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in implants could be the next computer mouse

‘뇌 임플란트’…미래의 마우스 자리를 노린다

세계 최고의 브레인 속기사(Brain typist)가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Menlo Park)에 위치한 한 전문 요양 시설. 가로 3.6미터, 세로 6미터 크기의 방에 연구원들이 모여 데니스 디그레이란 남성의 운동 피질에 삽입된 차세대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시험하고 있다. 운동 피질이란 자발적 운동의 계획, 제어, 실행 기능을 수행하는 대뇌 피질이다.

마당에서 쓰레기를 정리하다 낙상을 당한 디그레이는 목 아래를 움직일 수 없는 전신 마비 진단을 받았다. 그는 몸을 최대한 뻗는 자세로 누워서 지낸다. 또 튜브에 숨을 불어 넣는 방식으로 휠체어를 운전한다.

그러나 디그레이는 뇌를 사용해서 컴퓨터 마우스를 조종하는 데 대가(大家)다. 지난 5년 동안 그는 브레인게이트(BrainGate)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외과의가 마비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작은 알약 크기의 실리콘 탐침을 환자 뇌에 이식하여 진행하고 있는 임상 시험이다. 이러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통해 연구원들은 사람들이 팔과 손을 움직이는 생각을 할 때 활성화되는 신경세포, 즉 뉴런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신호들을 컴퓨터에 전달하면 연구 대상자들은 로봇 팔을 이용하여 물체를 잡고 비행 시뮬레이터에서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게 된다.

디그레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두뇌 속기사(Brain typist)’다. 그는 4년 전 두뇌 신호를 이용해 가상 키보드로 타자를 빨리 쳐서 유명해졌다. 화면 속에서 활자를 선택하며, 그는 1분당 낱말 8개를 틀리지 않고 쓸 수 있었다. 그 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 그는 이전에 자신이 세운 기록을 경신했다. 마치 공책에 손글씨를 쓰듯 상상하는 방식의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여 분당 18단어를 작성했다. 

디그레이가 참여하는 이 연구의 책임자 중 한 명인 스탠퍼드 대학의 그리슈나 셰노이(Krishna Shenoy)는 신경과학자이자 전자공학자로서 브레인게이트 프로젝트에서 중임을 맡고 있다. 뇌-인터페이스 분야의 다른 연구자들이 더욱 화려한 시연으로 주목받는 와중에 셰노이 연구팀은 마비 환자가 일상적인 컴퓨터 활용 과정에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데에 집중해왔다. 셰노이는 “사람들이 ‘아, 로봇팔을 다루는 게 더 멋지다. 마치 영화 같다’라고 말하던 초창기에 우리는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면서 “그러나 만약 화면 안에서 ‘클릭’할 수만 있다면 이메일, 인터넷 서핑, 음악 감상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셰노이는 자신이 ‘최악의 고통 속에서 가장 간절한’ 사람들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ALS(루게릭병) 말기 환자처럼 신체에 완전히 갇혀서 말조차 못 하는 환자도 포함된다.

하지만 만약 이 기술로 디그레이 같은 사람들의 두뇌를 컴퓨터에 직접 연결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해보는 건 어떨까? 2016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뉴럴링크(Neuralink)’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새로운 종류의 전극을 심기 위한 신경 ‘접합 기계(sewing machine)’를 개발하고자 했다. 머스크는 그의 목표가 사회가 인공지능과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인간 두뇌에 컴퓨터와의 광대역 신호 연결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Dennis Degray with implant and screen
데니스 디그레이가 뇌 신호를 이용해 컴퓨터 커서를 조작하고 있다. 타자 입력 과제에서 그는 분당 18단어를 처리했으며, 이 속도는 비장애인이 스마트폰 문자를 입력하는 속도의 절반 수준이다.
PBS NEWSHOUR ORIGINAL STILL COURTESY OF NEWSHOUR PRODUCTIONS LLC

같은 달 뉴럴링크는 이 계획을 발표하였고, 페이스북은 ‘비(非)외과적(noninvasive)’ 방식으로 생각을 읽고 번역해 이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는 ‘브레인 리딩(brain-reading)’ 헬멧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뒤이어 뇌전도 리더(EEG reader), 자성 머리띠 및 한 번에 수만 개의 뉴런에서 오는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고밀도 이식 등 온갖 종류의 뇌 인터페이스에 대한 투자가 매우 증가했다.

