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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스마트폰 이상의 파괴적 혁신될 것”, 페기 존슨 어질리티 로보틱스 CEO

지난 60년간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로봇, 그중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AI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비상하고 있다. 학교나 연구소에서의 연구 대상에서 공장의 자동화와 노동력 보조 역할로 탈바꿈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제로 개발하고 공장과 창고 업무에 공급하고 있는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의 페기 존슨(Peggy Johnson) CEO를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돌입했다. 제조업과 자동차 조립 공장을 넘어 이제 가정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급될 날이 머지않았다. 이에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와 어질리티 로보틱스 등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차세대 먹거리로 인식한 글로벌 로봇 기업들의 시장 선점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중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테슬라와 함께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페기 존슨 CEO를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발행사인 DMK 주최로 지난해 12월 개최된 AI Summit Seoul에 참석차 내한한 존슨 CEO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스마트폰 이상의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며, AI 기술의 발전이 로봇 산업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아마존 물류 창고, 세계 최대 3자 물류계약 기업인 GXO 로지스틱스, 여성 의류 브랜드 스팽스, 그리고 자동차 제조업체 등과의 협업 사례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강력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페기 존슨(Peggy Johnson)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 CEO

로봇 사이의 연결에 인간이 필요하다

1961년 최초의 산업용 로봇으로 알려진 유니메이트 암(Unimate Arm)이 등장한 이후, 컴퓨터를 이용한 제어 기술이 도입되고, 구동계가 유압 방식에서 전기 모터로 전환되는 등의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이후 비전 시스템과 레이저 가이드 기술 등이 적용되면서 주변 환경을 스캔하고 자율적으로 이동하는 로봇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발전으로 로봇의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었으며, 산업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되기 시작했다. 자율이동로봇(Autonomous Mobile Robot, 이하 AMR)은 공장과 창고를 점령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2024년 기준 총 75만 여 대의 다양한 로봇을 창고 운영에 활용하는 등 산업 현장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이렇게 산업용 로봇의 활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직 공장이나 창고, 물류 등의 산업 현장에서 찾아보기 어렵고 여전히 많은 작업이 인간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공장 내 많은 부분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런 자동화는 마치 섬처럼 공정마다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컨베이어 벨트와 AMR 등 여러 로봇 사이의 연결에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존슨 CEO는 2023년 미국에서 창고 및 물류 분야의 인력 부족이 100만 명에 달했다며, 이는 창고 및 물류 산업의 작업 환경이 열악하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 휴머노이드 로봇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인간이 기피하는 힘들고 반복적인 작업을 도맡아 수행함으로써 제조업과 물류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물류, 창고, 제조업에서 가시적 성과 보여

존슨 CEO는 물류나 창고, 제조업 등이 휴머노이드 로봇이 활약을 시작하기 가장 완벽한 장소라며 이미 아마존 등에서는 직원들이 로봇과 협력해 작업을 수행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3월부터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Digit)을 물류 현장에 투입해 운반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역량과 작업 효율 향상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영향이 산업 현장에 그치지 않고 일반 대중 속으로 파고 들어 과거 PC나 스마트폰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꾼 것과 마찬가지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정원 가꾸기나 세탁, 청소, 요리 등을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신하며 일상생활을 획기적으로 편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존슨 CEO는 “우리는 사람들이 하기 싫어 하는 일을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모두 맡길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이런 혁신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 과정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이동하기 위한 2족 보행 로봇인 캐시(Cassie)를 2016년에 개발했으며, 몸체와 팔을 달고 각종 센서를 부착한 디짓 V.1을 만들고 현재는 디짓 V.4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발전을 이뤘다.

이런 와중에 가장 극적인 전환이 일어난 것은 바로 지난 2022년이었다. 존슨 CEO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AI 기술이 적용되면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AI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 학습 속도를 급격히 가속화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시맨틱 지능(Semantic Intelligence)과 피지컬 지능(Physical Intelligence)의 두 가지 지능을 갖춰야 한다. 시맨틱 지능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능력이며, 피지컬 지능은 실제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이해할 수 있는 지능을 바로 AI가 부여하는 것이다.

그녀는 “이런 지능을 탑재함에 따라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존의 워크셀, 즉 한정된 작업 구역 밖에서도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무제한의 로봇을 제공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돌파구다. 예를 들면 제조 시설에서 하역장에 이르는 전 영역에서 인간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같이 협력해 작업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AI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2026년까지 인간과 같이 작업하는 협력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이런 발전은 이전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일들을 실제로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시니어 케어와 같은 일반 대중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 안전을 보장하면서 섬세함이 필요한 작업까지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겨진 3가지 도전 과제

존슨 CEO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로 안전성과 배터리, 가격 등 3가지를 꼽았다.

넘어지지 않는 안정성이 중요한 이유는 대략 사람과 비슷한 크기와 무게를 갖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넘어질 경우 로봇 자체는 물론이고 주변의 사람이나 기물에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사람이라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조그만 턱도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 있으며, 좁은 통로에서 사람이나 다른 로봇과 마주쳤을 때의 이를 감지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방식 또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도전 과제는 배터리다. 여러 개의 모터와 센서 등으로 구성된 휴머노이드 로봇의 무게를 줄이면서 충분한 배터리 용량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존슨 CEO는 “실제로 현재 나와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중에는 배터리 시간이 약 20분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연구나 데모 시연을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지만, 실용성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반적인 운영 환경에서 충전비는 4:1 수준이다. 다시 말해 40분 일을 하고 10분을 충전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두 대의 로봇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일을 하고 배터리가 방전되면 다시 돌아와 충전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이를 개선해 10:1 수준으로 개선하려고 한다. 그러면 100분 일을 하고 10분만 충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라며 배터리 관련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번째는 가격이다. 일부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휴머노이드를 도입하는 방식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CAPEX 방식이다. 이는 기업이 설비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로봇을 도입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식은 OPEX 방식으로 로봇을 하나의 서비스로 간주하는 것이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OPEX 방식으로 로봇을 도입함으로써 도입에 필요한 초기 투자 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로보틱스와 자동화가 노동을 바꿀 것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그녀는 “인간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기 위해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단순 반복작업을 싫어한다. 힘들고 더러우며 위험한 일도 싫어한다. 그래서 인간이 싫어하는 이런 일들을 시키기 위한 존재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존슨 CEO는 “실제로 작업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은 더럽고 힘든 일을 휴머노이드가 대신하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일이 쉬워진다고 느끼고 있다. 아직 휴머노이드 로봇의 도입이 이제 막 시작된 초기에 불과함에도 일부에서는 생산성이 약 40% 향상됐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휴머노이드 로봇의 도입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이전에 불가능했던 작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 작업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그녀는 “100년 전의 농부는 하루 12시간씩 일을 했다. 그 다음에는 하루 8시간을 일하게 됐고, 이제는 주 4일 근무 얘기도 나오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우리가 작업 시간을 줄이고,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며,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을 더 자유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과 같이 인구감소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곳에서는 로보틱스와 자동화를 통해 노동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페기 존슨 CEO는 2024년 3월에 어질리티 로보틱스에 합류하여, 회사의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과 디짓 로봇의 대규모 제조를 이끌고 있다. 어질리티 로보틱스에 합류하기 전에는 매직리프(Magic Leap)의 CEO로 증강현실(AR) 헤드셋인 매직리프 2(Magic Leap 2) 출시를 진두지휘했다. 그 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퀄컴(Qualcomm)에서도 임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