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준혁 | Ineffable Intelligence 공동창업자 · 前 구글 딥마인드 수석연구원
[인터뷰] “인간의 데이터를 지울 때, AI는 인간을 넘어선다”
AI가 어떻게 배울지를 정하는 일은 오랫동안 인간 연구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제 AI가 스스로 학습 방식을 찾아내고, 그 방식으로 훈련한 에이전트가 사람이 설계한 대표적인 알고리즘보다 높은 성능을 내기 시작했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이 연구를 이끈 오준혁 인에퍼블 인텔리전스 공동창업자는 인간이 만든 데이터와 지식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스스로 경험하며 배우는 것이 다음 단계라고 말한다.
AI에게 수학 문제를 풀라고 시켰는데, 어느 순간 문제를 푸는 법이 아니라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공부법부터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다면 어떨까. 지금 AI 연구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변화는 이와 비슷하다. 사람이 문제를 주고 답을 평가하는 단계를 넘어, AI가 무엇을 보고 배우고 어떤 방식으로 실력을 높일지까지 스스로 찾아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 딥마인드의 디스코RL(DiscoRL)이다. 2025년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AI에게 특정 문제를 잘 풀라고 가르치는 대신, AI를 더 잘 가르치는 방법 자체를 찾아보게 했다. 그 결과 AI는 사람이 미리 수식으로 정해주지 않은 새로운 학습 규칙을 찾아냈고, 그 규칙으로 훈련한 에이전트는 아타리(Atari) 벤치마크에서 비교 대상이 된 기존 강화학습 알고리즘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
한마디로 AI가 문제를 푸는 학생에서 공부법까지 스스로 만드는 단계로 올라선 셈이다.
AI의 역사를 보면 사람이 직접 설계하던 요소를 기계가 하나씩 학습으로 대체해 왔다. 과거에는 사람이 사진에서 어떤 특징을 봐야 하는지 정했지만, 신경망은 그 특징을 데이터에서 스스로 찾아내기 시작했다. 이제 자동화는 한 단계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무엇을 배울지뿐 아니라 어떻게 배울지까지 AI가 찾기 시작한 것이다. ‘AI 빌드 AI(AI Build AI)’가 가리키는 변화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