페이스북이 올해 그 목표를 포기했지만(그들은 수년간의 연구 끝에 뇌를 읽는 헬멧은 문자 전송에 적합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지난 12개월 동안 이런 종류의 회사에 3억 달러(약 3,500억 원) 이상이 모금되었다. “일론이 뛰어들기 전까지 이 분야는 투자에서 소외됐었다. 그의 발표는 벤처캐피털 업계에 새로운 충격이었다. 이제 자금은 거의 무한하다.” 셰노이의 설명이다.

대가가 있는 돈

그러나 이 돈에는 함정이 있다. 셰노이 같은 의학 연구원들은 절망적인 사례를 돕고자 하는 반면 기업가들은 모든 이를 위한 차세대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고 싶어 한다. 머스크는 원하는 소비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뇌 임플란트를 목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뉴럴링크는 단 30분이 소요되는 가벼운 임플란트 시술을 구상하며, 여기에 쓸 하얗고 매끈한 수술 의자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뉴럴링크의 컨설턴트로 고용된 셰노이는 스스로 과학적으로 역설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두뇌 임플란트(consumer brain implants)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소수만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부터 사람 뇌를 직접 소셜 미디어에 연결하는 행위의 결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걱정거리다. 그러나 그는 뉴럴링크와 협력하며 ‘파우스트식 계약’을 체결했는데, 최소한 초창기에는 마비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인터페이스의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자원을 지원받기로 한 것이다.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어쨌든 과학에는 도움이 되는 일이다. 나는 치료와 재활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관심이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 일부 계층에게만 도움이 되는 선별적인 기기나 기능 강화와 관련된 일은 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기술 초창기에는 그러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과 협력하지 않고는 재활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다. 우리는 공통의 목표로 향하는 길의 초입에 있다.”

공 튀기기 게임을 하는 원숭이

뉴럴링크는 주로 극적으로 연출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서만 대중과 소통하는 비밀스러운 기업이다. 가장 최근인 2021년 4월에는 페이저(Pager)라는 이름의 붉은털원숭이가 ‘퐁(Pong)’이라는 비디오 게임을 두뇌 신호만을 이용하여 플레이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 데모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뜨거운 반응을 받는 동시에 동물보호 운동가들의 소송을 유발했지만, 이러한 종류의 ‘두뇌만을 이용한 게임’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이미 2005년 브레인게이트의 피실험자 맷 네이글이라는 사람이 2005년 기술전문잡지 <와이어드(Wired)>의 에디터를 상대로 게임을 한 바 있다.

실제로 뉴럴링크가 진보를 이룬 부분은 영상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 임플란트 그 자체였다. 이 회사의 칩 디자이너들은 프로세서와 무선 라디오가 탑재된 병뚜껑 사이즈의 디스크를 개발해 원숭이 두뇌 피질에 심은 전극에 연결했다. 이 디스크는 원숭이 두개골 근처에 두드러지지 않게 삽입되고 피부로 덮여 있어 디그레이의 머리에 튀어나온 케이블과 비교하면 훨씬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뉴럴링크는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퐁이 단지 시범에 불과하다고 하면서도, 가까운 시일 내에 임플란트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 글에서 그들이 언급하길, “우리의 첫 목표는 전신마비 환자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자유를 되찾는 것이다. 텍스트를 통해 더 쉽게 소통하고, 인터넷에서 그들의 호기심을 충족하며, 사진과 예술을 통해 그들의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비디오 게임도 포함이다”라고 했다. 얼마 뒤 뉴럴링크의 한 엔지니어는 테크놀로지 전문 매체 ‘IEEE 스펙트럼(IEEE Spectrum)’에서 이 회사가 디그레이의 뇌 소통(brain-communication) 기록을 능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장기적인 계획도 마찬가지로 분명하다. 그는 인간의 두뇌가 전화, 컴퓨터, 그리고 애플리케이션과 직접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뇌에서 바로 구글 검색을 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과 연결하며,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고 듣게 되는 것을 상상해보자.

