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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centers are amazing. Everyone hates them.

‘AI 시대의 심장’ 데이터센터가 혐오시설이 된 이유

조지아주를 비롯한 미국 곳곳에서 전기요금 상승과 환경 부담을 이유로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구글 등 빅테크는 대규모 부지를 매입하며 인프라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초대형(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수천 개의 특수 컴퓨터 칩이 병렬로 돌아가며 첨단 AI 모델에 필요한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데이터센터 한 곳의 면적만 해도 수십만 제곱미터에 달한다. 철강과 알루미늄, 콘크리트를 수천 톤 단위로 쏟아부어 건설하고,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배선을 깔아 고성능 GPU 칩 수십만 개를 촘촘히 연결한다. 전력 소모량도 수백 메가와트시(MWh) 단위로 치솟는다. 막대한 연산이 쉴 새 없이 이뤄지다 보니 시설 내부는 극도로 뜨거워지고, 이를 식히기 위한 냉각 시스템만으로도 공학적 복잡성의 정수라 할 만큼 정교한 기술이 투입된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그 안에 들어가는 칩이다. 첨단 프로세서를 탑재한 칩 한 개 가격은 3만 달러(약 4,500만 원)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이 칩들을 랙에 가득 꽂아 동시에 구동하면 초당 수십만 개의 토큰을 처리한다. 토큰은 AI 모델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세계 최대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쏟아붓는 자본 규모를 감안하면 이런 시설들이 미국 주식시장과 경제를 사실상 떠받치고 있다는 주장까지 쏟아진다. 

데이터센터가 우리의 삶에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사실은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에서도 드러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업무일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나란히 서서 “데이터센터 건설에 5,000억 달러 규모의 민간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분명 우리 시대의 경이로움이다. 여러 공학 분야가 맞물려 완성된 기술의 총아로, ‘기술적 경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데이터센터 건설에서 미국을 선도하는 버지니아주에서는 이미 데이터센터가 주민들이 기피하는 시설로 자리 잡았다. 네바다주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곳 데이터센터들은 지역의 귀한 물을 대량으로 빨아들인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시간과 애리조나, 사우스다코타주에서도 반발은 이어진다.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서는 시 북동부 지역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허용하는 표결이 이뤄진 뒤, 주민들이 시의원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데이터센터가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중에서도 조지아주에서의 반감은 유독 거세다.

조지아주는 미국 정치에서 이른바 ‘퍼플 스테이트’로 불린다.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가운데 어느 한쪽이 확실히 우세하지 않아 선거 때마다 표심이 요동치는 경합 주를 뜻한다. 조지아주는 그중에서도 특히 경합 주 성격이 뚜렷한 지역이다. 진보 성향이 강한 도시 지역과 ‘MAGA’ 성향이 짙은 교외 및 농촌 지역이 공존한다. 이곳 민주당 진영을 대표하는 진보 정치인 스테이시 에이브럼스(Stacey Abrams)와 보수 진영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공화당 원로 정치인 뉴트 깅리치(Newt Gingrich)의 기반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곳에서는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데이터센터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모인다.

지난해 조지아주 공공서비스 위원회(Public Service Commission) 선거는 예상과 달리 접전으로 흘러갔고, 결국 현직 공화당 위원들이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는 이변으로 이어졌다. 물론 전국 정치 지형의 영향이 일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에 유리한 흐름이 형성된 선거 국면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를 택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의 핵심 쟁점은 치솟는 전기요금이었다. 그리고 전기요금 급등의 배경으로는 버지니아주에 견줄 만큼 거세게 확산한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반복해서 지목됐다.

이 건설 붐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한때 조지아주는 데이터센터를 적극 유치하려 했다. 적어도 정치 지도부의 시선은 그쪽을 향해 있었다. 2018년 조지아 주의회는 데이터센터에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컴퓨터 시스템과 냉각 인프라에 대한 세금 감면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 대한 추가 감면, 재산세 감면까지 보탰다. 그 결과 데이터센터 건설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은 주의회와 다른 선출직 공직자들이 기대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애틀랜타 외곽에서 멀지 않은 조지아주 볼링브룩에서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갈등이 정면으로 드러났다. 먼로 카운티(인구 2만 7,954명) 위원들이 볼링브룩(인구 492명) 인근에 새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약 3.6제곱킬로미터 규모 부지의 용도 변경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조지아주 전역에서 데이터센터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지만, 특히 애틀랜타 인근 지역에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대체로 여론은 결정적 변수가 되지 않는 편이다. 인근 트위그스 카운티에서는 강력하고 조직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약 1.2제곱킬로미터 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볼링브룩 계획을 논의하는 회의는 달랐다. 조지아주 메이컨의 지역 신문 <텔레그래프(The Telegraph)>에 따르면 제안된 데이터센터에 사실상 만장일치에 가까운 반대 의견을 표하기 위해 약 900명이 회의장에 몰려들었다. 여론이 어디로 기울었는지 확인한 먼로 카운티 위원회는 지난해 8월 해당 안건을 부결시켰다.

