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르키예 지진 대응에 활약하는 AI 프로젝트
우리는 종종 인공지능(AI)이 잠재적으로 전 세계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엄청난 (그리고 비현실적인) 가능성에 대해 듣는다. 그러나 나는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황폐화시킨 이번 지진을 포함하여 AI가 재난 대응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의견에 다소 회의적이었다.
그래도 미국 국방부의 한 가지 노력에는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xView2(www.xview2.org)’이다. 이 비주얼 컴퓨팅(visual computing) 프로젝트는 아직 사용 초기 단계이지만, 이미 튀르키예에서 재난 물류 및 지상 구조 임무에 도움을 주고 있다.
2019년, 미 국방부 산하 국방혁신단(Defense Innovation Unit)과 카네기멜론 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의 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Software Engineering Institute)가 후원하고 개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xView2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이하 ‘UC 버클리’) 등 여러 연구 파트너와 협업해왔다. xView2는 다른 곳에서 제공받은 위성사진과 머신러닝(machine-learning) 알고리즘을 사용해 재난 지역의 건물과 인프라의 피해 상황을 파악, 기존에 사용한 방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심각한 정도를 분류한다.
국방혁신단의 수석 AI 과학자이자 UC 버클리 연구원인 리트윅 굽타(Ritwik Gupta)는 이 프로그램으로 “현장에 있는 응급처치원과 복구 전문가들이 생존자를 빨리 찾아내고 시간에 따른 피해 지역 복구 작업을 조정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굽타는 종종 미국 주방위군(US National Guard), 유엔(UN), 세계은행(World Bank) 같은 거대한 국제 조직과 협력한다. 지난 5년 동안 xView2는 캘리포니아 주방위군(California National Guard)과 호주 지리정보기구(Australian Geospatial-Intelligence Organisation)의 산불 대응에 사용됐다. 최근에는 네팔의 홍수 복구 작업에 활용되어 후속 산사태로 인한 피해 파악에 도움을 주었다.
굽타는 이번 지진으로 황폐해지고 수색구조 인력의 도착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이 좌절을 겪은 튀르키예 아디야만(Adiyaman) 지역에서 유엔 국제탐색구조자문단(International Search and Rescue Advisory Group)의 수색구조 요원들로 이루어진 지상팀 중 두 곳 이상 xView2를 사용했다고 말한다. xView2는 재난 지역의 다른 곳에서도 사용되었다. 굽타는 xView2가 “현장 요원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피해 지역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지진 대응을 위해 튀르키예의 재난위기관리청(Disaster and Emergency Management Presidency), 세계은행, 국제적십자사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the Red Cross), 유엔 세계식량계획(United Nations World Food Programme)이 모두 해당 플랫폼을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굽타는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은 기술 사용의 좋은 예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AI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
xView2는 ‘의미론적 분할(semantic segmentation)’이라고 하는 객체 인식과 유사한 기술을 사용한다. 의미론적 분할은 이미지 개별 픽셀과 인접 픽셀과의 관계를 평가하여 결론을 도출한다.
아래 사진을 보면 xView2에서 이 기술이 어떤 식으로 표현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왼쪽은 피해 지역의 위성사진이고 오른쪽은 xView2의 평가 결과이다. 붉은색이 진할수록 파괴 정도가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세계은행의 재난위험관리 전문가 아티샤이 아브히(Atishay Abbhi)는 이와 같은 피해 정도 평가에는 일반적으로 몇 주가 소요되지만, 지금은 몇 시간 또는 몇 분 만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UC 버클리, 국방혁신단, 마이크로소프트의 xView2 결과물(우).
xView2를 활용한 작업은 긴급구조원이 목격자 보고와 전화에 의존해 도움이 긴급한 곳을 식별하던 기존의 재난 평가 시스템에 비해 개선된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드론 같은 고정익(fixed-wing) 항공기에 카메라와 센서를 달아 재난 지역 상공으로 보낸 후 수집한 데이터를 인간이 검토하는 방법을 활용했는데, 이러한 방법 역시 며칠이 소요된다. 게다가 일반적인 대응 시간은 더 늦어질 수 있다. 대응하는 조직마다 자체 데이터 카탈로그(data catalogue)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도움이 필요한 지역에 대한 표준화된 공유 이미지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xView2는 몇 분 만에 피해 지역의 공유 지도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각 조직의 대응 방식 조정과 우선순위 지정에 도움을 주고 시간을 절약하여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장애물
물론 이 기술이 재난 대응을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xView2에는 몇 가지 커다란 문제점이 있으며, 굽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장애물은 xView2가 위성사진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깨끗한 위성사진은 해당 지역에 구름이 없는 낮 시간, 위성이 상공에 떠 있을 때만 확보할 수 있다. xView2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튀르키예의 첫 번째 위성사진은 지진이 일어나고 3일이 지난 2월 9일이 되어서야 나왔다. 또 예를 들면 시리아 국경 지역처럼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외떨어진 지역을 찍은 위성사진은 훨씬 적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굽타는 광파가 아닌 마이크로파 펄스를 사용해 시간대나 날씨에 상관없이 지형을 관측할 수 있는 합성개구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 같은 새로운 이미지 생성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두 번째는 xView2가 손상 및 심각도를 평가할 때 최대 85~90%의 정확도를 보이지만, 위성사진은 공중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건물 측면 손상을 실제로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마지막 문제점으로 굽타는 현장 조직이 AI 솔루션을 신뢰하고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응급처치원들은 매우 보수적이다”라며 “현장에 있지도 않고 190km쯤 떨어진 우주에서 픽셀을 보고 있는 멋진 AI 모델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전혀 믿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음은?