머스크는 이 모든 것을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류에 가할 실존적 위험을 상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한다.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 같이 인공지능이 인류를 말살하려 하는 시나리오처럼 말이다. 이런 결과를 막기 위해 인간은 사이보그가 되어 AI와 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머스크는 2020년 7월 “이길 수 없다면 합쳐라(If you can’t beat em, join em)”라는 트윗을 올리며 이를 “뉴럴링크 미션 선언문(Neuralink mission statement)”이라고 표현했다.

셰노이는 자신이 ‘최악의 고통 속에서 가장 간절한’ 사람들을 위해 디지털 세상에서의 실존을 회복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한다.

뉴럴링크는 “생물학적 지능과 인공지능을 보다 밀접하게 연결할 수 있는 온전한 뇌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 목표는 한 번에 수천 혹은 수백 개의 뉴런에 접근할 수 있는 광대역 뇌-컴퓨터 연결 개발을 의미한다.

이 기술은 아직 미완성이다. 디그레이의 사례에서 사용되는 시스템은 약 100개의 전극을 한 번에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두뇌 임플란트는 한 뉴런에 한 전극을 써서 감지한다. 뉴럴링크의 N1 임플란트는 가느다란 금속 전선으로 연결된 1,024개의 전극으로 측정한다. 이는 뉴런 약 1,000개를 감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기는 지금까지 원숭이와 돼지에서만 실험되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임플란트에 관해서는 규제 당국, 여론, 심지어 의료계조차 반대할지 모른다. 2016년 퓨 리서치(Pew Research)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9%는 집중력이나 정보 처리 능력을 강화하는 두뇌 칩의 전망에 대해 매우 혹은 다소 걱정한다. 퓨 리서치는 이러한 반대 입장은 ‘인간의 통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brain with wings illustration
SELMAN DESIGN

게다가 신경외과 의사들이 건강한 사람의 머리에 구멍을 뚫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확신이 필요할 것이다. 디그레이의 임플란트 수술을 집도했으며 셰노이와 공동으로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스탠퍼드 의대 신경외과 교수 제이미 헨더슨(Jaimie Henderson)은 소형 임플란트 수술이 최소한의 외상을 동반하며 그 위험성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위험성의 주원인인 3%에서 5%가량의 감염 위험성도 중증 장애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문제는 아무리 임플란트 수술의 위험이 적더라도, 건강한 사람이 그 위험을 상쇄할 만한 충분한 이득을 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핸더슨은 “신체가 건강한 사람이 현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시스템에서 어떤 이점을 얻을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초인적인’ 능력 같은 것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이전에 보유했으나 상실한 기능을 최대한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셰노이는 찬반 여부와 상관없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임플란트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몇몇 과학자에 속한다. 이미 충분히 많은 수의 피실험자들이 디그레이처럼 수년째 임플란트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부작용은 거의 없었고 뇌 마우스 숙련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기술적 장벽이 눈에 띄진 않는다. 10년, 혹은 5년 전만 해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셰노이는 말한다. “이것은 단순히 전극, 칩, 그리고 라디오다.”

어떤 이들은 우리가 현재 스마트폰, 비디오 게임, 팟캐스트나 소셜미디어에 소비하는 시간 때문에 이 인터페이스에 흥미를 갖는다. 소비자 신경기술(neurotechnolgy)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는 듀크 대학 법학과의 니타 파라하니(Nita Farahany) 교수는 “이러한 사람들이 인터넷 사용을 위한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라하니는 “당신이 마우스나 조이스틱 대신에 뇌를 사용하여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 된다면, 이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유망한 사업일 수 있다. 서로 이질적으로 보이는 회사들이 이 분야에 투자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라며 “이 기술은 컴퓨터 인터페이스 세계에 새로운 혁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이선 코프랜드(Nathan Copeland)는 뇌 임플란트를 받고 살아가는 또 다른 마비 환자이다. 그는 피츠버그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작년 그는 과학 실험으로서가 아닌 가정에서 태블릿 컴퓨터에 머리를 연결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실험에 참여할 때는 보통 임상 환경에서 의료팀과 함께한다.) 코프랜드는 처음에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그림 그리기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하루에 8시간 정도 태블릿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곧 이러한 활동이 지루해졌다. 게다가 이 의료용 태블릿은 구형 윈도우를 사용하며 배터리 또한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코프랜드는 마비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미래 일반인 대상 뇌 인터페이스 개발을 위한 ‘시험 비행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비디오 게임을 더 높은 수준으로 즐기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게임 체인저

