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에선 웹 3.0 기반의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다. 웹 3.0 기술이 크리에이터 시장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 시장에 여러 문제점과 불편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내포한다. 결국 그 핵심엔 데이터 통제권, 수익 구조의 개선, 기술 투명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있다. 위기감 때문인지 대형 플랫폼들도 웹 3.0 기술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트위터는 2019년부터 블루스카이라는 분산형 소셜 미디어 시스템을 만들어 연구하고 있다. 유튜브는 사용자가 자신의 영상을 소유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NFT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틱톡은 내부 사용자 데이터를 누구나 광고에 활용할 수 있게 API로 개방했다. 이미 지각변동은 시작됐다. 크리에이터 시장의 주류 기업이 과연 웹 3.0 가치를 수용해 업계 선두를 지킬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플랫폼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줄지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이지현 기자 jihyun@technologyrevie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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