xView2는 피해 지역을 즉시 지도화하는 작업부터 안전한 임시 대피처가 될만한 곳을 찾는 일, 장기적인 복구 계획까지 재난 대응의 다양한 단계에 도움을 준다. 아브히는 xView2가 앞으로 세계은행에서 사용하는 “피해 평가 도구로써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xView2는 무료이며 코드는 오픈소스이므로 누구든 사용할 수 있다. 굽타는 이 방식을 유지하고자 한다. 그는 “기업들이 들어와서 이 프로그램을 유료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싫다. xView2는 모두를 위해 운영되는 공공 서비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굽타는 누구나 평가를 시행할 수 있도록 웹용 앱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현재 여러 기관이 xView2의 분석에 관해 문의하고 있다고 말한다.
굽타는 큰 문제들과 관련해 신기술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을 무시하거나 지나치게 과장하기보다는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AI 유형을 파악하고 연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어떻게 하면 AI 분야의 초점을 재난 대응처럼 어려운 문제로 전환할 수 있을까?”라고 물으며 “그 방법을 찾는 것이 이를테면 새로운 텍스트나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라고 밝혔다.
다른 소식들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Yale School of Public Health) 소속 인도주의 연구소(Humanitarian Research Lab)가 발표한, 공개출처정보(open-source intelligence, OSINT)에 기반한 연구에 따르면 러시아가 수천 명의 아동을 우크라이나에서 이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 연구소의 갈등 관측 프로젝트는 우크라이나에서 6,000명 이상의 아동이 ‘정치적 재교육’을 실시하는 여름 캠프와 입양 센터 등 러시아 내 43개 시설로 이동한 것을 파악했다.
- 소셜미디어 사이트와 위성사진 같은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인 공개출처정보(OSINT)는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쟁 범죄를 기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연구소는 직접적인 증언, 인터넷에서 수집한 캠프에 대한 사진과 정보, 고해상도 위성사진 등을 활용하여 전쟁 현장의 활동을 문서화하고 연구한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
러시아에 대해 첨언하면, 나는 최근 러시아 및 점령 지역의 인터넷 사용 방식을 통제하려는 ‘주요 무선 주파수 센터(Main Radio Frequency Center)’라는 이름의 정부 기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곳은 디지털 공간을 검열하고 감시하기 위한 광범위한 작업을 수행하는 러시아 정부 부서이며, 수작업에 의존하는 비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2월 초 발표된 조사 보고에서 자유유럽방송(RadioFreeEurope/RadioLiberty, RFE/RL)의 러시아 조사부 소속 다닐 벨로보디예프(Daniil Belovodyev)와 안톤 바예프(Anton Bayev)는 2022년 11월에 벨라루스 해커 조직이 주요 무선 주파수 센터에서 입수한 70만 통 이상의 편지와 200만 건의 내부 문서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해당 부서에서 VK(VKontakte, 러시아 대표 SNS)와 오드노클라스니키(Odnoklassniki) 같은 러시아의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텔레그램(Telegram) 등을 살펴보면서 이용자들이 올리는 콘텐츠를 매일 보고하고, 러시아 시민들이 내부적으로 반대의 징후를 보이는지(이 부서에서는 ‘시위 조짐’이라고 불렀다)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해당 부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이러한 업무를 강화해왔다. 주요 무선 주파수 센터는 검열을 자동화하기 위해 봇에 투자했지만, 러시아 기반의 얀덱스(Yandex) 같은 웹 호스팅 회사 및 검색 엔지니어들을 고용하여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이트에 표시하는 방법으로 직접 조정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러시아가 거대한 방화벽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이러한 전술이 얼마나 단순하고 엉성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