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is moving closer to a new cold war fought with authoritarian tech

성큼 다가온 ‘권위주의 기술’로 무장한 신냉전 시대

이란, 튀르키예, 미얀마가 9월 중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및 중국과의 긴밀한 무역 관계를 약속했다. 세계는 디지털 권위주의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냉전 시대에 돌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월 21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미국은 새로운 냉전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전 세계의 독재 국가들과 민주주의 국가 사이에서 냉전의 기운이 스멀스멀 퍼지고 있으며, 특히 기술이 이러한 위험한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9월 둘째 주 이란, 튀르키예, 미얀마 등의 국가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독재 정권이 이끄는 경제·정치 동맹인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의 정식 회원국이 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2001년 결성돼 단시간 내 세계 정치에서 중요한 세력으로 부상한 SCO가 추구하는 전략적 미래에서 기술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SCO는 주로 철도와 무역 협정 등 지역 발전에 집중하는 듯하지만 외교 정책 전문가들이 ‘디지털 권위주의(digital authoritarianism)’라고 부르는 사회 통제 용도로 고안된 기술을 확산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SCO 회원국 대부분이 중국의 선례를 따라 자국 국민을 상대로 대규모 디지털 감시, 검열, 개인 표현에 대한 통제를 늘리는 식으로 디지털 권리를 침해하는 쪽으로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등장했다.

물론 민주주의도 감시 기술을 상당 수준 사용한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감시 국가 중 한 곳이며, 감시 기술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그러나 SCO 회원국들은 물론이고 그 동맹국들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권위주의 국가들의 기술 무역 관계는 급속도로 깊어지고 있다. 그런 국가들은 디지털 방식의 사회 통제를 위해 비슷한 각본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권위주의’란 무엇인가?

세계 민주주의를 위한 비영리 연구 및 옹호 단체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4년 전 ‘디지털 권위주의의 부상’을 주제로 자유와 인터넷에 관한 연례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이 보고서에서 프리덤하우스는 “각국 정부가 기술을 통해 자국민 통제 방법으로 디지털 권위주의를 활용하면서 인간 해방의 동력이라는 인터넷의 개념을 뒤집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로 디지털 권위주의는 미국이 기술 분야에서 미·중 권력 경쟁을 프레임화할 때 자주 쓰는 방법이 되었다.

거버넌스 체계와 디지털 권리 사이에는 강력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가령 독재 정권은 민주 정권보다 기술을 사회 통제를 위한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프리덤하우스는 보고서에서 개인정보 보호, 검열, 인터넷 접속 장애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 각국의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 현상을 정량화한 결과를 보여줬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 점수는 11년 연속 하락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전 세계가 사용자의 디지털 권리를 보호하는 인터넷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리덤하우스가 비민주적 국가로 분류한 국가 중에서는 인터넷이 ‘자유로운’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반대로 민주 국가들에선 인터넷이 모두 ‘자유롭거나’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러시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SCO 8개 회원국 모두 계속해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들 국가의 점수는 지난 10년 동안 평균적으로 10점씩 하락했다.

중국은 2014년부터 매년 그래왔듯이 지난해에도 프리덤하우스가 정한 순위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리고 아직 SCO 정식 회원국은 아닌 이란이 뒤에서 아래서 두 번째 순위를 기록 중이다. 이렇게 낮은 점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란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최근 몇 년 동안 돈독해지고 있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란은 중국의 디지털 기술을 열정적으로 소비하는 국가 중 하나다.

