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se prosthetics break the mold with third thumbs, spikes, and superhero skins

첨단 기능과 디자인으로 보철물이 진화하고 있다

보철물 디자이너들은 사용자가 피부에 닿는 보철물을 더 편안하게 느끼도록 기능성 및 미학적인 한계를 개선하고 있다.

다니 클로드(Dani Clode)는 거의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한 손에 로봇 엄지손가락을 착용하고 출근길에 나선다. 그녀는 수많은 신경과학 데이터를 살펴보고 새로운 보철물 장치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인체를 보강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 클로드는 보조 장치에 적용되는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의 가소성(Plasticity) 연구소에서 전문가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기존 보철물이 지닌 기능적, 미학적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보철물을 개발하기도 한다. 그녀가 만든 디자인에는 착용자의 심장 박동에 맞춰 움직이는 메트로놈이 내부에 탑재된 투명 아크릴 전완(forearm) 보철물과 수지, 폴리싱한 목재, 이끼, 청동, 금, 로듐 및 코르크 등등을 자유롭게 재배치하여 제작한 팔이 포함된다.

클로드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세 번째 엄지손가락’으로, 누구나 이 장치를 사용하여 악력을 기를 수 있다. 그녀도 이 장치를 직접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유연한 장치는 모터로 움직이며 착용자의 신발에 부착한 압력 센서를 통해 제어된다. 연구 지원자들은 손가락 보철물을 사용하여 유리병을 열고 차를 마시고 심지어 기타를 연주하는 방법도 배웠다. 클로드는 언젠가 자신이 개발한 엄지손가락(및 이와 유사한 장치)을 사용하여 공장 노동자, 외과 의사 등 모든 사람이 육체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작업 효율성을 향상시키게 되기를 희망한다.

전통적으로 보철물 디자이너는 인체에서 영감을 얻었다. 보철물은 잃어버린 신체 부위를 대체하기 위한 장치로 여겨졌으며 초현실적인 생체 공학 기술로 제작된 팔다리는 손에 쥘 수 없는 성배처럼 느껴졌다. 스타워즈(Star Wars)와 같은 공상과학 시리즈물의 인기 속에 보철물 장치는 여전히 모두의 상상력 한편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궁극적으로 어떤 효과를 낳을지는 알 수 없지만, 공상과학은 수많은 사람이 머릿속에 그리는 미래 보철물의 모습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클로드는 인체와 비슷한 형태의 보철물 제작을 거부하고 관습을 타파하는 보조 기술의 일종인 대안 보철물 분야의 새로운 시도에 동참하고 있다. 클로드와 동료 디자이너들은 ‘정상적인’ 팔이나 다리의 모양을 모방하는 장치를 만드는 대신 촉수처럼 꿈틀거리거나, 빛을 밝히거나, 더 나아가 반짝이를 쏠 수도 있는 환상적인 보철물을 만든다. 육상 선수들이 자주 사용하는 블레이드 레그(blade leg)와 같은 획기적인 보철물은 특수한 작업을 위해 설계되었다.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장치를 통해 보철물 사용자가 본인 모습의 통제권을 되찾고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장애 및 비 일반적인 신체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대안 보철물의 인지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이 발목을 잡는다. 보철물은 여전히 구입 여력이 있는 극소수의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를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안 보철물의 지지자들은 접근성, 스타일 및 재료의 공통점을 토대로 타협점을 찾고 있다.

보철물은 오래전부터 사용된 매우 인간적인 장치이다. 알려진 의수족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것은 고대 이집트에서 발견된 두 개의 발가락 조각물로 발견 당시 미라의 오른쪽 발에 묶여 있었다. 이 의족은 지금으로부터 2500년에서 3000년 전에 만들어졌고 끈으로 묶인 샌들 안에는 사용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다.

