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each kids who flip between book and screen

디지털 문해력의 시대, 책과 스크린 사이에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

기술의 발전으로 글을 읽는 방식이 달라졌다. 이제 아이들의 읽기 교육도 다시 생각해 볼 때다.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초등학생 라이너스 메리먼(Linus Merryman)은 학교에서 하루 한 시간 정도 노트북 앞에 앉아 발음과 철자 등 기초 읽기 기술을 연습한다. 읽기 앱 ‘렉시아(Lexia)’를 사용하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강의를 바로 들을 수 있다. 현재 2학년인 라이너스는 단어에서 음절이 나뉘는 부분을 찾는 ‘청킹(chunking)’을 배우고 있다. 스크린에 큼직하게 ‘침팬지(chimpanzee)’라는 단어가 나타나자 그는 마우스로 세로선을 끌어와 음절이 나뉜다고 생각하는 문자열 사이로 밀어 넣는다. 그러자 렉시아 앱은 라이너스가 제출한 대로 “침-팬-지(chim-pan-zee)”라고 발음해 준다. 정답을 맞혔다. 

기본 읽기 공부를 끝낸 라이너스와 반 친구들은 노트북을 닫고 러그가 깔린 공간으로 향한다. 아이들의 손에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의 연설문을 담은 그림책 《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인쇄본이 들려 있다. 선생님이 큰 목소리로 본문을 읽자 아이들도 따라 읽는다. 아이들은 때때로 따라 읽기를 멈추고 질문을 던지거나 연설문이 1인칭으로 쓰여진 것 등 자신들이 발견한 내용을 공유하기도 한다. 

라이너스의 어머니인 에린 메리먼(Erin Merryman)은 내슈빌의 다른 학교에서 초기 읽기 과정을 지도하고 있다. 처음에는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수업 환경에서 난독증을 가진 아들이 읽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에린은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통해 난독증을 겪는 학생들이 소리가 어떻게 문자와 연결되는지 배우려면 특별한 감각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교사의 집중적인 지도도 요구된다. 그러나 올해 학교 수업을 통해 아들의 읽기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에 에린은 자신의 견해를 조정하기로 했다. 

에린은 “앱 콘텐츠의 수준이 높고 교육 방식도 철저하다. 그 효과에 놀랐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과 읽기 교육 간의 관계를 규명하려는 에린과 같은 전문가 및 교육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읽기와 디지털 기술 모두 인류의 세계를 확장시킨 중요한 발명품이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은 더 많은 글을 읽을 수 있는 끝없는 기회를 선사했고 이제 우리는 수초 만에 인쇄된 모든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인지과학자 대니얼 T. 윌링엄(Daniel T. Willingham)은 단어의 개수만 보면 요즘 아이들이 10년 전에 비해 더 많은 글을 읽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읽기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이 아이들의 읽는 방식 자체를 바꿔 놓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스크린 읽기는 책 읽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글을 읽는 아이들의 뇌 활동과 행동 양식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디지털 기술이 아이들의 읽기 능력 개발에 정확히 어떻게 도움이 되고, 어떻게 방해가 되는지 알아내려 한다. 이 분야는 아직 새로운 영역이고 그 답도 분명하지 않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교가 폐쇄되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한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학업을 이어갔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기술 의존도가 높은 교육자들은 읽기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 책과 스크린 사이의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교육 지침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교육의 많은 부분이 교사 개개인의 판단 아래 이루어진다. 

인지과학자들은 ‘양손잡이 읽기 뇌(biliterate brains)’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읽기 교육의 미래뿐만 아니라 생각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기술은 지식을 얻는 방식을 변화시켰고 앞으로도 인류의 발전과 영속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아닌 개인의 수준으로 보면 디지털 기술은 책과 인쇄물을 읽으며 경험할 수 있는 느리고 신중한 학습을 방해하고 그 효과를 줄일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다시, 책으로: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2019년, 어크로스)의 저자이며 신경과학자인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는 이러한 모순적인 사실들이 21세기의 아이들에게 읽기를 가르치는 방식을 고민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양손잡이 읽기 뇌’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울프는 ‘학습된 무지(learned ignorance)’의 입장에서 스크린과 책의 상대적 장점을 연구하고 있다. 학습된 무지란 양쪽의 입장을 철저히 조사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모든 증거를 평가하며 최선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울프는 “아직은 명확한 증거를 보여줄 정도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스크린과 인쇄물이 전체 읽기 두뇌 회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답이 확실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분명한 것은 인쇄물의 느리고 깊이 있는 읽기가 읽기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스크린으로 특정 기술을 보완하고 가르칠 수는 있지만 누구도 자기 아이들이 스크린에서 읽는 법을 배우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라고 울프는 덧붙였다. 

