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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모델은 박사급, 기억력은 금붕어…당신의 일이 그대로인 이유

더 똑똑한 모델이 쏟아져도 조직의 생산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젠스파크를 만든 케이 주 CTO는 원인을 ‘기억의 부재’에서 찾는다. 그의 해법은 더 강한 모델이 아니라, 업무 맥락을 기억하는 ‘AI 동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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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스파크(Genspark)는 자체 AI 모델 없이 여러 회사의 AI를 골라 쓰는 방식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입니다. 처음에는 AI 검색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검색만으로는 복잡한 일을 처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용자 대신 일을 끝까지 해주는 ‘슈퍼 에이전트’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30개 이상의 AI 모델과 150개 넘는 도구를 자동으로 조합해 보고서 작성, 슬라이드 제작 등을 대신 처리해줍니다. 최근에는 AI가 이전 업무 내용을 기억해서 매번 처음부터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세컨드브레인’이라는 기억 장치를 추가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도구가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 같은 AI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왜 중요한가요?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를 대신 처리하고 맥락까지 기억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어, 앞으로 우리가 일하는 방식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주요 용어 설명
컨텍스트 윈도우 (Context Window)

AI가 한 번에 읽고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뜻합니다.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서류의 양에 비유할 수 있는데, 책상이 작으면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자료가 적고, 대화가 끝나면 책상 위의 서류가 치워지는 것과 같습니다.

래퍼 (Wrapper)

자체 핵심 기술 없이 다른 회사의 AI 모델을 감싸서 새 서비스처럼 제공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남이 만든 엔진을 가져다가 자기만의 자동차 외관을 씌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으며, 독자적인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그레이더 (Grader)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의 품질을 자동으로 채점하는 시스템입니다. 시험지를 채점하는 선생님처럼, 어떤 AI 모델이 어떤 작업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는지 평가해서 가장 적합한 모델을 자동으로 골라 쓸 수 있게 해줍니다.

⚡ Claude AI가 독자를 위해 자동 생성한 요약입니다. 원문을 함께 읽어보세요.

오픈AI와 구글, 앤트로픽 같은 대형 AI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강력한 모델을 내놓는 사이, 자체 모델 하나 없이 여러 회사의 AI를 골라 쓰는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 있다. 2023년 미국 팔로알토에서 출발한 AI 스타트업 젠스파크(Genspark)다.

젠스파크가 처음부터 에이전트 기업으로 출발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AI 위키피디아’를 표방한 검색 서비스로 시작했다. 여러 AI 모델을 활용해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며 5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지만, 젠스파크는 기존 AI 검색만으로는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질문에 답하는 차원을 넘어 사용자가 원하는 최종 결과물까지 직접 만들어내는 AI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젠스파크는 2025년 4월 단순 검색에서 에이전트형 AI 워크스페이스로 방향을 전환하며 ‘슈퍼 에이전트’를 출시했다. 슈퍼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지시를 받아 30개 이상의 AI 모델과 150개가 넘는 도구 가운데 작업에 필요한 조합을 스스로 선택해 조사, 문서 작성, 프레젠테이션 제작, 데이터 분석 등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고 완성된 결과물을 제공한다. 빠르게 답을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에서 벗어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용자의 의도에 맞춰 과업을 끝까지 수행하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바꾼 것이다. 초기에는 슈퍼 에이전트가 타사 AI를 가져다 쓰는 ‘래퍼(Wrapper)’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가시적인 사업 성과가 나타나면서 시장의 평가도 달라졌다.

젠스파크는 슈퍼 에이전트 출시 약 7개월 후인 2025년 11월 시리즈 B 라운드에서 2억7,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기업가치 12억5,000만 달러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 반열에 올랐다.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며 2026년에는 연간 반복 매출(ARR) 2억5,000만 달러를 기록해 ‘멀티모델·멀티툴’ 조합 전략의 사업적 경쟁력을 입증했다.