고대인들은 실용적 목적, 종교적 목적, 장애인을 차별하기 위한 목적 등 매우 다양한 용도로 보철물을 만들고 착용했다. 대부분의 보철물은 인체의 모습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었지만, 의도적으로 눈에 띄게 디자인된 보철물도 일부 존재했다. 로마의 장군 마르쿠스 세르지오 실루스(Marcus Sergius Silus)는 제2차 포에니 전쟁에서 손을 잃은 후 대체물로 철제 의수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세 이탈리아에도 손을 칼로 대체한 남성이 적어도 한 명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문화, 의학 및 과학 분야의 신체 변경을 연구한 미국 웨슬리언 대학교(Wesleyan University)의 젠더 연구 교수 빅토리아 피츠 테일러(Victoria Pitts-Taylor)에게 ‘보철물을 자신의 신체에 맞게 제작하려는 욕망’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녀는 “우리가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행동 중 사회적 영향과 무관한 것은 없다”고 설명한다. 재향 군인은 신체에 자신의 군 복무 경험을 기념물로 남겨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을 수 있고, 예술가는 몸에 색상과 패턴을 이용해 실험을 할 수도 있다.

피츠 테일러의 관점에서 볼 때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어떤 식으로든 자기 신체를 변형한다. 예를 들면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특정한 복장을 착용하는 등의 행위이다. 그녀는 “자신의 감성과 인식을 반영한 모습으로 변경하는 방법을 찾게 될 경우, 우리는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1960년대 미국에서 시민권 및 동성애자 해방 운동과 함께 시작된 장애인 권익 보호 운동은 수십 년간 보철물에 대한 수용 폭을 넓혀왔다. 초기 운동가들은 손잡이형 후크(split-hook)와 같은 최소한의 장치만 착용하거나 아예 장치를 착용하지 않은 채 시위에 참여했지만, 이후 운동가들은 자신의 보철물에 반짝이는 디스코 볼 거울을 붙이기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의 장애 및 디자인 전문 역사가인 데이비드 설린(David Serlin)은 “이러한 행위에는 개인의 신체를 관습적인 기준에 맞춰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해석한다.

현대 의료 시스템은 개성 표현이나 정체성과 같은 요소를 수용할 준비가 안 되어있다. 오늘날 대규모 의료기기 회사들은 대부분 보조 기술을 설계할 때 여전히 생의료화(biomedicalization)라는 ‘치료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피츠 테일러는 ‘생의료화의 목적은 신체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관점은 신체를 가능한 ‘이상적’인 상태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며, 서양 의학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상태란 정상적인 기능이 가능한 성별의 백인인 경우가 많다.

다니 클로드의 ‘물질화Materialise’ 팔 중 위쪽 절반은 수지, 폴리싱한 목재, 이끼, 청동, 금, 로듐 및 코르크 등
새로운 재료로 만든 부분들을 재배치하여 개발했다

이처럼 편협한 목표 아래 (자존감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의 필요를 실질적으로 충족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보철물들이 계속 사용되었다. 가령 손 보철물은 일반적으로 ‘남성’, ‘여성’, ‘어린이’, 세 종류의 크기로만 제공된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러한 구분의 중간에 위치하거나 아예 제공 범위권 밖에 있다.

제한적인 선택 범위는 의수족과 실제 팔다리 사이의 어색하고 잘못된 조합을 초래할 수 있다. 유색 인종의 경우, 보통 소수의 피부색 옵션만을 제공하는 몇몇 보철물 제조업체로 인해 장치 선택이 훨씬 더 어렵다.

클로드는 보철물 사용자들이 획일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개인의 촉감 민감도는 절단 부위의 신경 집중도 및 환상지(phantom limb sensation) 경험 여부에 따라 상이하다. 이러한 요인은 보철물에 대한 개인의 수용 의사 및 활용 능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착용 부위가 민감한 만큼 보철물이 해당 부위에 딱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어날 때부터 일반인들과 다른 팔다리를 가진 사람은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과는 매우 다른 경험을 할 것이다. 후천적 요인으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은 보조 장치 착용을 오히려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팔이 없었던 사람 중 상당수는 자신의 다른 신체를 사용하여 일상적인 작업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어 보철물 착용이 방해되기도 한다.

