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인간은 매 순간 무엇인가를 선택하며 살아간다. 철학자들은 이처럼 의도를 갖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이 인간을 더 단순한 생명체나 기계와 구별해준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이제 이런 경계가 점점 흐려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의 생활 속으로 매일 깊숙이 침투해 들어오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 특히 AI 에이전트 때문이다.
‘에이전트’는 본래 계약이나 협상 등에 관한 업무를 대신하여 처리하고 그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법정 대리인을 말한다. 하지만 통상 특정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갖추고 다른 사람이나 기업을 대신해 일을 처리하거나 대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모두 에이전트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곳을 ‘에이전시’라고 한다.
AI 업계에서 에이전트는 이렇게 우리가 보통 말하는 에이전트와는 의미가 다르다. AI 에이전트는 물리적 또는 가상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이다.
즉, AI 에이전트는 인간의 질문에 답하는 것 이상의 기능을 수행한다. 간단히 말해서 AI 에이전트는 질문이나 정보 검색과 같은 단순한 기능부터 주제에 대한 심층 연구나 검색 엔진에 최적화된 블로그 포스팅 작성과 같은 복잡한 기능을 처리한다.
이 모든 기능은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요구를 이해하고, 그에 적응하고, 심지어 예측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첨단 언어 모델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장난감에서 시작한 음성 인식
AI 에이전트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AI와의 상호작용을 위한 인터페이스 기술은 자연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가상 에이전트의 초기 형태는 매우 기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도록 설계된 단순한 텍스트 기반 프로그램이었다.
이 초기 에이전트는 당연히 성능이 부족했기 때문에 많은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지만, 획기적인 무언가의 시작을 알렸다. 기계가 언젠가는 우리를 이해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최초의 가상 에이전트의 시작은 첫 음성 인식 장난감 라디오 렉스(Radio Rex)였다. 라디오 렉스는 지금으로부터 110년 가까이 전인 1916년에 특허를 받았다. 라디오 렉스는 이름을 불렀을 때 자기 집 밖으로 나오는 나무로 만든 강아지 장난감이었다. 하지만 이 장난감은 음성 인식보다는 소리를 인식하는 것에 가깝다. 다만 음성이 상호작용을 위한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960년대에 조셉 와이젠바움(Joseph Weizenbaum) MIT 교수가 간단한 패턴 매칭을 사용하여 대화를 시뮬레이션하는 챗봇인 엘리자(ELIZA)를 만들었다. 엘리자는 꽤 성능이 괜찮았기 때문에 와이젠바움의 비서조차도 그 프로그램과 단둘이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할 정도였다. 엘리자는 지난해 분실됐던 코드를 발견하면서 60년 만에 부활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어 1970년대에는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1,000여 개의 단어를 이해할 수 있는 하피(Harpy)가 개발되면서 큰 도약이 있었다. 1980년대에는 2만 개의 단어를 인식할 수 있는 IBM의 타자기 탱고라(Tangora)를 통해 음성 인식 기술이 더욱 발전했다.
하지만 이런 에이전트들은 지금의 AI 에이전트와 비교하면 초보적 수준에 불과하다.
역동적이고 지능적인 상호 작용
현대 세계로 접어들면서 AI 에이전트는 엄청난 발전을 보여줬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도 집중적으로 추적해 온 최근 몇 년 사이 등장한 AI 에이전트는 자연스러운 대화에 참여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응답을 조정할 수도 있으며, 우리가 요청하기 전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예측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에이전트는 이제 고객 지원용으로 쓰이는 챗봇부터 우리의 선호도를 기억하고, 우리의 행동에서 학습하며, 24시간 연중 무휴로 이용 가능한 음성 비서까지 우리의 일상생활에 녹아들고 있다.
기본적인 텍스트 응답에서 역동적이고 지능적인 상호 작용으로의 전환은 AI 에이전트를 초기 시절의 모습과는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화시켰다. 오늘날의 가상 에이전트는 단순히 도움이 되는 수준을 넘어 능동적이고 개인화되어 있으며, 심지어는 우리를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인간과 비슷하다.
