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 새만금에 태양광·AI 데이터센터·로봇·수소 묶은 ‘AI 밸리’ 구축 속도 낸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기를 먹는다. 전력을 구하지 못해 증설이 막히는 일도 흔하다. 현대차그룹은 전기를 만드는 곳과 쓰는 곳을 한 지역에 묶기로 했다. 새만금이 그 무대다.
재생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 로봇, 수소를 한 지역에 모아 잇는 ‘새만금 AI 밸리’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새만금 AI 밸리는 재생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 로봇, 수소 산업을 연계해 미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약 9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전담 조직 신설과 태양광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을 거치며 사업을 추진해 왔다. 장 부회장은 “9조 원의 새만금 투자를 발표한 이후 계획한 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 만드는 곳과 쓰는 곳을 한자리에’…AI 밸리의 구상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연계다. 재생에너지, AI 데이터센터, 로봇, 수소 산업을 따로 두지 않고 한 지역에서 서로 맞물리게 하는 것이 골자다. 각각을 떼어 보면 이미 존재하는 산업이지만, 이들을 한 무대에 모아 연결한다는 점이 이번 구상의 차별점이다.
연결의 출발점은 전력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전기를 소모하는데, 지상에서는 전력 확보가 증설의 큰 걸림돌이 된다. 새만금 AI 밸리는 지역에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로 AI 데이터센터를 돌리는 구조를 지향한다. 전기를 만드는 곳과 쓰는 곳을 한자리에 두는 셈이다.
수소도 같은 고리로 들어온다.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 플랜트(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가 포함돼, 남는 전기를 수소라는 형태로 저장하고 활용하는 길을 연다. 재생에너지-데이터센터-수소가 하나의 에너지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로봇 산업이 더해진다.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가 함께 들어서면서, 에너지와 연산 인프라 위에 피지컬 AI(physical AI, 로봇처럼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AI) 산업까지 얹는 그림이 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로봇·AI·에너지 솔루션 중심 미래기술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9조 원·34만 평…다섯 갈래로 짜인 투자
구상은 구체적인 금액으로 쪼개져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새만금 지역 112만 4000㎡(약 34만 평) 부지에 약 9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넓은 부지에 다섯 갈래의 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계획이다.
투자의 중심은 AI 데이터센터다. 5조 8000억 원으로 전체 투자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어 태양광 발전시설에 1조 3000억 원, 수전해 플랜트에 1조 원이 배정돼, 에너지 생산과 연산 인프라에 투자가 집중된다.
나머지는 로봇과 수소 도시에 돌아간다.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에 4000억 원, 재생에너지 기반의 ‘AI 수소 시티’에 4000억 원이 책정됐다. 데이터센터와 발전시설이라는 큰 축에, 로봇과 도시 단위 실증을 붙이는 구성이다.
이 수치들은 2월에 제시된 계획이다. 금액과 부지는 투자 발표 기준이며, 각 시설의 착공·가동 시점은 이번 간담회 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이 계획을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담 조직·태양광 법인 설립…”차질 없이 추진”
말이 아니라 조직으로 움직였다는 점이 이번 발표의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은 2월 투자 발표 이후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AI·로봇·수소 등 분야별 추진 체계를 정비했다. 구상을 실제로 굴릴 사람과 조직을 먼저 갖춘 것이다.
정부와의 협의 틀에도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은 정부 주도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인허가와 정책 지원, 인프라 조성 방안을 협의해 왔다.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서 걸림돌이 되기 쉬운 인허가 문제를 정부와 함께 풀어 가는 구조다.
에너지 공급을 위한 구체적 법인도 세웠다. 지난 9월에는 새만금 AI 밸리의 핵심 축인 대규모 에너지 공급을 위한 태양광 특수목적법인(SPC, 특정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하는 별도 회사)을 설립했다. 전력 공급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토대부터 실체를 갖춰 나가는 셈이다.
인재 양성도 병행한다.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가 확산되는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기르기 위해 전북대와 계약학과 설치를, 전북도교육청 등과는 마이스터고·특성화고 교육 프로그램 전환을 협의하고 있다. 장재훈 부회장은 “새만금을 재생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 로봇, 수소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거점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정부와 국회의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더 많은 기업의 투자가 새만금으로 모여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