줄스 아마르(Jules Amar)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팔다리를 잃은 병사들을 위해 실용성에 집중한 보철물 디자인을 한 선구자였다. 그가 디자인한 보철물은 특정 작업에 최적화되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접근 방식과 차이를 보였다. 아마르는 포탄 충격을 받은 젊은이들을 다시 ‘생산적인’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해 끝에 집게가 달린 의수를 제공했다. 그의 장치를 사용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의 접근 방식이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르의 동시대 사람 중에는 장애인 근로자 착취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이들도 있지만, 많은 참전군인들이 농장 및 공장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오늘날 보철물 사용자는 절단 부위 근육의 전기 신호를 움직임으로 변환하는 전동 팔다리인 근전기(myoelectric) 장치 같은 뛰어난 첨단 기술 솔루션을 착용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복잡한 로봇  팔다리 대신 운동선수용 블레이드 레그 또는 신체의 힘을 이용하여 끝부분의 장치를 갈아 끼울 수 있는 ‘활동형 팔’과 같은 장치를 선호한다. 이 장치들은 특수한 목적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아마르의 보철물들과 유사하다. 기술 부문 저술가로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브릿 H. 영(Britt H. Young)은 “나도 다양한 의족 중 하나를 갖고 있는데 주로 운동할 때 사용한다”고 밝히며 “보철물 사용자는 여러 면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의료기기 개발 과정에 영향을 끼친 근본적인 가정은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부합하는 보철물이 기본적으로 작동(연구자들은 이를 ‘체화(embody)’라고 표현한다)하기 쉬울 것’이라는 거였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인지 신경과학 교수인 타마르 마킨(Tamar Makin)은 “체화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인체 원형과 유사한 무언가를 떠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클로드와 함께 두뇌가 의수족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보철물 사용자들이 오랫동안 직감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 즉 인간의 두뇌는 실제로 새로운 팔다리에 매우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보철물은 ‘사물’도 아니고 ‘자신’도 아닌 무언가로 인식되는 것으로 보인다. 의생물학 저널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발표된 2020년 논문에서 마킨의 연구진은 뇌의 특정 영역이 의수족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fMRI) 기계를 이용하여 보철물 사용자와 비사용자의 뇌를 스캔했다. 처음에 연구원들은 사람들이 의수, 실제 손, 일상 업무를 위한 도구 중 무엇을 사용하든 뇌에서 비슷한 패턴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니콜라스 해리어가 디자인한 보철물 커버 시리즈.
상단의 다리 커버는 고전 공상과학 공포 영화
<에일리언>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기능성 LED 조명이 포함되어 있다

마킨은 “보철물은 손처럼 인식되지 않았지만, 도구처럼 인식되지도 않았다”고 말하며 “오히려 보철물이 손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와 다르게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신경 신호를 발생시키는 것처럼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패턴은 여러 사용자에게서 일관되게 관측되었다. 이는 해당 장치가 일상생활에서 계속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의수족의 다양한 구성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다리 모양과 차이가 있는 하체 보철물은 특히 스포츠계에서 문화적 수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에이미 멀린스(Aimée Mullins) 및 블레이크 리퍼(Blake Leeper)와 같은 유명한 운동선수들은 새총 모양의 캐터펄트 러닝 블레이드(catapult running blade)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팔이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에게 편한지와 관계없이 다섯 손가락이 달린 첨단 생체 공학 장치를 착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제이슨 반즈(Jason Barnes)에게는 매우 특별한 팔 보철물이 필요했다. 애틀랜타에서 음악 프로듀서이자 뮤지션으로 활동 중인 반즈는 어려서부터 드럼에 관심이 매우 많았다. 그러나 그는 2012년 작업 중 오른팔에 2만 2,000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사고를 당해 팔꿈치 아래의 팔을 절단했다.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온 반즈는 몇 주 후 절단면을 감싼 붕대 끝에 테이프로 드럼 스틱을 붙이고 드럼 연주 방법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얼마 뒤 스스로 드럼 스틱이 포함된 보철물 팔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반즈는 “처음에 엄청난 시행착오들을 겪었다. 나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결국 그는 줄스 아마르의 디자인과 비슷하게 어깨와 팔꿈치로 조작할 수 있는 평형추가 달린 드럼 스틱 팔이라는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리고 곧 미국 애틀랜타 음악 및 미디어 연구소(Atlanta Institute of Music and Media)의 타악기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제이슨 반즈는 조지아 공과대학교의 길 와인버그 교수 연구실과 공동으로 디자인한
새로운 근전기 보철물을 착용한 채 키보드를 연주한다.

