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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 내 섹스돌이 나한테 단단히 화가 났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과 로봇이 서로 친밀하게 교감하며 사는 세상이 올 거라고 상상해 보자. 섹스돌이 등장하는 짧은 소설을 통해 이런 세상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그려봤다.

가까운 미래.

키스는 아니지만, 키스가 아닌 것도 아니다. 그녀의 입술은 보들보들하고 유연하며 목에 삽입된 전기 가열봉 열기 덕분에 따뜻하다. 입술에선 다이어트 펩시 콜라에 들어 있는 아스파탐과 같은 화학물질 맛이 느껴진다. 그녀의 열가소성 엘라스토머(TPE) 피부는 섬유 염료에 민감한 탓에 그녀는 흰색 랄프로렌 새틴 시트 위에 흰색 에이전트 프로보케이터(Agent Provocateur) 란제리를 입고 있다. TPE는 고무와 플라스틱의 특성을 결합한 소재로, 부드러운 촉감과 우수한 탄성을 자랑한다.

나는 그녀의 몸에다 에스티로더 파우더를 발랐다. 실제 살의 건조한 탄력성을 모방하기 위해서다. 다이슨 에어(Dyson Air) 기술 덕분에 맥박은 조용해도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TPE 피부 아래에선 로봇 스타트업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관절 시스템이 부드럽게 회전한다. 그녀는 무음 모드로 설정되어 있어 내가 그녀의 목에 키스하면 그녀의 신음 소리가 곧바로 내가 착용하고 있는 보스 콰이어트컴포트(QuietComfort) 블루투스 헤드폰으로 흘러 들어온다.

그러다 갑자기 키스가 중단됐다. 그녀의 머리는 뒤로 젖혀졌고 눈은 감겼다. 입술은 삐죽한 채로 굳어 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는다. 여전히 호흡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그녀의 가슴이 희미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잠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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