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팝콘 먹으며 전쟁에 베팅한다…AI가 만든 ‘전쟁 관람 시대’
“샌프란시스코에서 모임 열고 이거 100인치 TV로 같이 볼 사람?”
소셜미디어 X에 올라온 이 짧은 게시글은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상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한 온라인 정보 대시보드를 가리키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소속 인사들이 개발한 이 대시보드는 실시간 위성 이미지와 선박 추적 같은 방대한 오픈소스 데이터를 채팅 기능, 뉴스 피드, 그리고 ‘예측 시장’ 링크와 결합한 플랫폼이다.
특히 미래 사건의 결과에 돈을 걸 수 있는 예측 시장에서는 이란의 차기 ‘최고지도자’가 누가 될지 같은 민감한 사안에도 베팅이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그 자리에 오르면서 해당 결과에 베팅했던 일부 참여자들이 수익을 거뒀다.
필자는 지난 일주일 동안 이와 비슷한 대시보드를 12개 넘게 살펴봤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AI에 자연어로 명령을 내려 코드를 만드는 이른바 ‘바이브 코딩(vibe-coding)’ 방식으로 며칠 만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중 하나는 미국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 공동창립자의 관심을 끌었다. 팔란티어는 현재 전쟁 상황에서 미군이 클로드(Claude) 같은 AI 모델에 접근할 때 사용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일부 대시보드는 이란 전쟁 이전에 만들어졌지만, 대부분의 제작자는 이를 홍보하며 느리고 비효율적인 언론을 거치지 않고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도구라고 주장한다. 한 링크드인 사용자는 공습 직전 이란 영공이 폐쇄되는 과정을 시각화한 지도를 보며 “이 지도를 30초 보는 동안 뉴스를 읽거나 시청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썼다.
AI와 이란 전쟁을 둘러싼 논의의 상당 부분은 클로드 같은 모델이 미군의 공격 목표 결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이런 정보 대시보드와 이를 둘러싼 생태계는 전쟁에서 AI가 정보를 전달하는 중개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AI 코딩 도구의 등장으로 이제는 높은 기술적 역량이 없어도 오픈소스 정보를 모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챗봇 역시 신뢰성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런 정보를 빠르게 분석해 준다. 전쟁 관련 가짜 콘텐츠가 급증하면서 우리는 과거 정보기관에서나 접근할 수 있었던 수준의 원자료와 분석을 찾게 됐다. 충분한 정보를 가진 사람에게 금전적 보상을 약속하는 실시간 예측 시장도 이런 대시보드 수요를 끌어 올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군이 이번 전쟁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영향을 미쳤다. 클로드는 미 국방부가 공급망 위험요소로 분류한 모델이지만 실제 군사 작전에 활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AI가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정보 도구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됐다.
이런 흐름이 맞물리면서 AI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전쟁 정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정보를 더 명확하게 보여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보 흐름을 왜곡하기도 한다.
필자는 기자로서 이런 정보 도구들이 상당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선박 항로 데이터나 정전 정보처럼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정보를 한곳에 모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이다. 다만 팝콘을 먹으며 전쟁 상황을 지켜보고 동시에 돈을 거는 구조가 된다면 전쟁이 기묘한 오락거리로 소비될 위험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원자료 기반 데이터 흐름이 실제로 느껴지는 것만큼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디지털 조사 전문가이자 탐사 기법을 가르치는 크레이그 실버먼(Craig Silverman)은 이러한 대시보드를 꾸준히 기록해 왔다. 지금까지 확인한 것만 20개에 이른다. 실버먼은 “문제는 우리가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라며 “실제로는 수많은 정보를 끌어모으는 것일 뿐,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 안에서 의미 있는 통찰을 끌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정보의 질이다. 많은 대시보드에는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뉴스 상황을 AI가 요약해 보여주는 ‘정보 피드’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런 요약은 부정확한 내용을 만들어 낼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이 데이터 자체가 엄격하게 선별된 정보가 아니다. 대시보드는 다양한 정보를 한 화면에 그대로 모아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그 결과 이란 공습 위치를 표시한 지도 옆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암호화폐 가격이 함께 표시되기도 한다.
반면 정보기관은 데이터 피드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를 해석할 수 있는 전문가와 함께 활용한다. 전문가들은 수집된 정보에 전문 지식과 역사적 맥락을 더해 의미를 읽어낸다. 물론 정보기관은 공개 웹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비공개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다.
이란 전쟁과 관련해 이러한 정보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판매하는 이들이 암묵적으로 내세우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가 강력한 정보 민주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를 통해 지금까지 소수 엘리트만 접근할 수 있었던 정보에 이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사람들은 그 정보를 단순히 상황을 더 잘 이해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고, 핵 공격 가능성 같은 사안에 돈을 거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AI가 정보를 대량으로 모아 보여준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정확한 이해가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상황을 이해하려면 정확성과 맥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은 이러한 작업을 내부에서 수행하며, 좋은 저널리즘 역시 우리를 대신해 같은 역할을 한다.
이 현상은 베팅 시장과도 깊게 얽혀 있다. 안드리센 호로위츠 소속 두 사람이 만든 대시보드에는 이 회사가 투자한 예측 플랫폼 칼시(Kalshi)에서 이루어지는 베팅이 스크롤 형태로 표시된다. 다른 대시보드들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지 여부나 이란의 인터넷이 언제 복구될지 같은 사안에 돈을 거는 예측 시장 폴리마켓(Polymarket)으로 연결된다.
AI는 오래전부터 가짜 콘텐츠를 더 쉽고 저렴하게 확산시키는 도구로도 활용돼 왔다. 이 문제는 이번 이란 전쟁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주 <파이낸셜 타임스>는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는 다수의 AI 생성 위성 이미지를 확인했다.
실버먼은 “조작됐거나 완전히 가짜인 위성 이미지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이미지를 매우 신뢰할 만한 자료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짜 이미지가 확산되면 전쟁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정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지금의 상황은 AI가 만들어낸 콘텐츠의 홍수에 가깝다. 대시보드와 베팅 시장,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사진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전쟁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