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power, no fans, no AC: The villagers fighting to survive India’s deadly heatwaves

전기도 없는 폭염 속에서 싸우는 인도 사람들

기록적인 폭염은 전기도,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는 기후 취약 지역에 특히 더 잔인한 영향을 미친다. 나글라 툴라이(Nalga Tulai)와 같은 인도의 외진 마을 사람들은 폭염 속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

수만 샤키야(Suman Shakya)가 한 살 짜리 아들이 땀에 흠뻑 젖어 누워 있는 방의 콘크리트 벽을 만져보라고 한다. 벽에 닿은 손은 뜨거운 팬에 닿은 듯 화끈거린다. 그녀는 “이런 날씨에 온 가족이 먹을 로티(roti)를 만들기 위해 뜨거운 불 앞에 앉아 있다고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바깥 기온은 44°C까지 올랐다. 목이 마르고 머리가 빙빙 돈다. 얼굴로 흘러내린 땀이 눈에 들어가 시야가 흐려진다. 

샤키야가 사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Uttar Pradesh)주의 농촌 마을 나글라 툴라이에는 최근 혹독한 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늘 더운 여름을 견뎌야 했지만, 지난 몇 년간의 더위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할 정도였다.

20살의 디비아가 집 안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SAUMYA KHANDELWAL

올해는 혹독한 겨울이 끝난 3월부터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5월 중순에는 인도의 최고 기온이 122년 만에 최고치인 49°C를 기록했다. 현지 뉴스에 따르면 5월 이후 역대급 더위로 인해 5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낮 기온이 45°C를 넘나들던 4월 말, 나글라 툴라이 주민들은 야외에 부는 뜨거운 바람에라도 도움을 얻으려 했다. 인도 북서부 지역의 기온이 위험 수위를 기록하기 시작한 후 지방 정부는 주민들에게 가능하면 햇볕에 나가지 말라고 권고했지만, 이 마을은 아직 전기가 공급되지 않은 곳이다. 즉, 이 지역 150여 가정에는 선풍기, 냉방기, 에어컨 중 아무 것도 없다.

대신 나글라 툴라이의 여성들은 옥상에서 요리한다. 그들은 머리 위에서 작렬하는 태양빛에도 몇 시간 동안 흙으로 만든 화로 앞에 앉아 부싯깃을 채워 넣으며 계속해서 불을 태운다. 샤키야는 “땀이 손을 적시면 로티가 망가질까 봐 얼굴에 흐르는 땀을 털어낼 수도 없다”라고 말한다.

폭염의 원인과 결과

기후 변화가 남아시아의 폭염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올해만 두 건의 새로운 연구가 기후변화와 남아시아 폭염 간의 연관성을 탐구했다. 세계기상기여도(World Weather Attribu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와 같은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19세기 이후 30배나 증가했다. 영국 기상청(UK’s Met Office)에서 수행한 기여도 연구에 따르면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전례 없는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기후 변화로 인해 100배 더 높아졌다. 이제 문제는 생명을 위협하는 더위에 직면한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할 것이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Gujarat)주에 있는 인도 간디나가르 공과대학(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Gandhinagar)의 기후 과학자 비말 미슈라(Vimal Mishra)는 “규모만 다를 뿐, 거의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고 있다”라며 “영향을 덜 받는 사람들은 에어컨을 살 수 있는 사람들 뿐”이라고 말했다. 인도 국가재난관리청(The National Disaster Management Authority)은 인도의 28개 주 중 23개 주를 폭염 취약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97세의 라자 람이 나글라 툴라이에 있는 자택에서 직접 만든 부채로 부채질을 하고 있다. 사진 SAUMYA KHANDELWAL 

실제로 인도에서는 3월부터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에어컨 판매가 급증했다. 나글라 툴라이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에타(Etah)에서는 전기가 들어올 때마다 에어컨 작동 소리가 다른 모든 소음을 덮었다. 

22년 동안 에타의 여름을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 데브쉬 싱(Devesh Singh)은 “이 도시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이 에어컨을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에타의 많은 가정에서는 막대한 전기 요금을 피하고자 국영 전력 회사에서 전기를 훔친다. 그들이 전기를 훔치는 방법은 거리를 가로지르는 전력 케이블에 ‘카티아(katia)’라는 알루미늄 고리를 부착하는 것이다.