스크린과 책, 어느 쪽이 이해하기 좋을까? 

일단 아이들이 단어의 뜻을 배우고 나면 스크린과 종이에 담긴 글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어른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질문을 하고, 함께 관련 사진을 찾는 방식으로 글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어휘력과 지식을 쌓을 수 있다. 그러나 스크린은 이러한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한다. 울프와 같은 과학자들은 아이들이 스크린으로 글을 읽을 때 뇌의 ‘읽기 회로(reading circuits)’가 다른 방식으로 발달한다고 설명한다. 

뇌의 내부 활동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상호작용이 아이들의 읽기 이해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스크린이 아닌 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3-4세의 아이들이 오디오북을 듣거나 디지털 앱으로 글을 읽을 때보다 부모와 같은 어른과 함께 책을 읽을 때 뇌의 언어 영역에서 더 많은 활성화를 보였다. 그 활성화 정도는 아이패드로 글을 읽었을 때 가장 낮았다. 다른 연구에서는 8-12세 사이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MRI 스캔을 진행했다. 그 결과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이 스크린으로 글을 읽는 아이들보다 더 강력한 읽기 회로를 가지고 있었다. 

고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스크린으로 글을 읽을 때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9년에 발표된 33개 연구를 종합한 대규모 메타분석 결과에 의하면 학생들은 종이로 글을 읽을 때 더 많은 정보를 이해할 수 있었다. ‘리부트 재단(Reboot Foundation)’도 미국을 포함한 90개국 수천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수업에서 태블릿을 사용한 4학년 학생들이 태블릿을 사용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읽기 시험에서 14점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재단의 연구원들은 이 점수가 “한 학년 차이가 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수업에서 몇 시간 동안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사용한 학생들은 점수가 가장 낮았지만 하루 30분 미만으로 사용 시간을 줄이면 점수 차이가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왜 학생들은 책으로 읽은 내용을 더 잘 이해할까? 연구자들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지만 미국 로드아일랜드 대학교의 줄리 코이로(Julie Coiro)는 집중력이 일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위한 읽기 앱 ‘에픽!(Epic!)’은 본문 내 이미지, 링크, 비디오를 담은 수천 권의 전자책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도구들은 읽기 경험을 향상시켜 주지만 때로는 글의 의미에 집중할 수 없게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웹을 검색하거나 링크를 클릭할 수 없는 상태로 실험을 진행해도 여전히 내용의 이해도가 떨어졌다. 

2019년의 메타분석에 참여한 버지니아 클린턴 리셀(Virginia Clinton Lisell)은 과신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많은 연구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읽은 학생들은 책을 읽는 학생들에 비해 자신의 이해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결과 글을 읽는데 더 적은 노력을 기울였을 가능성이 있다. 

학생들은 책을 통해 더 많이 배우고 더 나은 읽기 경험을 한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종이에서 스크린, 오디오까지 디지털 전환 시대의 새로운 읽기 전략》(2023년, 어크로스)의 저자이자 언어학자인 나오미 배런(Naomi Baron)은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학생들이 책 읽기를 ‘진정한 읽기’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손에 닿는 책의 느낌을 좋아하고 전에 읽은 페이지로 돌아가서 읽기도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편리성이나 비용 측면에서 디지털 형식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인쇄물을 읽을 때 집중력이 더 높아진다고 느꼈다. 

많은 연구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읽은 학생들은 책을 읽는 학생들에 비해 자신의 이해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배런은 학생들이 책에서 이해도가 높거나 인쇄물을 선호하는 등의 연구 결과를 정작 학교 및 교육자들은 모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배런의 연구 대상은 대학생이었지만,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0개국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인쇄물을 선호하는 학생들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평균 점수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49점 더 높았다. 이 연구 결과는 종이책을 읽는 사람이 글 읽기도 좋아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배런은 책을 통해 집중적인 읽기 습관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이러한 기술을 스크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집중적인 읽기 습관을 강화하면 도움이 된다. 책을 읽을 때 주변에 휴대폰 등이 있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는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디지털 책과 교과서의 사용이 급증했다. 이제 모든 교육 출판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것도 시간문제에 불과할 것이다. 문해 교육자 팀 새너핸(Tim Shanahan)은 디지털 읽기를 학생들을 위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기술자들이 디지털 기술을 책과 같은 형태로 만드는 대신 더 나은 디지털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인 환경으로 읽기 방식을 바꿀 수 있으며 기술적인 비계(scaffolding)를 활용해 읽는 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글을 더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다. 미래에 학생들은 역사나 과학에 대한 내용을 ‘탭 에세이(tap essay)’ 같은 형태로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읽는 사람이 준비가 됐을 때 스크린을 두드리면 단어, 문장, 이미지 등이 나타나는 방식이다. 또는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기사처럼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사운드 클립을 다양한 방식으로 혼합하고 배치하는 형태로 바뀔지도 모른다. 

