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량 생산 군용 드론이 전쟁 방식 바꿨다

2023년 10대 미래 기술
본 기사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2023년 10대 미래 기술로 선정된 ‘군사용 드론의 대중화’ 시리즈입니다.
2001년 11월 14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무장 프레데터(Predator) 드론이 알카에다 지도자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순간부터 전쟁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후 20년 동안 드론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상징적인 무기가 되었다. 수백만 달러(수십억 원) 상당의 고도로 정교한 미국산 드론들이 표적 살해 군사 작전에 반복적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드론의 사용은 강대국에 국한되었다.
그 후 취미용 드론 및 가전제품 분야에서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무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또 다른 군용 드론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번에는 워싱턴이 아닌 이스탄불이었다. 2022년 우크라이나에서 이 드론은 지구상 가장 막강한 군대로 손꼽히는 러시아군의 진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튀르키예의 무인기 제조사 바이카르(Baykar)가 제작한 바이락타르(Bayraktar) TB2 드론은 아직 생소한 드론 전쟁 시대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드론들은 약소국이 현대전을 치르는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최근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대중들 사이에서 드론이라는 새로운 무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그들에게는 수많은 알려지지 않은 일이 있다.
2020년 아르메니아에서 촬영된 드론 작전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전쟁의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푸른 빛이 감도는 이 영상 속에서 청록색 조준선이 회전하는 레이더 접시를 겨누고 있다. 그러다 이내 표적물이 폭발하고 화면에는 연기구름만 남는다. 이 장면은 두 번 반복된다. 조준선이 레이더 접시를 탑재한 차량을 조준하고 주변을 둘러싼 방호벽이 무색하게 차량이 폭발한 후 빈 분화구만 남는다.
2020년 9월 27일 유튜브에 공개된 이 영상은 아제르바이잔 군이 같은 날 이웃 국가 아르메니아를 상대로 일으킨 제2차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당시 공개한 영상 중 하나다. 이 영상은 TB2로 촬영되었다.
© Ministry Of Defense Of Azerbaijan
전쟁으로 인한 참상에는 이를 관음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끔찍함도 있다.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교전을 포함해 TB2는 주로 미국의 최첨단 드론 수입이 금지된 나라들에 활발히 수출되었다. 바이카르는 드론 모델과 기타 핵심 군사 기술에 대한 수출 제한을 우회하기 위해 일반 상업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부품들로 이 저렴한 전쟁 무기를 만들었다.
TB2는 튀르키예 내 생산 부품과 세계 시장에서 조달한 부품을 혼합하여 제작하였다. 추락한 바이락타르 TB2를 조사한 결과, 산업 기술 회사 트림블(Trimble)에서 만든 GPS 수신기, 통신 회사 비아샛(Viasat)에서 만든 공중 모뎀/송수신기, 전자 기업 가민(Garmin)의 가민 GNC 225 내비게이션 라디오 등 미국 회사에서 생산된 부품들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 소비자용 GPS 제품을 만드는 가민은 TB2에서 발견된 내비게이션 장치가 “군용으로 설계되거나 제작된 것이 아님은 물론 드론 사용 목적도 아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부품이 드론 제작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TB2가 이미 시장에 공개된 기술을 활용한 덕분에 생기는 이점은 또 있다. 