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30일, 중국의 대표적인 인공지능(AI) 기업 중 하나인 바이두(Baidu)가 어니봇(Ernie Bot)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어니봇은 챗GPT와 유사한 바이두의 대형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이다.
어니봇이 대중에 공개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3월 중순에 출시된 어니봇은 최초의 중국판 챗GPT였다. 그 이후로 알리바바(Alibaba), 바이트댄스(ByteDance) 등 많은 중국 기술 기업이 바이두의 뒤를 이어 자체적인 언어모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들을 사용하려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리거나 승인 시스템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는 대부분 제품을 이용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이 중국 정부가 시행한 제한 때문이 아닌지 의심했다.
8월 30일, 바이두는 다음 날부터 어니봇을 대중에 공개한다고 발표하면서 어니봇 기반의 새로운 AI 앱들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블룸버그(Bloomberg)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스타트업과 주요 기술 기업을 포함해 소수의 기업에 규제 승인이 내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 시나뉴스(Sina News)는 첫 번째로 공개 출시가 승인된 서비스 목록에 중국의 생성형 AI(generative AI) 챗봇 8개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8월 18일에 더우바오(Doubao)라는 챗봇을 출시한 바이트댄스와 6월에 찌둥타이추2.0(Zidong Taichu 2.0)을 발표한 중국과학원 자동화연구소(Institute of Automation at the Chinese Academy of Sciences)도 첫 번째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 아이플라이테크(iFLYTEK), 징둥닷컴(JD), 360이 발표한 다른 모델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3월 16일 어니봇이 출시됐을 때 사람들의 반응에는 기대와 실망이 섞여 있었다. 당시에는 먼저 출시된 챗GPT에 비해 성능이 딱히 뛰어나지 않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니봇의 성능을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 출시 행사에는 라이브 시연이 포함되지 않았고, 이후에도 중국 이용자들이 실제로 어니봇을 사용하려면 바이두 계정이 있어야 했으며 사용을 위한 라이선스를 신청해야 했다. 게다가 그 라이선스 발급에는 최대 석 달이 소요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초기에 접근 권한을 확보한 일부 사람들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적게는 몇 달러부터 많게는 100달러(약 13만 원)가 넘는 금액을 받고 바이두 계정을 판매했다.
어니봇 출시 이후 10여 개의 중국판 생성형 AI 챗봇이 출시됐다. 이러한 챗봇들은 모두 서양의 챗봇과 유사하게 텍스트로 대화가 가능하고, 질문에 답할 수 있으며, 수학 문제를 (어느 정도) 풀 수 있고, 프로그래밍 코드를 작성할 수 있고, 시를 쓸 수 있다. 일부 챗봇은 오디오, 이미지, 데이터 시각화, 무선 신호 등 다른 형태의 입출력까지 허용한다.
어니봇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서비스들도 사용자 접근이 제한되어 있어서 중국의 일반 대중이 서비스를 경험하기 어려웠다. 일부는 비즈니스용으로만 출시됐다.
중국 기술 기업들이 일반 대중의 접근을 제한한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모델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생성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는 소셜미디어 콘텐츠 검열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생성형 AI 같은 새로운 기술을 검열하려면 어느 정도 수준의 검열이 필요할지 알 수 없다. 바이두와 바이트댄스의 제품 등 현재 출시된 대부분의 챗봇은 대만이나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 대한 질문 등 민감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는 중재(moderation) 메커니즘이 내장되어 있지만, 14억 명에 달하는 중국 대중에게 챗봇을 공개하면 사람들이 검열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 분명하다.
지난 7월, 중국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겨냥한 첫 번째 규제를 발표했을 때, 이 규제에는 기업들이 ‘관련 행정허가’를 취득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관련 행정허가’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허가를 의미하는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블룸버그가 처음에 보도했듯이, 8월 마지막 주에 바이두가 획득한 승인은 중국의 주요 인터넷 규제 기관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hinese Cyberspace Administration)에서 발급한 것으로, 바이두는 이를 통해 챗GPT와 유사한 자사 서비스를 중국 전역에 출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해당 기관은 바이두 외에 어떤 기업이 승인을 받았는지, 어떤 기업이 승인을 신청했는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대중에게 제품을 공개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당 챗봇을 사용할지는 불분명하다. 처음부터 중국판 챗봇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면서 이러한 챗봇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줄어들어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중국인이 VPN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챗GPT를 사용할 수 있다.
바이두의 CEO인 리옌훙(李彦宏, Robin Li)은 회사의 보도자료를 통해서 “수억 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어니봇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바이두는 귀중한 실제 사용자 피드백을 대량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어니봇의 기반이 되는 바이두의 언어모델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많은 사용자가 어니봇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반복해서 사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두는 더 이상의 답변을 거부했다. 바이트댄스도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문의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