컴퓨터로 파닉스 학습하기

미국 학생들의 약 3분의 2가 자신의 학년 수준의 책을 읽지 못한다. 이 문제의 원인은 통합적인 읽기 교육에 있다. 이러한 교육법은 지난 40년 동안 교실을 지배해왔지만 뇌가 어떻게 읽기를 배우는지 과학적인 근거를 고려하지 않았다. ‘균형적 문해 학습법(balanced literacy)’이나 이와 유사한 ‘총체적 언어 접근법(whole language)’과 같은 미국의 영어 교육 방식은 기본적인 읽기 기술을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아 많은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읽기 과학(science of reading)’이라 불리는 기본 기술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방식이 등장하면서 미국 교육 시스템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수십 년의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읽기 과학은 5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영어의 모든 소리를 배우는 음소인식, 그 소리가 어떻게 문자로 연결되는지 배우는 파닉스, 어휘, 이해력, 유창성이 그것이다. 

읽기 학습 앱과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하면 이런 기본 기술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 특히 음소인식과 파닉스 학습에 적합하며 게임을 하면서 문자와 소리의 조합을 배우고 연습을 거쳐 개선할 수 있다. 읽기 과학에 초점을 맞춘 유명 디지털 플랫폼인 렉시아는 반응형 기술로 문자와 소리의 조합 및 철자법과 같은 복합적인 기본 읽기 기술을 가르친다. 예를 들어 ‘ea’ 모음 조합이 중간에 위치한 ‘meal(식사)’와 ‘seam(솔기)’ 같은 단어를 읽는 방법을 배울 때 학생들이 제대로 하기 전까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특정한 읽기 기술을 강화할 수 있지만 학생의 학습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필요에 따라 교육 방식을 조정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다. 

최근 읽기 플랫폼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솝박스랩스(SoapBoxLabs) 같은 회사들은 학생들이 컴퓨터로 읽기를 완벽하게 배울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한다. 이 회사들은 AI 음성인식 기술을 사용하면 컴퓨터가 발음을 인식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찾아내 상황에 맞는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많은 학교가 읽기 교육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면서 렉시아는 현재 3,000개 이상의 학군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경고를 보내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읽기 교육에서 학생들을 평가하고 교사들을 훈련시킬 때 디지털 기술이 유용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 교육에서는 인간이 더 낫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교사들을 위한 훈련 및 연구기관 ‘리딩 리그(The Reading League)의 최고학술책임자인 하이디 베버린 커리(Heidi Beverine Curry)는 디지털 플랫폼이 특정한 읽기 기술을 강화할 수 있지만 학생의 학습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필요에 따라 교육 방식을 조정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뉴욕 플레인뷰에서 과외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파이브 리터러시(High Five Literacy)’의 설립자 페이스 보르코브스키(Faith Borkowsky)는 읽기 교육 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르코브스키는 “일부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기술을 연습할 수 있고 우리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면 사용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보르코브스키가 협력하고 있는 뉴욕 롱아일랜드의 학교를 예로 들면 비싼 비용을 들여 디지털 기술을 일단 구입하면 그것이 최선이 아닐지라도 사용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겨난다. 그 결과 학생들은 노트북으로 읽기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보르코브스키는 “학교는 프로그램을 구입하면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값비싼 프로그램과 자료를 구입한 이후에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과 대면 교육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려는 플랫폼도 있다. ‘이그나잇! 리딩(Ignite! Reading, 이하 이그나잇)’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교가 폐쇄된 이후 출시된 집중 과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음소인식과 파닉스 같은 기본적인 읽기 기술을 가르친다. 

이그나잇은 디지털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의 장점을 조합하려 한다.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 브리타니(Brittany)는 노트북 카메라로 읽기 튜터의 도움을 받아 간단한 단어를 발음한다. 브리타니는 ‘map(지도)’와 ‘cup(컵)’을 읽으면서 손에 든 화이트보드를 가볍게 두드린다. 한 단어에 음절이 3개가 있을 경우 3번 두드린다. 두드리는 동시에 노트북 스크린의 디지털 화이트보드에서도 하나, 둘, 셋 소리가 난다. 브리타니가 각 단어를 발음할 때마다 튜터는 컴퓨터 카메라로 입모양을 관찰하고 다를 경우 조정해준다. 

이그나잇의 공동설립자이자 CEO인 제시카 슬리베르스키(Jessica Sliwerski)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교사들을 돕기 위해 원격 읽기 튜터들을 대규모로 구성했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수업 중 15분 동안 강의를 듣고 이후 튜터들이 더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코칭을 진행한다. 

