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아닌 진짜 같은 ‘도자기 챌린지’가 알려주는 교훈
틱톡(TikTok)의 ‘도자기 챌린지(porcelain challenge)’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어쩌면 ‘도자기 챌린지’를 위해 10대 청소년들이 가족들의 비싼 식기를 훔쳐서 믹서기에 갈고, 잘게 갈린 그릇의 잔해를 코로 흡입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도자기 챌린지’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도자기 챌린지에 관한 이러한 이야기들은 23세의 의사이자 틱톡의 크리에이터인 서배스천 더피(Sebastian Durfee)가 창작해서 소셜미디어에 의도적으로 퍼뜨린 완전한 허구다. 더피는 10대들의 위험한 챌린지에 관한 소문을 꾸며내서 사람들이 그런 내용을 실제로 믿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지난 10월 1일 더피는 팔로워들에게 “함께 힘을 모아서 베이비붐 세대가 가짜 틱톡 챌린지를 보고 겁먹게 만들라”고 요청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작전에 사용할 가짜 챌린지로 ‘도자기 챌린지’를 선택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더피가 만들어낸 허구의 챌린지다). 그는 “이 챌린지가 그럴듯하게 위험해 보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아주 쉽게 시도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런 챌린지를 꾸며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 챌린지의 이름은 머리에 쉽게 각인됐다. 그가 올린 원본 영상의 조회수는 빠르게 50만 건을 넘어섰고 틱톡은 위험한 행동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영상에 경고를 보냈다.
한편 틱톡, 페이스북, 트위터에서는 이번 ‘농담’에 참여한 사람들이 #도자기챌린지(#PorcelainChallenge)라는 해시태그로 영상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챌린지를 시도한 사람들의 (가짜) 부상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조심하라는 경고를 퍼뜨려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 특히 기발한 한 영상에서는 영상 제작자가 “틱톡 관리자들이 챌린지를 시도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곧바로 삭제하고 있으며 그래서 이 챌린지를 시도한 사람의 영상이 틱톡에 남아있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상황을 한 단계 더 고조시켰다.
10월 3일에 이야기를 나눈 직후 더피는 이번 실험으로 인해 틱톡이 자신의 계정(팔로워 15만 명)을 영구 정지시켰다고 알려왔다. 틱톡은 계정을 영구 정지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그는 틱톡이 ‘위험한 행동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영상 두 개를 삭제했다고 말했다. 삭제된 영상 중 하나는 그가 사람들에게 지역 페이스북 그룹에 도자기 챌린지에 대해 경고하는 글을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영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언론의 도자기 챌린지 관련 초기 보도에 대한 스크린샷을 공유했던 영상이었다.
틱톡은 5일 더피의 계정을 퇴출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틱톡은 거짓말을 포함해서 위험한 행동을 조장하는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지침 위반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더피는 5일 이메일을 통해 “이 영상들이든 다른 영상들이든 내가 만든 어떤 영상도 해당 챌린지 수행을 미화하거나 지지하거나 묘사한 적이 없다”며 “그들이 내 계정을 영구적으로 삭제하면서 챌린지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대응한 것이야말로 애초에 그 챌린지를 통해 내가 비판하고자 했던, 광범위하게 퍼지는 ‘도덕적 공황(moral panic)’이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도덕적 공황이란 사람들 사이에 어떤 상황이나 사건이 사회의 안녕을 위협한다는 두려움이 퍼지는 현상을 말한다.
