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초인종이 없기 때문에 아담은 항상 도착 2 분 전에 내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그는 “2분만 있으면 도착할 거야”가 아니라 “이미 문 앞에 와있어”라고 말한다. 내가 문을 열기 전에 늘 뭔가를 끝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샤워 소리 너머로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나는 커튼 반대편으로 손을 뻗는다. 시간은 오후 6시 31 분이다.

“안녕, 도착했어.” 아담이 말한다.

큰일났다.

0밀리초: 머리에 수건을 새 둥지처럼 말아 올린 상태에서 계단을 뛰어 내려가보니 창문 너머로 그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인다. 아담은 금융 업계에서 종사하는 바이킹처럼 생겼다. 그가 미소를 짓고 있다. (밀리초=1,000분의 1초)

40밀리초: 햇빛에 그을린 소년 같은 얼굴이 보인다.

50밀리초: 나는 아담의 얼굴 윤곽, 작고 밝은 아몬드 모양의 눈, 내 눈에는 귀여워 보이는 뻐드렁니, 머리 선을 인식한다.

70밀리초: 그의 눈가에 주름이 지면서 작은 홈이 생기기 시작하고, 단단해 보이는 이마에선 그의 성격과는 전혀 딴판인 강인한 남자다움이 느껴진다.

90밀리초: 계단 위에서 아담이란 걸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