그 후에도 반즈는 여러 차례 좌절을 경험했다. 복잡한 재즈와 스윙 리듬 사이를 전환하는 것처럼 다양한 스타일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연주를 중단하고 보철물을 조이거나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더 원활하게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반즈는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음악 기술을 연구하는 길 와인버그(Gil Weinberg) 교수를 소개받았다. 와인버그 교수의 연구진은 그와 협업하여 반즈의 근육 움직임을 읽고 훨씬 더 섬세하게 드럼을 두드릴 수 있는 새로운 근전기 드럼 팔을 디자인했다.

그런 다음 두 사람은 장치의 디자인을 한층 더 발전시켜 머신러닝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른 밴드 연주자의 리듬을 알아차릴 수 있는 두 번째 드럼 스틱을 추가했다. 와인버그는 “우리의 계획은 두 번째 스틱이 때에 따라 제이슨이 제어하지 않는 리듬도 연주하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원리는 연주자들 사이에 ‘일종의 낯설고도 친숙한 연결’을 만들어낸다.

반즈는 새로운 팔 덕분에 드럼을 연주하는 슈퍼히어로로 거듭났고 지구상의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리듬을 즐기며 인체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그는 2019년 빠른 드럼 연주 속도로 기네스 세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반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럼 스틱을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반즈는 “‘스틱이 2개 달린 팔’은 기술적인 관점에서 훌륭한 아이디어였지만, 드러머의 시각에서 볼 때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시도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연주 보조 기술 연구의 참여를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았다. 반즈와 와인버그는 현재 두 개의 스틱으로 구성된 보철물의 섬세한 연주와 반즈의 힘으로 움직이는 팔에서 얻을 수 있는 창의적인 자율성을 조합한 새로운 근전기 팔을 설계하고 있다. 두 가지 보철물 중 무엇을 사용할지는 그날의 상황과 연주하고 싶은 음악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다.

모든 혁신적인 보철물이 완벽하게 기능성만을 고려하여 설계된 것은 아니다. 하이패션을 따라 설계된 보철물도 있다. 라트비아 태생의 예술가인 빅토리아 모데스타(Viktoria Modesta)는 오랫동안 공상과학 소설과 복고풍 미래주의 미학에 관심이 많았다. 보철물을 착용하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기존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모데스타는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주도권을 되찾아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기 위한 도전이었다”고 말한다.

모데스타는 태어날 때부터 왼쪽 다리에 장애가 있었고 그로 인해 몇 년에 걸친 수슬과 합병증으로 고생해야 했다. 그녀는 20세에 선택적 절단 수술을 받았지만, 스스로 금세 안도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수술받기 전부터 자신이 사용할 보철물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수술 후 모데스타는 클로드도 참여한 대안적 사지 프로젝트(Alternative Limb Project)라는 디자인 이니셔티브의 구성원인 톰 위커슨(Tom Wickerson)과 소피 드 올리베이라 바라타(Sophiede Oliveira Barata)와 협업하여 자신의 염원대로 한쪽 다리를 보석으로 휘감았다. 이 모습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의 고전 동화인 ‘눈의 여왕’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모데스타는 “내 다리는 나를 평생 괴롭힌 형벌에서 사랑과 욕망의 대상으로 재탄생했다”고 회상했다.

빅토리아 모데스타는 자신의 꿈에 나온 스파이크 레그 디자인의
보철물을 직접 착용했다.

그 이후, 음악가 겸 모델이자 자칭 생체 공학적(bionic) 팝 아티스트로도 활동 중인 모데스타는 수많은 미래형 의족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는 데 기여했다. 모데스타는 롤스로이스의 홍보 영상에 출연해 천국으로 향하는 야곱의 사다리를 품은 의족, 다리를 타고 오르는 전기 불꽃, 크롬으로 도금된 허벅지로 런웨이 위를 걷는 모습, 금속으로 된 촉수 같은 다리로 미세 중력 속에 떠 있는 모습 등을 보여줬다. 또한 그녀는 2014년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끈 뮤직비디오 ‘프로토타입(Prototype)’에서 자신을 대표하는 뾰족한 원뿔 형태의 스파이크 레그(Spike leg)를 자랑스럽게 선보였다. 그녀는 꿈에서 흑요석 단검을 연상시키는 의족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모데스타는 다양한 형태의 보철물을 골라 사용하면서 자기 신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신체가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자기표현의 수단이라고 믿는다. 그녀는 “여러분은 옷장뿐만 아니라 팔다리, 힘 등 모든 것을 실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데스타는 보철물의 이용성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전 세계 대다수 사람에게는 맞춤형 보철물이 현실성이 부족한 대안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의족은 비용 부담이 상당히 크다. 좋은 보험을 들었더라도 의족 구입 비용은 기계의 복잡도에 따라 최소 5,000달러(한화 약 646만 원)에서 최대 80,000달러(한화 약 1억 336만 원)까지 들 수 있다. 또한 의수족의 부품이 마모될 경우 이를 교체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수천 달러의 추가 비용이 든다. 무릎 관절 몇 개만 수리해도 30,000달러(한화 약 3,876만 원)가 들 수 있다.

