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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아주대, 구부리면 빛 신호 3배 강해지는 초박막 광 변환 소자 개발

이황화몰리브덴 단층 아래에 20나노미터 간격의 금속 나노 틈을 배치해 안쪽으로 구부릴수록 빛의 전기장이 더 강하게 집중되도록 한 유연 광 변환 소자가 개발됐다.

휘어지면 성능이 떨어진다는 전자·광소자의 상식을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구부릴수록 오히려 빛 신호가 강해지는 초박막 광 변환 소자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초소형 웨어러블 센서와 유연 광학기기 개발을 한 단계 앞당길 기술이라는 평가다.

광 변환 기술은 입사된 빛의 파장을 다른 파장으로 바꿔주는 기술로, 레이저나 정밀 광학 장비에 이미 폭넓게 쓰이지만 두꺼운 매질에 빛을 통과시켜 신호를 조절해야 해 장치 자체를 작게 만들기 어려웠다. UNIST는 물리학과 박형렬·남궁선 교수팀이 아주대 물리학과 안영환 교수팀과 함께 굽힘으로 광학 신호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 광 변환 소자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약 1.2% 압축 변형 조건에서 변형 전보다 신호가 약 3배 증가했고, 190회 반복 굽힘 이후에도 초기 신호의 95% 이상이 유지됐다. 변형 자체를 신호 약화 요인이 아닌 신호 제어 수단으로 뒤집어 활용한 결과로,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5월 8일자(현지시간)에 온라인 게재됐다.

굽힘으로 빛 신호를 키우는 유연 광 변환 소자

얇을수록 약해지는 광신호…2차원 반도체 광소자의 한계

광 변환 기술은 레이저나 정밀 광학 장비에 이미 폭넓게 쓰이는 기반 기술이다. 입사된 빛의 파장을 다른 파장으로 바꿔 원하는 광신호를 만들어내지만, 빛을 두꺼운 매질에 통과시켜 조절하는 방식이라 기기 크기를 작게 만들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차세대 소형 광학기기와 웨어러블 기기에 광 변환 기능을 넣으려면 두께가 훨씬 얇은 소자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의 해법으로 주목받아온 것이 이황화몰리브덴(MoS₂, 원자 한 층 두께로 만들 수 있는 2차원 반도체 물질)과 같은 얇은 2차원 반도체다. 단층 두께에서도 입사된 빛의 주파수를 두 배로 바꿔 파장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제2고조파(입사광의 두 배 주파수, 즉 절반 파장을 갖는 빛으로 변환돼 방출되는 비선형 광학 현상) 신호를 만들어내, 두꺼운 광학 매질을 대체할 후보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황화몰리브덴은 두께가 워낙 얇아 작은 외부 변형에도 광 특성이 쉽게 흔들린다. 소자를 구부리거나 잡아당기면 이미 약한 광신호가 더 약해지는 것이다. 웨어러블 센서나 유연 광학기기처럼 휘어진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시키기 어렵다는 점이 2차원 반도체 광소자의 실용화를 가로막는 핵심 장벽이었다.

금속 박막 사이 20나노미터 틈이 빛을 모은다…안쪽으로 구부릴수록 신호 증폭

연구팀은 통념을 거꾸로 이용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광 소자에 가는 틈을 만들어, 굽혔을 때 오히려 변환 신호가 더 강해지도록 한 것이다. 새 소자는 유연 기판 위에 금속 박막과 이황화몰리브덴이 순차적으로 쌓인 형태로, 이황화몰리브덴은 금속 박막 사이에 만들어진 2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간격의 미세한 틈 위에 올려져 있다.

이 미세 틈이 빛을 한곳에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안쪽으로 구부리면 틈이 더 좁아지면서 빛의 전기장이 강하게 집중되고, 그 위에 놓인 이황화몰리브덴에서 방출되는 광신호도 함께 커지는 원리다. 변형(strain, 외부 힘에 의해 물질의 길이나 형태가 변하는 현상)을 신호 약화 요인이 아니라 신호 증폭 수단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실험에서 이 소자는 800나노미터 빛을 400나노미터의 제2고조파 신호로 변환했다. 안쪽으로 구부려 약 1.2%의 압축 변형을 가하자 변형 전보다 신호가 약 3배 증가한 반면, 바깥쪽으로 구부려 틈이 벌어졌을 때는 빛을 모으는 효과가 약해져 신호도 줄어들었다. 제1저자인 서박염(Sobhagyam Sharma) 연구원은 “빛이 실제로 모이는 나노 틈 영역을 기준으로 환산한 증강 효과는 평평한 금 박막 위 이황화몰리브덴 대비 약 8,000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190회 굽혀도 95% 유지…유연 광센서·변형 측정 연구 도구로 확장

나노 틈 구조는 신호 증폭 외에도 중요한 부수 효과를 낳았다. 가는 틈 자체가 민감한 이황화몰리브덴을 보호해 소자 내구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소자 전체를 구부렸을 때 가해지는 힘이 틈을 사이에 둔 구조에서 분산되면서, 얇은 반도체 층이 직접 받는 충격이 줄어든다. 신호를 키우는 구조가 동시에 소재를 보호하는 이중 역할을 했다.

이런 안정성은 반복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소자를 190회 이상 반복적으로 구부린 뒤에도 95% 이상의 신호가 유지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분광분석 결과 나노 틈이 없는 소자와 비교해 이황화몰리브덴 반도체 소재의 손상도 더 적게 나타났다. 신호 증폭과 내구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연 광소자의 조건을 갖춘 결과다.

박형렬 교수는 “유연 광소자나 굽힘 상태에 따라 신호가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변형을 신호로 읽어내는 센서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변형에 따른 빛의 변화를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어, 다양한 초박막 물질에서 나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