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술 긍정론자가 되어야 할 이유
20년 전,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주목할 만한 과학적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10개 영역을 선정해 그 기술들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장담했다. 당시는 기술 긍정론의 황금기였다. 닷컴버블이 붕괴되고 있었고,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무어의 법칙이 한계점에 다다른 게 아닌지 초조해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발전에 있어 2000년대 초반은 실로 영광스러운 시기였다.
2001년을 돌이켜보자. 그 해 2월, 인류는 우리의 모든 유전적 비밀을 담은 설계도인 인간 게놈 지도를 손에 넣었다. 나노기술이 꽃피기 시작했다. 양자컴퓨터와 분자컴퓨터가 본격적으로 연구되며, 무어의 법칙을 넘어선 새로운 컴퓨팅의 시대가 찾아오리란 기대가 모아졌다. 인터넷의 활용 방식을 바꾼 특이한 이름의 대단한 검색 엔진도 개발됐었다. 운 좋은 예감이 들 만 했다.
오늘은 최초의 TR10를 검토해보며 우리가 얼마나 멀리 걸어왔는지 되돌아보고자 한다.
우선 생각보다 꽤 괜찮은 목록이었다는 건 짚고 넘어가고 싶다. 우린 인간복제, 외골격 로봇, 나노 제조업 및 그레이 구(gray goo) 시나리오 등을 모두 배제했었다. 당시에 굉장히 큰 관심을 끈 주제들이었음에도 말이다. 그 대신 정보통신, 재료공학, 생명공학 등의 분야에서의 보다 근본적인 발전들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에 막 발아했던 그 기술들(데이터 마이닝, 자연어 처리, 미세유체공학, 뇌-기계 인터페이스, 바이오메트릭스, 로봇 디자인)은 오늘날에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2001년의 TR10은 우리의 기대에 20년간 어느 정도로 부응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