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폴더블에 ‘울트라’ 얹었다…성숙기 폴더블폰, 승부처는 AI로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라인업을 셋으로 나누고, 최상위 모델에 처음으로 ‘울트라’ 등급을 붙인 갤럭시 Z8 시리즈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현지시간 22일 영국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갤럭시 언팩 2026’을 열어 콘텐츠 몰입형 ‘갤럭시 Z 폴드8’, 생산성을 극대화한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 개성과 AI 경험에 최적화된 ‘갤럭시 Z 플립8’ 세 제품을 공개했으며, 노태문 대표이사(MX사업부장)는 언팩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오늘 공개한 갤럭시 Z 시리즈는 폴더블의 기준을 다시 세운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하나의 폴더블폰을 해마다 조금씩 개선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화면을 즐기는 사람·일하는 사람·스타일을 앞세우는 사람으로 사용자를 나눠 각기 다른 제품을 제안하는 전략이다. 삼성은 2019년 폴더블 시장을 연 뒤 7세대에 걸쳐 이 분야를 주도해 왔다. 이번 세대의 방점은 두 곳에 찍힌다. 하나는 티타늄을 접히는 구조에 적용한 ‘플렉스 티타늄’으로 더 얇고 튼튼한 몸체를 만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글과 협업한 ‘제미나이 인텔리전스’를 스마트폰에 처음 탑재해, 질문에 답하는 AI를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일을 처리하는 ‘에이전트형 AI’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이다. 폴더블이 신기함의 단계를 지나 일상 기기가 된 지금, 경쟁의 무게중심이 접는 기술에서 소프트웨어와 AI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하나의 폴더블’에서 ‘골라 쓰는 폴더블’로
이번 세대의 가장 큰 변화는 특정 부품이 아니라 라인업 구조 자체에 있다. 삼성은 그동안 대화면 ‘폴드’와 콤팩트한 ‘플립’ 두 갈래로 폴더블을 운영해 왔는데, Z8 시리즈에서는 폴드 계열을 다시 표준형 ‘폴드8’과 최상위 ‘폴드8 울트라’로 갈랐다. 갤럭시 바(bar)형 스마트폰에서만 쓰이던 최고급 ‘울트라’ 명칭이 폴더블로 넘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제품은 겨냥하는 사용자가 뚜렷이 다르다. 폴드8은 접으면 138.4mm(5.5형·10:16 비율) 커버 화면으로 메시지와 숏폼을, 펼치면 193.2mm(7.6형·4:3 비율) 화면으로 영상·독서·게임을 몰입감 있게 즐기도록 설계됐다. 특히 4:3 비율은 영상 재생 시 화면 위아래에 생기는 검은 여백을 크게 줄여, 대화면 폴더블의 장점을 살린다. 무게는 역대 폴드 중 가장 가벼운 201g, 배터리는 4,800mAh다.
폴드8 울트라는 여기서 화면과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생산성 특화 모델이다. 203.1mm(8형) 메인 화면으로 여러 앱을 동시에 띄우는 멀티태스킹에 유리하고, 2억 화소 메인 카메라와 8K 영상 촬영(APV 코덱), 영화 색감을 입히는 시네 LUT 같은 전문가용 도구를 갖췄다. 두께는 펼쳤을 때 역대 폴드 중 가장 얇은 4.1mm, 무게는 215g이다. 고성능 칩인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와 5,000mAh 배터리를 얹고, Z 시리즈 최초로 최대 45W 고속 충전과 두 경로로 나눠 충전하는 ‘듀얼 패스 충전’을 적용해 발열과 충전 효율을 함께 잡았다.
플립8은 반대로 휴대성과 개성에 집중한다. 역대 플립 중 가장 얇고 가벼운 180g·6.1mm 몸체에, 커버 화면 ‘플렉스윈도우’를 AI 중심 인터페이스로 바꿔 기기를 펼치지 않고도 앱·일정·맞춤 정보를 확인하게 했다. 다만 플립8에는 스냅드래곤이 아닌 삼성 자체 칩 ‘엑시노스 2600’이 실려, 같은 시리즈 안에서도 등급에 따라 부품 구성이 달라지는 분화가 두드러진다. 노 대표가 “폴더블은 이제 선택의 시대”라고 표현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티타늄으로 접고, 화면 주름을 지운다
라인업 전략이 소프트웨어적 변화라면, 하드웨어의 핵심은 ‘플렉스 티타늄(Flex Titanium)’이다. 폴더블폰의 오랜 약점은 접히는 부분에 생기는 화면 주름과 반복해 접었다 펴는 데서 오는 내구성 문제였다. 삼성은 티타늄 합금 필름과 강화 티타늄 플레이트를 결합하고, 반복적으로 접히는 구조를 견디도록 정밀 가공 기술을 더해 이 두 문제를 함께 공략했다.