컴퓨터와 인터페이스로 접속하기 위해 디그레이를 비롯하여 머리에 장기 뇌 임플란트를 삽입한 35명 중 29명은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에 본사를 둔 블랙록 뉴로테크(Blackrock Neurotech)라는 회사에서 만든 전극을 이식을 받았다.. ‘유타 어레이(Utah array)’라고 불리는 이 임플란트는 작은 바늘 100개가 돋은 네모난 실리콘으로 뇌 표면에 고정된다. 블랙록은 주로 동물 실험을 하는 연구자들에게 이 시스템을 판매하지만, 투자자들이 임플란트에 몰려들면서 사람들은 블랙록과 뉴럴링크를 뇌 인터페이스 분야의 리프트(Lyft)와 우버(Uber)라고 부르기도 했다.

블랙록의 사장인 전기 엔지니어 플로리안 솔즈바허(Florian Solzbacher)는 마비를 겪는 사람들을 위해 임플란트를 개발하기에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맙소사, 뇌 수술이라니‘라고 말하겠지만, 실제로 지금까지 어떤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로봇을 조종하거나 로봇 손으로 과자를 먹는 영상을 본 마비 환자로부터 상용화 시기를 문의하는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고 덧붙였다. 솔즈바허가 이런 일이 곧 현실화될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은 최근 일이다. “늘 15년은 더 걸릴 것 같던 일이었지만, 이제 처음으로 상용화에 관한 얘기를 꺼낼 수 있게 되었다.”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진 ‘혼합된 현실(mixed reality)’ 실험은 비장애인들이 두뇌 인터페이스를 통해 어떻게 컴퓨터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는 브레인게이트 하드웨어의 무선 버전 개발을 포함한 몇 가지 요인 덕분이다. 피실험자들은 케이블 대신에 하키 퍽 크기의 무선 송신기를 그들의 머리에 가지고 있다. 이는 뉴럴링크의 전자기기만큼 작고 매끈하지는 않지만, 제대로 작동한다. 솔즈바허는 회사가 자체 개선한 무선 시스템을 ALS나 중증 마비 환자에 판매할 수 있도록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솔즈바허는 디그레이가 타자를 치는 것이 이 기술의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그는 뇌전도 측정 머리띠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단어를 입력할 수 있다. “머리 외부에 장착했을 때보다 10배 더 빠르다”고 그는 말한다. “이제 마비된 사람들도 생산적인 일을 하며 비장애인에 가까운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솔즈바허에게 투자한 사람들은 마비된 사람들을 돕는 것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 올해 그의 회사는 환각제, 장수 치료, 정신 건강에 널리 투자하는 독일의 억만장자 크리스티안 앵거마이어(Christian Angermayer)를 포함한 여러 투자자로부터 1,000만 달러(약 118억 원)을 지원받았다. 앵거마이어는 트위터에서 범용 뇌 마우스가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두뇌를 위한 입출력 장치이고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다. 우리는 정말 놀라운 이용 사례를 보게 될 것이며, 나는 블랙록이 우리를 거기까지 안내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은 이 기기를 이용하여 서로 소통하고, 일하며, 예술 작품을 창조해낼 것이다.”

