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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붙이면 실내 7도 낮추는 ‘나노 쿨링 필름’…폭염 경찰버스에 적용

햇빛을 반사할 뿐 아니라 차 안의 열까지 밖으로 내보내는 창문 필름이 폭염 속 경찰버스에 적용됐다. 전기를 쓰지 않고 실내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다.

햇빛을 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량 내부에 갇힌 열까지 특정 파장으로 바꿔 밖으로 방출하는 창문 필름이 실제 현장에 적용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서울특별시경찰청 기동본부 1기동단 소속 경찰버스 두 대에, 유리창에 붙이는 것만으로 실내 온도를 낮추는 첨단 소재 ‘나노 쿨링 필름(Nano Cooling Film)’을 적용했다고 2일 밝혔다. 이 필름이 주목받는 이유는 냉방 방식 자체에 있다. 에어컨은 전기를 써서 더운 공기를 식히지만, 나노 쿨링 필름은 전력을 전혀 쓰지 않고 열의 흐름을 물리적으로 다스려 온도를 낮춘다. 특히 경찰버스는 규정상 짙은 틴팅(창문 착색)이 어려워 무더위에 취약한데, 기동대원들이 이 버스를 이동식 현장 사무실이자 숙식 공간으로 장시간 사용하면서 폭염 속 임무 수행의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빛이 잘 투과되는 투명한 필름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소재는, 냉방기기 없이 온도를 낮추는 ‘복사 냉각’ 기술을 실제 차량에 적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공된 버스는 곧바로 경찰기동대 임무에 투입됐으며, 현대차그룹은 1년간 추적 관찰을 통해 냉각 효과와 품질을 검증한 뒤 본격 양산을 검토할 계획이다.

반사를 넘어 ‘열을 내보내는’ 필름

기존의 창문 틴팅 필름은 ‘반사’가 핵심이었다. 태양에서 오는 열의 일부를 되받아쳐 차 안으로 들어오는 열을 줄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미 차 안에 들어와 갇힌 열을 밖으로 빼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반사만으로는 실내 온도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었다.

나노 쿨링 필름은 여기에 ‘방출’ 기능을 더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반사하는 동시에, 차량 내부에 쌓인 열을 적외선 형태로 바꿔 외부로 내보낸다. 열을 막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배출까지 하는 셈이다. 이렇게 별도의 에너지 없이 물체의 열을 특정 파장으로 방출해 온도를 낮추는 원리를 ‘복사 냉각’이라 한다.

이 기능은 필름의 층 구조로 구현된다. 필름은 총 세 개 층으로 이뤄지는데, 태양 에너지의 근적외선 대역 파장을 반사하는 두 개 층과, 내부의 중적외선 대역 파장을 외부로 내보내는 한 개 층으로 구성된다. 근적외선은 태양열의 주요 성분이고, 중적외선은 데워진 물체가 내뿜는 열의 파장대다. 들어오는 열은 막고 나가는 열은 흘려보내도록 파장별로 역할을 나눈 것이다.

시공 방식은 까다롭지 않다. 기존 틴팅 필름과 동일한 방식으로 유리창에 부착할 수 있어, 특수 장비나 차량 개조 없이 적용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에 빛 투과율 90%의 나노 쿨링 필름을 경찰버스 두 대의 측면과 후면 유리창에 시공했다.

나노쿨링필름 온도 테스트 결과

짙은 틴팅 못 하는 경찰버스라는 난제

현대차그룹이 이 기술의 적용 대상으로 경찰버스를 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경찰 기동대원들은 집회·시위 대응 등 치안 유지 과정에서 경찰버스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현장 사무실이자 숙식 공간으로 장시간 활용한다. 차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실내 더위는 임무 수행에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문제는 경찰버스가 무더위에 특히 취약한 구조라는 점이다. 원활한 임무 수행과 규정 준수를 위해 짙은 틴팅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창문을 어둡게 착색해 햇빛을 막는 일반적인 해법을 쓸 수 없어, 여름철 실내 온도가 쉽게 오른다. 실제로 경찰관들이 폭염 속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는 점이 적용 배경이 됐다.

나노 쿨링 필름이 이 난제에 맞는 이유는 ‘투명하면서도 시원한’ 특성 때문이다. 투과율 90%로 빛이 잘 통과해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복사 냉각으로 실내 온도를 낮춘다. 짙은 착색이 금지된 환경에서도 냉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최대 7도, 에너지 절감까지

효과는 사전 실험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그룹은 전주공장에서 생산된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에 투과율 90%의 나노 쿨링 필름을 적용한 뒤, 필름을 붙이지 않은 차량과 비교 평가했다. 날씨와 일조량에 따라 편차는 있었지만, 필름을 적용한 차량은 그렇지 않은 차량보다 평균 약 2~3도 낮은 실내 온도를 유지했다. 햇빛이 더 강하게 쬐는 운전석에서는 최대 7도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이 온도 차이는 단순한 쾌적함을 넘어 에너지 문제와도 연결된다. 유니버스 버스 기준으로 실내 온도를 1도 낮추는 데 약 1.6kWh의 전력이 소모되는 점을 감안하면, 필름으로 온도를 몇 도 낮추는 것은 그만큼 에어컨 사용을 줄여 에너지 절감과 탄소 배출 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탑승자의 쾌적성과 환경 효과를 동시에 노린 기술인 셈이다.

이 기술은 이미 해외에서 주목받은 바 있다. 현대차는 2024년 틴팅이 법적으로 금지된 파키스탄에서 운전자 70여 명에게 투명한 나노 쿨링 필름을 무상으로 장착해주는 캠페인을 진행했고, 그 독창성을 인정받아 칸 라이언즈 2024를 비롯한 세계 주요 국제 광고제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다만 이번 적용은 시범 단계로, 본격 양산까지는 검증 과정이 남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1년간 실제 운행 환경에서 냉각 효과와 품질을 추적 관찰한 뒤 양산을 검토할 계획이다. 연구개발을 맡은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 이민재 책임연구원은 “무더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찰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며 “실제 차량에서의 적용 사례를 계속 늘려가며 추적 관찰해 기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