올봄, 인도 경찰은 매일 우타르프라데시주 전역을 급습하여 카티아 장치를 찾아냈다. 싱은 “이전에는 급습이 낮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밤에 전기를 사용하고 아침 일찍 카티아를 제거할 수 있었다. 올해는 사람들이 자고 있는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에 경찰이 들이닥쳤다”라고 말했다. 6월 중순까지 에타에서만 150명이 전기 절도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에어컨은 계속 돌아갔다.

인도 에타 지역의 전봇대. 사람들은 밤에 전봇대에 전선을 연결하여 전기를 훔친다.사진 SAUMYA KHANDELWAL

에어컨 사용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인도인은 여전히 에어컨을 구입할 형편이 못 된다. 인도의 1인당 연간 소득은 약 91,000루피(한화 약 143만 원)로, 저렴한 에어컨 가격도 연간 소득의 4분의 1에 달한다. 돈을 지불했든 훔친 것이든, 이를 작동시킬 전기와 에어컨이 있다 하더라도 더위를 피한다는 보장은 없다. 여름철 정전은 대도시에서는 단기간에 끝나지만, 마을과 소도시에서는 더 자주, 더 오래 지속된다. 올해는 발전소의 심각한 석탄 부족과 엄청난 전력 수요로 피해가 컸던 주에서는 하루 4시간 밖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권리

인도의 카스트 제도, 성별, 지리적 요소도 생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도의 기후 연구자들은 이러한 요인을 더 우려하고 있다. 10년 동안 기후 변화 취약성과 적응을 연구해 온 인도 인간정착연구소(Indian Institute for Human Settlements)의 연구원 찬드니 싱(Chadni Singh)은 “기후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은 그 사람의 출발점에 따라 결정된다”라며 “마을과 마을 간, 그리고 같은 마을 내에서도 엄청난 격차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사원 옆 반얀트리 아래에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다. / 한 여성이 직접 만든 부채를 들고 누워있다. 사진 SAUMYA KHANDELWAL

예를 들어, 나글라 툴라이의 남성과 노인들은 원할 때 야외에서 바람을 쐴 수 있지만, 여성과 소녀들은 낮 동안 고요하고 답답한 더위가 담요처럼 옥죄는 실내에서 지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후에 적응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미슈라는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그들은 고통 받고 있다”라고 말한다. “의미 있는 적응이라면 고통이 줄어야 하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콘크리트 주택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남성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커다란 반얀트리 아래에 앉아 후광처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뜨거운 열기를 무시하려고 노력한다. 일을 하려면 농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이는 곧 죽음과도 같다. 그들이 기억하는 한, 이 지역의 여름은 옛날부터 더웠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그들은 태양이 절정에 달할 때 휴식을 취하고 나머지 시간에 일했다. 하지만 이들의 근무 시간은 지난 몇 년간 점점 짧아지고 있다. 

3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라자 람(Raja Ram)은 “올해는 하루에 2시간 밖에 일할 수 없었다”며 “남은 시간에는 앉아만 있다”라고 말했다.  

일이 줄었다는 것은 많은 것이 부족해짐을 의미한다. 전업으로 담배와 옥수수 농사를 짓던 시절에도 이들은 밭을 소유한 지주와 수입을 나눠야 했다. 나글라 툴라이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샤키야(Shakya)라고 부르며, 우타르 프라데시 주정부는 샤키야를 카스트 상의 ‘하층민’으로 구분한다. [*편집자 주: 최하층보다 약간 나은 계층] 농사를 짓는 땅을 소유하지 못하는 것은 이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겪어온 불평등 중 하나다. 이제 폭염으로 인해 수확량이 줄면서 이들의 몫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사진 SAUMYA KHANDELWAL

찬드니 싱은 “잘 언급되지 않는 한 가지는 땅이 없다는 것이 미치는 영향이다”라고 말한다. 싱은 “이들은 기후 변화 전에도 여름철에 일하는 시간을 조정하곤 했다. 하지만 작업 시간을 얼마나 더 당길 수 있을까? 장마는 늦어지고, 극심한 더위로 농사에 쓸 물이 줄어드는 마을에서는 농업을 생계 수단으로 삼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마을의 젊은이들은 어디로 갈까? 불평등은 사람들을 적응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이주를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글라 툴라이의 남성들은 아직 마을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를 확신하지는 못한다. 연구자들은 폭염으로 인해 인도에서 대규모 이주가 발생한다면, 그 원인은 농업 부문에 미치는 지속적인 피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스라는 “인도에서의 이주는 대부분 고용에 의해 이루어진다”며 “올해처럼 폭염이 더 자주, 더 일찍 시작되면 농장 노동자들은 도시로 이주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농업 외의 일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남성들은 이주를 강요당할 경우,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더라도 가족을 데리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올해 며칠 동안 에타의 기온이 전년 대비 5도나 더 높았듯 폭염이 더 심해지면, 남성들은 애초에 가정을 꾸리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현재 나글라 툴라이 출신 남성과 결혼하려는 여성은 많지 않다. 그나마 결혼하는 여성들은 매년 몇 달씩 친정으로 피신해 지내는 것으로 여름을 버텨낸다.

