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리적 정당성 논란에 휘말린 부스터샷 접종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미국 국민에 대한 백신 3차 접종, 일명 ‘부스터샷’ 접종을 지지하면서 현지시간 24일부터 미국 내 접종이 시작되었다.
CDC는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기 요양시설 거주자, 기저질환이 있는 50세 이상 성인에게 화이자-바이오앤텍(Pfizer-BioNTech) 백신의 3차 접종을 권고했다. 존슨앤드존슨이나 모더나 백신 접종자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 종사자와 감염 위험이 높은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들도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이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부스터샷 접종 기회를 얻게 되었다.
ACIP는 의료 종사자나 교사, 식료품점 직원 등 직업 때문에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은 부스터샷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부자 나라 전유물된 ‘부스터샷’ 논란
그러나 부스터샷 접종 결정은 계속해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백신이 코로나19 중증 예방에 큰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 내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아직 백신 접종률이 2%에도 이르지 못하는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공급하는 일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달 초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1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칠 때까지 부스터샷의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그리고 이제 미국을 포함한 일부 부자 나라들은 WHO의 권고와 상관없이 부스터샷 프로그램을 밀어붙이고 있다.
부스터샷을 둘러싼 논란은 공중보건 관계자들, 정치인들, 생명윤리학자들에게 복잡한 윤리 문제를 제기한다.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1차 접종을 위한 백신 공급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부유한 국가의 국민이 3차 접종을 하는 것이 정당한지, 그리고 CDC 같은 기관들은 부스터샷 접종 대상을 어떤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지를 둘러싼 문제다.
그래서 우리는 브리티시 콜롬비아대학교와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에서 생명윤리와 의료 서비스 연구 부교수로 재직 중인 아니타 호(Anita Ho)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호는 미국의 백신 공급과 불평등에 관해 우리와 이전에 인터뷰한 적이 있다. 우리는 그녀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의 현재 시점에서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질문했다.
(인터뷰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길이를 조정하고 편집했다.)
Q) 일부 미국인에게만 부스터샷을 제공하려고 할 때 윤리적으로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가? 특히 부스터샷 접종 대상에 고위험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을 포함시킨 부분에 관해 궁금하다.
A) 여러 면에서 이번에 고려해야 할 윤리적인 문제들은 백신이 처음 공급되었던 2020년 말과 비슷하다. 공급은 부족한데 접종이 필요한 사람이 아직 많다면, 형평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움직여야 하며, 부스터샷을 빨리 맞지 않으면 병에 걸릴 위험성이 커지는 사람들부터 접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위험’ 직업군, 다시 말해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직업군에 속해 있으나 이미 백신 접종을 전부 마친 건강한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해도 크게 아플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백신을 접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고위험’ 직업군의 정의는 유동적이다. 정부는 의료 종사자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하고 있고, 직원이나 백신 접종 자격이 있는 학생들에게 백신을 맞으라고 요구하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사람이라고 해도 그들의 동료나 집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백신 접종을 마치지 않았거나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고위험’ 직업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주변 사람 모두가 백신을 맞은 이후에야 고위험 직업군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CDC에는 까다로운 문제이다. CDC의 AIP는 직업군과 상관없이 건강한 사람은 아직 부스터샷을 맞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중증을 예방하는 백신의 효과가 모든 연령 집단에서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스터샷이 항체 농도를 증가시킨다고 하더라도 중증 코로나19 예방에 부스터샷이 꼭 필요한지, 부스터샷이 바이러스 전염을 감소시키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Q) 아직 1차 접종도 마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미국 내에서도 백신 접종을 원하지만 아직 백신을 맞지 못한 사람이 있는 이런 상황에서 부스터샷 접종을 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일인가?
A) 아직 백신 미접종자가 많은 현재 상황에서 부스터샷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백신 미접종자에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일을 쉴 수 없어서 백신을 맞을 수 없거나, 뉴스나 믿을 만한 과학적 정보를 얻기 어려운 시골 지역이나 자원이 부족한 동네에 사는 이들까지 백신 접종을 마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이미 간호사, 약사, 지역 의료 종사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부스터샷 접종을 계획하면서 백신 미접종자까지 신경 쓸 만큼 우리에게 충분한 자원이 있을까?
Q) 1월에 우리가 이야기를 나눈 이후에 윤리적 상황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는가? 5억회분의 백신을 추가로 기부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공약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가?
A)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되고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내가 논문에서 ‘관계 결속(relational solidarity)’이라고 표현한 단계에 아직도 도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관계 결속’이란 국제사회가 공통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힘을 합쳐서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기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들이 부유한 국가에 휘둘리게 하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5억회분의 화이자 백신 중 상당수는 내년 후반까지도 공급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가능한 한 빨리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하거나 심지어 부스터샷을 맞아야 해서 미국인들에게 백신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었다면, 내년 후반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용납될 수 있겠는가? 이는 미국이 1차 접종을 마치고 1년 반 이상 지날 때까지도 가난한 국가들의 많은 사람들은 1차 접종조차 받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미국이 만들어낸 이러한 격차는 매우 충격적이다. 화이자 백신은 특수한 냉동 보관이 필요하므로 그런 보관 시설이 없거나 백신을 다룰 역량이 없는 극빈 국가들은 여전히 혜택을 볼 수 없다.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생산 역량을 구축하고 제조 공장을 세워서 다양한 백신을 전 세계에 공급해야 한다. 제약회사들은 남반구 국가 제약회사들과 협력하여 공급망을 확충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각 지역의 변이 바이러스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도록 백신 접종을 조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Q) 당신 연구의 대부분은 대중의 신뢰 부분에 집중해왔다. 현재 당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미국에서 팬데믹은 안타깝게도 정치적 쟁점이 되었다. 각기 다른 기관들이 상충하는 메시지들을 전달하면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내 생각에 당국은 이러한 팬데믹에 맞서는 상황에서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그러한 메시지에 도달하게 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티 파트너와 협력하여 공중보건 메시지의 전달력을 높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마스크나 백신 정책처럼 공중보건 개입은 바이러스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특히 취약계층의 사람들에게는 불편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신뢰를 구축하여 사람들이 공중보건 목표 달성에 동참할 수 있게 하려면, 당국이 팬데믹 상황에서 시민들을 자신 있게 안내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해하고 있고, 다양한 정부 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어려움을 최소화할 것임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이 기사는 록펠러 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이 후원하는 팬데믹 테크놀로지 프로젝트(Pandemic Technology Project)의 일환으로 작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