효과는 두 방향으로 나타났다. 티타늄은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은 금속이어서, 화면 안쪽을 단단히 받쳐주면 접히는 부위가 눌리며 생기던 주름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다. 삼성은 이 기술을 폴드8 울트라와 폴드8에 처음 적용해 내구성을 강화하고 화면 주름을 현저히 줄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폴드8 울트라가 역대 폴드 중 가장 얇은 4.1mm 두께를 달성한 것도 이런 소재·구조 개선과 맞물린 결과다.
접고 펴는 감각도 손봤다. 삼성은 두 폴드 제품의 힌지(경첩) 구조와 자석의 세기, 화면을 팽팽하게 잡아주는 장력을 정밀하게 최적화해, 펼치거나 닫을 때 더 가볍고 부드러운 사용감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폴더블에서 여닫는 손맛은 단순한 감성이 아니라, 매일 수십 번 반복되는 동작인 만큼 제품 완성도를 가늠하는 실질적 지표다.
화면 밝기도 개선됐다. 폴드8 울트라와 폴드8의 메인 디스플레이는 전작 폴드7보다 약 15% 밝아진 최대 3,000니트(nit·밝기 단위)를 지원한다. 여기에 주변 밝기에 맞춰 화면을 보정하는 ‘비전 부스터’와 빛 반사를 줄이는 저반사 기술을 더해, 햇빛이 강한 야외에서도 화면을 선명하게 유지하도록 했다. 접는 화면이 일상 기기로 자리 잡으려면 실외 시인성 같은 기본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겨냥한 개선이다.

다음 승부처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AI
노태문 대표가 간담회에서 던진 메시지의 핵심은 폴더블 경쟁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폴더블은 기술로도 시장으로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며 “더 많은 기업의 시장 진입은 이미 폴더블이 대세가 되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경쟁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위협이 아니라 시장 확장의 신호로 규정하면서, 다음 경쟁력은 하드웨어를 넘어 AI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Z8 시리즈가 그 전환의 출발점이다. 삼성은 구글과 협업해 스마트폰에 처음으로 ‘제미나이 인텔리전스’를 탑재했다. 이는 질문에 답하는 기존 AI를 넘어, 사용자가 보고 있는 화면과 맥락을 이해해 대신 일을 처리하는 ‘에이전트형 AI’다. 배달·예약·쇼핑 등 40여 개 앱을 자동으로 실행하고, 주변 식당 검색부터 예약, 일정 관리, 티켓 조회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작업을 한 번에 처리한다. 채팅 중 약속을 잡으면 일정 등록을 먼저 제안하는 ‘나우 넛지’처럼, 사용자의 다음 행동을 앞질러 돕는 기능도 담겼다. 특히 폴더블 대화면에서는 대화 창과 AI가 수행 중인 작업을 나란히 띄워, 정보 탐색부터 실행까지 눈으로 확인하며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런 자동화가 힘을 받으려면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노 대표가 “가장 민감한 개인 데이터는 기기 내부에 두고, AI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사용자가 직접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이유다. 삼성은 개인화 AI 연산을 기기 안에서 처리하는 ‘퍼스널 데이터 엔진’, 주요 정보를 물리적으로 분리된 영역에 저장하는 ‘녹스 볼트’, 그리고 새 운영체제 One UI 9에서 AI 자동화 실행 내역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시보드로 이 원칙을 뒷받침했다.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움직일수록, 무엇을 왜 했는지 투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기능 자체만큼 중요해진다는 판단이다.
삼성의 승부수는 스마트폰 한 대에 그치지 않는다. 노 대표는 “올해 안에 8억 명에게 갤럭시 AI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워치·TV·가전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기기가 일상 전반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차별화 요소로 꼽았다. 특히 AI가 가장 큰 가치를 낼 영역으로 ‘건강’을 지목하며, 새 갤럭시 워치가 수면·회복·활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삼성 헬스가 심박수·호흡률·피부 온도 같은 생체 징후까지 관리 범위를 넓혔다고 밝혔다. “건강 관리의 중심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이다. 결국 Z8 시리즈는 접는 화면의 완성도를 높인 제품인 동시에, 여러 기기를 잇는 삼성표 AI 생태계의 관문으로 자리매김하려는 포석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