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보택시가 운전자를 대신할 날이 머지않았다
특정 심야 시간대에 샌프란시스코 일부 지역을 달리는 차량 10대 중 1대는 운전자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차들은 실험용도, 연습용도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령 같은 무인 자동차 중 상당수는 택시, 우버(Uber), 리프트(Lyft), 대중교통과 직접 경쟁하는 상업용 로보택시다.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들은 명실상부한 샌프란시스코 교통 시스템의 일부가 됐다. 이를 운영하는 회사인 크루즈와 웨이모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피닉스, 심지어 로스앤젤레스까지 계속해서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필자는 지난 일 년 동안 지역 신문사인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San Francisco Examiner)>에서 로보택시를 취재하며 크루즈의 무인 자동차를 몇 달에 걸쳐 10여 차례 시승해 보았다. 취재 기간 동안 필자는 로보택시에 대한 공적 담론에 시급함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많은 유력한 의사결정자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이 로보택시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 가까운 미래에 노동 및 교통 분야에 미칠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듯했다.
로보택시를 둘러싼 매우 중요한 결정들이 캘리포니아 공공설비위원회(California Public Utilities Commission)와 같은 지정된 기관에 의해 비교적 무심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법적 기틀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시 당국에 거리를 누비는 로보택시에 대한 규제 권한이 없으며, 경찰도 로보택시를 교통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
이제는 로보택시라는 새로운 기술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시민과 선출된 대표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로보택시는 이미 우리 눈앞에 있다. 지금부터는 로보택시를 활용하기 위한 까다로운 작업을 해 나가야 한다.
개인 공간에서 수면, 게임, 화장을 할 수 있는 초소형 모빌리티(mobility pod)를 누구나 소유하게 되리라는 약속은 수년째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 꿈이 이루어지려면 수십 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몇 년은 더 걸리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명칭부터 어폐가 있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시스템’은 시중에 나와 있는 자율주행 차량 시스템의 대표 격임에도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과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안타깝게도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정부의 법적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로보택시에 대한 언론 보도는 물론 회의적이었다. 필자를 포함한 언론인들은 소프트웨어 오류와 관련된 로봇의 이상 행동, 크루즈와 웨이모의 데이터 투명성 부족 문제를 지적해 왔다. 특히 크루즈의 무인 자동차는 별다른 이유 없이 도로 한가운데 멈춰서서 장시간 교통을 방해하는 우려스러운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당국은 단 6개월 만에 이러한 사고를 최소 92건 보고받았으며, 이 중 3건은 응급구조대원들의 출동을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비판적인 기사는 중요하기도 하지만, 로보택시 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전반적인 동향을 무색하게 만든다. 지난 몇 년 동안 크루즈와 웨이모는 주요 규제 장벽을 뛰어넘고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했으며, 미국 주요 도시에서 각각 100만 마일(약 161만 킬로미터) 이상의 무인 주행을 별다른 사고 없이 완료했다.
로보택시는 개인 소유의 자율주행 차량과는 운영 방식이 상당히 다르며, 상업적으로 훨씬 유리한 입지에 있다. 로보택시는 충분한 훈련을 거친 엄격히 제한된 구역 내에서만 운행되고, 이들을 설계한 회사에서 주행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악천후를 비롯한 문제 발생 시 즉시 도로에서 철수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정부의 법적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웨이모는 ‘운전자 없이 승객만 탑승한(rider-only)’ 첫 100만 마일 주행에 관한 논문에서 부상자는 없었지만, 경찰에 신고할 법한 충돌 사고 2건, 경미한 접촉 사고 18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절반은 정지해 있는 자율주행 차량에 인간 운전자 차량이 충돌한 경우였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차량과 인간 운전자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데, 왜냐하면 이 둘을 비교하기에는 데이터 세트의 성격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크루즈는 첫 100만 마일 주행에서 자사의 로보택시가 샌프란시스코의 일반적인 택시 운전자와 비교했을 때 충돌 사고가 53% 적게 발생했으며, 부상 가능성이 있는 충돌 사고는 73% 더 적었다고 주장한다.
지난 4월 필자가 크루즈의 로보택시를 시승했을 때는 비록 완벽하지 않았으나 마치 책임감 있는 인간 운전자의 차를 탄 것처럼 느껴졌다. 순간 로보택시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였다. 교통 법규와 제한 속도를 자동으로 준수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다는 것만으로도 도로 위의 다수의 인간 운전자보다 더 안전하게 느껴졌다.
로보택시를 대규모로 도입하기 위한 준비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적 타격이나 끔찍한 사건, 극적인 정치적 전환과 같은 결정적인 계기가 없는 한 로보택시는 지금과 같이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여기에는 로보택시가 도시와 사회를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크루즈와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 전역에서 종일 상업용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허가를 앞두고 있다. 이는 샌프란시스코의 택시 및 차량 공유 서비스 기사들에게 즉시 상당한 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크루즈와 웨이모가 진출한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로보택시가 직업 운전자를 대체해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전망은 더 이상 이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로보택시는 교통 정책에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기술은 자동차를 이용한 교통수단을 매우 저렴하고 쉽게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차량으로 이동해 교통 혼잡을 가중하고 대중교통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당국은 많은 로보택시가 승객을 기다리는 동안 이중 주차를 하거나 적절한 정차지와 시각을 인지하지 못해 교통 체증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동 및 교통 정책 관련 난제들의 해결이 시급한 가운데 로보택시의 등장은 상황을 더욱 긴박하게 만들고 있다.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보호할 것인가, 혹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 것인가? 도시에서 가장 혼잡하고 대중교통이 편리한 지역에서도 차를 자유롭게 운행하도록 허용할 것인가? 전기차는 도로의 유지 보수에 사용되는 유류세에서 계속 면제될 것인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공공 정책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시민들 스스로 새로운 미래가 다가오는 속도에 대해 명확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