미국에서 제작한 드론 리퍼(Reaper)의 가격이 2,800만 달러(약 352억 원)인 반면, TB2는 약 500만 달러(약 63억 원)에 불과하다. 2014년 처음 개발된 이후 TB2는 아제르바이잔, 리비아, 에티오피아, 그리고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모습을 드러냈다. TB2는 기존 무기에 비해 훨씬 저렴해서 리투아니아 국민은 우크라이나 군의 드론 구매를 돕기 위한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TB2는 상업용 드론 기술이 전투에 사용된 여러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이와 유사하게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토지 조사를 위해 사용한 중국 기업 DJI의 매빅(Mavic)의 쿼드콥터 모델(4개의 회전날개로 움직이는 드론)은 부르키나파소와 우크라이나 돈바스 분쟁 지역에 배치되었다. DJI 드론의 다른 기종들도 2013년부터 시리아에서 목격되었으며 시중에서 판매되는 부품을 조립한 키트형 드론 또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전에는 군사 강대국들만 이러한 항공 무인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약소국들도 수출 제한을 받지 않는 저렴하고 성능 좋은 드론들을 통해 강대국과 같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드론의 전 세계적 확산이 강대국과 약소국간 힘의 균형을 어느 정도 만들어낸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끔찍한 대가를 요구했다. 드론 공격이 ‘미사일이 차량을 저지했다’는 식의 무미건조한 언어로 표현되는 것과 다르게 인체가 폭발 대상일 때 실제 벌어지는 일은 무자비하고 비극적이다. 전쟁으로 인한 참상에는 이를 관음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끔찍함도 있다. 드론 카메라가 쉬지 않고 촬영한 영상은 수십 킬로미터, 혹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ED RAM / GUARDIAN / EYEVINE VIA REDUX
이러한 무기가 확산되면 강대국들은 드론을 표적 살상뿐 아니라 재래식 전쟁에도 점차 더 많이 사용할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침공을 저지했을 때, 러시아는 이란에서 제작한 샤헤드-136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작전을 수행했다. 러시아가 일제 공습에 사용한 이 자폭 드론에는 미국 기업의 상용 부품이 들어 있었다. 드론 부대는 대부분 우크라이나 방공망에 의해 요격되었지만, 일부는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갔다. 샤헤드-136 드론은 제작 비용이 약 2만 달러(약 2,500만 원)로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이보다 비싼 미사일로 요격할 경우, 방어하는 측에 더 큰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대량 생산 드론의 수출 잠재력
TB2는 MIT에서 드론의 수직 착륙 패턴을 연구했던 셀추크 바이락타르(Selcuk Bayraktar)가 개발했다.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드론은 중급 사양의 고정익(Fixed-wing) 무인기다. 지상의 레이더 기지로부터 약 186마일(약 300킬로미터) 범위에서 통신할 수 있으며 시속 80마일~138마일(약 129킬로미터~222킬로미터)로 이동한다. 이 속도로 TB2는 24시간 이상 상공에 머물 수 있다. 이는 리퍼나 그레이 이글(Gray Eagle)과 같은 고성능 드론과 비슷한 수준이다.
TB2는 최대 25,000피트(약 7.6킬로미터) 상공에서 지면을 감시하고 영상을 전송한다. 이를 통해 장거리 공격을 진행하거나 이동 경로를 조율하고 사람, 차량, 건물에 레이저 유도 폭탄을 투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덴마크 고등연구소(Danish Institute for Advanced Study)의 제임스 로저스(James Rogers) 전쟁학 부교수에 따르면 이 드론의 가장 큰 특징은 “강대국이 아닌 국가가 손에 넣을 수 있는 최초의 대량 생산 드론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바이카르가 TB2를 개발하기 전 튀르키예 군은 미국으로부터 프레데터와 리퍼 드론을 구매하고자 했다. 프레데터와 리퍼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인 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격 조종 무인기다. 그러나 미국의 드론 수출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의 통제를 받는다. 이는 미사일 확산 방지를 위해 회원국들이 특정 유형의 무기 수출을 제한하는 조약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에 규칙을 일부 완화했고 이 기조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지만, 2012년에는 이 조약 및 튀르키예 정부의 인권 침해 우려로 인해 튀르키예로의 드론 수출이 성사되지 못했다.
미국산 드론 구매가 거부된 것은 튀르키예뿐만이 아니다. 이 조약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이집트를 비롯한 다른 국가에 인간 조종사가 필요한 전투기는 판매하면서도 무장 드론은 판매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상업용 기술과 군사 기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실리콘 밸리는 주로 냉전 시대 군사 기술 연구의 산물이다. 또한 특히 컴퓨팅 및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관련된 소비자 가전제품은 오랫동안 군사 연구의 지원을 받아왔다. GPS는 한때 매우 민감한 군사 기술이었기 때문에 2000년까지 민간인의 신호 사용이 의도적으로 제한되었다.
전투에 사용되는 드론
취미용 드론과 상업용 부품으로 만든 군용 드론은 전쟁 시장에 변화를 일으켰다.
