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ould make better beer. Here’s how.

맥주도 AI가 만들어주는 시대 열리나

조만간 AI가 만들어주는 맛있는 맥주를 마실 날이 올 것 같다. AI 모델이 인간 전문가보다 맥주 맛 평가에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대형 맥주회사는 보통 직원 중에서 숙련된 시음자를 수백 명씩 선발해 신제품을 테스트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음단을 운영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고, 시음자마다 느끼는 맛이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

인공지능(AI)이 대형 맥주회사가 겪는 이러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26일(현지시간) 과학 저널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가 특정 벨기에 맥주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뿐만 아니라 맥주 맛을 개선하기 위해 양조업자가 어떤 종류의 화합물을 첨가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AI 모델이 등장했다.

이러한 종류의 AI 모델은 앞으로 식음료 제조업체가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기존 레시피를 조정하는 데도 도움을 주면서 지금까지 실험을 진행하는 데 들었던 많은 시간과 비용도 아껴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AI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해 5년 동안 250종의 시판 맥주를 화학적으로 분석한 뒤 각 맥주의 화학적 특성과 풍미를 내는 화합물을 평가했다. 즉, 맥주 맛을 결정짓는 요소들을 전부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상세한 분석 결과를 맥주에 대한 훈련된 시음단의 평가(홉, 효모, 맥아 풍미 등에 대한 평가)와 인기 맥주 평가 사이트인 레이트비어(RateBeer)에서 수집한 같은 맥주에 대한 18만 건의 리뷰를 종합해서 맥주의 맛, 외관, 향기, 전체적인 품질에 대한 점수를 산출했다.

연구진은 화학적 데이터와 감각적 특징을 결합한 이 대규모 데이터세트를 이용해 맥주의 맛, 향기, 입맛과 맥주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10개의 머신러닝 모델을 훈련시켰다.

그리고 이 모델들을 비교하기 위해 데이터를 훈련용 세트와 테스트용 세트로 나누고, 훈련용 세트의 데이터로 모델을 훈련시킨 후 테스트용 세트를 모델이 어느 정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모든 AI 모델이 훈련된 인간 전문가 패널보다 레이트비어의 맥주 등급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연구진은 이러한 모델을 통해 맥주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화합물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맥주에 특정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으면 맥주를 높게 평가할 가능성이 더 컸다. 예를 들어, AI 모델은 시큼한 신맛이 나는 맥주에 들어가 있는 젖산을 다른 종류의 맥주에 첨가하면 그것의 맛이 더 신선해져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본 프로젝트에 참여한 루벤 대학교 교수이자 VIB-KU 루벤 미생물학 센터의 책임자인 케빈 베르스트레펜(Kevin Verstrepen)은 “모델에게 맥주를 분석시켜 ‘어떻게 하면 맥주를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면서 “그 후 실제로 맥주에 풍미 화합물을 첨가하여 변화를 주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맥주 맛이 더 좋아져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일반적으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음료 업계의 주요 해결 과제인 무알코올 맥주를 더 맛있게 만드는 데도 이 방법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AI 모델의 예측 기술을 이용해 무알코올 맥주에 화합물 혼합물을 추가했다. 그러자 시음자들은 이전 제품보다 감칠맛과 단맛이 훨씬 향상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워싱턴 주립대학교의 식품 과학 교수인 캐롤린 로스(Carolyn Ross)는 이러한 유형의 머신러닝 접근법은 음식의 식감과 영양을 탐구하거나 다양한 소비자층에 맞게 식품의 성분을 조정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노인들은 복잡한 식감이나 재료의 조합을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로스 교수는 “특히 다른 소비자층에 주목하고 그 소비자에 맞는 구체적인 제품을 고안하려고 한다면 탐구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