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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비만연구협회, GLP-1 치료 후 체중 15% 이상 감량 시 수면무호흡증 위험 69% 감소 확인

GLP-1 기반 비만 치료제로 체중을 많이 줄일수록 수면무호흡증·만성 신장 질환·골관절염·심부전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는 실제 환자 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다.

오젬픽·웨고비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체중 감량을 넘어 다양한 합병증 위험도 함께 낮춘다는 근거가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감량 폭이 클수록 합병증 위험이 단계적으로 낮아진다는 대규모 실증 데이터가 나왔다.

유럽비만연구협회에 따르면, 영국 리버풀대학교 존 와일딩 교수팀이 주도한 이 연구는 GLP-1 기반 치료 시작 후 1년간 체중 대비 체지방 지수인 BMI를 15% 이상 줄인 환자들이 5% 미만 감량한 환자들보다 수면 중 기도가 막히는 수면무호흡증 발병 위험이 69% 낮았다고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비만학회(ECO 2026)에서 지난 13일 밝혔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식욕을 억제하고 소화 속도를 늦추며 혈당 조절을 개선함으로써 제2형 당뇨병과 비만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약물이다. | Shutterstock

9만 명 가까운 실제 환자 데이터로 확인된 ‘감량 폭과 합병증 위험’의 상관관계

이번 연구는 임상 시험이 아니라 실제 의료 현장 데이터를 분석한 실세계 연구(real-world study)다. 연구팀은 미국의 전자 건강 기록 및 보험 청구 데이터베이스인 옵텀 마켓 클라리티(Optum Market Clarity)를 이용해 2021년 1월부터 2024년 6월 사이에 세 가지 GLP-1 계열 약물 중 하나를 복용하기 시작한 환자들을 분석했다. 세 약물은 오젬픽·웨고비 등의 브랜드명으로 판매되는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마운자로·젭바운드로 알려진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그리고 이보다 앞서 출시된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다. 모두 소장에서 분비되는 식욕 억제 호르몬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의 작용을 모방해 식욕을 낮추고 혈당을 조절함으로써 체중을 줄이는 약물이다.

분석 대상은 세마글루타이드 복용 환자 6만 7,841명(75.6%), 티르제파타이드 1만 5,661명(17.5%), 리라글루타이드 6,216명(6.9%)으로 총 8만 9,718명이다. 연구 시작 시점의 평균 연령은 57.5세였고, 평균 BMI(체질량지수,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눠 비만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25 이상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는 34.7㎏/㎡였으며, 참가자의 61%가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연구팀은 치료 시작 후 275일에서 455일 사이에 측정된 BMI 변화를 기준으로 환자들을 분류한 뒤, 이후 평균 11개월간 골관절염·만성 신장 질환·수면무호흡증·심부전 발생 여부를 추적했다. 주목할 점은 전체 참가자의 절반(50.1%)이 1년 이내에 치료를 중단했다는 사실이다. 비용 부담, 부작용, 약품 수급 문제, 보험 적용 제한 등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연구팀은 치료 지속 여부와 관계없이 전체 그룹의 결과를 함께 분석했다.

BMI 15% 이상 감량 시 수면무호흡증 위험 69%↓, 골관절염 37%↓

1년간의 BMI 변화 분포를 보면, 27.0%가 5% 미만 감소, 22.4%가 5% 이상 10% 미만 감소, 14.1%가 10% 이상 15% 미만 감소, 15.8%가 15% 이상 감소했다. 반면 20.8%는 BMI가 오히려 늘었다. BMI를 15% 이상 줄인 환자들은 5% 미만 감량한 환자들과 비교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수면 중 목 안의 기도가 반복적으로 막혀 호흡이 일시 중단되는 질환) 발병 위험이 69% 낮았고, 골관절염(연골이 닳아 관절이 붓고 통증이 생기는 퇴행성 질환)은 37%, 만성 신장 질환(신장 기능이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떨어지는 질환)은 30%, 심부전(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펌프질하지 못하는 상태)은 32% 낮은 위험을 보였다. 심부전 결과를 제외한 나머지 세 질환의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이 같은 결과는 GLP-1 약물이 직접 장기를 보호하는 것인지, 아니면 체중 감량 자체가 보호 효과를 낳는 것인지를 명확히 구분하지는 않는다. 다만 감량 폭이 클수록 위험이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용량-반응 관계(많이 줄일수록 효과도 비례해 커지는 관계)가 관찰됐다는 점은 체중 감량 자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과학자들은 지속적인 체중 감량이 심장·신장·관절·기도 등 여러 장기 전반의 대사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체중 증가 환자는 반대 방향: 심부전 위험 69% 높아져

반대로 치료를 시작했음에도 BMI가 오히려 증가한 환자들은 5% 미만 감량 환자들보다 합병증 위험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심부전 위험은 69%, 수면무호흡증은 22% 높아졌으며 두 결과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만성 신장 질환은 14% 높았으나 유의미성 경계 수준에 머물렀고, 골관절염은 10%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치료 시작 후 1년 이내에 절반의 환자가 GLP-1 기반 치료를 중단한 이 실제 임상 연구에서 체중 감량이 없는 경우 임상 결과가 더 나빴으며, 체중 감량 폭이 클수록 위험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결론지으며 “GLP-1 기반 치료 시작 후 체중 감량을 달성하고 유지하는 것의 임상적 중요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관찰 연구라는 점에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치료를 지속한 환자와 중단한 환자가 혼재된 분석이라는 점, 약물 종류와 용량 차이가 통제되지 않은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