선거 민주주의 여부

프리덤하우스의 2021년 선거 민주주의 평가
지도: Tate Ryan-Mosley, MIT 테크놀로지 리뷰. 출처: 프리덤하우스. Created with Datawrapper

인터넷 자유도

2021년 국가별 인터넷 자유도 지도. 점수는 인터넷 접속 장애, 콘텐츠 제한, 사용자 권리 위반을 평가하는 다양한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됐다. 점수는 0~100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70~100점을 기록한 국가는 ‘자유롭다’, 40~69점은 ‘부분적으로 자유롭다’, 0~39점은 ‘자유롭지 않다’로 간주한다.
지도: Tate Ryan-Mosley, MIT 테크놀로지 리뷰. 출처: 프리덤하우스. Created with Datawrapper

중국 모델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이 정말로 전략적으로 권위주의를 수출하고 있는지, 아니면 미국의 선전가 등이 감시 기술에 대한 미국 쪽 수요 급증은 무시한 채 중국의 기술 패권만 사악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우리는 과거 미 법무부가 중국 스파이를 찾아내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어떻게 큰 혼란에 빠지게 됐는지를 기사화한 적이 있다. 민주주의 국가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범죄율이 높은 국가에선 중국의 감시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그러나 중국의 국영 기업들이 SCO와 140여 개 국가에서 인프라 개발을 제공하는 중국의 주요 외교 정책인 일대일로(Belt Road Initiative, BRI) 계획을 통해 다른 국가들에 도로와 5G 네트워크 같은 인프라 외에도 보안과 감시 기술까지 제공해왔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은 중국이 디지털 권위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2014년 처음 발표된 중국의 공공 및 민간 사회 신용 프로그램은 사람들의 구매, 교통 위반, 사회 활동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종합한다. 그리고 중국 도시들에선 그 어느 곳보다도 단위 면적 당 CCTV 카메라 설치 대수가 많고, 세계에서 가장 감시가 심하다. 이러한 카메라들은 정교한 얼굴인식 및 시각 컴퓨팅 분석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 감시 기술을 국민 감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1제곱마일(약 2.58㎢)당 CCTV 설치 대수

2022년 인구가 가장 많은 세계 150개 도시의 1제곱마일당 CCTV 대수
지도: Tate Ryan-Mosley, MIT 테크놀로지 리뷰. 출처: Comparitech. Created with Datawrapper

중국을 롤모델로 삼는 국가들도 많다.

SCO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보통 중국이 주도하고 자금을 지원한다. 그런 프로젝트에는 우즈베키스탄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아프가니스탄 횡단 철도, 충칭의 디지털 무역 플랫폼, 합동 군사 훈련 등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또한 중앙 정부들이 결정을 내릴 때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장려하는 ‘천 도시 전략 알고리즘(Thousand Cities Strategic Algorithms)’ 프로그램 같은 이니셔티브도 지원해왔다.

올해 1월에서 8월 사이에 SCO 국가들과 중국간 무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증가했다. 그중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은 데이터 처리 기술 같은 중국의 전자 부품 수출이었다.

SCO 회원국들은 SCO에 다양한 수준으로 관련되어 있는 12개 국가와 함께 9월 중순 만남을 가졌고, 더 많은 국가들이 SCO에 공식적으로 가입하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특히 튀르키예는 SCO에 완전히 가입하는 첫 번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독재 정권은 2017년에 중국 통신사 ZTE의 도움으로 고용, 투표, 의료 정보를 통합한 스마트 신분증을 발표했다. 그리고 또 다른 중국 통신회사인 화웨이(Huawei)는 2021년 연례 보고서에서 스마트 시티 기술로 700개 지역을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자랑했다. 이는 화웨이가 150건의 국제 계약을 맺었던 2015년과 비교해서 훨씬 늘어난 수치이다.

치안과 보안을 위해 중국의 감시 플랫폼이 사용됐는지 여부

치안 유지를 위해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정부 운영 기관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공공 감시 플랫폼을 구입한 국가들. 중국 외부에서 있었던 계약 대부분은 중앙 정부와의 계약이 아니라 지방 정부와의 계약이다.
지도: Tate Ryan-Mosley, MIT 테크놀로지 리뷰. 출처: Sheena Chestnut Greitens, Brookings. Created with Datawrapper

민주주의 국가 역시 디지털 권위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은 중국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된 엄청난 양의 감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데 산업 연구 단체 Top10VPN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 감시 카메라망에서 70만 대 이상이 중국의 하이크비전(Hikvision)과 다후아(Dahua) 제품이다.

