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 일상 데이터 신약 임상시험에 활용한다
지금까지 손목 위 스마트워치가 모은 심박·수면 데이터는 주로 개인의 일상 건강관리에 쓰였다. 이 데이터를 신약이 듣는지 가늠하는 ‘임상시험의 측정 도구’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웨어러블 기기가 모은 일상 생체 데이터를 신약 개발 임상시험에 본격적으로 쓰겠다는 협력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데이터 기반 디지털 임상시험 전문 기업 알체디스(Alcedis)와 23일 파트너십을 맺고, 갤럭시 워치로 수집한 생체 데이터를 신약 개발 임상시험에 활용한다고 24일 밝혔다. 양사는 갤럭시 워치 센서가 실제 생활 환경에서 모은 데이터를, 신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임상 지표(clinical endpoint, 약의 효과·안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측정값)로 전환하는 방법을 공동 개발한다. 병원에서 간헐적으로 측정하던 데이터를 일상에서 끊김 없이 모으는 방식으로, 임상 연구를 디지털로 전환하려는 흐름의 일부다.
병원 밖 ‘일상 데이터’를 임상의 측정값으로
이번 협력의 핵심은 데이터를 모으는 장소와 방식의 전환이다. 그동안 임상시험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그 자리에서 측정한 데이터에 주로 의존해 왔다. 반면 갤럭시 워치 같은 웨어러블(wearable, 손목 등 몸에 착용해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기기)은 일상 속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은다.
이런 방식의 전환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일상에서 연속적으로 데이터를 모으면 측정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고, 환자가 병원을 자주 찾지 않아도 돼 임상 참여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 연구의 디지털 전환이라 불리는 흐름이다.
다만 일상 데이터를 그대로 임상에 쓸 수는 없다. 손목에서 측정한 수치가 신약의 효과나 안전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려면, 그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는 임상 지표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양사가 ‘웨어러블 데이터를 임상 지표로 전환하는 방법’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협력 범위는 데이터 전환에 그치지 않는다. 양사는 데이터 수집부터 연구 참여자 모니터링, 임상시험 운영, 규제 대응까지 임상 연구의 전 과정을 폭넓게 협력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웨어러블 기술의 활용 범위를 일상 건강관리에서 의료 연구 영역으로 넓히게 됐다.
30년 임상 전문기업과 손잡고, ‘커넥티드 케어’로
협력 상대인 알체디스는 1992년 설립 이후 30년 이상 종양, 심장, 신경 등 다양한 분야의 임상시험을 수행해 온 독일의 디지털 임상시험 전문 기업이다. 현재는 글로벌 헬스케어 AI 기업 휴마(Huma) 그룹의 자회사로서 임상 연구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오랜 임상 경험을 가진 기업과 웨어러블 기술을 가진 삼성전자가 각자의 강점을 결합하는 구도다.
삼성전자 MX사업부 헬스개발그룹 최종민 상무는 “임상 연구는 기술과 과학적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파트너가 힘을 모아 인간의 건강을 더 깊이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일상의 데이터가 신약 개발 연구와 환자를 위한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체디스 한노 헤르틀라인(Hanno Härtlein) 대표는 “임상 연구의 미래는 전통적인 임상 환경을 넘어 일상 속 의미 있는 건강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력은 삼성전자가 추진해 온 더 큰 전략과 맞닿아 있다. 최근 헬스케어의 무게중심은 병원 중심에서 일상 중심으로, 사후 치료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겨 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전환에 맞춰 일상에서 모은 데이터가 헬스케어 연구로, 다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이 웨어러블 기반 건강 데이터를 실제 의료 서비스와 연계하는 ‘커넥티드 케어(Connected Care)’ 생태계다. 삼성전자는 그 핵심 전략으로 미국 내 500여 개 대형 병원과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 젤스(Xealth)를 인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갤럭시 기기의 건강 데이터를 병원 전자의무기록(EHR, 환자의 진료 기록을 디지털로 관리하는 시스템)과 연동해 예방 중심의 맞춤형 진료를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