이러한 엄청난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AI 에이전트조차 AI 기술의 발달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얼마나 발전할지는 아무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할 정도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세일즈포스 등 거대 자본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기업들뿐 아니라 수많은 스타트업이 더 똑똑한 AI 에이전트를 만들기 위해서 사운을 걸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만든 에이전트가 TV와 스마트폰처럼 온 가정과 사무실, 그리고 공장의 PC에 깔리고, 2013년 영화 <그녀(Her)>에서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 테오도르가 AI 운영체제인 사만다를 만나 사랑에 빠지듯 인간이 AI와 정서적으로 교감하게 될 날도 머지않았을 수 있다.
거대 자본과 AI 분야의 빠른 기술 진화 속도로 인해 AI 에이전트가 만드는 미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AI 에이전트에 대한 몇 가지 사실
자율성과 적응성
AI 에이전트를 좀 더 기계적으로 정의하면, 단순한 명령 수행을 넘어 맥락을 이해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 실행하는 능동적인 AI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AI 에이전트는 자율성(Autonomy)과 적응성(Adaptability)이라는 기존 AI 시스템과 차별화되는 특징을 갖는다.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요구를 분석하고, 실행 전략을 세우며,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AI 에이전트의 구성 기술
AI 에이전트는 다양한 AI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현실화되고 있다. AI 에이전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검색강화생성(RAG), 멀티에이전트 시스템(MAS), 멀티모달 AI, 온디바이스 AI 등의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멀티에이전트 시스템은 여러 개의 AI 에이전트가 협업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최적의 의사결정을 수행하도록 구성된다. 이는 향후 범용 인공지능(AGI) 실현을 위한 중요한 기반 기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특화된 AI 에이전트들이 협력하여 인간의 고차원적인 업무를 보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과 자연스러운 상호작용 추구
AI 에이전트가 더 직관적이고 유용한 형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음성, 이미지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멀티모달 AI 기술이 필수적이다.
멀티모달 AI와 온디바이스 AI가 발전하면서, AI 에이전트는 점점 더 개인화되고 실생활에서 실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 의존도를 줄이고, 디바이스 자체에서 AI 연산을 수행함으로써 빠른 반응 속도와 강화된 보안성을 제공한다. 이는 스마트홈, 헬스케어,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실시간
인터랙션을 가능하게 하며, 사용자 맞춤형 경험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AI 에이전트의 적용 분야
대형언어모델LLM의 발전으로 AI 에이전트는 더욱 정교한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으며, 기업 생산성 향상, 고객 서비스 최적화, 금융 분석, 스마트홈 자동화 등 다양한 산업에서부터 가정에 이르는 전 산업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 스마트홈: AI가 가전과 연동되어 가족 구성원의 습관을 학습하고, 조명, 온도, 공기질 등을 자동 조절하는 공감형 AI로 발전 중이다. LG전자의 퓨론(FURON AI)가 대표적인 예이다.
- 금융: 무디스(Moody’s)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하여 리스크 분석, 투자 전략 수립, 금융 데이터 해석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금융업계의 규제 환경을 준수하면서도 고도화된 금융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 코딩 & 개발: 커서AI(Cursor AI), 깃허브(GitHub), 코파일럿(Copilot)과 같은 AI 기반 개발 도구는 코드 자동 완성, 디버깅, 보안 점검을 통해 개발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 기업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 기업들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고객 상담, 마케팅 전략 수립, 데이터 분석 등의 업무를 자동화하며, 이를 통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해결해야 할 과제
AI 에이전트의 발전이 가져올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산적해 있다.
- 데이터 편향성과 신뢰성: AI가 제공하는 정보가 편향되거나 부정확할 경우, 자동화된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오류로 인한 여파는 기존 AI 시스템보다 훨씬 클 수 있다.
- 규제 및 윤리적 문제: 금융, 의료, 법률 등 고도의 규제가 필요한 산업에서는 AI 에이전트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 연산 비용 문제: 고성능 AI 모델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연산 비용과 전력 소모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화 기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