젠스파크의 다음 승부처는 ‘기억’이다. 챗GPT나 클로드 같은 AI 서비스도 이전 대화와 사용자의 선호를 기억하지만, 젠스파크가 차별화하려는 지점은 ‘나를 기억하는 AI’보다 ‘내 일을 기억하는 AI’에 가깝다. 이메일과 회의, 문서, 과거 작업에 흩어진 정보를 축적해두고, 사용자가 다음 업무를 맡기면 이전 작업의 맥락까지 이어받아 수행하는 방식이다. 매번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줘야 하는 비서가 아니라, 어제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출근하는 ‘업무 동료 같은 AI’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전환을 기술적으로 이끈 인물이 공동창업자이자 CTO인 케이 주(Kay Zhu)다. 구글과 바이두에서 20년 가까이 검색 기술을 개발한 그는 검색 기술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AI Summit Seoul 2026에서 박세정 MIT 테크놀로지 리뷰 코리아 발행인이 그를 직접 만나, 에이전트가 진짜 동료가 될 수 있을지 물었다.

검색 10초의 한계가 에이전트를 낳았다

Q. 반갑습니다.  구글과 바이두에서 검색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젠스파크를 창업했지요? 검색 AI로 승부를 걸 줄 알았는데, 젠스파크는 500만 명을 모은 시점에 검색을 접었습니다. 가장 잘 아는 것을 버리고 AI 에이전트를 만든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검색 시스템을 20년 가까이 만들어왔기 때문에 AI 시대에 검색으로 시작하는 것은 자연스러웠습니다. 다만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Perplexity)처럼 질문에 요약된 답을 내주는 방식이 아닌, 처음부터 ‘AI 위키피디아’ 방식을 지향했습니다. 질문이 들어오면 이미지와 영상까지 갖춘 결과 페이지 ‘스파크페이지’를 만들고, 한번 만들어진 페이지는 다음 사용자의 검색에 쓰이면서 자연스럽게 축적되도록 했습니다. 이 방식으로 사용자 500만 명을 모았죠. 하지만 곧 벽에 부딪혔습니다. 검색 사용자는 5초, 길어야 10초밖에 기다리지 않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시스템이 해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발상을 바꿨습니다. 몇 초 안에 답을 내놓는 대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을 끝내서 가져오게 한 겁니다. 먼저 15분쯤 혼자 조사하고 정리해 결과를 가져오는 에이전트를 검색에 붙여봤고, 반응을 확인한 뒤 아예 일 자체를 통째로 맡기는 슈퍼 에이전트를 내놨습니다. 사용자의 반응이 달랐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파란 링크 열 개가 아니라 완성된 결과물이었습니다. 보고서를 요청하면 보고서가, 슬라이드를 요청하면 슬라이드가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보고서 만드는 에이전트, 슬라이드 만드는 에이전트 하는 식으로 결과물의 종류를 하나씩 늘려갔습니다. 검색으로 시작한 회사가 그렇게 일을 대신하는 회사가 된 겁니다.

Q. 전환의 계기가 거창한 전략 회의가 아니라 2025년 새해 연휴에 집에서 만든 데모 하나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날 어떤 가능성을 본 겁니까.

모델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일하는 순서를 사람이 정해주지 않아도 되고요. 2024년 말, 저희는 이미 팩트체크와 심층 조사 같은 자동화 작업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방식은 대본이 정해진 워크플로우였죠. 이 일을 먼저 하고 다음에 저 일을 하라는 식으로 사람이 순서를 미리 짜두는 방식이라 예상 밖의 일이 없으면 잘 돌아가지만, 예외가 생기거나 더 어려운 질문이 들어오면 버티지 못했습니다.

연휴에 당시 최신이던 앤트로픽 모델로 거친 데모를 하나 만들어봤습니다. 도구를 쓸 줄 아는 모델에게 계획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살펴보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통째로 맡겼더니 정말로 일을 해내더군요. 그전에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모델이 따라오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모델에 일을 시키고 결과를 받아 다음 단계를 정하는 실행 체계인 하네스(harness)라고 부르는 부분만 최소한으로 붙여주면 충분했습니다. 이 발견 위에 시스템을 짜서 만든 것이 슈퍼 에이전트고, 사용자들은 말 대신 결제로 답해줬습니다. 

예상치 못한 쓰임도 있었습니다.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로 전화를 걸어주는 기능 ‘콜 포 미(Call For Me)’는 식당 예약 정도를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한 사용자가 그것으로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했다고 전했습니다. 직접 하기 싫은 대화라서 에이전트에게 맡긴 겁니다.