솔즈바허는 현재 블랙록의 내부 계획이나 프로젝트 중 어떤 것도 일반인 대상 두뇌 임플란트와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는 그것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신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정말 이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솔즈바허에게 비장애인으로부터 이 기기를 요청받은 적이 있는지 물었을 때, 그는 아직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혼합된 현실(Mixed reality)

로버트 ‘버즈’ 쉬미엘레브스키(Robert ‘Buz’ Chmielewski)는 집중해서 고개 숙이고 있었고, 가림막 때문에 자신이 조종하고 있는 로봇 손에 장난감 크기의 축구공 두 개 중 어느 것이 놓여 있는지 볼 수 없었다. 그는 오직 상상만으로 기계 손을 움직여 공을 쥐어짰다. 마침내 그는 “분홍색 공”이라고 대답했다. 연구원이 그것을 더 단단한 공으로 바꾸었을 때, 쉬미엘레브스키는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검은색 공”이라고 그는 말했다.

50세의 쉬미엘레브스키는 메릴랜드 오션 시티(Ocean City)에서의 서핑 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진지 30년이 지난 2019년에 유타 어레이를 이식받았다. 지난 9월 종료된 2년간의 시험 기간 동안, 그는 다른 환자들보다 더 많은 총 6개의 임플란트를 그의 두뇌 양쪽 반구에 삽입했다. 이것 때문에 그는 두 로봇 팔을 동시에 조종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 세 개의 탐침이 그의 감각운동 피질에 삽입된 덕에 그는 로봇으로부터 촉각 정보를 받을 수도 있었다.

Buz Chmielewski with robot arms
로버트 ‘버즈’ 쉬미엘레브스키는 두뇌 양쪽 반구에 임플란트 수술을 받았다. 임플란트가 삽입된 후 그는 두 로봇 팔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었다.
JOHNS HOPKINS APL

쉬미엘레브스키는 존스홉킨스 대학 응용물리학 연구소(APL)에서 새로운 형태의 인식을 시험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는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Microsoft HoloLens) 헤드셋을 사용해 보았으며 가상 공간에 블록을 배열하기 위해 가상 촉감을 사용했다. 쉬미엘레브스키는 “만일 3년 전, 내가 내 생각으로 사물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들었다면 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최근 온라인 발표에서 말했다. “나는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몇몇 응용 기술에 깜짝 놀랐다.”

APL의 연구진 중에는 인간과 기계 지능 프로그램의 매니저인 마이클 월메츠(Michael Wolmetz)도 있다. 월메츠는 이번 시연이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특히 ‘혼합된 현실’의 개념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가상 공간에서의 실험은 비장애인이 두뇌 인터페이스를 통해 컴퓨터 세계를 경험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APL 프로젝트는 그러한 기술이 어떻게 인간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가장 명확한 탐구가 된다.

월메츠는 “역사적으로 모든 생물체는 오로지 감각과 운동 기능을 사용해 환경과 상호작용 해왔다”며 “우리는 처음으로 그 패러다임을 벗어날 수 있었다. 생물유기체가 그렇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월메츠는 앞으로 임플란트 형태의 뇌 인터페이스가 보편화될지 알 수 없지만, 이를 향후 비외과적 시스템이 일상화되었을 때의 ‘예고편’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한다. 훗날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정확도가 개선된 브레인 리딩 헬멧이나 머리띠를 착용한 채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월메츠에게 이러한 인터페이스의 향후 쓰임새에 관해 물었을 때, 그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마치 컴퓨터가 향후 어떠한 일을 하게 될지 묻는 것과 같다”면서 “우리는 결국 모두가 이것을 사용하게 되리라 생각하지만, 5년 뒤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컴퓨터 마우스에 국한되지 않고 스크린과 같은 출력 장치를 포함한 모든 인터페이스를 뇌 안에 이식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중 한 명이 뉴럴링크의 전 사장인 맥스 호닥(Max Hodak)이다. 머스크는 지난 3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유로 그를 해고했는데, 그는 곧이어 암호 화폐 억만장자 제드 맥칼렙(Jed McCaleb)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사이언스 코퍼레이션(Science Corp.)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호닥은 망막에 이식하여 뇌 뒤쪽에 있는 시각 피질에 정보를 보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임플란트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호닥의 새로운 회사는 초반에는 망막 질환으로 실명한 그의 조부와 같은 사람들을 도울 계획이다. 하지만 의료제품이라는 것은 사실 더 큰 야망을 위한 구실일 뿐이며, 그들은 결국 건강한 사람의 눈에도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기를 만들고자 한다.