개발을 추진하던 사업자들은 이 데이터센터가 카운티에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조성하겠다며 “최고 수준의 환경 기준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일자리와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내놨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이를 막기 위해 몰려들었다.

데이터센터는 수년 전부터 존재해 왔는데, 왜 사람들은 최근 들어 데이터센터에 이토록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을까. AI 기업들의 주장대로라면 데이터센터는 질병을 정복하고, 전례 없는 번영을 가져오며, 심지어 죽음마저 속일 수 있는 AI를 뒷받침하는 ‘미래의 엔진’이다. 그런데 왜 이 시설은 건설 예정지 인근 주민들을 이토록 격분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몇 가지 뚜렷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데이터센터는 건설 속도와 규모가 압도적이다. 짧은 기간에 대형 시설이 들어서면서 전력망에 부담을 주기 쉽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전기요금이 오르는 일을 반길 사람은 없다. 조지아주 주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요금 인상은 매달 전기요금 고지서로 체감되며 불만을 키웠다. 집 뒤편에 들어선 보기 흉한 시설은 지역 전력망을 점유한 채 돌아가는데, 그로 인한 이익은 캘리포니아주 억만장자들이 가져가고 비용은 주민들이 떠안는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와이오밍주에서는 메타(Meta)가 구상 중인 데이터센터가 주 전체 가구의 전력 소비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를 대량으로 소모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전력 회사들이 전력망 용량을 늘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제는 증설된 전력망이 기술 기업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그 비용을 결국 지역 소비자들이 함께 부담한다는 점이다.

환경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과정에서 오염도가 높은 에너지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는 멤피스 데이터센터에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메탄 발전기를 대거 투입해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원자력은 비교적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지만, 기존 원전은 건설에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고 소형 원자로 역시 실제 가동까지는 수년이 필요하다. 

여기에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물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물 사용량은 시설마다 편차가 큰 데다 관련 정보가 비공개로 묻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여러 주에서는 시설별 물 사용량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불러오는 문제는 환경에만 그치지 않는다. 소음도 만만치 않다. 낮고 일정한 기계음이 밤낮없이 이어지며, 가끔 들리는 수준이 아니라 24시간 365일 끊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멈추지 않는 고속도로”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역사회에 일자리를 가져온다는 주장 역시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건설 단계에서는 인력이 투입되지만 공사가 끝난 뒤 시설이 상시 고용하는 인원은 의외로 적은 편이다.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하는 거대 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사회가 얻는 일자리 효과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사정만 봐도 데이터센터에 반대할 이유는 충분하다. 다만 반발의 뿌리는 여기에만 있지 않다. 주민들의 분노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정서적 반감이 섞여 있으며, 이는 과거 우리가 한 차례 겪었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10여 년 전 실리콘밸리의 대형 기술 기업들은 샌프란시스코와 베이 에어리어(Bay Area)에서 직원들을 자사로 실어 나르는 통근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와 마찬가지로 이 버스들 역시 공공도로 같은 공유 자원을 이용하면서도 정당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졌고 결국 항의 시위로 번졌다. 물론 시위의 표면적 이유는 공유 자원 사용 문제였지만, 분노의 핵심은 그보다 훨씬 더 큰 변화에 대한 반발이었다.

기술 기업들은 규모를 가리지 않고 샌프란시스코를 빠르게 바꿔놓고 있었다. 2010년대 초반의 샌프란시스코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급속히 진행되던 시기였으며, 더 근본적으로는 기술 산업 자체가 사회를 재편하는 듯한 흐름까지 드러나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막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은 근본부터 달라지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변화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구글을 멈출 수는 없었지만 구글 버스는 막을 수 있었다. 버스 앞에 서서 길을 가로막을 수도 있었고,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에게 항의할 수도 있었다.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며 압박을 가할 수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실제로 행동에 나섰고, 결국 이 통근버스는 규제 대상이 됐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반발도 이와 비슷한 정서를 품고 있다. 우리는 AI가 사회를 바꾸고 있으며 그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말을 끊임없이 듣는다. AI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주변 곳곳에 스며들었다. 설령 챗GPT나 클로드나 제미나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생성형 AI는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앱과 서비스에 점점 더 깊숙이 내장되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AI가 일자리를 쓸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공포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성과는 과장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구글을 멈출 수는 없다. 하지만 구글 데이터센터는 멈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통근버스는 규제를 받았지만 여전히 흔한 풍경으로 남아 있다. 도시는 그 어느 때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됐다. 한편 먼로 카운티에서는 일상이 계속된다. 지난 10월 구글은 “주간고속도로 바로 옆에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약 3.8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부지를 매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