브릿 H. 영은 “일부 보험에서 의족 구입 비용의 일부를 보장한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보험사가 “비용의 상당한 부분을 개인에게 떠넘길 것”이라고 강조한다.

장치에 맞춤형 미적 기능을 더하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예를 들어 보철물 제조업체인 오토복(Ottobock)의 온라인 상점에서는 병원에 납품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피부색의 제품을 제공한다. 이러한 옵션은 디자이너용 페인트 견본처럼 사용자에게 매력적으로 제시되지만, 미시간주에서 공인 보철물 기술자로 일하는 니콜라스 해리어(Nicholas Harrier)는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색상은 맞춤형 주문을 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소아암을 앓은 뒤 감염으로 20대 중반에 다리를 잃은 해리어는 보철물의 이용 장벽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미적인 맞춤형 장치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10년 전 대안적 사지 프로젝트가 빅토리아 모데스타를 위해 만든 몇 가지 디자인을 봤을 때부터 창의성을 적극 발휘하기 시작했다. 보철물 디자인에 흥미를 느낀 해리어는 프로젝트에 연락해 봤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보철물 다리부터 맞춤형 커버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해리어는 공상과학 소설가인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작품에 나올 법한 보철물을 만들었고, 미래 지향적인 느낌의 배선과 중앙에서 빛나는 다채로운 원형 LED로 외관을 완성했다. 그는 작업을 마치자마자 다른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커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후 해리어는 아크릴과 실리콘, 금속과 레진, 페인트와 조명을 사용하여 수십 가지 보철물을 제작했다.

각 보철물은 개인의 취향에 맞춰 매우 특색있는 모습으로 제작된다. 스팀펑크 시계가 박힌 장치가 있는가 하면, DC 코믹스(DC Comics)에 나온 사이보그를 따라 그린 보철물도 있다. 해리어는 보철물의 기능에는 손을 대지 않고, 외관만 바꾸는 작업을 진행한다. 그에게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그가 만든 커버는 모두 100% 무료이며 자신이 구매한 재료로 본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유연한 일정에 따라 작업을 진행한다. 해리어는 “이 작업에 대해 비용을 청구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다. 그는 미래에 현재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모든 보철물 수리소의 표준 관행으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작업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부 대기업은 보철물의 미용 커버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의 오픈 바이오닉스(Open Bionics)와 같은 회사는 가격대가 낮고 마블(Marvel) 영화에 나온 패턴을 그대로 차용한 ‘영웅 팔(hero arm)’과 같은 3D 인쇄 옵션을 개발 중이다. 상당수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수단으로 판매된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사지 절단 환자 중 보철물 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또한 인구 집단별로도 보철물 수요에 편차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흑인이 절단 수술을 받을 확률이 약 4배나 더 높다.

브릿 H. 영은 어떤 종류의 보철물 장치가 필요하든 사람들이 큰 비용 부담 없이 이를 구입하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우리가 보철물에 가장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은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아니라 의료기기의 개혁”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더불어 그녀는 보철물 디자인의 개선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릿 H. 영은 “사람들은 자기 몸에 대해 편안함을 추구할 수 있는 인간의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철물 산업의 개혁은 접근성을 개선하고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장치를 개발하며, 기본적인 존엄성을 인정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과제다. 설린은 “기능이나 미학 중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두 가지 모두 개선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이 글은 쓴 조안나 톰슨(Joanna Thompson)은 뉴욕에 거주하는 과학 전문 프리랜서 작가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매거진

포스트 디자인 씽킹 (Volume 7)

본 기사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 매거진 2023년 3·4월 호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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