그는 “이는 견고해 보이는 컴퓨터 화면일 수도 있고, 그저 앞에 떠 있는 형태일 수도 있다”라며 “눈을 뜨면 원자로 구성된 실제 세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눈을 감으면 비트의 세계가 보인다”고 말했다. 호닥은 한 세대도 지나지 않은 가까운 미래에 아이들이 “전에는 우리가 눈을 감았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당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리적 문제

머스크와 벤처 투자가들이 뛰어들기 전, 미 국방부의 연구개발 기관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DARPA)은 뇌 인터페이스 연구 분야의 세계 최고 자금 지원자였다.

피츠버그 대학 연구원인 앤디 슈워츠(Andy Schwartz)는 군이 1982년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가 출연한 영화인 <파이어폭스(Firefox)>를 보고 이 기술에 매료되었다고 확신한다. 영화 <파이어폭스>에는 ‘생각으로 조종하는 소련의 미그 제트기’를 훔치려는 내용이 나온다. 슈워츠는 군이 피실험자 중 한 명에게 모의 전투기를 조종하게 한 이후, 기관과의 협력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브레인게이트의 창립 과학자이자 브라운 대학의 존 도노휴(John Donoghue) 교수도 뇌 임플란트를 둘러싼 ‘서커스 같은 분위기’에 대해 우려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휠체어를 탔고, 이것이 그가 마비 환자들의 운동 능력을 회복시키려는 목표를 추구한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몇 년 전 그가 구글에서 강연했을 때, 스스로 열렬한 게이머라고 하는 한 엔지니어가 다가와 제3의 엄지손가락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도노휴는 이렇게 말했다.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전극을 이식해 더 실력 있는 게이머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항상 이러한 부류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부작용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역시 이를 무시하지는 않는다. (중략) 이것은 사람들을 이 분야로 몰리게 하는 힘이다. 이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도노휴는 단시일 내에 임플란트가 초능력을 만들어주거나 외국어 능력을 머릿속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뇌는 이더넷 케이블의 속도가 아니라, 뇌가 정보를 송신하는 속도에 맞춰 진화해 왔다. 그는 “팟캐스트를 4배속으로 들어본 적 있는가? 알아듣기 어려웠을 것이다”라며 “우리 뇌는 우리가 말하는 속도 정도의 정보를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셰노이는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두뇌에 삽입하는 것이 불평등 및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보의 남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생각 읽기(mind reading)나 제어(mind control)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뉴럴링크와 페이스북의 두뇌 인터페이스 계획이 공개된 바로 그해 2017년에, 모닝사이드 그룹(Morningside Group)이라는 한 연구원 모임이 <네이처(Nature)>지에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두뇌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 사이의 ‘융합(convergence)’에 경종을 울렸다.

이 단체는 콜롬비아 대학의 신경과학자 라파엘 유스테(Rafael Yuste)가 주창하여 결성되었다. 그는 본인의 실험실에서 수행한 실험에 경각심을 느꼈는데, 이 실험에서 그는 쥐 뇌의 시각중추에서 얻은 정보를 읽어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레이저를 이용해 존재하지 않는 사물을 인식하도록 조작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쥐의 시각 인식을 통제할 수 있었고, 꼭두각시처럼 쥐들을 조종할 수 있었다.” 유스테가 말했다.

유스테는 신경기술이 인간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실험 목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의 잭 갤런트(Jack Gallant)의 연구에서 그는 MRI 스캐너를 사용해 사람들이 어떤 이미지를 보고 있는지 추론할 수 있었다. 어떤 과학자는 원숭이 두 마리를 각각 ‘주체’와 ‘아바타’라고 부르며, 한 원숭이의 팔을 제어하기 위해 다른 원숭이의 뇌를 연결시켰다.