Q. 젠스파크의 구조는 앤트로픽과 오픈AI의 모델을 부품처럼 씁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직접 에이전트 제품을 내놓는 순간 부품 공급자가 경쟁자가 됩니다. 다른 회사의 모델 위에 회사를 세우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강력한 기업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모델마다 잘하는 것이 다릅니다. 구글 모델은 이미지와 영상을 함께 이해하는 데 유용하고, 앤트로픽 모델은 에이전트가 도구를 다루는 데 능숙하며, 오픈AI 모델은 창작 글쓰기에 강합니다. 영상과 이미지, 소리를 만드는 데 강한 모델은 또 따로 있습니다. 각 작업을 가장 잘하는 모델에 보내면 사용자는 가장 높은 품질을 가장 낮은 비용으로 받게 되고, 어느 한 회사도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경험이 나옵니다. 클로드에 영상을 만들어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젠스파크에는 할 수 있죠.

이것이 가능하려면 평가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그레이더(grader)’라고 부르는 저희 자체 채점 시스템은 에이전트가 일을 한 번 끝낼 때마다 결과물에 점수를 매깁니다. 결과물의 품질을 정확히 잴 수 있으면 성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더 저렴한 모델로 바꿀 수 있습니다. 가령, 새 모델이 나온 당일 바로 채점해서 기존 모델보다 낫다면 작업에 곧바로 적용하는 식입니다. 젠스파크가 어떤 작업에 어떤 모델을 쓸지 정하는 기준은 모두 이 채점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저희는 특정 모델에 묶이지 않습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 AI 생성

AI 직원에게는 두 번째 뇌가 필요하다

Q. 젠스파크는 스스로를 ‘도구’가 아니라 ‘AI 직원’을 만드는 회사라고 부릅니다. 서비스가 AI 직원이 될 때, 사용자가 다르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을까요.

슈퍼 에이전트를 내놓았을 때 젠스파크는 슬라이드 제작과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같은 AI 도구를 한곳에 모아 둔 제품이었습니다. 사용자가 필요한 도구를 골라 쓰는 방식이었고, 그것만으로도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달라졌습니다. 도구를 골라 쓰는 대신, 일을 맡겨 두면 알아서 끝까지 해내는 동료를 원하게 된거죠. 그런데 동료가 되려면 기억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주에 무슨 결정을 내렸는지, 어떤 자료를 참고했는지 알아야 다음 일을 이어서 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이메일과 회의록, 문서에 흩어진 정보를 한곳에 모아야 하죠. 그래서 새 버전 6.0에 통합 기억 장치 ‘세컨드브레인’을 넣었습니다. 모델이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컨텍스트 윈도우라고 부르는데, 이 범위는 정해져 있고 대화창을 닫으면 그 안의 내용도 사라집니다. 컴퓨터를 끄면 램(RAM)에 있던 것이 지워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에이전트에게 하드디스크를 달아줬습니다. 대화가 끝나도 남는 저장 공간에 그동안 오간 내용을 쌓아 두고,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쓰게 한 겁니다.

효과는 저희가 먼저 봤습니다. 젠스파크는 전 직원이 70명 정도고 그중 엔지니어가 50명인데, AI 직원을 써서 내부 업무와 소통을 크게 줄였습니다. 여기서 얻은 통찰이 있습니다. AI 도구는 개인의 생산성은 5배, 10배 올리지만, 조직 전체로 보면 그만큼 좋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병목이 개인의 작업이 아니라 내부 소통과 조율에 있기 때문인데요. 그 소통과 조율을 AI 직원이 대신 맡아야 조직 전체가 빨라집니다. 사람과 에이전트가 같은 채널에서 함께 일하는 ‘젠팀(GenTeam)’을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Q. 올해 내놓은 ‘젠스파크 클로(Claw)’는 오픈소스 오픈클로(OpenClaw) 위에 만들었습니다. 오픈소스 위에서 어떻게 차별화합니까.

기술 배경이 없는 사용자가 오픈클로를 직접 설치해 돌리면 감당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네트워크를 어디까지 열어둘지, 인증 정보를 어떻게 관리할지 사용자가 직접 정해야 하고, 설정을 한 번 잘못 건드리면 통째로 멈춰버리는 일도 흔합니다.