슬리베르스키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더 많은 학생들이 일대일 코치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기술에 대한 우리의 접근방식은 조금 다르다. 고도의 훈련을 받고 책임감 강한 튜터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기술로는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깊이 읽기를 유지하는 방법

일단 학생들이 단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진정한 읽기에 돌입할 수 있다. 울프가 ‘깊이 읽기(deep reading)’라고 부르는 과정이다. 이는 독자가 글을 전체적인 덩어리로 받아들이고 다음에 어떤 내용이 올지 예측하는 인지적이고 정서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상호작용들이 뇌에서 일어나면서 이해를 가속화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젊은 세대의 읽기는 온라인 기사, 페이스북 게시물, 친구의 문자를 훑어보며 하나의 탭에서 다른 탭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이제 인지적인 과정으로서 깊이 읽기는 위기에 처했다. 울프는 아이들이 스크린으로만 글을 읽는다면 애초에 깊이 읽기를 배우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로서 뇌의 읽기 회로가 정교하게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스크린 읽기는 깊이 읽기 기술이 발달하는 것을 방해하고 약화시킬 수 있다. 

울프는 “스크린으로 글을 읽을 때 읽기 두뇌의 가장 중요하고 정교한 과정이 점차 약화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깊이 읽기는 디지털 기술과 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하기 전에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책을 읽는데 시간을 오롯이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양손잡이 읽기 뇌를 가진 젊은 세대는 깊이 읽기를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없을 것이다. 

일부 교육자들은 학생들이 깊이 읽기를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더그 레모브(Doug Lemov)는 한 차터스쿨(대안학교의 성격을 가진 미국의 공립 학교)의 설립자로 그의 저서 《최고의 교사는 어떻게 가르치는가》(해냄) 및 관련 강의를 교사들에게 제공한다. 리모브는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글에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없는 현상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훈련하는 교사들에게 책, 연필, 종이를 사용하는 ‘저기술, 고텍스트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권장한다. 그리고 학생들로 하여금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초반에는 단지 몇 분 정도에 불과하더라도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서서히 늘려갈 수 있다. 

리모브는 “그룹이나 개인이 20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며 글을 읽을 수 있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깊이 읽기를 하는데 필요한 집중력과 주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디지털 기술이 아이들의 집중력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인지과학자 윌링엄은 그의 저서 《읽기 마인드: 글을 읽는 방법에 대한 인지적 접근(The Reading Mind: A Cognitive Approach to How the Mind Reads)》에서 즐거움에 대한 기대가 바뀌었다고 언급했다. 윌링엄은 “디지털 기술을 오래 접한 결과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지루함을 견딜 수 없게 됐다. 즉, 듣고, 보고, 읽는 모든 것들이 항상 흥미로워야 하고 그 과정에서 노력이 거의 수반되지 않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깊이 읽기는 ‘인지적 인내(cognitive patience)’라는 완전히 다른 기술을 필요로 한다. 아이들은 책을 읽을 때 즐거움이라는 보상을 얻기 위해 많은 페이지를 읽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울프는 디지털 기술의 철저한 배척도, 전적인 의존도 둘 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대신 다양한 학습자와 연령 그룹에 가장 효과적인 디지털 기술을 연구하고 디지털 기술과 책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 정보는 교육구와 교사들이 읽기 교육 관련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5-10세 사이의 아이들은 12세 또는 스마트폰에 5개의 소셜 미디어 앱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생들과는 필요한 것이 완전히 다르다. 읽기 회로를 막 형성하기 시작한 어린 아이들은 책과 인간의 상호작용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편 더 나이가 든 아이들은 인쇄물과 디지털 세상을 넘나드는 능력을 발전시켜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지식(digital wisdom)’을 배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싫은 아이들도 있을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애틀보로의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맷 라이언(Matt Ryan)은 수업에서 전자책을 사용하지 않는다. 소설 과제를 내 줄 때도 오직 종이책만 읽도록 허용한다. 라이언은 이러한 교육 방식에 대해 어떤 반발도 없었고 학생들도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라이언은 “주의력 결핍은 큰 문제이며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전자책 읽기는 효과적이지 않다. 이미 그들의 삶에서 많은 부분이 디지털 기기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인지, 사용하지 않는 상황을 오히려 환영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 글을 쓴 홀리 콜비(Holly Korbey) 교육 및 육아 분야 저널리스트로 《더 나은 시민되기: 모두를 위한 새로운 시민 교육(Building Better Citizens: A New Civics Education for All)》를 집필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매거진

챗GPT 시대의 교육 혁명 (Volume 9)

본 기사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 매거진 2023년 7·8월 호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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