더피의 목표는 조회수를 얻는 것이었고 그의 영상은 계정이 금지되기 전에 이미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가 계획한 이 가짜 챌린지는 또한 온라인에서 관심과 분노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콘텐츠 제작자가 이미 도덕적 공황을 조성한 상황에서 해당 챌린지가 완전한 허구라는 사실이 콘텐츠가 널리 퍼지는 데 실제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했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아이들과 관련한 ‘도덕적 공황’에 관해 보도해왔다. 지금은 사람들이 매년 자녀의 핼러윈 사탕에 마약이 첨가된 사탕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두려워하는 시즌이다. 이러한 공포는 아이들이 옆집에 사는 변태 성욕자에게 치명적인 사탕을 받아올 수도 있다는 수많은 경고와 함께 단순히 ‘가능성’과 만약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수십 년 동안 매년 가을마다 사람들 사이에 확산되어 왔다. 이러한 공포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인용하는 ‘증거’를 파헤쳐보면 이들의 주장이 전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주장은 제대로 된 증거가 없어도 널리 퍼질 수 있다. 특히 10대들의 챌린지나 아이들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는 콘텐츠는 주로 지역 법 집행기관, 지역 언론, 학교 관계자의 페이스북 페이지 등 지역사회에서 어느 정도 권위를 가진 집단을 통해 널리 퍼진다.
더피는 “나는 예전에 가짜라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가짜뉴스를 만들어서 널리 퍼뜨리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활동해온 유튜버 행크 그린(Hank Green)이 10대 시절에 동물원에서 여우원숭이를 훔치려고 하다가 체포된 적이 있다는 가짜 루머를 퍼뜨리는 데 성공한 바 있다.
10월 1일 더피와 그의 친구들은 #도자기챌린지가 인기를 얻다가 처음으로 언론의 헤드라인에 등장하자(“틱톡의 도자기 챌린지는 진짜가 아니지만 농담할만한 내용도 아니다”) 이를 축하했다. 이후 다른 헤드라인들도 그 뒤를 따랐다. 일부 헤드라인은 도자기 챌린지가 진짜라고 속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다른 매체를 통해 반사적으로 인지도를 얻은 콘텐츠는 수명이 짧다. 내가 더피와 대화를 나눴을 때는 그가 도자기 챌린지에 관한 첫 번째 영상을 올린 지 3일이 지난 시점이었고, 그때 그는 이미 해당 영상이 그가 바랐던 만큼 널리 퍼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러한 콘텐츠는 아주 약간의 관심만 사로잡으면 언제든 사람들 사이에 다시 퍼지면서 페이스북 뉴스피드와 충격에 빠진 부모들 사이를 느린 속도로 어슬렁대는 ‘좀비 트렌드’가 될 수 있다. 콘텐츠의 원래 맥락을 제거하는 것은 콘텐츠를 더 강력하게 만들 뿐이다. 인기 있는 10대들의 챌린지에 대한 수상쩍은 주장들은 이런 ‘좀비 콘텐츠’인 경우가 많다. 좀비 콘텐츠가 되면 콘텐츠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보다 훨씬 크고 (더 위험한) 두 번째 삶을 얻게 되기도 한다.
인터넷에는 2010년대 초에 실제로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었던 챌린지이며 참가자들을 심각한 합병증 위험에 빠뜨렸던 ‘시나몬 챌린지(cinnamon challenge)’보다 훨씬 어리석은 생각들이 존재하지만, 이것들은 사실 대규모 부모 시청자를 가진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않는 이상 유행할 일이 없다.
예를 들어 불과 몇 주 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국의 감기약 나이퀼(NyQuil)을 넣고 치킨을 끓이는 행위를 경고하며 조회수라는 이름 아래 Z세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열풍에 대한 공황을 촉발했다. 그러나 버즈피드 뉴스(Buzzfeed News)가 보도했듯이 사실은 유행한 적 없는 나이퀼 치킨이라는 ‘유행’을 오히려 유행하게 만들고 그에 대한 관심을 급증하게 한 것은 바로 FDA의 경고였다.