저희는 오픈소스 생태계와 함께 가기 위해 오픈클로의 뼈대는 그대로 쓰되 세 가지를 다르게 했습니다. 첫째, 클로는 사용자마다 저희가 만들어주는 클라우드 위의 원격 컴퓨터에서 돌아갑니다. 사용자 노트북을 꺼도 네트워크가 끊겨도 하던 일을 계속합니다. 둘째, 클로를 지켜보는 관리용 AI ‘베이비시터 에이전트’를 붙였습니다. 클로가 멈추면 원인을 찾아 다시 살려냅니다. 셋째, 클로는 전화 걸기와 심층 조사, 슬라이드 제작까지 젠스파크의 기능을 그대로 씁니다.

보안도 다릅니다. 오픈클로를 직접 쓰려면 여러 모델과 외부 서비스에 접속하는 열쇠, 즉 API 키를 스무 개 가까이 사용자가 직접 챙겨야 합니다. 설정 방식에 따라 그 열쇠들이 한곳에 모이기도 하는데, 그러면 한 번 새는 순간 전부 털립니다. 젠스파크는 사용자에게 열쇠를 하나만 발급하고, 그마저 유출되면 즉시 새것으로 바꿔줍니다.

이렇게 안전한 환경이 갖춰지면서 클로가 할 수 있는 일도 늘었습니다. 지난 3월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 GTC 무대에서는 클로에게 라떼를 주문시켰더니 발표가 끝나기 전에 커피가 도착했어요. 에이전트가 지갑을 갖고 직접 결제하고 거래하는 때가 머지않았습니다.

Q. 오픈AI와 구글, 퍼플렉시티도 모두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내는 에이전트를 내놓고 있고, 그들은 젠스파크보다 훨씬 많은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이 베낄 수 없는 젠스파크만의 해자는 무엇입니까.

남이 절대 베낄 수 없는 것은 없습니다. 앤트로픽 모델도 누구나 내려받아 쓸 수 있는 오픈 웨이트 모델에 따라잡히고 있고, 남이 구현하지 못할 기능도 없죠. 대신 두 가지는 자신 있습니다. 하나는 충성도 높은 사용자들의 업무 맥락입니다. 사용자의 선호와 일하는 방식, 이전 결과물이 젠스파크에 쌓여 있어서 다른 서비스로 옮기기 어렵습니다. 다른 하나는 실행 속도입니다. 지난 1년 동안 거의 매주 새 기능을 내놨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조합을 끊임없이 시험했습니다. 그 속도를 어떻게 내느냐고, 안 자냐고들 묻는데, 저희는 잡니다. 에이전트가 안 잘 뿐입니다.

지금 저희가 만든 것은 하려는 일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됩니다. 2025년 초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가 나오기 전까지 코딩 AI라고 하면 코드 편집기 커서(Cursor)처럼 다음에 올 코드를 대신 채워주는 도구 정도로 인식됐죠. 그런데 1년 사이, 코딩 AI는 여러 파일을 한꺼번에 고치고 테스트까지 돌려 확인하는 물건이 됐습니다. 모델이 좋아지면 제품의 형태 자체가 이렇게 달라집니다. 저희가 이 시장을 레드오션이 아니라 블루오션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케이 주(Kay Zhu) | 젠스파크(Genspark) 공동창업자 겸 CTO

회사는 작아지고 시장은 커진다

Q. CTO님은 모델의 지능이 이미 충분하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이 맞다면, 성능 경쟁에 수천억 달러를 쏟는 지금의 AI 산업은 잘못된 곳에 투자하고 있는 겁니까.

오픈AI가 제시한 AGI 5단계를 떠올려보십시오. 대화, 추론, 자율 행동, 혁신, 그리고 조직입니다. 저는 지금 모델의 능력이 이미 마지막 단계인 조직 수준에 와 있다고 봅니다. 저희도 자체 제작한 도구로 젠스파크를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으로 만들려 하고 있고요. 그런데 대다수 사용자는 아직 1단계에 있습니다. 챗GPT에 말을 걸고 대화만 하지, 결과물을 내놓는 자율 에이전트를 쓰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모델이 할 수 있는 일과 사람들이 실제로 시키는 일 사이가 이만큼 벌어져 있는 겁니다. 저는 초지능이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이 간극을 메우는 쪽에 훨씬 큰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AI가 스스로를 개선하는 단계에 이르면 그때가 초지능이겠지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희가 풀어야 할 기술 과제도 여기에 있습니다. 모델은 앞으로도 계속 똑똑해질 것이고 그 흐름은 누구도 막지 못합니다. 문제는 모델이 똑똑해질수록 사람들이 더 복잡한 일을 맡긴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문서 한 장을 요약해 달라고 했다면 이제는 자료를 모아 보고서를 쓰고 슬라이드까지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그러려면 모델에 일을 시키고 결과를 확인하는 실행 체계를 그만큼 정교하게 짜야 합니다. 저희는 지능의 한계를 뚫으려고 모델을 학습시키는 회사가 아니라, 비용을 낮추려고 공개된 모델을 다듬어 쓰는 회사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손볼 곳은 모델 자체가 아니라 그 실행 체계 쪽입니다. 아직 만들어야 할 것이 훨씬 많이 남아 있습니다.

