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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미래를 움직일 6200억 원짜리 장비의 정체

AI 시대에는 계속해서 더 빠른 칩이 필요하다. ASML은 그런 칩의 미세 회로를 새기는 데 필요한 고가 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우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최신 노광 장비는 AI 시대의 고성능 칩을 만드는 핵심 장비로 꼽힌다. 더 작고 촘촘한 회로를 새길 수 있어 반도체 미세화의 다음 단계를 여는 장비지만 크기와 복잡성도 압도적이다.

ASML에서 기술을 총괄하는 요스 벤스호프(Jos Benschop) 부사장은 필자와 인터뷰를 하던 중 이 거대한 최신 장비의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해 사다리를 올랐다. 꼭대기까지 가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장비는 2층 버스만 한 크기에 무게가 150톤을 넘을 정도로 거대했다. 정밀하게 깎아 만든 반짝이는 알루미늄 몸체 위로 수천 개의 구불구불한 관과 알록달록한 케이블, 압력 탱크가 촘촘히 얽혀 있었다. 바닥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거대한 미래형 엔진처럼 보였다. 필자는 벤스호프 부사장과 함께 장비 위로 올라가 약 4.6m 높이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래에서는 방진복을 입은 기술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34평형 아파트 내부 공간에 맞먹는 200㎥가 넘는 크기의 이 노광 장비는 기술의 집약체다. 벤스호프 부사장은 거대한 장비를 가리키며 “몇 개의 거울을 원자 수준의 정밀도로 제어하는 메카트로닉스 장치”라고 설명했다. 메카트로닉스는 기계공학과 전자공학, 제어 기술을 결합한 기술을 뜻한다. 키가 크고 머리가 희끗한 66세의 벤스호프 부사장은 10년 넘게 엔지니어들과 함께 이 장비를 설계해왔다. 그런데도 가끔 이 장비를 볼 때마다 스스로도 놀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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