기종 | 개발국 | 용도 | 가격 | 군사 용도 | |
---|---|---|---|---|---|
![]() | 스카이디오 2 (Skydio 2) | 미국 | 취미용 드론, 미군용으로 승인됨 | 999달러 (상용 모델) | 정찰, 상황인식 |
![]() | DJI 매빅 (DJI Mavic) | 중국 | 취미용 드론 | 2,049달러 | 정찰, 상황인식, 공격 |
![]() | 샤헤드-136 (Shahed-136) | 이란 | 자폭 무인기 | 2만 달러 | 공격 |
![]() | 올란-10 (Orlan-10) | 러시아 | 군용 드론 | 8만~12만 달러로 다양 | 정찰, 포격 목표 확인, 전파 방해 |
![]() | 바이락타르 (Bayraktar) | 튀르키예 | 군용 드론 | 100만 달러 이상 | 정찰, 포격 유도, 공격 |
이제는 GPS 신호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저렴하고 정확한 GPS 수신기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바이락타르와 같은 드론은 군사 신호에 대한 특별 접근 권한을 확보하거나 미국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도 거의 군사 표준에 밀접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튀르키예 군은 2016년에 쿠르드 민병대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표적으로 바이락타르를 처음 사용했다. 이후 바이락타르 드론은 우크라이나와 아제르바이잔, 리비아 분쟁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실전에 투입되었다. 2022년에는 국방 예산이 1억 1,400만 달러(약 1,762억 원)에 불과한 서아프리카의 소국 토고에서도 바이락타르 TB2를 구매했다.
“드론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임스 로저스
로저스는 “튀르키예가 TB2 개발과 판매에 집중하는 의도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TB2의 단가를 낮추어 전 세계에 널리 보급할 생각이다. 어떤 경우, 튀르키예는 기부 등의 형식으로 TB2를 무상 공급한다”고 말한다.
2021년 에티오피아는 TB2와 그 외 다른 나라로부터 공급받은 드론을 이용해 지상군이 막을 수 없었던 티그라이 반군의 수도 진격을 저지하고 전세를 역전시켰다. 드론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반군의 진격이 중단된 이후 티그라이족 점령 지역은 드론 공격으로 최소 56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
로저스는 “에티오피아가 밝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튀르키예 드론이 아프리카 국가의 정권 붕괴와 생존의 차이를 만든 셈이다. 참 놀라운 일이다. 이제 드론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한다.
전쟁 애호가
다른 군용 드론에 비해 성능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TB2는 지상 통신 기지와 이륙을 위한 긴 활주로가 필요한 고급 장비다. 물론 TB2는 전쟁터에 투입되는 다양한 대량 생산 드론의 스펙트럼에서 한쪽 끝에 위치한 드론일 뿐이다. 반대쪽 끝에는 보다 소박한 쿼드콥터가 있다.
2016년 ISIS는 수류탄을 투하할 수 있도록 DJI 팬텀(Phantom) 쿼드콥터를 개조했다. 비정부기구인 분쟁군비연구소(Conflict Armament Research)의 조사 결과, 이는 상업용으로 쉽게 구입 가능한 부품을 이용해 개량한 것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곧 다른 무장 단체들 사이에도 퍼져 기본적인 전술이 되었다. 2018년 도네츠크에서 전투를 벌이던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친러 분리주의자들의 참호에 DJI 매빅을 개조한 드론을 이용해 폭탄을 투하했다. 오늘날 이 중국 드론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전장에서 발견된다.

EVGEN KOTENKO/UKRINFORM/ABACA/SIPA USA VIA AP IMAGES
미국 해군분석센터(Center for Naval Analysis)의 분석가이자 신미국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의 겸임 선임 연구원인 새뮤얼 벤데트(Samuel Bendett)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포병과 박격포 부대를 포함한 다양한 임무에 쿼드콥터가 효율적이고 능수능란하게 사용되었다. 이는 저렴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무인 항공기를 더욱 치명적이고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2022년 4월 중국의 취미용 드론 제조업체인 DJI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모든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저렴하고 대중적인 매빅 제품군의 경우에는 군인들이 개인적으로 직접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여전히 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지방 정부까지 구입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이 폭탄을 투하하지 않더라도 쿼드콥터 엔진의 윙윙거리는 소음이 포격의 전조인 경우가 많으므로 이제 군인들은 드론 비행을 두려워한다. 한순간에 분대는 열화상 카메라에 포착되고 근처에 숨어 있는 적의 태블릿 화면에 깜박이는 점으로 나타난다. 그다음 길거리 전자상가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무기를 통해 병사들의 처형 장면이 상공에서 4K 해상도로 촬영된다.
*이 글을 쓴 켈시 D. 애서턴(Kelsey D. Atherton)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거주하는 군사 기술 저널리스트다. 그는 <파퓰러사이언스(Popular Science)>,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슬레이트(Slate)>에 글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