Brain interface concept
SELMAN DESIGN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 기술을 통해 모닝사이드 그룹이 말하는 ‘사생활의 마지막 경계’가 침해되고 누군가가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되면 인터넷의 온갖 부작용이 훨씬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허위 정보, 악성 해커, 정부 통제, 기업 조작, 끝없는 괴롭힘 같은 문제들이 이에 속한다. 유스테는 “여기에는 정신적 사생활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5월 유스테는 윤리적인 신경 인터페이스 설계를 논의하기 위해 윤리학자들과 신경기술 기업가들의 온라인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몇몇 참가자는 뇌 정보를 손쉽게 수집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전에 기본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행사에서 뇌 활동을 읽기 위한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는 커널(Kernel)사의 CTO인 라이언 필드(Ryan Field)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대기업이 이윤을 얻기 위해 무단으로 데이터를 수집한 후, 뒤늦게 규제에 직면해 용서를 구하는 것과 같은 일을 또다시 겪고 싶지 않다.”

유스테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있는 개인 정보 보호보다 훨씬 더 엄격한 규정을 원한다. 그는 뇌 데이터가 장기 이식 수술에서의 장기처럼 신중하게 관리되고,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뇌 데이터가 적어도 개인 의료 정보처럼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또한 군이 두뇌 임플란트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나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어떤 측면에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는 이미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어떠한 사람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미래인 것을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바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융합이다.

디그레이와 같은 자발적인 피실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뉴런이 발산하는 전기적 신호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의해 해석된다. 디그레이가 임플란트를 사용하는 매일 그는 원 그리기 같은 단순한 움직임을 상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의 뉴런을 감지하는 신경망은 각 뉴런의 활동을 움직임과 연관 짓는 통계 지도를 보정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뇌 신호를 해석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이를 향상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은 처음 몇 글자를 기준으로 누군가 쓰려고 하는 단어를 예측할 수 있다.

이는 블랙록의 솔즈바허가 ‘공유된 결과물(shared agency)’이라고 부르는, 즉 일부는 사람이, 그리고 일부는 기계가 선택하는 결과물이다. “이는 과학적으로 흥미롭지만, 윤리적 의문이기도 하다. 시스템이 최종 결과물을 조정한다면 실제로 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누구라고 할 수 있겠는가?”

현재 뇌-인터페이스 경험에 가장 가까운 것은 캘리포니아에서 디그레이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실험이다. 가장 최근에 이 팀은 디그레이에게 사고를 통한 타자 입력(touch-typing)을 시도하도록 노력해왔다. 만약 소프트웨어가 디그레이의 손가락 움직임과 관련된 뉴런 신호를 추적할 수 있다면 이는 그의 입력 속도를 훨씬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가 사고를 당하기 전 독수리 타법(hunt-and-peck) 사용자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침대 위 천장에 붙인 종이 키보드를 보며 타자 입력을 상상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디그레이에게 궁금했던 것 한 가지는 그의 두뇌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기분이 어떤지에 관한 것이다. 그는 생각을 읽는 기계와 소프트웨어를 “마음의 만남(meeting of the minds)”이라고 묘사했다. 이는 그가 상상으로 손글씨를 쓸 때 특히 그랬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것은 매우 개인적인 상호작용이다. 자신의 몸 안에서 어디에 움직임이 있는지 느껴야 한다. 나는 글씨를 쓰려고 노력하고 기계는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관계’라고 표현하기까진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에 매우 가깝다. 기기와 나 자신과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날에는 처음에 좀 어색한 느낌이 들고 감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물론, 기계는 늘 일정한 상태이다. 나는 기계와 상호작용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조절해야 한다.”

어느 날 디그레이는 5,000개의 단어를 사고를 통해 작성해냈다. 그가 이 일에 너무 열중한 탓에 연구원들이 그에게 숨을 쉬라고 상기시켜야 할 정도였다. 그는 “나는 그냥 그 일에 빠져들었다”라고 말했다. “단어를 작성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나는 어느덧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패턴에 몰입하게 되면 컴퓨터는 당신을 더 잘 인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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