두 아이의 엄마인 수만 샤키야가 집에서 아이를 안고 있다. 사진 SAUMYA KHANDELWAL

수만 샤키야는 이번 여름에 남편이 자신을 친정에 데려다주지 않아 속상해했다. 그녀는 아이들이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어 여름을 견디지 못할까 봐 걱정한다. 샤키아는 “아이들이 밤낮으로 계속 운다. 하루는 발진, 다음 날은 배탈, 그다음 날은 뎅기열에 걸린다.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또 아프고, 아픈 패턴에 갇혀 있는 것 같다”며 천으로 만든 부채를 흔들며 아들을 달랜다. 

샤키야의 어머니는 혼수품으로 시댁에 손수 만든 부채를 가져갔다. 여름은 더웠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았고, 오후에 정전이 되어도 단단한 손부채로 더위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결혼을 기다리는 소녀들은 부채를 직접 만들어 접히는 부분에 자신의 이름을 수놓기도 했다. 2016년 결혼을 앞두고 있던 샤키야가 예물로 원했던 것은 에어컨과 냉장고였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둘 다 받지 못한 채 나글라 툴라이에 도착했다. 샤키야는 “아무 소용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2011년, 나글라 툴라이 지방 정부는 마을 옥상 전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주민들은 패널이 완전히 충전되면 전구와 선풍기에 전력을 공급하고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다고 들었다. 나중에 주민들은 전기를 저장하는 인버터(inverter)와 인버터를 충전하는 배터리가 필요하며, 이 모든 것에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6세 소녀 프리얀카 샤키야(Priyanka Shakya)는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태양광으로 선풍기 3대를 가동하고, 그 중 1대는 물소의 열을 식히는 데 사용한다”라고 한다. 태양광 패널은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도 선풍기를 몇 시간 정도만 가동할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울기 시작할 밤을 위해 낮에는 선풍기를 켜지 않고 전기를 저장해 두어야 한다.

(왼쪽) 천장에 달린 작은 선풍기가 따뜻한 바람을 만들어 낸다. / (오른쪽) 지붕을 가로질러 설치된 태양 전지판. 
태양열 패널로 두 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는 선풍기는 하늘이 흐리고 패널이 충전되지 않은 날에는 사용하지 못한다.
사진 SAUMYA KHANDELWAL

태양열 패널로 두 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는 선풍기는 하늘이 흐리고 패널이 충전되지 않은 날에는 사용하지 못한다. 사진 SAUMYA KHANDELWAL

인도의 행정가들은 폭염 발생 전 사전 경고를 하고 폭염이 진행되는 도중에 긴급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학교와 건설 현장의 운영 중단, 의사들의 휴가 취소 등의 조치도 이에 포함된다. 

미슈라는 행정가들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슈라는 “이들은 에어컨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나 빈민가 등 취약한 지역을 파악할 수 있다”라며 “홍수나 기타 재난이 발생했을 때처럼 커뮤니티 센터를 설치하여 사람들이 가서 냉방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찬 물을 줄 수도 있고, 열사병 관련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응급처치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슈라는 부유한 도시 지역에도 더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상인과 건설 노동자들을 위한 유사한 쉼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슈라가 근무하는 아메다바드(Ahmedabad)시에서는 다수의 폭염 대응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남아시아 최초로 지방 공기업이 이러한 계획을 수립, 시행한 것은 2010년 폭염으로 도시에서 4,462명이 목숨을 잃은 후부터였다.

97세의 라자 람이 더운 날 나무 아래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사진 SAUMYA KHANDENWAL

미슈라는 “열로 인한 증상을 인식하지 못하고 마지막 수단으로 병원에 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사망에 이르고는 한다”라고 말한다. 

이제 나글라 툴라이에 사는 16세의 프리얀카 샤키아는 더 이상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길 기다리지 않는다. 그녀의 계획은 결혼해서 마을을 떠나는 것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매거진 Vol. 10

새로운 기후 시대의 생존 방안

본 기사는 <MIT 테크놀로지 매거진> 2023년 9·10월호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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