Q. AI 직원의 효과를 젠스파크 내부에서 먼저 봤다고 하셨는데, 직원 70명으로 지금의 매출을 내는 회사라면, 사람을 더 뽑을 이유가 없지 않나요.

AI 직원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을 거라는 예측이 있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AI 이전에는 사업을 시작하려면 수백, 수천 명을 고용할 자본이 필요했고 그것이 진입 장벽이었죠. 지금은 AI 에이전트를 여러 대 고용해 아주 작은 팀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회사의 수 자체가 크게 늘어나죠. 전에는 엄두를 못 내던 일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경쟁은 치열해지겠지만 소비자에게는 좋은 일입니다. 회사 하나하나의 규모는 작아지는 대신 그렇게 생겨난 수많은 작은 회사들이 새 일자리를 만들 거라고 봅니다. 

Q.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 일본과 한국이라고 하셨습니다. 동북아시아에서 젠스파크가 잡은 기회는 무엇입니까.

공식 분석 결과는 아니고 짐작입니다. 하나는 해당 국가의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과 한국, 중국이 문서를 중시한다는 겁니다. 격식을 갖춘 문서를 원하고, 오간 얘기를 모두 글로 남기고, 절차를 꼼꼼히 밟습니다. 저희 제품이 잘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바로 거기입니다.

저희가 처음부터 겨냥한 사용자도 엔지니어가 아니라 사무직이었습니다. 내부에서는 “사무직을 위한 클로드 코드를 만들자”고 말하곤 했죠. 엔지니어인 저는 커서 같은 도구로 이미 호강하고 있지만, 기술 배경이 없는 사무직은 아직 챗GPT에 질문하고 답을 받는 데 머물러 있습니다. 사실 엔지니어인 저도 엑셀 앞에서는 막힐 때가 있습니다. 자료를 원하는 기준으로 묶어 요약해주는 피벗 테이블이 대표적입니다. 쓸 때마다 다시 찾아봐야 하죠. 그런데 젠스파크에는 무엇을 보고 싶은지 말로 하면 됩니다. 함수와 서식까지 갖춘 표가 바로 나옵니다.

Q. 회사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독자들은 다음을 궁금해 합니다. 에이전트 다음은 무엇입니까. 

다음 단계에서는 이름을 뭐라고 붙이든 점점 더 인간 동료를 닮아갈 겁니다. 대화가 끝나도 기억을 잃지 않고, 지난번에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매번 처음부터 설명할 필요가 없고요. 사용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먼저 말을 걸어야 할 때와 가만히 있어야 할 때도 구분하죠. 저희는 이것을 ‘함께 일하며 배우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에이전트가 팀에 갓 들어온 인턴처럼 시작해 정식 직원이 되고, 나중에는 작은 팀을 이끄는 단계까지 가는 겁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저는 어릴 때 수학과 물리, 화학이 모두 들어 있는 원자력 엔지니어를 꿈꿨습니다. AI 업계에서는 이미 나이가 많은 편이지만,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일은 여전히 저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입니다. 지금 하는 일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합니다. 

케이 주 CTO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구글에서 검색 랭킹을 맡았고, 바이두로 옮겨 검색 수석 아키텍트를 지냈다. 2017년 에릭 징(Eric Jing) 현 젠스파크 CEO와 바이두의 음성 비서·스마트 디스플레이 회사 샤오두를 공동창업해 CTO를 맡았으며, 2023년 10월 두 사람은 미국에서 젠스파크를 창업했다. 젠스파크는 30개 이상의 언어모델과 150개 이상의 도구를 하나의 에이전트 엔진으로 묶어 슬라이드·문서·영상 제작과 전화 응대까지 대신하는 AI 워크스페이스다.



박수연 수석기자 pksyn@technologyrevie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