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우연, 천리안위성 1호 ‘무덤 궤도’로 안전 폐기…16년 임무 마쳤다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을 우주에 그대로 두면 다른 위성과 부딪히거나 주파수를 간섭해 귀한 궤도를 영영 못 쓰게 된다. 그래서 위성의 마지막 임무는 스스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다.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마지막 작업, ‘폐기기동’이 국내 최초의 정지궤도 위성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대한민국 최초의 정지궤도 인공위성 ‘천리안위성 1호’의 폐기기동 및 부품 비활성화 조치를 이날 새벽 1시 32분에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운영을 최종 종료했다고 8일 밝혔다.
2010년 6월 발사된 천리안위성 1호는 설계수명 7년의 두 배가 넘는 16년간 기상·해양 관측과 통신 임무를 수행한 위성이다. 이번 폐기는 단순한 임무 종료를 넘어, 정지궤도 위성의 전 주기 운용 역량과 우주 지속가능성을 함께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6번의 기동으로 ‘무덤 궤도’까지 300km 더 올렸다
이번 폐기는 위성을 더 높은 궤도로 밀어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항우연은 먼저 위성의 모든 탑재체(payload, 위성이 임무를 위해 싣는 관측·통신 장비) 전원을 차단해 임무를 종료한 뒤, 위성을 기존 정지궤도(geostationary orbit,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돌아 지상에서는 한자리에 멈춰 보이는 고도 약 35,786km의 궤도)보다 약 300km 더 높은 폐기궤도(Graveyard Orbit, 무덤궤도)로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6회에 걸쳐 기동을 수행하며 고도를 끌어올렸다.
폐기궤도에 진입한 뒤에는 마무리 절차가 이어졌다. 위성 내에 남은 연료를 모두 배출하고 추진계와 전력계를 비활성화한 다음, 전원을 완전히 차단해 모든 절차를 안전하게 끝냈다. 이렇게 6월 8일 새벽 1시 32분, 16년을 돈 위성의 운영이 최종 종료됐다.
무덤궤도는 수명이 끝난 정지궤도 위성을 옮겨 두는 더 높은 궤도를 말한다. 정지궤도는 위성 운영에 특히 가치가 높은 한정된 자원이어서, 임무를 마친 위성이 그 자리를 비켜 줘야 다음 위성이 안전하게 들어설 수 있다. 위성을 한 단계 위로 올려 보내는 것은 이 귀한 자리를 비워 주기 위한 작업인 셈이다.
설계수명 두 배 넘긴 16년…기상·해양·통신을 책임지다
천리안위성 1호는 2010년 6월 발사돼 당초 설계수명인 7년을 훌쩍 넘겨 16년간 운용됐다. 이 위성의 발사로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기상관측 위성 보유국 반열에 올랐고, 해외 의존도를 벗어나 독자적인 기상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16년간 위성이 비행한 거리는 약 16억km에 달한다.
탑재체별 성과도 뚜렷했다. 기상 탑재체는 약 9년간 56만여 장의 영상을 촬영해 태풍과 집중호우 같은 재난성 기상현상 관측에 널리 활용됐다. 해양 탑재체는 3만여 장의 영상으로 서·남해 적조 관측과 해양오염 감시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해양환경 모니터링에 기여했다. 통신 탑재체는 국내 최초로 정지궤도 위성을 활용한 위성통신 시험 서비스를 제공해 국내 위성통신 기술 발전과 상업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장수의 비결은 효율적인 운영이었다. 항우연은 2021년 4월부터 남북 방향 위치 유지 기동을 줄이는 ‘경사궤도 운영 방식’을 새롭게 도입해 연료 소모를 크게 절감했다. 위성의 위치를 유지하는 데 드는 연료를 아낀 이 운영 방식이 설계수명의 두 배 이상을 넘기는 장기 운용으로 이어졌다.
‘능동 폐기’로 입증한 전 주기 운용 역량
이번 폐기에서 주목할 대목은 ‘능동 폐기’다. 능동 폐기는 위성이 아직 임무 수행이 가능한 연료를 남긴 상태에서, 운영기관이 스스로 위성을 통제해 폐기궤도로 이동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연료가 바닥나 통제 불능에 빠지기 전에 미리 자리를 정리한다는 점에서, 위성을 궤도에 방치하는 것과 구별된다. 항우연은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우주잔해물(space debris, 수명이 끝난 위성·로켓 잔해 등 궤도를 떠도는 쓰레기) 저감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다.
자리를 비운 효과는 후속 위성으로 이어진다. 천리안위성 1호가 쓰던 궤도와 주파수 자원은 후속 위성인 천리안위성 3호에 안정적으로 승계할 수 있게 됐다. 지구관측 임무 역시 공백 없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 임무는 천리안위성 2A호가, 해양 임무는 천리안위성 2B호가 차질 없이 이어받아 수행 중이다.
항우연은 이번 성과가 위성을 발사해 운영하고 안전하게 폐기하기까지, 국가 위성의 전 생애주기를 스스로 책임지는 역량을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상철 항우연 원장은 “천리안위성 1호는 지난 16년간 기상·해양 관측과 통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정지궤도 위성”이라며 “안정적인 임무 완수에 이어 후속 위성을 위해 궤도를 비워주는 능동 폐기를 수행함으로써, 국가 위성의 전 생애주기 운용 역량을 입증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