미국 기업들도 디지털 권위주의 산업의 상당 부분을 지지하고 있으며, 복잡한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디지털 권위주의 산업을 고립시키거나 책임을 묻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텔(Intel)은 고문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스마트 심문 의자’를 개발한 중국 회사 텐디(Tiandy)의 서버 운영을 돕는다.

중국 외 지역의 하이크비전과 다후아 카메라망

2021년 중국 외부에서 중국 통신 기업 하이크비전과 다후아가 만든 카메라망 현황
지도: Tate Ryan-Mosley, MIT 테크놀로지 리뷰. 출처: Top10VPN. Created with Datawrapper

인터넷 차단

디지털 권위주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넘어선다. 다시 말해 국가가 시민들에 대한 통제를 늘리기 위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가와 관련된다.

예를 들어 국가가 인터넷을 차단하는 일은 지난 10년 동안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가가 인터넷을 차단하는 능력은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정권의 특징인 인터넷 인프라에 대한 소유권의 범위가 어디 있는지와 관련되어 있다. 인터넷이 삶의 모든 부분에서 점점 더 필수적인 부분이 되면서 사람들을 불안정하게 하고 해를 끼치는 인터넷 차단의 힘도 커지고 있다.

연초 반정부 시위가 SCO 회원국인 카자흐스탄을 뒤흔들면서 카자흐스탄은 거의 5일 내내 인터넷을 완전히 차단했다. 그 기간에 러시아 군대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주요 도시로 내려왔다. 인터넷 차단으로 카자흐스탄은 4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었으며 필수적인 서비스도 중단해야 했다.

다른 전략으로는 데이터 융합(data fusion)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하여 감시 데이터에 대한 작업을 수행하는 모델이 있다. 지난해 SCO 정상회의 때 중국 대표들은 천 도시 전략 알고리즘에 대한 전문가를 초빙하여 청중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금융 데이터를 통합하고 AI를 활용해 이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국가 데이터 브레인(national data brain)’을 발전시키는 방법을 안내했다. SCO 웹사이트에 따르면 50개국이 천 도시 전략 알고리즘 이니셔티브와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얼굴인식 기능 사용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를 중심으로 카메라 영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첨단 시각 컴퓨팅 기술에 대한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2021년 인터넷 차단 횟수

2021년 정부 개입으로 인한 인터넷 차단 횟수
지도: Tate Ryan-Mosley, MIT 테크놀로지 리뷰. 출처: Access Now. Created with Datawrapper

“더 긴밀한 SCO 공동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월 중순에 열린 SCO 정상회담 연설에서 세계 냉전 마인드와 무역에 대한 보호주의적 태도가 늘어나는 상황을 인정하기까지 했다. 시 주석은 “무역과 투자, 인프라 구축, 공급망 보호, 과학과 기술 혁신, AI 같은 분야에 대한 협력적 합의가 정상회담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더 많은 국가를 중국의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었다. 그는 평화와 다자주의의 가치를 옹호하면서도 “미래를 공유하는 더 긴밀한 SCO 공동체”를 요구했다.

그러한 미래는 이미 구체화되기 시작하고 있다. 올해 회의에서 중국은 칭다오 대학의 중국-SCO 경제 무역 연구소(China-SCO Institute of Economic and Trade)라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1월에 시작되었고 경제 발전과 디지털 무역 같은 주제에 관해 SCO와 일대일로 계획에 속한 국가의 학생들을 교육할 것이다. 이는 중국이 일대일로 국가들과 함께 디지털 미디어 관리에 관해 수행했던 이전의 교육을 기반으로 한다.

이란, 튀르키예, 벨라루스, 미얀마처럼 의심스러운 인권 기록을 가진 국가들이 중국 및 러시아가 주도하는 SCO에 경제를 더욱 긴밀하게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디지털 권위주의는 더 크게 세력을 넓히고 있으며, 더 광범위하게 해를 입힐 수 있을 정도로 무르익고 있다. 그리고 이 골치 아프고 세계적인 현상의 지속적인 성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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