이뿐만 아니라 2018년에 10대 청소년들이 관심을 끌기 위해 온라인에서 시도하고 있는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던 ‘콘돔 챌린지(condom challenge)’는 어떤 지역 뉴스 방송국이 텍사스의 한 학교에서 열린 ‘10대 청소년이 직면한 위험’에 관한 발표에 참석했다가 알려지게 되었다. 사실 콘돔 챌린지는 2007년과 2013년에 온라인에서 아주 사소한 관심을 끌었을 뿐이었으며 실제로 콘돔을 코로 흡입하려고 하는 사람의 영상은 극히 드물었다. 두 사례 모두 위험한 챌린지가 지나치게 큰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청소년이 위험한 챌린지에 도전하기 위해 몰려들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
도자기 챌린지는 미래의 되살아날 좀비 콘텐츠가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다. 머리에 한 번에 각인되는 이름도 가지고 있고, 더피의 팔로워들과 더피의 작업을 통해 유입된 2차 청중들에 의해 소셜미디어에 심어진 관련 게시글과 영상 역시 그럴듯하며 맥락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이 챌린지에는 반전이 하나 더 있다. 사실 더피는 이제 자녀에 대한 걱정으로 도덕적 공황에 사로잡힌 부모 세대뿐만 아니라 이번 농담에 참여한 사람들까지도 괴롭혀보려고 했다.
더피는 도자기 챌린지의 확산을 도우면서 베이비붐 세대를 공격하는 데 진심으로 열광하는 많은 사람들을 발견하고 전략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그는 “본인이 농담이 참여했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실제로 농담의 다음 단계에서 핵심이 된다면 어떨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틱톡에 도자기 챌린지에 대한 폭스뉴스(Fox News)의 헤드라인을 보여주는 듯한 영상과 보수 채널에 출연한 듯한 누군가가 도덕성 쇠퇴에 대해 고함을 치는 클립을 함께 올렸다. 물론 헤드라인은 가짜였고 클립은 다른 상황에 대한 내용을 편집한 것이었다. 그러나 더피가 자신의 장난이 그렇게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헤드라인을 가리키는 모습이 담긴 해당 영상은 결국 레딧(Reddit)의 ‘r/facepalm 서브레딧’(황당하거나 창피한 게시물을 공유하는 곳)에 올려왔다. 이 게시물은 1만 6,000건의 업보트를 받았다. “이 사람은 가짜 ‘틱톡 챌린지’를 만들었고 폭스뉴스는 3일 만에 가짜 챌린지에 대한 기사를 썼다”라는 게시글의 제목은 폭스뉴스가 가짜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기 바로 직전에 더피는 CNN에서 도자기 챌린지에 대해 보도하는 또 다른 가짜 영상을 추가했다. 이 영상 역시 허구였다. 그러나 그의 틱톡을 보는 많은 사람들은 이 영상에도 속고 말았다.
그는 “언론이 가짜 챌린지에 속아서 뉴스로 보도했다는 영상을 보고 ‘아무도 출처 확인을 안 하는 건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무언가를 게시한다는 게 너무 당황스럽다’라는 내용의 수많은 댓글을 받았다”며 “여기서 아이러니는 그들이 보고 댓글을 남긴 영상 자체가 완전한 허구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알고 보니 도덕적 공황에 사로잡힌 베이비붐 세대뿐만 아니라 이 가짜 챌린지를 본 모든 이들이 콘텐츠를 공유하고 싶은 충동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피의 팔로워들은 베이비붐 세대를 공격하려는 흥분에 유인됐고 나이퀼 치킨에 대한 경고처럼 공유하라고 던져진 미끼인 가짜 폭스뉴스 클립에 ‘낚이고’ 말았다.
5일 아침에도 더피의 계정은 여전히 정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가 만들어낸 챌린지의 위험성에 대한 영상, 페이스북 게시물, 트윗 등은 여전히 온라인에 남아있다. 더피의 콘텐츠와 달리 이러한 영상이나 게시물 대부분은 해당 챌린지가 허구라는 것을 전혀 암시하지 않는다. 이번 가짜 챌린지는 그런 콘텐츠를 통해 온라인에 그렇게 남아 있다가 언젠가 어떤 사소한 계기로 부활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