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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스마트폰 채팅·검색·결제 습관에서 하루 스트레스 읽어내는 기술 개발

'어떤 앱을 썼나'가 아니라 채팅·검색·결제처럼 '무엇을 반복했나'를 분석해 하루의 스트레스 상태를 약 75% 정확도로 판별하는 개인 맞춤형 AI를 개발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아무리 재도 스트레스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같은 30분이라도 채팅방을 짧게 여러 번 드나든 날과 길게 대화한 날은 다르다. 그 ‘행동의 결’에 스트레스의 단서가 있다.

스마트폰 앱 안에서 반복되는 몇 가지 행동을 분석해 하루의 스트레스 상태를 판별하는 AI 기술이 개발됐다. KAIST는 AI컴퓨팅학과 이의진 교수 연구팀이 스마트폰에서 반복되는 행동을 자동으로 찾아내고, 행동별 수행 시간과 빈도, 문자 입력 패턴 등을 활용해 일일 스트레스 상태를 판별하는 기술 ‘SHIRBT-MMF’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존 스마트폰 기반 연구가 화면 사용 시간이나 앱 실행 횟수, 앱별 사용량을 주로 봤다면, 이번 기술은 ‘어떤 앱을 썼는가’보다 ‘무엇을 했는가’에 주목한다. 20~30대 26명의 실제 생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개인 맞춤형 모델의 평균 정확도는 약 75%로, 채팅·결제 같은 소수 행동만 분석해도 기존 방식 이상의 성능을 보였다. 연구는 모바일 컴퓨팅 분야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다.

‘어떤 앱’이 아니라 ‘무엇을 했나’로 바꾼 발상

출발점은 기존 방식의 약점이다. 그동안 스마트폰 기반 스트레스 연구는 하루 사용 시간, 앱 실행 횟수, 앱 종류별 사용량 등을 주로 분석했다. 문제는 사용하는 앱이나 앱 화면이 바뀌면 분석할 데이터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만큼 오랜 기간 스트레스를 추적하는 모델의 안정성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시선을 ‘행동의 목적’으로 옮겼다. 카카오톡에서 라인이나 왓츠앱으로 앱을 바꿔도, 사용자가 하는 일은 여전히 ‘메신저 채팅’이다. 앱 이름 대신 이 행동 자체를 기준으로 삼으면 앱이 바뀌어도 같은 행동으로 묶을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반복 행동을 ‘스마트폰 상호작용 기반 일상 행동 과업(SHIRBT)’으로 정의했다.

이를 찾아내는 과정은 두 단계다. 먼저 자체 개발한 패턴 분석 기법으로 여러 날에 걸쳐 반복되는 화면 전환 패턴을 찾는다. 그다음 대규모 언어모델(LLM, 방대한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의미를 이해·생성하는 AI)을 활용해 그 패턴에 ‘메신저 채팅’, ‘웹 탐색’, ‘금융 결제’, ‘이메일 읽기·작성’처럼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행동 이름을 붙인다. 서로 다른 이메일·웹브라우저·메신저 앱에서도 같은 행동을 일관되게 분류하는 평가에서 95%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

개인정보는 ‘내용’ 없이 ‘행동’만 다뤘다. 실제 입력한 문자나 메시지 내용은 저장하지 않고, 입력 여부와 횟수, 화면 전환 같은 행동 정보만 기록했다. 메시지나 통화 상대 정보도 원래 정보를 직접 드러내지 않는 값으로 바꾸는 ‘해시 처리’를 적용했다. 모델이 들여다본 것은 채팅 내용이나 검색어가 아니라, 한 행동에 시간이 얼마나 걸렸고 입력과 수정이 몇 번 있었는지 같은 ‘행동의 흔적’이다.

기술적인 앱 내부 UI 시퀀스를 LLM이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행동 과업으로 자동 모델링하는 과정

정확도 75%·소수 행동으로도…다만 ‘진단’은 아니다

성능 검증에는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 26명의 실제 데이터를 썼다. 참가자들은 매일 한 번 자신의 스트레스 수준을 기록했고, 이를 기준으로 스트레스가 있는 날과 없는 날을 구분하는 개인 맞춤형 모델을 만들었다. 참가자들에게서 확인된 반복 행동은 모두 29종, 한 사람은 평균 약 7가지를 일상적으로 반복했다.

결과는 ‘4번 중 3번’ 수준이었다. 가장 좋은 성능을 보인 모델의 평균 정확도는 단기 참여자 75.9%, 장기 참여자 73.8%로, 같은 AI 기법으로 앱 사용량을 분석한 기존 방식보다 각각 5.5%포인트, 3.5%포인트 높았다. 특히 분석하는 행동을 줄여도 성능이 유지됐다. ‘메신저 채팅’과 ‘금융 결제’ 두 가지, 혹은 ‘메신저 채팅’ 하나만 분석해도 기존 방식보다 높은 판별 정확도를 보였다. 수많은 앱을 모두 추적하는 대신 소수의 핵심 행동만 봐도 된다는 뜻이다.

긴 기간에도 흔들림이 적었다. 반복 행동을 기준으로 만든 분석 지표는 기존 앱 사용량 기반 방식보다 시간에 따른 변화가 작고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앱이나 화면이 바뀌어도 ‘채팅하기’, ‘결제하기’ 같은 행동의 목적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의진 교수는 “스마트폰을 단순히 사용 시간을 측정하는 기기가 아니라 개인의 의사소통과 정보 탐색, 금융 활동이 반복되는 생활 공간으로 바라봤다”며 “복잡한 스마트폰 기록을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행동 단위로 바꿔 장기간 정신건강 변화를 보다 안정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잉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행동과 스트레스의 ‘연관성’을 활용한 것으로, 특정 행동이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낮춘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판별 대상도 의사가 진단한 질환이 아니라, 참가자가 하루 한 번 응답한 자기보고 스트레스다. 의료 진단 도구가 아니라 일상의 스트레스 변화를 참고하는 보조 지표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20~30대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서 확인한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령·직업군과 스마트폰 환경으로 연구를 확대하고 장기 안정성을 검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